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스 “제재는 도구... 목적 아냐”

워싱턴-노정민, 한덕인, 서재덕 nohj@rfa.org
2018.10.11
Kathleen_Stephens_main_b 10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인터뷰 중인 캐슬린 스티븐스(Kathleen Stephens)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
RFA PHOTO/ 이규상

앵커: 주한미국대사를 역임한 캐슬린 스티븐스(Kathleen Stephens)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과 미북 정상회담 개최 등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매우 중요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앞으로 실무차원의 진전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스티븐스 소장은 정상국가의 이미지를 원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그 연장선에서 교황을 초청한 것 같다면서 북한 주민의 종교 자유가 개선될 수 있다면 교황 방북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과거에는 한반도 문제에서 미국의 결정에 한국 정부가 따라가는 모습이었다면 지금은 그 관계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며 한국 정부의 핵심적인 역할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노정민 기자가 스티븐스 한미경제연구소( KEI) 소장을 만났습니다.

- 최근 미국 국무장관의 네 번째 방북은 중요한 변화

- 고위급 합의 이후 외교관들의 실무 협상 진전이 중요


- 스티븐스 소장님. 뉴스메이커를 위해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KEI의 신임 소장으로서 요즘 바쁘게 지내실 것 같습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얼마 전 방북했고, 미국 정부는 비핵화에 대한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반면 많은 전문가는 여전히 미흡하다고 지적하는데요, 소장님의 견해는 무엇입니까?

[캐슬린 스티븐스] 저는 두 가지 관점 모두 옳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중요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지난 70년 동안 미국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이 단 한 번 있었지만, 최근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평양을 네 번이나 방문했다는 사실은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비핵화 합의는) 매우 구체적인 과정이 필요한 사안들이며 조만간 이에 대해 알 수 있겠지만, 우리는 아직 그 초기 단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 북한이 사찰단을 받아들여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긍정적인 조치이지만, 결국 영변 핵시설 사찰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종전선언을 위해 북한이 취해야 할 ‘플러스 알파’(추가조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캐슬린 스티븐스] 북한과 협상에는 핵, 미사일, 남북 관계와 신뢰 구축, 경제적 제재 등 여러 복잡한 문제가 얽혀있습니다. 이런 사안들이 진전되기 위해서는 깊이 있는 논의와 협상이 필요합니다. 어떤 순서로 무엇이 먼저가 돼야 하는지에 대한 추측은 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과거 다른 나라나 북한과 협상을 통해 깨달은 사실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외교관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협상이 존재하는 이유이며, 제가 실제로 목격하고 싶은 것은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에서 합의가 이뤄진 사안들에 대한 실무차원의 진전입니다.

풍계리 핵실험장의 폐쇄와 사찰단이 그곳에 갈 수 있게 된 것은 긍정적인 일이 분명합니다. 영변 핵시설의 완전한 해체에 대한 북한의 약속도 매우 중요하지만,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이를 이행할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사안들을 논의하기 위해 외교관들이 한곳에 모여 이행 사안의 목록을 작성할 겁니다. 이는 간단한 일이 아니며, 많은 공을 들여야 할 작업입니다. 그래야 실질적인 조치가 취해지기 시작할 겁니다. 이것이 현재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 대북제재는 도구이지 목적은 아냐, 협상 안건 중 하나로 논의돼야

- 평화체제 구축에 도움될 만한 표현 필요

- 비핵화까지 시간 걸릴 듯, 내년에 일어날 일들이 중요


주한미국대사를 역임한 스티븐스 소장은 자유아시아방송에 “한반도 현안에서 매우 중요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앞으로 실무차원의 진전이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 정부가 한반도 문제에서 매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과거 한미관계와 역할이 달라진 점도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주한미국대사를 역임한 스티븐스 소장은 자유아시아방송에 “한반도 현안에서 매우 중요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앞으로 실무차원의 진전이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 정부가 한반도 문제에서 매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과거 한미관계와 역할이 달라진 점도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FA PHOTO/ 서재덕

- 미북 정상회담의 개최는 기정사실화됐습니다.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반드시 다뤄지고 합의해야 할 내용은 무엇일까요? 반면, 아직 합의하기에는 성급하다고 생각하시는 내용은 무엇일까요?

[캐슬린 스티븐스] 다시 한번 말씀드리면 이것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 이전에 실무급에서 논의돼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제재에 관한 제 생각은, 제재는 하나의 도구이지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닙니다. 제재를 통해 북한이 약속했거나 아직 약속하지 않은 사안들을 이행토록 독려하는 겁니다. 그래서 제재 문제도 협상의 안건 중 하나로 논의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새로운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저는 실제로 한국전쟁의 종식과 관련한 개념에 대해 많은 오해나 역사적 혼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오랜 세월 한국과 관련된 사안들을 다루며 일하는 동안 명확한 점은 미국인들이 결코 북한과 전쟁하고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과거 트루먼 대통령은 ‘유엔의 치안 활동’이라고 칭하기도 했는데, 수사적인 언어 표현의 차이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이것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미국이 한반도에서 전쟁에 관여하고 있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는 점을 이미 분명히 해왔다고 봅니다.

하지만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길 원하지 않는다는 점과 평화체제의 구축을 위한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도움이 될 만한 표현을 하거나 관련 조치를 취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한 미북 대화는 중요한데요. 미국의 발언이 북한을 안심시킬 수 있으며, 반대로 북한의 발언도 한국과 미국을 안심시킬 수 있습니다. 결국, 이런 모든 것들이 복합적으로 협상장에서 다뤄져야 하며, 이것은 외교관들이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 위원장은 북한을 정상국가로 만들기 원해

- 교황 초청도 그 바람의 연장선, 종교 자유에 도움 된다면 환영할 일

- 정상회담에서 인권문제 언급은 한계, 아래로부터 다뤄질 필요 있어

- 북한 내부로 외부정보 전달 노력 매우 환영


- 소장님께서 말씀하셨듯이 비핵화까지 과정은 매우 먼 길이기도 합니다. 또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계속 우선순위에 있을지, 과연 트럼프 행정부 임기 내에 비핵화가 완료될지에 관한 궁금증도 있습니다. 소장님의 견해는 어떻습니까?

[캐슬린 스티븐스] 저는 완전한 비핵화가 여러 가지 면에서 매우 기술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불행하게도 우리가 마지막으로 북한과 했던 진지한 협상 이후 크게 달라진 것은 북한이 미사일 능력뿐 아니라 상당한 핵무기 능력을 확보했다는 겁니다. 스탠퍼드대학의 전 직장 동료였던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를 포함한 핵전문가들은 저에게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게 핵무기를 포기하고 해체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완전한 비핵화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걸릴 겁니다. 하지만 우리가 가고 있는 길이 북한과 한반도의 비핵화로 가고 있는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내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살펴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못하도록 설득했던 이전의 노력이 실패했기 때문에 매우 실망스러웠고, 이런 실패는 더 큰 위기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계속 이 문제를 다뤄가야 합니다. 미국이나 다른 나라가 각자의 정치가 있고, 미국의 정치가 영향을 미치겠지만,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고, 우리의 파트너들과 어떻게 함께 일할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봅니다.

- 남북정상회담, 미북 정상회담 등을 통해 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모습에서 비핵화 의지, 경제개발에 대한 열망과 진정성을 느끼시는지요?

[캐슬린 스티븐스] 김정은 위원장은 미북관계, 남북관계 그리고 다른 나라들과 관계 변화를 원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김 위원장은 경제 성장을 원하고, 무엇보다도 오랫동안 권력을 유지하고 싶어합니다.

김 위원장은 젊은 남자입니다. 김 위원장이 강한 저항과 압력을 무릅쓰고 핵무기 프로그램을 개발해온 것이 이 같은 목표들을 추구하고, 그의 위치를 공고히 했다고 말했기 때문에 김 위원장이 이렇게 생각할 것으로 확신합니다. 과연 김 위원장이 (비핵화와 경제성장의) 의향이 있는가의 문제는 그가 다른 목표들과 핵무기 프로그램을 교환할 의지가 있느냐인데, 진짜 협상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우리가 알 수 없을 겁니다.

-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초청했습니다. 의도와 목적은 무엇일까요? 소장님은 교황 방북에 찬성하십니까?

[캐슬린 스티븐스] 우리는 교황이 북한의 초청을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초청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저는 교황을 초청한 이유가 북한을 좀 더 정상적인 국가로 만들고 싶어 하는 김 위원장의 바람이라고 봅니다. 김 위원장이 정상국가를 원한다고 말했죠. 저 또한 북한이 핵무기가 없고, 종교의 자유와 주민의 다른 권리를 존중하는 정상국가로 되길 바랍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북한 주민의 자유, 특히 종교의 자유가 개선될 수 있다면, 교황 방북은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 될 겁니다.

- 남북∙미북 정상회담이 있을 때마다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를 제기해달라는 목소리가 큽니다. 하지만 실제 정상회담에서는 인권 문제가 주요의제로 제기되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캐슬린 스티븐스] 북한 인권 문제에 접근할 때 어떤 사람은 북한 정권이 교체(replaced)되기 전까지 인권은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 말하고, 어떤 사람은 인권 개선을 위한 최선을 방법은 북한 정권을 바꾸거나(change) 우선순위인 비핵화를 위해 정권과 협력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저는 좀 다른 견해를 갖고 있는데요. 저는 현재 북한과 협상하고 관여하기 위한 노력을 환영합니다. 또 저는 비핵화, 안보에 관한 우선순위를 다루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지만, 북한 주민의 인권도 잊을 수 없습니다. 유엔이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을 불러오기 위해 특별한 활동을 계속해야 하고, 미국도 마찬가지이지만, 실질적인 제안을 할 수 있도록 한국 정부와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모든 사안이 정상회담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북한과 같이 중앙집중화된 체계에서는 정상회담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고, 좋은 계기를 만들 수 있고, 그것이 장벽을 뚫는다면 목표에 도달할 수 있지만, 많은 복잡하고 미묘한 문제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아래에서부터 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저는 북한 내부에 외부 정보를 계속 제공하고 북한 주민을 나오게 하는 노력을 환영합니다.

- 한반도 문제에 한국 정부가 핵심적인 역할

- 미국∙한국 역할 과거와 달라진 점 인지할 필요 있어

- 지금처럼 한반도 문제, 한미관계가 주목받은 적 없어

- 비핵화 노력 통한 남북관계 진전 기대할 수 있는 시점

- 과거에는 한반도, 북한 문제에 있어 한국 정부가 미국의 결정에 따라가는 듯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이 주도적으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중재하고, 이끌어가는 모습입니다. 소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캐슬린 스티븐스] 매우 중요한 질문입니다. 워싱턴에 있으면 이곳이 전 세계의 중심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저는 미국인들이 세상은 서로 다르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현재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볼 때 미국인들이 배경의 역사뿐 아니라 남북관계가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 역사적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정말 이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는데요.

저는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21세기, 미국은 물론 전 세계와 강한 동맹, 파트너십을 갖는 활기찬 민주주의 국가로써 엄청난 성공을 거뒀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 관계가 바뀌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미국과 한국이 함께 일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우리가 한반도 문제에서 서로 다른 역할을 가지고 있지만, 상호보완적이어야 합니다. 이는 조건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역사는 물론 공유한 가치와 미래에 있어 매우 중요합니다.

- KEI 소장님으로서 앞으로 워싱턴에서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지도 듣고 싶습니다. 특히 한반도,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활동을 기대해볼 수 있을까요?

[캐슬린 스티븐스] 한미경제연구소의 근본적인 임무는 한미 간의 이해와 관계를 강화하는 것입니다. 정부가 아닌 민간단체의 입장에서 경제와 무역, 안보,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지식과 이해를 증진할 수 있는 대화를 촉진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겁니다. 그것을 위해 노력할 것이고요.

제가 한미관계에 40년간 관여했지만, 지금처럼 미국이나 한국에서 한미관계에 대한 관심이 컸던 적이 없습니다. 그중에서 남북관계에 미북 관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극적인 사건들도 그렇지만, 미국 내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한류라는 소프트파워도 특별합니다.

점점 커지는 가시성(visibility)과 한인사회와 미국 기업의 영향력, 무역과 세계화 등이 논의되는 세상에서 우리가 어떻게 이를 다뤄나갈 것인가는 매우 중요합니다. 저는 이를 위해 약간의 역사적 맥락을 제공하면서도 이 문제들을 논의할 수 있는 토대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지금은 앞으로 몇 년에 걸쳐 비핵화 노력을 통해 남북관계의 진전을 기대해볼 수 있는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 네. 스티븐스 소장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