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시진핑, 한반도로 돌파구 찾을 듯”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19-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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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해범 한국 조선일보 동북아시아연구소장.
지해범 한국 조선일보 동북아시아연구소장.
/RFA Photo-이규상

앵커: 다음 달 북중 수교 70주년을 맞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중과 북∙중 정상회담의 개최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중국에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더 커질 것이라고 한국의 한 중국 전문가가 주장했습니다.

그는 특히 미∙중 갈등의 악화, 홍콩 사태, 미북 대화의 재개 등으로 시진핑 중국 주석의 지도력이 위기를 맞고 있다며, 돌파구 마련을 위해 앞으로 시 주석이 연내 한국 방문 등 한반도 문제에 더 집중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노정민 기자가 최근(20일) 워싱턴을 방문한 지해범 한국 조선일보 동북아시아연구소장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중국, 은밀하면서도 치밀한 한반도 개입 전략 펼쳐

- 지해범 소장님. 오늘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소장님은 중국 전문가이시니까 미중 관계, 북중 관계를 중심으로 여쭤보겠습니다. 우선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최근 경질됐습니다. 앞으로 미국의 대중정책 또는 중국의 대북정책에 어떤 변화를 줄 수 있다고 예상하시나요?

[지해범 소장]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의 교체가 미국의 대북정책에 별다른 영향을 줄 것 같지는 않습니다. 현재 미국의 대북정책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고, 북핵 문제에 대한 미국의 입장도 그동안 보여줬던 원칙이 있기 때문에 쉽사리 변할 것 같지 않습니다. 미국의 대중 정책도 볼턴 보좌관의 관여가 크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미중 무역전쟁은 그동안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 대표의 주도로 진행돼 왔습니다. 그래서 볼턴 보좌관의 퇴진이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겁니다. 새로 국가안보보좌관을 맡은 로버트 오브라이언은 자기 원칙을 강조하기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잘 보좌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 합니다.

- 네. 그동안 한반도 문제에 있어 중국이 참 조용했던 것 같습니다. 이것을 두고 ‘전략적 관망’을 취하는 자세로 보는 관점도 있는데요.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어떻게 분석하십니까?

[지해범 소장]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 대해 ‘전략적 관망’ 자세를 유지해왔다는 지적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중국은 그동안 한반도 문제에 최대한 은밀하게 개입 전략을 취해왔기 때문입니다. 북한에는 핵 개발에도 불구하고 계속 경제적 지원을 해왔고, 밀수 등을 통해서 중국으로 가는 물자를 계속 흘러 들어가게끔 눈감아 주지요. 한국에 대해서는 사드 압박이라든지, 경제보복을 늦추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한미동맹을 약화하려는 외교전략의 일환입니다. 따라서 중국은 결코 한반도 문제에 ‘관망’하는 것이 아니라 은밀하면서도 치밀한 개입전략을 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미국의 대북정책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하셨지만, 일부에서는 강경한 자세에서 좀 완화되지 않을까라는 기대감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지해범 소장]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문제와 미∙중 패권 경쟁이라는 두 가지 상황을 최대한 이용해 미국의 양보를 끌어내려고 할 것입니다. 김 위원장의 전략은 “내가 트럼프 당신을 도와줄 수 있다”는 메시지를 계속 던지는 것입니다. 먼저 북핵 실무협상에서 양국이 단계적 비핵화에 합의하면 내년 대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유혹할 겁니다. 이는 지금까지 북한의 속임수 전략과 같은 것으로 미국이 이에 합의하면 사실상 북한 비핵화는 물 건너가게 됩니다. 일단 대북제재가 완화되기 시작하면 제재의 둑은 순식간에 무너질 것입니다.

또 김 위원장은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데 북한이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달콤한 카드도 내밀 것으로 예상됩니다. 어쩌면 싱가포르와 하노이에서 그런 대화가 오갔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귓속말로 하는 은밀한 약속은 가장 깨지기 쉬운 것입니다. 과거 북한의 조명록 장군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미국에 북한 원산항을 써도 좋다는 제안을 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정부가 이러한 북한의 공수표에 속지 않기를 바랍니다. 북한의 핵보유국 전략은 절대 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 네. 북한이 미국에 새로운 셈법에 대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체제안정, 대북제재 해제를 주장하는 것 같다는 분석이 있는데 이에 대한 중국의 생각은 무엇일까요?

[지해범 소장] 북한은 비핵화를 최대한 천천히, 최대한 세분화해서 하려 할 테고, 이 같은 비핵화 과정과 명분을 내세우면서 미국으로부터 체제안정을 보장받으려는 전략을 지금까지 취해왔죠. 중국은 이 같은 전략을 최대한 도울 겁니다. 왜냐하면,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체제안정을 보장받고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한반도에서 미군이 주둔할 명분이 약해지는 거죠. 중국의 전략은 한반도에서 미군이 철수하고 한미동맹이 없어지는, 그래야 한반도 전체가 중국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이 같은 북한의 전략을 계속 지원할 것이고요. 중국도 마찬가지로 자신이 원하는 친중적인 통일 한국의 목표를 추구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정치적 위기 직면한 주석…한반도 문제로 돌파구 모색할 듯”

- 다음 달이 북∙중 수교 70주년입니다. 그래서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과 함께 북∙중 정상회담 가능성이 커진 때에, 때마침 미북 실무협상도 조만간 개최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 달 북∙중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지해범 소장] 지금까지 시진핑 국가주석과 김 위원장 간 정상회담이 다섯 차례였어요. 김 위원장이 네 번 중국을 방문했고, 시 주석이 한 번 평양을 찾았는데, 지금까지 양국이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다 했다고 봅니다. 그리고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의 정상회담이 남북정상회담이나 미북 정상회담의 과정에서 나왔거든요. 그래서 북중 정상회담이라는 것이 결국은 미국이나 한국으로부터 최대한 무언가를 끌어내기 위한 외교적인 카드였다고 생각하고요. 김 위원장은 미북 대화를 하는 척하면서 이를 북∙중 정상회담에서 유리한 카드로 쓰고, 또 북∙중 정상회담을 미북 대화에서 더 발언권을 높이려는 양쪽을 카드로 이용하려는 외교 전략을 썼다고 봅니다. 과거 김정일 정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또 한 번 북∙중 정상회담이 열린다 해도 대단한 것이 나오지 않는다고 봅니다.

- 9월 초에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북한을 방문했는데요. 방북해서 어떤 논의를 했을까요?

[지해범 소장] 중국이야말로 자신의 외교 성과를 공개하지 않기로 유명한 나라 아닙니까? 중국의 인민일보나 신화통신을 아무리 찾아봐도 그 내용을 알 수가 없어요. 그래서 왕이 외교부장이 북한에 가서 김 위원장을 못 만났다는 것은 중국이 원하는 무언가를 북한이 들어줄 수 없다는 상징이라고 생각합니다. 뭔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북∙중 양국 간의 문제일 수 있죠. 예를 들어 군사적인 교류라든지, 북한이 미북 대화에 어느 정도의 의지가 있는지 확인할 필요도 있고요.

또 주목할 문제는 지금 시 주석이 정치적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의 경제가 나빠졌고 홍콩 시위는 제어할 수가 없죠. 홍콩 시위는 750만 주민 중에 200만 명 이상이 나왔습니다. 어린이와 노인 빼고 다 나왔다고 보면 됩니다. 지금 홍콩 사태는 시 주석이 더 통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고, 시 주석이 주도하는 중국 공산당 체제, 일국양제가 큰 실험대에 놓여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홍콩 사태가 대만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잖아요. 대만에서도 과거 국민당이 큰 인기를 얻다가, 지금은 차이잉원 민진당 총통이 인기를 회복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시 주석의 리더십이 큰 위기에 처했죠. 그래서 지금 시 주석이 점수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부분이 한반도 문제입니다. 아마 시 주석이 연내에 한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중국은 시 주석의 방한을 통해 한국과 외교적 성과를 이루고 한미동맹을 약화할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그동안 사드 보복으로 한국에 중국인 관광객을 제한적으로 보내고 있는데, 그것을 한꺼번에 풀어주면서 한국 정부가 직면한 경제적 곤경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와줄 수도 있다고 봅니다.

중국에 북한의 전략적 가치 상승…북∙관계 강화할 듯”

- 시 주석이 국내 현안과 다른 문제에 집중하느라 한반도 문제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는 지적도 있는데, 소장님께서는 반대로 분석하시는 것 같습니다. 최근 미∙중갈등이 장기화하면서 북∙중 관계가 더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지해범 소장] 맞습니다. 정확하게 지적하셨는데요. 북중 관계는 미중 관계와 미북 관계의 종속변수입니다. 왜냐하면, 중국의 외교전략은 미중 관계를 가장 우선시하고, 그 미중 관계에서 자국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거든요. 지금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뿐 아니라 패권 전쟁 상태로 들어서지 않았습니까?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해지면 심해질수록  중국에 있어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올라갑니다. 그래서 중국은 북한과 관계를 더 강화해야 합니다.

한 예로 시 주석이 2012년에 집권한 뒤 임기 5년 동안 북한에 대한 비핵화 압박을 강화했어요. 그러다가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이 이뤄지면서 시 주석의 태도가 바뀌었거든요.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기 직전에 김 위원장을 중국으로 불러 정상회담을 했죠. 이것은 미북 관계 혹은 한반도 상황에 따라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달라진다는 겁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중국에 있어 북한의 가치는 더욱 커질 것이고, 중국은 계속 북한을 더 중시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 소장님께서는 그동안 한국의 대중 외교정책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중국은 한국에 있어 경제적 측면, 북핵 문제 등에서 매우 중요한 국가인데요. 앞으로 한국의 대중 정책은 어떻게 전개돼야 할까요?

[지해범 소장] 한국 내에서 ‘경제에 대한 중국의 비중이 너무 크다. 그래서 우리가 중국을 무시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지금은 그렇다고 볼 수 있지만, 미래는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중국 내에서 한국 제품은 계속 밀려나고 있는 상황이에요. 자동차, 가전, 휴대폰, 조선 등이 다 중국에서 퇴출되고 있어요. 반면, 미국 시장에서 한국 상품의 지위는 견고합니다. 여전히 자동차는 일정한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고, 휴대폰도 잘 팔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중국 시장을 과대평가할 필요가 없고요.

더 중요한 것은, 미래는 기술 패권의 시대입니다. 우리가 미국, 독일, 일본 등과 경제협력을 강화해서 선진기술 확보에 노력을 기울여야 중국과 기술격차를 유지할 수 있고, 그랬을 때 중국도 계속 한국상품을 사러 옵니다. 기술격차를 잃는 순간 한국 기업들은 중국 대기업의 하청기업으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중국 경제의 비중을 과대 평가할 필요가 없다고 보고요.

또 중국은 공산당이 통치하는 나라입니다. 공산당은 대한민국이 중시하는 자유, 민주, 인권, 법치 등의 가치를 전혀 중시하지 않습니다. 중국의 사회주의 체제와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과연 원만하게 공존할 수 있을까에 대한 문제도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봅니다.

- 네. 지해범 소장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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