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 취소로 대북 압박 강수...공은 북한에”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18-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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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펠라 호텔 주위를 산책하며 담소를 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카펠라 호텔 주위를 산책하며 담소를 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AP Photo

앵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을 전격 취소한 이유로 ‘빈손 귀국’에 대한 우려와 함께 북한을 압박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전략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무산과 함께 미북 간 고위급 협상이 다시 교착국면에 직면했지만, 마음이 급한 쪽은 북한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은데요.

지난 싱가포르 정상회담에 이어 또다시 고위급 회담의 취소로 강수를 둔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전략이 과연 북한의 태도를 바꿀 수 있을지에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 폼페이오 방북 무산, 북한 압박하려는 협상 전략

-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북한 움직일 수 있다는 희망

- 트럼프 대통령, 미북 협상 판 깨고 싶지 않아

- 폼페이오 장관 방북 무산이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 가져올 수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이 전격적으로 취소된 배경에는 미북 협상이 진전을 이루지 못한 상황에서 ‘빈손 귀국’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방북 취소의 이유로 “비핵화의 충분한 진전이 없다”고 밝힌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특히 북한의 비핵화, 미국의 종전선언 선조치와 관련해 미북 양측이 서로 양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워싱턴에서는 지난 미북 정상회담에서 합의 내용과 비핵화의 시간표를 구체화하지 못한 것이 오히려 미국을 불리하게 만들었다는 지적과 함께 핵신고와 종전선언의 맞교환에 대한 내용도 명확하지 않아 애초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에서 합의의 진전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았습니다.

이와 함께 방북 계획을 발표한 지 하루 만에 이를 취소한 또 다른 배경으로 북한을 압박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가 크다는 것이 미국 전직 관리와 한반도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를 취소하면서 북한의 반응과 행동을 이끌어낸 것처럼 이번에도 북한을 압박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전략 성향이 짙다는 겁니다.

대북 협상 경험이 풍부한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지난 27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한 전화통화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가 북한에 대한 압박 수단이기도 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북한을 움직이기 위해 압박과 완화를 번갈아 구사하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러시아 출신 한반도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의 견해도 같습니다. 북한에 압박을 가하면 양보를 얻어낼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가 크다는 설명입니다.

[란코프 교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취소한 적이 있습니다. 정상회담 준비를 거의 마쳤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이것은(폼페이오 방북 취소) 북한에 외교적 압박을 가하기 위한 반복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미국과 사이가 멀어지고, 또다시 위험한 위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북한이 어떤 양보를 할 수 있다는 희망, 바로 미국식 희망입니다.

미국 국무부 정보분석국 동북아국장을 지낸 존 메릴 조지워싱턴대 객원연구원은 27일 자유아시아방송에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무산됐지만, 미북 협상의 진전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은 의도는 분명하다고 강조합니다.

[존 메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이전 미북 정상회담을 취소했던 당시를 엿볼 수 있습니다. 이번에도 모든 것이 원상태로 돌아갔지만,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취소된 것에 대해 언론 보도가 다소 부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 말은 취소가 아니라 연기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완전히 일을 끝내는 것을 원치 않는 것은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무산으로 미북 협상이 교착국면을 이어가게 됐지만, 미국의 입장에서 그리 나쁘지 않다는 주장도 적지 않습니다. 미북 간 고위급 협상이 재개되기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북한이 좀 더 진지한 자세로 협상에 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게 킹 전 특사의 설명입니다.

[로버트 킹]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미북 협상에 임하기까지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이것이 미국에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를(압박) 계기로 북한이 미북 협상에 더 진지하게 임한다면, 또 종전선언과 미북 관계 개선을 위해 진지한 태도로 나올 수 있다면 좋은 것이죠.

- 트럼프 대통령의 하향식 외교가 압박 전략 가능케 해

- 외교적 압박 계속될수록 2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도 높아져

- 비전통적인 협상 전략에 한계 있다는 지적도 많아

- 비핵화 전문가와 실무진의 구체적인 전략이 비핵화 앞당긴다는 주장도


이 같은 외교적 압박과 협상 전략이 가능한 배경으로는 위에서 결정해 아래로 내려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하향식 외교 때문이라는 게 여러 전문가의 분석입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비전통적인 외교 정책을 펼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다른 고위관리가 아닌 트럼프 대통령과만 합의하려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미북 협상이 계속 진행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주기적인 만남뿐이라고 맥스웰 연구원은 말했습니다.

란코프 교수도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고위관리보다 자신이 문제를 더 잘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역설적으로 외교적 압박을 통해 미북 간 교착상태가 계속될수록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커진다고 관측했습니다.

[란코프 교수]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인 특징을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장관이나 차관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본인이 해결할 수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사실상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것을 믿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수단 특징을 보면 국가 최고 지도자들의 개인 외교를 정말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역설적으로 미국과 북한 사이가 나빠질수록 제2차 정상회담이 생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비전통적인 외교적 압박과 협상 전략이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습니다.

우선 미국의 기대만큼 북한이 비핵화에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 데다 비핵화에 대한 미북 양측의 입장이 정리되지 않았고,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비핵화 내용과 과정을 구체화하고 체계화하기에는 보다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로버트 킹] (정상이 만나는 것만으로) 그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아닙니다. 정말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대부분 외교적 협상이 시작되는 것이죠. 우선 트럼프 대통령이 핵무기에 대해서, 북한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협상을 시작하는 것은 옳은 방법이 아닙니다. 전통적인 외교 방식은 먼저 사안의 전문가들이 문제를 논의하고, 차이점을 해결한 다음 지도자가 합의하게 하는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부동산 사업에 사용했던 접근 방식을 적용하고 있는데, 이것은 외교가 아닙니다.

킹 전 특사는 고위급 회담만으로는 아무것도 이뤄낼 수 없기 때문에 현안을 잘 아는 전문가와 실무진이 평양과 워싱턴을 오가면서 문제의 차이점을 파악하고 이를 조정하며 진전을 이뤄내는 과정이 필요한데,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이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또 웬디 셔먼 전 국무부 정무차관도 27일, 북한의 비핵화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숙련된 실무진들에 의한 구체적인 대북외교정책이 필수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북한 현안 밀릴 수도

- 비핵화 협상, 트럼프 행정부 하반기로 밀리나?

- 오히려 급할 것 없는 미국, 방북 취소로 협상력 상승 노림수

- 마음이 급한 쪽은 북한, 북한도 계약금 형식으로 핵무기 일부 내놔야


또 오는 11월에 있을 미국의 중간선거가 당장 미북 협상의 돌파구를 찾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미국 유권자에게 북한의 비핵화는 중요한 현안이 아닌 데다 의회의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는 트럼프 대통령도 해결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미북 협상보다 러시아나 유럽, 중국 문제 등 다른 사안에 더 집중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또 중간 선거를 앞두고 방북한 폼페이오 장관이 빈손으로 돌아온다면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치명적인 정치적 타격이 됨과 동시에 미북 협상에서도 주도권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가 북한을 압박함과 동시에 앞으로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일보 후퇴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뿐만 아니라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더는 협상하지 않으려 할 수 있고, 미국 의회가 북한에 더 강경한 태도를 취하도록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점도 북한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일부 전문가의 전망도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킹 전 특사도 중간선거가 있을 오는 11월까지 최소 2~3달 안에 미북 정상회담을 비롯한 고위급 회담은 없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또 켄 고스 미 CNA 국제관계국장도 자유아시아방송에 미국이 비핵화 협상을 중간선거 이후인 후반부에 진행한다면 북한에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때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추구하는 리더십 외교정책에 맞게 협상 전략을 세우고 이에 맞는 세부적인 정책을 만들어 하나씩 성공시켜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한편, 대북제재의 영향으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고 북한정권수립 70주년(9∙9절)을 계기로 새로운 성과를 과시해야 하는 때에 폼페이오 장관의 갑작스러운 방북 취소로 마음이 급한 쪽은 북한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습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에도 김 위원장과 대화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 미국 측은 북한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메릴 연구원은 아직도 상황이 나쁘지는 않다고 평가합니다.

하지만 앞으로 구체적인 조치 없이 상황이 지연되면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전 상황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미국이 종전선언과 대북제재의 완화 등 후속 조치를 취해야 하지만, 북한도 계약금 형식으로 이미 보유한 핵물질과 핵무기 일부를 내놓는 의지가 필요한 시기라고 메릴 연구원은 주장했습니다.

[존 메릴] 북한이 핵무기 50 -60개 양의 제조에 충분한 핵물질을 이미 보유하고 있는데, 북한이 왜 그렇게 많은 핵물질이 필요합니까? 왜 그중 일부를 내놓을 수 없습니까?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합의문 이행 과정에서 북한 측의 담보입니다. 핵물질과 핵무기의 이전은 비핵화 과정에서 북한이 제시할 수 있는 명백한 담보라고 할 수 있고, 이러한 담보는 핵무기 보유국으로 이전돼야 합니다. 중국이 제일 가까운 나라라고 할 수 있죠. 모든 것을 지금 포기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재차 강조하듯이 마치 계약금 같은 것입니다. 북한은 아무도 부정하지 못할 비핵화에 대한 확실한 계약금을 내놓는 것이 지금 해야 할 일입니다.

하지만 지난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취소됐던 당시와 달리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무산된 이후 북한의 침묵이 계속되는 가운데 외교적 압박을 노린 트럼프 대통령의 한 수가 과연 김 위원장을 움직일 수 있을지에 워싱턴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 미북 협상 교착국면에서 남북정상회담 역할에 관심

- 양보 쉽지 않은 미북 사이에서 운신의 폭 크지 않아

- 한국 정부 고려하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결정 우려

-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한미공조 더 긴밀하고 탄탄해야


이런 가운데 워싱턴에서는 오는 9월에 있을 남북정상회담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또 싱가포르 합의문의 이행을 위해 어느 시점에는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뿐 아니라 2차 미북 정상회담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일정이 재조정될 것이란 기대를 나타내지만, 미북 협상이 진전을 보이지 못하면서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지 않다는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또 한국 정부가 중재자로서 미국과 북한을 설득할 수 있겠지만,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마저 취소된 때에 미국과 북한이 서로 양보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킹 전 특사는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이 매우 신중하고 능숙한 외교력을 발휘했다고 전제하면서 한국 정부를 고려하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결정이 가장 우려스럽다고 꼬집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미북 사이에 중재자로서 역할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고, 어느 때보다 한미 간의 공조가 중요한 때에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한국 정부와 긴밀한 논의 없이 미북 협상 과정을 결정하고 진행한다면 새로운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미국 내 많은 한반도 전문가들도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한미 간의 긴밀과 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9월에 있을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에 기대를 나타내는 것이 미국 워싱턴의 분위기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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