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트럼프 임기 내 성과 압박 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국 특사단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임기 내에 비핵화를 이루겠다고 언급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공동합의문 서명식을 진행하는 모습.

앵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국 특사단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임기 내에 비핵화를 이루겠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처럼 구체적인 비핵화 시간표를 언급한 배경에는 미국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제안을 통해 비핵화의 진정성을 피력하고 대화 국면을 이어가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입니다.

또 김정은 위원장으로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첫 임기 내에 비핵화 협상의 진전을 이루지 못하면 또 다른 기회를 보장받지 못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트럼프 행정부 첫 임기 내 비핵화’ 언급, 왜?

- 첫째: 미국이 납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시간표로 신뢰 구축

- 둘째: 대화를 통해 비핵화 협상 동력 유지

- 셋째: 트럼프 행정부를 북한에 주어진 작은 기회로 인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5일, 평양을 방문한 한국 특사단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임기 내에 비핵화를 실현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내에 북한과 미국의 70년간 적대 역사를 청산하고 미북 관계를 개선해 나가면서 비핵화를 실현했으면 좋겠다며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의 시간표를 처음으로 제시한 겁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 변함없는 신뢰를 나타내며 첫 임기 내에 비핵화 의지를 피력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미국이 받아들일 수 있는 구체적인 비핵화 시간표를 제시함으로써 북한의 진정성을 통해 비핵화 협상을 이어가고, 미북 관계를 개선하려는 의도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라는 시간표를 제시한 것은 임기 기간이 줄어들수록 북한에 주어진 기회가 적어지는 것을 김정은 위원장이 인지했음을 의미한다고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분석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한 첫 임기 내에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서 무언가를 얻어내지 않으면 두 번 다시 기회를 얻기 어려울 것이란 북한의 판단이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시간표에 담겨 있다는 설명입니다.

1.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작은 기회의 창(small window of opportunity)

- 북한을 상대해 준 유일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트럼프 대통령의 비전통적 방식이 북한에는 작은 기회

- 전직 관리∙의회 등에서는 여전히 불신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신뢰 보내줘

- 차기 대통령 선출 전에 트럼프 대통령과 진전 이뤄야 한다는 압박감


자유아시아방송이 접촉한 워싱턴의 많은 전문가는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만 합의하려 할 것으로 관측합니다.

미국 역사에서 북한 지도자와 만난 유일한 대통령이며 위에서 결정해 아래로 내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스타일을 북한은 기회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켄 고스 미 CNA국제관계국장은 7일 RFA, 자유아시아방송과 한 전화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있어 일반적이지 않은 대통령이자 기회임을 깨달았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켄 고스] 북한은 미국의 전통적인 대통령제 아래 무언가를 얻을 것으로 믿지 않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 작은 기회라는 것을 깨달았을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향식(위에서 결정해 아래로 내려가는) 외교 방식을 선호하고 있으며, 이것이 북한에 더 효과적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서 일반적이지 않은 대통령임을 알고 있으며 제한적이지만, 기회를 가졌다고 생각할 겁니다.

반면, 대북 협상에 관여했던 전직 관리 사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비전통적인 외교 전략이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습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도 최근 자유아시아방송에 부동산 사업에서 사용했던 협상 방식을 비핵화 과정에 적용하는 것은 외교가 아니라고 비난했고, 웬디 셔먼 전 국무부 정책 차관도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서는 숙련된 실무진에 의한 구체적인 대북외교정책이 필수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또 미국 의회의 상∙하원 의원들도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을 믿지 못하겠다며 더 구체적인 조치의 선행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7일 김정은 위원장이 제시한 비핵화 시간표에 대해 ‘아주 멋지고, 좋은 느낌을 갖고 있으며, 뭔가 일어날 것’이라고 바로 화답했습니다. 또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존경’이란 단어까지 사용하면서 북한의 체면을 세워주는 유일한 미국 대통령이기에 김정은 위원장도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안에 비핵화 협상에 나서려 한다는 것이 많은 한반도 전문가들의 관측입니다.

미국 평화연구소의 프랭크 엄 선임 북한전문가도 7일 자유아시아방송에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의 국내정치 상황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차기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될 지 알 수 없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과 최대한 비핵화 협상의 진전을 이끌고 싶은 의도가 클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프랭크 엄] 김정은 위원장은 차기에 민주당 출신의 후보가 대통령이 되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이를 대신하던 지금의 트럼프 대통령처럼 북한에 호의적이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을 겁니다. 따라서 미국과 관계개선을 도모하려면 지금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내에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았을 겁니다.

2. 중간선거 결과 이후 예측 못 해

- 11월 중간선거 이후 정치상황도 북한에 변수 가능성

- 민주당이 다수당 되면 전통적 외교방식, 전략적 인내 요구 가능성

- 공화당 승리하면 더 강경한 대북정책으로 압박할 듯

- 의회 지형 변화 따라 달라진 정치 상황에 협상 의지∙동력 떨어질 수도


오는 11월에 있을 미국의 중간선거도 북한에는 적지 않은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우선 중간선거에서 미국 유권자에게 북한의 비핵화는 주요 현안이 아닌 데다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협상 의지와 동력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작지 않아 보입니다.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해 의회의 다수당이 되면 트럼프 대통령의 비전통적인 외교 방식 대신 이전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로 돌아갈 것을 주문할 수 있고, 북한에 더 강경한 대북정책을 취하도록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적지 않습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 이후 한동안은 북한과 비핵화 협상에 흥미를 잃을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북한으로서 시간이 부족하다는 견해도 적지 않습니다.

또 프랭크 엄 연구원은 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한 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의 수위가 높아지고 탄핵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면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협상보다 국내 정치에 더 치중할 가능성도 거론합니다.

[프랭크 엄] 만약 민주당이 하원에서 다수당이 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를 고려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럼 몇 가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데, 첫째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정치에 주의를 빼앗겨 북한에 덜 집중한다는 겁니다. 그것은 문제가 되죠. 또 다른 하나는 국내 정치 현안과 탄핵 가능성에 대한 우려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문제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려야 하고, 이를 위해 북한에 대해 비전통적인 행동을 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 미국 워싱턴 분위기 "북한의 비핵화 시간표, 여전히 모호"

- 트럼프 임기 줄어들수록 김 위원장의 기회도 줄어

- 남북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에 '시간 없다' 설득 필요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라는 비핵화의 시간표를 제시했음에도 워싱턴에서는 여전히 비핵화의 정의와 범위 등은 모호하다는 입장입니다.

북한이 생각하는 비핵화와 미국이 요구하는 비핵화가 같은 의미인지 명확히 해야 하고 이런 가운데 오는 18일부터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비핵화 중재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 한반도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입니다.

또 문재인 한국 대통령도 7일, 올해 말까지 비핵화 문제에 진도를 내겠다고 밝혔습니다.

앞으로 2년 조금 넘게 남은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임기 기간이 줄어들수록 북한에 주어진 기회의 시간도 짧아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무산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도 미국과 북한의 정치 일정상 이른 시일 내에 이뤄질지도 확실치 않습니다.

결국,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내에 비핵화를 실현하고 싶다’고 밝혔지만, 미국의 정치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고 북한이 트럼프 행정부와 일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이제 김 위원장이 어떻게든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 워싱턴의 분위기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