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경제, 어제와 오늘] 암울한 현실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20-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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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을 열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회색 양복을 입은 김정은 위원장이 연설을 하던 중 재난을 이겨내자고 말하며 울컥한 듯 안경을 벗고 눈물을 훔치고 있다.
북한이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을 열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회색 양복을 입은 김정은 위원장이 연설을 하던 중 재난을 이겨내자고 말하며 울컥한 듯 안경을 벗고 눈물을 훔치고 있다.
/연합뉴스

앵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문성희 박사는 현재 일본 도쿄에서 시사 주간지, 슈칸 킨요비(주간 금요일) 기자로 한반도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고 2017년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돼야 할 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기자> 북한이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대규모 열병식을 거행했습니다. 문 박사님, 열병식에는 신형 ICBM(대륙간탄도미사일)도 등장했습니다.

문성희: 네, ‘화성15’가 아닌 새로운 형의 ICBM이 등장했어요. 미국 본토에 도달한다고 추측되는 화성15는 9축18륜이었던데 이번에 등장한 ICBM은 11축 22륜이니까 좀 더 길어진 셈이지요. 저는 군사전문가가 아니지만 미사일이 길어진다는 것은 사거리도 길어진다는 것이겠지요? ‘북극성4’라는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도 공개되었습니다. 북미간 대화가 교착상태에 있는 사이에 북한이 미사일 능력을 고조시키고 있다는 것을 과시했다고 봅니다.

<기자> 그런데 이번 열병식은 이례적으로 새벽에 진행됐는데, 어떤 배경인가요?

문성희: 세계를 놀라게 하려는 북한식 연출이라고 할 수도 있고, 위성으로 감시당하는 것을 피하려 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어요. 모두 추측일 수 밖에 없지만, 하나 말할 수 있는 것은 코로나 때문에 열병식 참석자들이 주로 국내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새벽 개최가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물론 북한에 남아 있는 외교단이나 국제기구 관계자들이 참가했을 수도 있지만, 코로나 사태가 없어서 외국인들을 많이 초대했다면 새벽 개최가 불가능했다고 생각해요.

<기자> 열병식에서는 회색 양복을 입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연설했습니다. 경제적 측면에서 특별히 주목할 만한 내용이 있나요?

문성희: 경제적인 측면에서 이야기한다면 북한 사람들이 아직도 생활상 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솔직히 토로한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더군다나 그것을 자신의 노력과 정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했어요. 물론 김 위원장은 과거에도 신년사에서 자신이 인민들을 위해서 아직 못하고 있는 일이 많다는 식으로 반성을 표명한 바 있지요. 자신의 잘못에 대해 인정하고 그것을 솔직히 털어놓는 것은 김일성 주석이나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기에는 없엇던 일이라고 봅니다.

<기자> 김 위원장의 이례적인 자기반성은 그 만큼 현재 북한 경제가 어렵다는 방증일 듯한데요.

문성희: 네, 그렇다고 봅니다. 김 위원장이 이번 연설에서도 언급했지만 북한은 장기적인 제재 때문에 모든 것이 부족합니다. 게다가 올해 초부터 코로19 때문에 중국과의 국경을 폐쇄하고 있지요.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아직 북한에는 코로나19 확진자가 한 명도 없다고 주장했는데요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서 다른 것을 희생시키고 있다는 것이지요. 중국과의 무역액이 많이 감소하고 있다는 것은 그 만큼 중국에서 물품이 안 들어오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그 위에 수해가 겹쳤지요. 수해 피해 지역에 많은 인적, 물적 투자를 해야 했어요. 이때문에 다른 경제건설이 침체될 수 밖에 없지요.

<기자> 당 창건 75돐에 즈음해서 경제적인 성과는 있었던가요? 올해 3월 착공한 평양종합병원은 완공했을까요?

문성희: 현 시점에서 평양종합병원이 완공했다는 소식은 없어요. 며칠 전에 외관은 완공했다는 보도는 있었지요. 그러기에 내부 시설 공사가 완공되지 않아도 빠른 시일안에 종합병원을 일떠세웠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서도 당 창건일에 완공식을 진행하지 않을까라는 추측도 있었지만, 결국 어려웠던 것이 아닌가 싶어요. 지금 코로나19 상황을 생각해서라도 새로운 병원이 일떠선다는 것은 북한 주민들한테도 많이 지지를 얻을 것인데 말입니다.

<기자> 그러면 당 창건 기념일에 즈음해서 북한이 내새운 경제 성과는 없었던가요?

문성희: 태풍 피해 지역인 개성시와 황해남북도 농촌 주택들이 새로 세워졌다는 보도가 10월 10일에 있었습니다. 새집들이 경사가 각 지에서 진행됐다고 해요. 개성시에서는 9일에 입사 모임이 진행되었답니다.

<기자> 그러나 그것은 원래 집이 있었던 자리에 새로운 주택을 세웠다는 이야기이지요. 어느 면에서는 당연한 일이지 않습니까? 별로 경제성과라고 말할 수 는 없지요.

문성희: 네, 그렇겠지요. 일단 당 창건을 앞두고 경제적인 성과들이 보도되기는 했어요. 하나는 평양시 순안지구에 수백호의 살림집, 공공건물, 시설물들이 건설되고 농촌주택들이 개건되었다는 보도입니다. 그리고 자강도에서는 묘향산의료기구공장이 개건현대화되었다는 보도가 있었고, 강원도의 고산과수종합농장에 과일가공공장이 일떠섰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과일가공공장 준공식은 9월 30일에, 묘향산의료기구공장 준공식은 10월 4일에 각각 진행되었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당 창건에 즈음해서 일떠선 공장 등의 보도는 이 정도에요.

<기자> 코로나19의 세계적인 확산이 없었다면 북한도 좀 더 경제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보시나요?

문성희: 네, 그렇다고 봅니다. 제재가 있다한들 코로나19 문제가 없으면 좀 더 성과를 과시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올해는 국가발전5개년전략을 마무리 짓는 해였지만, 북한에서는 빠른 시점에서 국가발전5개년전략을 완전히 실천 못할 것이라고 예고했어요. 코로나19에다가 태풍 피해도 있었기에 할 수 없지요. 김 위원장은 열병식 연설에서 북한에 코로나 확진자가 한 명도 없다는 것을 자랑했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도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의 국경 봉쇄를 실시하고 있지요. 지금 시점에서 북한의 최대 과제는 코로나 확진자를 내지 않는 것이라고 봅니다.

<기자> 그렇다면 당 창건에 즈음해서 열병식 이외에는 특별히 큰 행사도 없었던 것인가요?

문성희: 10월 12일부터 31일까지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을 실시한다고 해요. 이에 앞서 11일에는 김정은 위원장 참석하에 대집단체조 공연이 있었습니다. 과거에 집단체조는 관광객들에게 보이고 외화를 벌기 위한 수단 중 하나였지만, 이렇게 관광객들도 없는 시기에 대집단체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약간 이해하기 어렵다고 할까 무엇때문에 하는 것인지 궁금하네요.

<기자> 지적하신 대로 약간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데요 어째서 외국 관공객이 없는 현 시점에 대집단체조를 강행했을까요?

문성희: 원래는 당 창건 기념일을 전후해서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집단체조를 계획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준비도 했을 것이고. 준비했다면 공연을 하자고 된 것이 아닌가. 코로나19나 태풍으로 지치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 보여주면 스트레스 해소로도 된다고 할까요. 그리고 집단체조에 출연하는 사람들이 마스크를 끼지는 않지요. 북한 집단체조는 10만 명 정도가 출연하는데 그 사람들이 모두 마스크도 안 끼고 노래 부르고 춤도 추고 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 것인가. 가능하다는 것은 김 위원장이 지적한 것 처럼 북한에 진짜 코로나19 확진자가 없는 것이 아닌가, 적어도 평양에는 한 사람도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고 봐요. 열병식 동영상을 보니까 주석단에 앉은 간부들은 물론 관람자들 누구 하나 마스크를 안 끼고 있었지 않습니까?

<기자> 그러네요.

문성희: 그러니까 앞으로 북한에 안심해서 들어와달라는 선전적인 측면도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들어요. 세계적으로 코로나 확산이 멈추고 백신이 개발되고 나면 북한도 국경을 개방하겠지요. 언제까지 이렇게 국경을 봉쇄했다가 북한도 경제적으로 더 어려워지지 않습니까?

<기자> 그런 측면에서는 내년 초에 진행되는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가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네요?

문성희: 네, 그렇다고 봅니다. 열병식 연설에서 김 위원장은 8차 당대회에서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방안과 목표를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했고, 당의 투쟁이 새로운 단계에로 이행한다며 노선전환을 예고하는 지적을 하고 있습니다.

<기자> 코로나가 극복된 뒤 남북관계 개선도 기대한다고 지적했지요?

문성희: 네, 코로나19문제도 있지만 북한은 미국 대선 결과를 보고 앞으로의 전략을 세우겠지요. 북미 관계 움직임에 따라서는 남북 관계도 움직이게 될 것이라고 봅니다. 최근에 북한이 남측에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도 그때를 내다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 측면에서 생각하면 열병식에서 신형 ICBM와 신형 SLBM을 공개했지만 미국을 직접 비난하는 구절이 없었던 것도 대선 이후를 내다본 계산이 있다고 봅니다.

<기자> 문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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