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종합병원 ‘껍데기 완공’ 그칠 듯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20.10.06
py_general_hospital_b 사진은 평양종합병원 건설 현장.
/연합뉴스

앵커: 올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핵심 사업 중 하나인 ‘평양종합병원’이 외관 공사를 거의 마친 가운데 예정대로 노동당 창건 기념일인 오는 10일에 완공식을 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하지만 병원으로써의 역할을 하기에는 여전히 준비가 부족해 ‘껍데기 완공식’에 그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양종합병원, 예정대로 10일에 완공식 가능성

북한 노동신문이 최근(9월 13일) 공개한 평양종합병원 건설 공사 사진을 분석해 보면 약 7층 높이의 건물 위에 17층 정도 되는 두 개 빌딩이 우뚝 솟아있으며 구름다리가 그 사이를 연결하고 있습니다. 주상복합형식으로 지어진 평양종합병원은 한눈에 보기에도 매우 큰 규모를 자랑합니다.

위성사진 업체인 ‘구글어스’가 촬영한 평양종합병원 건설 공사 모습.(2020년 6월 17일)
위성사진 업체인 ‘구글어스’가 촬영한 평양종합병원 건설 공사 모습.(2020년 6월 17일)
/구글 어스 캡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3월 17일에 착공식을 한 이후 노동당 창건 기념일인 오는 10월 10일까지 평양종합병원의 완공을 지시하면서 건설공사는 최근까지 매일 24시간 3교대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처럼 북한이 거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은 결과 외관 공사는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오는 10일, 예정대로 완공식은 가능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관측입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전력 시설과 의료 장비 구축 등 내부 공사와 의료진 배치 등이 여전히 미흡할 것으로 예상돼 평양종합병원이 제 역할을 하기에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란 회의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 의료 보건 전문가인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 센터장은 최근(10월 6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지난 5월 순천비료공장 준공식처럼 보여주기식 완공식은 할 수 있겠지만, 병원 업무를 시작할 만큼 역량을 갖추지 못했을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안경수 센터장] 오는 10일에 평양종합병원을 공개하고 완공식 행사 정도는 할 수 있습니다. 제 생각에 그것은 할 것 같습니다.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10월 10일까지 완공한다고 공표했고, 지난 7월에도 현지 지도를 했기 때문에 완공을 안 할 수는 없는데요. 그 완공의 의미가 내장재와 모든 설비, 병원 업무를 시작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는 거죠. 다른 전문가들도 앞으로 1년은 더 걸릴 것이라고 하는데, 이런 것은 오래 걸립니다.

제롬 소바주 전 유엔개발계획(UNDP) 평양사무소장도 최근(10월 5일) 미 조지워싱턴대학 한국학연구소가 개최한 온라인 화상 토론회에서 ‘코로나19’ 대유행과 대북제재 등에 따른 어려운 상황 가운데 평양종합병원의 완공 가능성을 묻는 자유아시아방송(RFA)의 질의에 “아무리 여건이 나빠도 보여주기 위한 노력은 있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No matter how bad things may be, there will always be an effort to showcase Pyongyang.”)

[제롬 소바주] 평양종합병원과 관련해 북한은 늘 평양을 멋진 도시로 만들기 위한 전시성 목적도 있다고 봅니다. 평양의 보여주기식 사업의 하나로 평양종합병원의 건설 공사를 계속 목격하게 될 겁니다.

소바주 전 소장은 대북제재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일부 도움을 받았고, 평양종합병원에 우선적으로 공급품을 배치했겠지만, 기본적으로 북한이 에너지 인프라와 보건 체계를 복구하려면 수십억 달러가 필요하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To repair the energy infrastructure and the health system, however, would take billions of dollars.)

북한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평양종합병원이 병원 내부의 모든 시설을 완벽하게 갖추고 병원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데, ‘코로나19’와 대북제재 상황에서 그럴 만한 여력이 없다는 설명입니다.

지난 7월 20일, 김 위원장이 평양종합병원의 건설 현장을 시찰할 당시 ‘예산을 바로 세우지 않고, 마구잡이식 조직사업을 진행한다’라며 현장 책임자를 질책한 이유의 배경에도 병원 내부 공사와 의료 장비 마련에 대한 부진을 지적한 것이란 분석입니다.

미 스팀슨센터의 벤자민 카제프 실버스타인 객원연구원도 지난 5월, ’38 노스’에서 발표한 기고문에서 북한 내 여러 고급 의료기관을 방문한 소식통을 인용해 평양종합병원이 멋지게 꾸며진 것처럼 보이겠지만, 실제로 이곳에서 치료를 받는 환자는 극소수일 것으로 본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평양종합병원은 김 위원장의 오랜 계획 사업


한편 평양종합병원 건설은 김정은 위원장이 오래전부터 계획을 세우고 추진한 사업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실버스타인 연구원은 북한 매체가 지난 몇 년 동안 주민들의 건강 관리를 강조해왔고, 김 위원장도 북한 주민의 전반적인 생활 수준을 높히겠다는 의지를 나타내며 과학기술 발전에 우선순위를 둔 것이 평양종합병원 건설과 맞물린다고 해석했습니다.

실제로 북한이 최근 몇 년 동안 류경치과병원, 정성제약종합공장, 대동강주사기공장 등을 새로 짓거나 현대화했고, 인공무릎관절, 척추교정 의료용 장비, CT 스캐너 등을 자체적으로 제작하는 등 과학기술과 의료발전이 김 위원장에게는 우선순위의 영역이었다는 겁니다. 따라서 앞으로 북한에서 자체 생산하는 의료기기와 물품들이 평양종합병원에 공급될 가능성도 커 보입니다.

안 센터장도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이후 보건 의료의 현대화, 대형화, 전문화에 대한 계획이 이미 수립됐고, 주민들에 대한 복지 차원에서 이를 시행하면서 평양종합병원을 지었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평양에 있는 두 개 의과대학 학생들에게 평양종합병원이 교육현장의 역할도 감당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안경수 센터장]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 시기에 평양에 대형전문병원을 건설하고 현대화했습니다. 북한의 병원 체계는 전문병원과 종합병원 두 개로 나뉘거든요. 평양에서 대형 전문병원을 신설하고 현대화했기 때문에 다음 수순으로 종합병원의 신설과 현대화할 것으로 예상했고요, 그래서 평양종합병원이 나오게 된 것이죠. 평양종합병원처럼 규모가 큰 병원을 ‘코로나19’ 때문에 갑자기 계획을 세워서 건설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되죠. 이미 다 계획에 있었던 겁니다.

또 평양종합병원이 앞으로 어떻게 운영될지에도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시장경제를 기반으로 한 의료체계 구축의 계기가 될 것이란 관측도 있습니다. 물론 평양종합병원에서 일부 진료과목은 평양의 일반 대중에서 무료로 개방되겠지만, 앞으로 운영을 위해서는 민간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한 예로 북한의 노동신문이 지난해 12월, ‘치료관광교류사’를 출범하고 국제사회의 추세에 따라 외국인을 대상으로 백내장 수술, 치과 임플란트, 종양 치료 등을 포함하는 ‘의료관광’ 사업에 집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따라서앞으로 평양종합병원이 북한의 의료관광 사업에 활용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안경수 센터장] 평양종합병원이 무상치료체계 안에서 운영되겠지만, 계속 한계가 올 수 있고 도전을 받을 수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병원에서 근무하는 북한 의사들의 월급이 너무 적고요. 사적인 의료체계가 광범위하게 퍼져있습니다. 동네마다 치료소가 있고 약국 등이 있기 때문에 평양종합병원도 국영 무상치료로 운영하겠지만, 급여의 한계 등 여러 어려움이 있을 수 있어서 어떤 식으로든 나름대로 방법을 강구해나갈 겁니다.

전문가들은 평양종합병원 건설을 본보기로 북한 전국에 걸쳐 병원의 현대화 사업이 계속 추진될 것으로 내다봅니다. 또 평양종합병원 건설에 전국이 동참함에 따라 평양만이 아닌 전 국민의 사업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주민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재정 수입을 꾀하며 과학기술 분야에서 국가적 위상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건설된 평양종합병원이 언제쯤 제 역할을 하게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