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철도∙도로 연결 복안 아슬아슬”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18.10.15
snk_railroad_connection_b 사진은 2007년 5월 경의선.동해선 남북철도 연결구간 열차 시험운행 모습.
연합뉴스

앵커:저명한 한반도 전문 기자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서울지국장과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 시간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폼페이오∙김정은, 서로 입장 ‘팽팽’

<기자>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지난 주 북한 방문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면담을 계기로 미국과 북한이 2차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했습니다. 반면 핵 신고서 제출과 종전선언 등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여전히 기싸움이 이어지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마키노 지국장님, 김 위원장이 폼페이오 장관을 앞에 두고 미국이 요구해온 비핵화 대상 목록 제출은 거부한 반면 종전선언을 강하게 주장했다면서요?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 신문 외교 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 신문 외교 전문기자
사진 제공-마키노 요시히로

마키노 요시히로:네, 폼페이오 장관은 종전선언을 위해서는 북한이 얘기한 영변 핵시설의 검증 정도로는 모자란다며 예전부터 요구해온 핵무기, 핵물질 등 핵 관련시설의 비핵화 목록이나 시간표를 제출하라고 (김 위원장에게) 강하게 요구했다고 합니다. 거기에 대해서 김 위원장은 종전선언을 요구한다고 하더라도 주한미군 철수나 유엔군 사령부 해체를 요구하는 건 아니다, 왜 종전선언 채택을 거부하느냐고 강하게 얘기했다고 합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종전선언을 요구하는 대가로 비핵화 대상 목록을 제출하는 일은 절대 없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아마 지난번에도 말씀드린 것 같은데 비핵화 목록을 제출한다고 하면 만약 북미관계가 악화하면 공격당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는 듯합니다. 폼페이오 장관도 김 위원장도 서로가 원칙적인 입장만 계속 얘기하면서 결국 5시간 30분 정도 협상하다가 시간이 모자라서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들었습니다.

북한, 현 국면 자신들에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듯

<기자>북한과 미국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는 말씀이신데요,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이 최근 들어 핵 신고서 제출을 거의 언급하지 않고 있는 점을 들어 한 발 물러서 초기 핵폐기 이행조치, 예를 들어 일부 핵무기 폐기와 영변 핵시설 폐기 조치를 취할 경우 종전선언과 대북제재 일부 해제를 맞바꿀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네 그런 중재안이 많이 오가고 있습니다.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말했는데, 김 위원장이 4월 남북정상회담 때 1년 이내 비핵화도 가능하고 핵무기나 핵물질의 해외 반출에도 응할 수 있다고 얘기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당연히 그런 것들은 이뤄지지 않겠냐고 생각하겠지요. 따라서 상징적으로 이런 소위 프론트로딩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북한은 최근 살라미전술을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영변 핵시설 사찰도 아니고 지난 5월 발표했던 풍계리 핵실험장 사찰을 허용한다는 얘기만 한 것이 상징적인 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북한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려고 하는 러시아와 중국, 더구나 한국까지 그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북한은 자신들의 입장을 강력히 주장해도 된다는 그런 판단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북한은 지금 국제적으로 유리한 입장에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쉽게 프론트 로딩에 응하지 않을 거라고 저는 조금 비관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비건-최선희, 이번 주 빈에서 만날 듯

<기자>북한이 요구사항을 잘게 쪼개서 보상을 극대화하는 협상전략인 살라미 전술을 다시 들고 나오고 있다는 말씀인데요, 폼페이오 장관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합의한,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최선희 북 외무성 부상 간 실무협상은 언제, 어디서 시작될 것으로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제가 듣기로는 이번 주 빈에서 비건 대표와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만나기로 그렇게 폼페이오 장관과 김 위원장이 합의했다고 합니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비핵화에서 큰 진전이 없더라도 정상회담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기 때문에 빨리 실무협의를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 같습니다. 따라서 이번주에 비건-최선희 만남이 빈에서 이뤄질 걸로 저는 보고 있습니다.

<기자>일부에서는 판문점에서 만날 가능성도 있다 뭐 이런 예상이 있던데 실제 빈에서 만난다, 이런 말씀이시죠?
마키노 요시히로:일단 미국 쪽에서는 풍계리뿐 아니라 영변, 그리고 나머지 지역에서 핵시설에 대한 사찰을 진행하려는 입장이라서 국제원자력기구, IAEA 사람들도 포함해서 같이 협상하려고 하는 마음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판문점보다는 IAEA 본부가 있는 빈에서 협상을 진행하고 싶어하는 마음이라고 저는 듣고 있습니다.

미국, 대북제재 이완 움직임에 우려

<기자>IAEA의 핵사찰까지 염두에 둔 포석이다, 이런 말씀이군요. 그런가 하면 한국의 독자적 대북제재 조치인 5∙24조치를 놓고 논란이 있었습니다. 한국 정부가 해제 검토 입장을 밝히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리 승인없이는 못 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폼페이오 장관이 남북군사합의에 불만을 표시했다는 점을 강경화 한국 외교장관이 시인해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미국이 한국의 독자적 대북 행보에 미심쩍은 눈길을 보이고 있다는 징후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국이 대북제재와 관련해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까닭이 궁금합니다.

마키노 요시히로:트럼프 정부는 원래 북한이 완벽하게 비핵화한 다음에 제재를 완화한다고 얘기해왔습니다. 그러니까 북한이 주장해온 단계적인 동시행동적인 조치에 응하지 않겠다고 말해왔거든요. 한국도 지난 봄 한미정상회담 때 미국 정부 입장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했구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갑자기 5∙24 조치도 사실상 해제한다는 입장을 취하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면5∙24 조치는 남북 간 인적교류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는데 한국은 지난 주 10∙4선언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한 250명의 방북을 허용했습니다. 이런 조치가 하나하나 미국의 전략에 방해가 되는 움직임이라고 미국 정부 안에서도 강한 반발이 나오고 있다고 듣고 있습니다. 그런 반감 탓에 지금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강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기자>네 그러니까 미국 입장은 제재를 계속 가해야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더 성실히 임할 것이라는 거죠?

마키노 요시히로:네 맞습니다. 한국도 그런 미국의 입장을 이해하면서 같이 가야 하는데 자꾸 미국 입장보다는 제가 보기엔 오히려 중국이나 러시아 쪽에 가까운 입장을 취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미국이 심하게 반발하고 있다는 그런 말이지요.

북한, 남북경협 부진 한국에 항의

<기자>남북이 철도∙도로 연결과 현대화를 위한 착공식을 올 해 안에 진행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공사 착수는 대북제재와 연계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요, 한국 정부의 복안이 뭐라고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15일에 남북고위급회담이 진행됐구요, 일단 11월 말부터 12월 초에 착공식을 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조명균 통일부장관은 착공식을 한다고 하더라도 바로 공사를 시작하는 게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한국 정부는 북한으로부터 강한 요구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은 남북 간 철도나 도로 연결까지도 못 한다고 하면 남북경제협력을 하는 의미가 뭐가 있겠냐고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고 합니다. 거기에 대해서 한국 정부는 일단 지금 상황 아래서는 철도, 도로 연결 공사가 유엔제재 위반일 가능성이 크지만 연말까지 종전선언이 이뤄지면 내년에 북미대화도 진전될 수 있고 그러면 유엔제재도 완화될 수 있기 때문에 올 해 착공식만 하고 상황을 봐가면서 내년에 실제로 공사를 진행하면 좋겠다, 이렇게 얘기하면서 북한을 설득했다고 합니다. 이런 선에서 어느 정도 합의했는데 사실은 그런 한국 정부의 복안은 너무 아슬아슬한 어려운 전략이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기자>네, 한국이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곡예를 하고 있다, 이런 진단인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