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선군정치 회귀 여부 아직은 판단 일러”

워싱턴-한덕인 hand@rfa.org
2020-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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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자 노동신문에 실린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헬기요격 미사일을 탑재한 소형 장갑차 부대가 행진하고 있다.
지난 10일자 노동신문에 실린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헬기요격 미사일을 탑재한 소형 장갑차 부대가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앵커: 북한이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진행한 대규모 열병식과 군부 재편 이후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 뒤 취해온 당을 우선시 하는 ‘선당정치’에서 군을 우선시 하는 ‘선군정치’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탈북민들과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아직 섣부르다고 지적했습니다.

만약 김 위원장이 선군정치로 회귀할 결심을 굳혔다면 내년 1월 개최 예정인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그 기조가 더욱 뚜렷해 질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보도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북한이 대북제재와 코로나19, 수해 등 ‘삼중고’ 속에서도 기어코 대규모 열병식을 강행한 배경에 ‘선군정치’로 회귀 가능성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이 최근 군부 재편을 단행한 사실이 드러났고, 내년 1월 제8차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연말까지 방역과 재해복구 등에 초점을 맞춘 ‘80일 전투’ 돌입을 대대적으로 강조하는 등 국가운영에 군부 의존성이 커지면서 이같은 지적이 새삼 주목받고 있습니다.

일단 탈북민들은 김 위원장이 앞서 강조해온 ‘선당정치’를 버리고 ‘선군정치’로 회귀했다는 평가를 내리기엔 아직 이르다고 평가했습니다.

최근 열병식을 지켜본 탈북민 김성현 씨는 (15일) RFA 자유아시아방송에, “비록 최근 열병식에서 새로운 전략무기들이 많이 등장 했지만, 현 북한 정권이 선군정치로 회귀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김 씨는 김정은 위원장의 “전체적인 인상은 김일성 (주석)과 닮았고, 그의 정치가 김정일 시대의 선군정치를 닮은 부분이 없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김 씨는 또 최근 북한이 군 통수권자인 김 위원장의 지위를 ‘무력 총사령관’으로 격상하고, 군 장성들에게는 ‘장군’이라는 호칭을 쓴 데 대해 “전체적인 군사적 위상을 높이기 위해 군개편과 일부 군사칭호를 격상시킨 것으로 보여진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김일성 또는 김정일 정권 당시에 장군이란 호칭은 오직 자신들에게만 사용하는 호칭이지만 이를 김 위원장 스스로가 자신의 위상을 높이는 데 이용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김 위원장이 자신은 장군들을 거느리는 총사령관이라는 맥락에서 자신의 권위가 선대보다 높아 보이도록 지위를 수정한 것으로도 해석 가능하다는 겁니다.

김 씨는 “외형상 보여지는 무력은 한층 강화됐을지 모르겠으나, 군대 내 실상은여전히 좋지 않을 것”이라며, “10년간 군생활을 하면서 직접 경험한 북한 인민군의 내부 생활문제는 세계적으로 허약한 수준”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영국에 정착한 탈북민 변예은 씨도 (13일) 자유아시아방송에, 김 위원장의 열병식 연설문은 “짜여진 각본대로 읽은 연설문이었을 것”이라며 당국이 원하는 특정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수단이었을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변 씨는 또 이젠 “북한 젊은층에선 대놓고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에 대한 절대주권의 위엄한 존칭을 사용하지 않고, 모두가 지쳐있는 상황”으로 알고 있다며, 이미 지칠대로 지친 주민들을 자극하는 행위는 가급적 북한 당국이 피하려는 상황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무력을 앞세운 선군정치를 국가운영의 토대로 삼는 것은 이미 지쳐있는 주민들로부터 더 큰 반감을 사게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겁니다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도 비슷한 의견입니다.

이민영 엔케이프로(NK Pro) 수석연구원은 코리어소사이어티가 최근(15일) 진행한 북한 관련 화상 토론회에서 “북한이 선군정치로 돌아가려 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뚜렷한 정황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미 중앙정보국(CIA) 공개정보센터(OSC) 북한정보 분석관을 역임한 이민영 연구원은 “북한이 최근들어 ‘선당정치’에서 ‘선군정치’로 회귀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데 동의하느냐”는 자유아시아방송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습니다.

이민영 연구원: 북한 관영매체의 관점에서 볼 때 북한이 진정 선군정치로 돌아가고 있다는 점을 방증하는 뚜렷한 사안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느낀 바로는 북한은 여전히 (군보다) 당을 우선시 하는 기조를 더 많이 피력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이 연구원은 열병식 이후로는 북한 당국이 경제 재건과 ‘80일 전투’에 대해 관영매체를 통해 많이 언급해왔다고 덧붙이며, 군부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 뚜렷한 정황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북한이 당분간 경제재건과 수해피해 복구 등, 민생개선에 집중할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이 연구원은 이어 실제로 북한 당국의 기조가 ‘선당정치’에서 ‘선군정치’로 회기중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내년 1월 북한이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계획을 제시할 것으로 관측되는 노동당 8차 당대회에서 나오는 얘기들을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미 국방장관실 선임보좌관을 역임한 프랭크 엄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도 북한이 공식적으로 선군정치로 회귀하고 있다는 점을 증명할 만한 사안은 찾아보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엄 선임연구원은 다만 선군체제로 회귀 여부와 관계없이 모두가 여전히 염두에 둬야 할 점은 북한 군부가 현 국가운영 체제와 내부적인 통제에 있어 큰 비중을 두고 있다는 점은 사실이라는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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