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 “김 위원장 사과, 내부 불안 방증”

워싱턴-한덕인 hand@rfa.org
2020-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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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해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공무원이 북한에서 총격 살해된 사건과 관련해 우리 측에 공식 사과한 25일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에서 바라본 북한 개머리해안에 포문(붉은 원안)이 닫혀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해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공무원이 북한에서 총격 살해된 사건과 관련해 우리 측에 공식 사과한 25일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에서 바라본 북한 개머리해안에 포문(붉은 원안)이 닫혀 있다.
/연합뉴스

앵커: 최근 북한 해역을 넘어간 한국 공무원이 피격된 사건이 발생해 큰 논란이 일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에 대한 사과 의사를 밝힌 가운데 미국의 저명한 한 한반도 전문가는 이번 사건에 대한 한국 정부의 초기 대응이 적절했다고 평가했습니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가이익센터 한반도 담당 선임국장.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가이익센터 한반도 담당 선임국장. /국가이익센터 홈페이지

이 전문가는 김 위원장의 이례적인 사과가 북한의 불안한 내부 상황을 방증하는 신호라고 지적하면서도, 남북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북한의 진정성을 엿볼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그는 김 위원장이 사과의 뜻을 나타냄으로써 남북 관계 진전의 동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고 진단하면서 최근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제안한 종전선언, 즉 북한과의 평화협정 체결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의 향방에 달렸다고 전망했습니다.

미국 국익연구소(CNI)의 해리 카지아니스 한반도 담당 선임국장의 견해를 한덕인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북, 남북긴장 고조 원치 않은 듯”

기자: 안녕하세요. 카지아니스 국장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최근 서해 북단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한국 공무원이 북한 해역에서 총격 살해된 사건에 대해 미안하다는 입장을 담은 통지문을 한국 측에 전했습니다. 북한의 빠른 대응과 김 위원장의 사과를 어떻게 보십니까?

[해리 카지아니스 국장] 두 가지를 주목해야 할 것 같습니다. 첫째는 해당 사건에 대해 김 위원장이 미안하다고 밝힌 점은 현재 북한이 얼마나 꽉 막힌 상황에 놓여있는지를 방증하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현시점에서 남북 간에 긴장이 고조되면 북한도 최악의 시기를 마주해야 할 수도 있다는 점을 김 위원장이 인지하고 있는 듯합니다. 사람들이 다시 무력 충돌을 논하기 시작하거나, 더 많은 대북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상황을 피하고 싶어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제가 볼 때, 김 위원장이 해당 사건에 대한 전적인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 한국 측에 사과한 것인데, 통지문에서 김 위원장이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미안하다는 점을 언급하며 조의를 표한 것은 다소 놀라운 부분입니다.

두 번째는 북측이 해당 통지문을 남측에 전달한 속도가 매우 빨랐다는 점도 나름대로 진정성이 있다고 해석 가능한 신호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국민을 핍박하는 전체주의 북한 정권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치를 실행에 옮겼다는 점은 눈여겨볼 사안입니다.

기자: 해당 사건에 대한 한국 정부의 초기 대응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사건이 발생한 후 북한에 즉각적인 해명을 요구했고, 우선은 김 위원장의 사과를 받아낸 것으로 보이는데요.

[해리 카지아니스 국장] 절제되고 적절한 대응이었다고 봅니다. 이런 상황에서 책임있는 정부(responsible government)는 제기되는 많은 추측성 의혹을 떠나 먼저 사실관계를 분명히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실관계를 대중에 숨길 이유도 없을 것이라 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데 매우 적극적인 입장임은 분명하지만, 동시에 북한도 평화 구축에 화답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갖고 있습니다. 만약 북한이 이같은 상황에서 오히려 한국에 적대적인 태도를 취했다면, 문 대통령 역시 북한과 무언가를 계속 이뤄가야 할 동력을 완전히 잃게 됐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또 저는 한국이 이번 사건에 대해 북한을 규탄할 절대적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고요. 어떤 이유이든 한 사람의 생명을 앗아간 북한의 행위는 인권이나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것과 거리가 아주 멀다는 것이 분명합니다. 해당 사건에 대한 북한의 해명이 사실인지 아닌지 알 수 없지만, 아무런 언급 없이 묵묵부답으로 대응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합니다. 또 많은 의혹이 제기되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비록 북한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해당 사건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를 한 것은 나름 적절한 대응이었고, 한국 정부가 북한 측의 통지문을 대중에 숨기지 않고 공개한 것도 옳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종전 선언 논의는 미 대선 이후에 가능”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제75차 유엔총회의 기조연설에서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이 계속된다면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가 반드시 이뤄질 수 있다고 변함없이 믿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종전선언을 통해 화해와 번영의 시대로 전진할 수 있도록 유엔과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는데요. 현재 유엔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한반도 종전선언에 힘을 보태게 될 가능성은 어떻다고 보십니까?

[해리 카지아니스 국장] 평화협정에 대해 진지한 얘기를 하기 위해서는 우선 오는 11월 미국 대선 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봅니다. 대선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북한과 어떠한 진전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만약 문 대통령이 북한과 평화협정 체결을 앞당기고자 한다면 아마도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는 것을 더 원하리라 생각하는데요. 왜냐하면 만약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 북한과 긴장완화(détente)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어 보이는 측면이 다분하기 때문입니다. 대체로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 오히려 앞서 실패한 ‘전략적 인내’ 정책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 않습니까? 우선 어떤 행정부가 차기 미국 행정부를 이끌게 될 것인지 명확해진 후에야 문 대통령이 제안한 종전선언 논의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저는 평화협정 체결이 북한과의 관여에 있어 가장 당연한 첫걸음이 돼야 할 것으로 봅니다. 저는 이번에 문 대통령이 유엔 연설에서 종전선언을 강조한 것은 만약 종전선언을 지지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를 대비해 향후 관련 논의를 이어가기 위한 일종의 기반을 마련해 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역시 전시상황에서 핵무기를 포기한다거나 비핵화를 하지 않을 것은 분명하고요. 따라서 저는 최근 문 대통령의 제안이 어떻게 보면 매우 당연한 일이고, 이치에 맞는 결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트럼프 재선되면 종전선언에 힘 실을 수도”

기자: 그렇다면 국장께서는 차기 바이든 행정부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에 미국 정부가 종전선언을 위해 힘을 보탤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고 계시는군요?

[해리 카지아니스 국장] 네. 분명히 그럴 거라고 봅니다. 제가 앞서 대화를 나눴던 현 행정부 관리들도 북한과 합의를 이루는 큰 그림에서 평화협정 체결을 지지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 지난 하노이 정상회담을 기억하신다면 트럼프 대통령도 당시 평화협정에 대해서 김 위원장과 논의했다고 밝힌 바 있고, 당시 언론에서도 이에 관한 많은 보도가 있었습니다. 다만 염두에 둬야 할 것은 평화협정 체결이 북한과 관계 정상화를 위한 올바른 첫걸음으로써 자리 잡도록 세심한 조율과 관심이 요구될 것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추구할 것으로 생각되고, 저 역시 이것은 당연히 해결돼야 할 문제라고 보고 있습니다.

기자: 북한과 종전선언이 미국 의회에서 초당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을까요? 이번 회기에 북한과의 종전선언을 추진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하원 결의안의 경우 현재 지지입장을 밝힌 47명의 의원들이 모두 민주당 소속인데요.

[해리 카지아니스 국장] 종전선언의 신속한 추진을 원하는 입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고, 해당 사안의 실현 의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해 힘을 실어줌으로써 이를 동력으로 삼아 의회가 하나의 협정을 마련하는 전개를 예상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조약이 아니기 때문에 구속력이 없고, 상징성을 전하는 수단이라는 점을 되새길 필요가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종전선언 결의안과 같은 안건에 대해 공화당 측의 지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행보를 취하느냐에 따라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다만 지금은 거의 모든 의원들이 코앞에 다가온 선거 일정에 모든 신경이 쏠려 있는 상황이고, 특히 최근에는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전 연방대법관의 후임을 정하는 일로 사실상 북한에는 신경 쓸 겨를이 없는 상황입니다.

기자: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나서서 종전선언을 강조한다면요?

[해리 카지아니스 국장] 네. 물론입니다. 많은 공화당 의원들이 따라갈 것이라 생각하고, 특히 최근 하원에서는 포퓰리스트적인, 즉 대중적 기류를 따르는 추세가 드러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어떤 기류가 조성된다면 50명, 또는 심지어 100명의 지지를 구하는 것도 가능한 일입니다.

“미 행정부가 주시하는 두 가지, ‘핵실험’과 ‘ICBM’”

기자: 최근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가 그동안 북한이 미 대선 기간에 도발이 잦았다는 분석을 제기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해리 카지아니스 국장] 매우 좋은 분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대선 이전에 앞으로 몇 주 간 북한이 과연 어떠한 도발적인 행동을 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더 눈에 띄는 사안이라 생각합니다. 또 북한의 특정 행위에 대해 ‘도발적(provocative)’이라는 의미를 부여하는 데 있어 기준이 많이 바뀐 부분이 없지 않습니다. 단거리, 중거리, 또는 심지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도 백악관이 일종의 도발로는 치부하지 않고 있는데요. 제가 보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을 끌어낼 수 있는 것은 대륙간탄도미사일과 핵실험, 이렇게 두 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이전부터 트럼프 행정부가 제시한 마지노선(red line)이고, 이런 전제하에 추진되는 대북정책은 현재 미 행정부 관리들 사이에서 일반화된 개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물론 저는 이것이 절대 올바른 방식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백악관이 북한에 대해 수용할 수 있는 범위가 늘어났다는 점은 명백하다고 봅니다. 2017년의 ‘화염과 분노’의 시절을 떠올려 봤을 때 당시에도 북한과 핵전쟁 얘기가 나왔던 이유도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현 행정부가 주시하는 것은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딱 두 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자: 며칠 전에도 미 백악관 관리와 정보당국자의 우려하는 바를 직접 기고하셨는데요. 만약 북한이 11월 대선 이전에 열병식에서 개량된 대륙간탄도미사일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공개한다거나 또는 핵실험을 재개한다면 상황은 어떻게 흘러갈까요? 마지노선을 넘는 행위를 한다면 말이죠.

[해리 카지아니스 국장] 열병식에서 공개하는 수준이라면 트럼프 대통령 또는 바이든 후보가 대북정책을 수정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추가 제재를 논의하는 일도 없을 거라고 예상하는데요. 조금 전에 말씀드렸듯이 북한을 대하는 워싱턴의 분위기가 많이 바뀐 상태이고,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시험발사 또는 실제로 핵을 터뜨리지 않는 이상 대북정책의 변화는 없을 것으로 봅니다. 많은 우려가 제기될 수 있지만, 미 정부가 총괄하는 대북정책의 방향이 뒤바뀔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죠. 뉴스성도 많이 떨어지는 사안이 됐습니다. 이는 그만큼 북한의 무기 역량이 상당한 수준으로 발전했다는 점이 각인됐기 때문이고, 이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그것이 사실이라는 점도 받아들여야겠죠.

기자: 마지막으로, 만약 북한이 대선을 한 달 앞둔 10월 중 어떠한 도발을 감행한다 해도 각 대선 후보의 지지율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볼 수 있나요?

[해리 카지아니스 국장] 현재 북한은 미국 대선을 뒤집을 수준의 화두가 아니라고 봅니다. 정말 만약에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달 갑자기 아시아행 비행기를 타고 가서 북한과 평화협정에 서명한다면 모르겠지만, 실제로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봅니다. 이같은 극적인 상황을 제외하고는 북한이 선거 이슈로 떠오를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 솔직한 저의 생각입니다.

기자: 네, 해리 카지아니스 국장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오늘은 미 국익연구소의 해리 카지아니스 한반도 담당 국장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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