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내부 ‘김정은 외교 실익없다’ 불만”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19.10.09
NORTHKOREA_USA_SWEDEN_b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지난 5일 스톡홀름 외곽 북한대사관 앞에서 이날 열린 북미 실무협상 관련 성명을 발표하고 "북미 실무협상은 결렬됐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앵커: 저명한 한반도 전문 기자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한반도 담당 편집위원과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 시간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 하노이 회담 실패 뒤 대미전략 180도 바꿔

<기자> 미국과 북한이 지난 주말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연 비핵화 실무협상이 결렬됐습니다. 마키노 편집위원님, 베트남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 뒤 7개월 만의 만남이었는데요 먼저 이번 협상이 결렬된 원인, 뭐라고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편집위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편집위원.
사진 제공-마키노 요시히로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 김명길 수석대표는 미국이 빈손으로 협의에 임했다고 말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도 10월6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통해 미국이 적대시정책을 철회하지 않으면 협의에 임하지 않겠다고 전했습니다. 제가 보기로는 북한은 지난 2월에 있었던 하노이 정상회담을 외교적 실패로 보고 전략을 180도 바꿨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미국이 새로운 계산법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건 북한이 하노이 정상회담 뒤 최고인민회의 때까지 총화를 가졌는데 제가 듣기로는 북한 내에서 당시 북미협상을 담당했던 김영철, 김혁철 등에 대해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나 억류됐던 미국인 석방 등 북한만 양보했고 미국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너무 많이 양보했고 이게 북한이 실패한 원인이라는 비판을 받았다고 합니다. 북한은 먼저 지난해 6월 싱가포르 공동성명 때까지 되돌아가 미국이 먼저 한미연합훈련을 취소하거나 북한에 대한 제재를 완화한다거나 그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협상을 시작하지 않는다는 새로운 전략을 세웠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스톡홀름에서 북한 대표단은 미국이 그런 양보를 한다는 자세를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에 김명길이 협상이 결렬됐다고 얘기한 걸로 생각합니다.

스톡홀름에 미국 측 핵 폐기 협상 전문가 동행 안해

<기자> 지적하신 대로 회담 결렬 뒤 나온 양 측의 반응이 사뭇 달랐는 데요, 북한은 미국이 빈 손으로 회담에 나왔다고 비난한 반면 미국은 창의적인 방안을 가져갔고 좋은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이 새로운 방안을 제시했지만 북한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걸로 보이는 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방안인지, 취재해 보셨습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미국 측 협상단으로선 이번엔 실질적인 협상이 아니라 그냥 의제를 설정하는 자리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 증거로 이번 협의에서는 미국 쪽에서 비건 대표나 램버트 부대표, 후커 NSC보좌관 등이 참가했는데 핵폐기 협상에 정통한 전문가는 참가하지 않았습니다. 그건 이번에는 의제만 설정하고 구체적인 협상은 다음에, 2주 후에 시작하면 된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미국 양보 어려워…북, 긴장고조 나설 수도

<기자>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미국의 한미연합훈련 재개과 대북제재 강화를 콕 짚어서 이번 실무협상이 결렬된 원인으로 비난했습니다. 결국 연합훈련을 중단하고 제재를 완화하라는 요구인데 미국은 최소한 비핵화 최종상태에 대한 정의와 로드맵, 즉 세부 이행계획을 북한이 내놔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양 측이 협상 시한으로 정한 올 연말까지 이견을 좁힐 수 있을 걸로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북한은 미국이 한미연합훈련 취소나 제재완화를 않는 한 새로운 협의에 응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마 지금 단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은 절대 북한을 (군사적) 공격하지 않을 걸로 북한은 계산하고 있는 듯합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공격하기라도 한다면 자신이 얘기해왔던, 북한이 핵실험과 ICBM 시험을 취소하고 한반도에서 위협이 사라졌다고 한 게 거짓말이 되기 때문에 그렇게는 하지 않을 거라고 북한은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정도니까 오히려 북한은 협의에 응하지 않은 것 외에도 풍계리 핵실험장 복구 공사나 인공위성 운반용 로켓 발사라든가 하는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동을 취할 수도 있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 아래서 미국이 새로운 양보를 한다는 건 도저히 생각할 수  없고 아마 미국 의회도 (양보에) 찬성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 북 전략 오판…실무협상 직전 SLBM 시험 발사 예상 못 해

<기자> 그런데 북한은 이번 실무회담 직전 신형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SLBM을 전격 시험 발사했습니다. 일본 내 군사 전문가들의 평가는 어떻습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쪽 군사 전문가들의 분석을 많이 취재했는데요 SLBM이 상승단계에서 일부분이 부러졌지만 시험은 성공했다고 (평가하는 걸로) 저는 듣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 정부는 언급하지 않고 있지만 미사일이 떨어진 수역이 일본이 베타적경제수역, EEZ라고 주장하는 수역이지만 동시에 한국 쪽에서도, 독도 주변이라서, 한국 쪽도 EEZ라고 주장하는 수역이라고 저는 듣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북한은 제가 보기에 일본과 한국이 대립하는 수역에 일부러 정확하게 낙하시켰습니다. 일본과 미국, 한국은 사전에 북한이 새로운 SLBM을 개발하고 있다는 첩보는 있었고 이를 예상하고 있었지만 북미 실무협상 이전에 발사한다는 건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저는 듣고 있습니다. 그 증거로 미국의 미사일 추적함 하워드 로렌젠 호가 (북한의 SLBM) 발사 당시에 동해에 있지 않고 규슈지방 남측 해상에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미국도 북한의 전략이 많이 바뀌었다는 걸 예상하지 못했다는 그런 증거 중에 하나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외교협상에도 경제적 이익 없다’ 북 내부서 불만

<기자> 그런데 기대를 모았던 실무협상도 결렬되면서 북한 내부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올 듯 합니다. 북한 내부 상황, 어떻습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이 이처럼 강경한 태도를 취하는 가장 큰 이유가 북한 내부의 불만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여러가지 외교적 협상을 많이 해왔는데 경제적인 이익은 거의 얻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 내부에서 불만이 고조되고 있고 북한은 그 책임이 김 위원장이 아니라 당 고위 간부들에 있다고 강연회에서 주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김 위원장도 주변에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나 중국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많이 내고 있다고 저는 듣고 있습니다. 그 증거로 지난 9월 북한을 방문했던 왕이 중국 외교부장도 김 위원장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북한이 그 정도로 중국에 대해서 불만이 많다는 걸 표시했다는 거라고 저는 듣고 있습니다. 역시 중국의 협력 없이는 (북한이) 살아가기 어렵기 때문에 연말까지는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방문할 때까지 최대한 압박하면서 중국에서 얻어낼 수 있는 건 최대한 얻어낼 수 있도록 압박하는 노림수를 취할 거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기자> 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