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행정부 관리 “북, 비건 놓치면 손해”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19-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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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북 실무협상을 이끄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미국의 대북 실무협상을 이끄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연합뉴스

앵커: 대북 실무협상을 총괄하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에 대한 국무부 내 평가는 매우 좋으며, 여전히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고 미국 행정부의 한 관리가 밝혔습니다.

이 관리는 최근 ‘러시아 대사 지명설’, ‘국무부 부장관 임명설’ 등이 있었지만, 비건 특별대표 스스로 책임감 있게 북한 문제에 대한 진전을 이루고 싶어 하기 때문에 당분간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역할에 충실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좀처럼 실무협상에 나서지 않는 가운데, 미북 협상의 진전 없이 비건 특별대표가 다른 자리로 옮길 경우 북한은 좋은 협상 대상자를 잃게 될 것이란 충고도 잊지 않았습니다.

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 행정부 관리 “국무부 내 비건 대표 평가 좋아”

- 능력 뛰어나고 온화한 성품에 북핵 문제 진전 의지 있어

- “당분간 대북정책 특별대표 역할에 전념할 듯”

- 북핵 협상 과정에 실망과 피로감도…북한도 비건 대표에 대해 무난한 평가

- “비건 대표 물러나면 좋은 협상대상자 잃는 것”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가까이에서 지켜본 미국 행정부의 한 관리는 최근(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비건 대표에 대한 행정부 내 긍정적인 평가를 전했습니다.

언론과의 공식 인터뷰에 대한 사전 승인을 받지 않아 익명을 요구한 이 관리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직접 비건 대표를 추천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높은 신임을 보낼 만큼 매우 합리적인 인물로서 출중한 능력과 온화한 성품을 갖췄으며 국무부 내에서도 매우 평판이 좋다고 말했습니다.

또 비건 대표가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에 대해 확고한 목표 의식을 갖고 책임감 있게 이의 진전을 이루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사람이라며 최근 ‘러시아 대사 지명설’, ‘국무부 부장관 임명설’ 등이 있었지만, 당분간 대북정책 특별대표로서 역할에 전념할 것으로 본다고 이 관리는 관측했습니다.

실제로 비건 특별대표는 지난달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러시아 대사직을 맡을 것이란 언론 보도를 부인하며 “북한 문제의 진전을 이루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비건 대표가 북한과 실무협상을 주도하면서 북측에서는 비핵화에 관한 전문가나 결정권을 가진 사람이 나서지 않고, 실무협상을 비롯한 북한 문제가 좀처럼 진전을 보이지 않은 점에서 실망감과 피로감을 나타내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관리는 북한 측에서도 비건 대표에 대해 무난한 평가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실무협상의 진전 없이 비건 대표가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면 북한 입장에서도 좋은 협상대상자를 잃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미 해군분석센터의 켄 고스 국장도 최근(4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비건 특별대표가 북한 문제의 진전을 위한 열정과 좋은 생각이 있겠지만, 오직 북한의 관심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만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켄 고스] 북한은 비건 특별대표를 심부름꾼으로만 여기고 있습니다. 미국이 북한이 원하는 무언가를 내놓지 않으면 누가 그 자리에 있든 상관하지 않는 것이죠. 오직 트럼프 대통령에게만 관심이 있고, 비건 대표를 협상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 겁니다. 또 비건 대표가 협상 진전을 위한 열정과 좋은 생각을 하고 있어도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점도 있습니다.

고스 국장은 북한이 대화 상대로서 강경파 인물보다는 상대적으로 온화한 비건 대표를 선호하겠지만, 북한이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가 없는 한 누가 실무협상을 주도하든 신경 쓰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실무협상보다 두 정상의 탑다운, 즉 하향식 협상이 북핵 문제의 유일한 해법이 된 가운데 비건 특별대표의 역할에 한계가 있는 점도 아쉬움이라고 고스 국장은 덧붙였습니다.

미북 실무협상 재개, 아직 긍정적 신호 없는 듯

- 미 행정부 관리 “미북 간 신뢰 결여가 가장 큰 문제”

- 비핵화 로드맵과 대북제재 완화 사이 간극 여전히 커

- 워싱턴 전문가들 “실무협상 재개 여부, 안갯속”


이 행정부 관리는 실무협상 재개가 진전을 보이지 않은 이유로 미북 간의 신뢰 부재를 꼽으면서 미국이 주장하는 비핵화의 정의와 범위, 계획 등 로드맵과 북한이 요구하는 대북제재 완화 사이의 간격이 여전히 큰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6월, 판문점에서 미북 두 정상이 만난 이후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비건 특별대표가 계속 실무협상의 재개를 촉구했지만, 오히려 북한은 지난 7~8월에 걸쳐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로 대응했습니다.

최근에는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등이 서로 설전을 주고받으며 실무협상 재개 가능성이 더 안갯속인 가운데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도 실무협상 재개 시점을 놓고 관측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미 평화연구소의 프랭크 엄 선임연구원은 최근(28일) 현재로서 실무협상 재개 시점과 장소 등을 예상하는 것은 이르다고 말했습니다.

[프랭크 엄] 현재로서 알 수 없습니다. 미북 양측이 실무협상 재개를 위한 모종의 합의를 원하는데, 언젠가 실무협상이 열리긴 하겠죠. 하지만, 정확한 시점이나 장소를 예측하긴 어렵고요. 지금은 기다리는 시점이라고 봅니다.

전 미 국무부 국제 안보∙비확산 차관보를 지낸 토머스 컨트리맨 미 군축협회 이사장은 이른 시일 내에 미북 고위급 회담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토머스 컨트리맨] 저는 여전히 미북 고위급 회담이 곧 열리고 이를 통해 최종 비핵화 목표에 근접하는 중간단계에 도달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고스 국장도 자신이 만난 행정부 관리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북한이 빨리 실무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지만, 북한이 당장 실무협상에 나설 정도로 미국이 흥미로운 조건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거듭 지적했습니다.

고스 국장은 미국과 북한이 연말까지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면 북한이 또 다른 미사일 시험 발사로 미국을 압박하거나 미국이 아닌 중국과 관계 강화를 통해 새로운 길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켄 고스] 북한이 실무협상에 나서야 하고 비핵화를 해야 한다는 주장은 많은데, 정작 미국은 왜 대북 관여 전략에 변화를 주지 않는지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습니다. 그냥 미국의 정책이라고만 하죠. 이대로 가면 북한의 핵 능력은 점점 향상될 것이고, 핵무기에 관한 실험도 더 많아질 겁니다. 또 중국과 더 가까워져서 대북제재 완화를 모색할 수 있다고 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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