“탈북민 호칭 둘러싼 설왕설래 이어져”

워싱턴-한덕인 hand@rfa.org
2020-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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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fector_name_b 한국 국회가 최근(8월 20일) 북한을 탈출해 한국 사회에 정착한 국민을 이르는 용어를 '북한이탈주민'에서 '이북민'으로 바꾸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 발의한 데 대해 소셜네트워크 공간에서 탈북민들 분분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RFA Photo

앵커: 한국에서 탈북민들을 어떻게 부를지를 둘러싼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최근 국회에 발의된 한 법안이 계기가 됐는데요, 탈북민들 사이에선 찬반 의견이 분분합니다.

이번 법안 발의가 ‘탈북민’이라는 말에 담긴 그들만의 애환을 이해하고 나아가 그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정책 수립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보도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최근(8월 20일) 한국 국회에서 발의된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법’ 일부 개정안. 그 동안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 정착한 사람들을 부르도록 권장돼온 용어인 ‘북한이탈주민’을 ‘이북민’으로 바꾸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번 법안 발의를 계기로 카카오톡과 같은 온라인 소셜네트워크 공간에서는 탈북민들을 중심으로 때아닌 ‘호칭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이 최근(8월 25일) 접속한 한 카카오톡 대화방에 올라온 몇몇 의견만 봐도 호칭 문제가 탈북민들 사이에서 꽤 민감한 사안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40여 명의 탈북민들이 가입한 이 단톡방에서 한 탈북민이 “북한정권을 상기시키는 ‘북’을 아예 뺐으면 좋겠다”는 글을 올리자 다른 탈북민은 “북한 독재체제가 나쁘기 때문에 탈북했기에 새터민, 탈북민이 좋다”는 의견을 올립니다.

이어 “탈북자는 이젠 영원히 굳어진 이름입니다,” “억압의 땅에서 자유를 찾아서 목숨걸고 탈북한 탈북자란 이름이 너무 좋습니다”는 의견이 이어집니다.

반면 “솔직히 우리들의 존칭단어가 달라진다고 해서 달라질 것 하나도 없다”는 다소 자조적인 반응도 보입니다.

한국의 탈북민 지원단체 ‘세계탈북여성지원연합회’의 김희연 회장은 최근(8월26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이탈주민’ 또는 ‘탈북자’같은 호칭에 대한 생각은 개인에 따라 각자 다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희연 회장] 최근에 활동을 하면서 여러 한국분들을 많이 교섭하는 과정에서 탈북이란 말을 좀 싫어하는 분들이 많이 있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거든요,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들이 몇분이 계시더라고요.

그는 자신이 탈북민 모두의 생각을 대변할 수는 없다면서도, 개인적으로 ‘새터민’이란 호칭을 예전부터 선호해 왔다고 밝혔습니다.

[김희연 회장] 저는 제가 이전부터 생각해왔던 부분이 새터민이 엄청 좋았어요. 왜냐하면 우리가 이렇게 낯설은 타양에 와서 고향이 싫어서가 아니라 그나라 정권이나 다 억압받던 사람들이니까, 솔직히 피치못하게 온 분들이잖아요 다, 그럼으로 해서 타양에 와서 새로운 인생을 살잖아요, 결국은 새터잖아요. 그래서 저는 앞으로 명칭을 해도 새터민이라고 쓰고 싶거든요.

김 회장은 또 법안에서 거론된 ‘이북민’이란 호칭 외에도 최근 ‘북향민’으로 호칭을 변경하자는 목소리도 많이 생기는 추세라고 전했습니다.

그는 다만 이같은 호칭을 구별짓는 데 대해 그저 말하는 단어의 차이로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사람들도 없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반면 영국에서 활동중인 탈북민 인권운동가 박지현 대표는 최근(8월26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많은 탈북민들이 그들을 부르는 호칭을 두고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전했습니다.

[박지현 대표] 저희가 그러지 않아도 몇 주 전에 이런 우리들을 부르는 용어 때문에 한번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가지고 거기에 대해서 논쟁이 있었어요. 근데 사실은 한국사람들 생각에는 “뭐, 그런 이름이 중요하냐,” “당신들은 대한민국 국민이다, 먼저온 통일이다” 이렇게 하면서 저희들을 위로하지만 사실은 저희들한테는 중요해요. 북한정권 자체에서도 저희를 북한을 떠난걸 반역자라고 치부하는 것처럼 이탈이란 자체도 한국에서도 저희를 어떠한 죄를 지어서 그나라를 떠난 사람으로 치부하는 것 같아서 그 이름 자체도 안좋고요.

박 대표는 이어 “탈북민들은 부끄러운 사람들이 아니고, 탈북자라는 이름 속에는 수많은 사연이 들어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지현 대표] 그속에는 매각각 사람들이 겪었던 고통, 또 고문, 그리고 억압, 가족을 잃은 슬픔 또 중국에서 인신매매 되어갔던 여성들에 대한 한, 또 중국에 있는 가족들을 두고 떠났던 여성들의 삶, 잡혀가서 북한 감옥에서 겪었던 그 모든것이 그 안에 다 녹아있어요.

박 대표는 “‘탈북자’ 라는 세마디가, 탈북민들에겐 가장 아픈 단어이기도 하고 가장 영광스러운 명칭이기도 하다”며, 과연 최근 발의된 법안이 얼마나 이같은 고충을 이해하고 나서 추진된 것인지에는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습니다.

[박지현 대표] 그러니깐 그 탈북자라는 이름 안에 우리들의 아픔도 있지만 우리들의 자랑스런 표면도 있어요. 독재정권하고 싸워서 승리한 사람들이라는, 우리에게만 주는 그런 명칭이기도 해요. 그런데 그 이름을 한국 국회에서 일부 사람들이 뭐 때문에 그걸 막 바꾸려고 해요. 우리가 가졌던 우리 아픔인데 그들이 왜 그것을 헤집으려고 하는 것이죠. 저는 그래서 이 국회에서 이 이름을 개명하는것 자체가 싫어요. 왜냐하면 우리 아픔을 이해도 못하면서 감히 그것을 헤집고 들어온다는 점이 용납이 안되요.

한국 정부가 나서 북한 출신에 대한 사람들을 부르는 용어를 따로 규정하려는 것이 한국 국민과 탈북민들 사이에 동질감보다는 이질감을 고착시킬 수 있다는 겁니다.

박 대표는 법안 추진의 의도가 좋은 것이라 해도 한국 내 탈북민들에 대한 선입견을 더하는 것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가 한국의 정책 입안자들에게 탈북민들을 실제로 도울 수 있는 법안을 발의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박지현 대표] 저는 국회에서 이런 법안을 발의하지 말고, 진짜 이사람들이 북한에서 온 사람들을 진심으로 자기 국민으로 생각하고 뭔가를 하고 싶다면, 이런 법안보다는 중국에서 억압받는 탈북자를 구출하기 위해서 어떻게 우리 한국정부가 나갈 것인지, 이런 거에 대해서 의논하는 일을 했으면 좋겠어요.

한편, 한국을 거치지 않고 미국에 홀로 정착한 탈북민 에블린 정 씨는 이런 호칭 논란이 낯설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정 씨는 자유아시아방송에 “미국에서는 북한에서 왔다고 얘기하면 다들 그냥 ‘북한 사람을 처음 만나 본다’고들 한다”며, 이같은 호칭 관련 논쟁은 자신에겐 멀게 느껴지는, 다소 생소한 사안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는 “무슨 느낌인지 정확히 잘 모르겠다”며 “아마 한국에 가봐야 이해할 수 있을 문제인 것 같다”고 털어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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