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 “북 공언한 ‘새로운 길’은 낡은 길”

워싱턴-한덕인 hand@rfa.org
2019-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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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게재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의 열병식 등장 모습.
지난 2018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게재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의 열병식 등장 모습.
/연합뉴스

앵커: 미북실무협상에서 난항이 이어지면서 북한은 도발 행위를 계속할 것이라고 조슈아 폴락 미들버리국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이 밝혔습니다.

군사전문가로 미국 몬트레이 국제대학원 산하 비확산센터에서 발행하는 잡지 ‘비확산연구’ 편집장인 폴락 연구원은 북한이 여태까지 행해온 갖가지 도발은 물론 최근 실무협상 이틀 전 발사한 SLBM, 즉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시험도 다시 보게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는 또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발사장에서 ICBM, 즉 대륙간탄도미사일보다는 위성 발사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다만 중국의 반발을 염두에 둔 북한이 핵실험 재개라는 강수를 둘 가능성은 미미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조슈아 폴락 미들버리 국제연구소 선임연구원.
조슈아 폴락 미들버리 국제연구소 선임연구원. /미들버리 국제연구소 홈페이지 캡쳐

한덕인 기자가 조슈아 폴락 편집장과 대화를 나눠봤습니다.

기자: 최근 북한은 실무협상이 끝난 후 미국에 대한 공개적인 비난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북한은 계속해서 무력 과시를 통한 도발을 이어갈 것으로 보시나요?

조슈아 폴락: 북한이 지금 상황에서 더 할 수 있는 것들을 나열한다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및 위성 발사 정도가 남았다고 봅니다.

미국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만한 행위들이며, 북한의 관점에서는 국가의 안보를 강화하는 조치라고 해명될 수 있는 사안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을 계속 취한다면 제재완화는 더욱 멀어진다고 할 수 있겠죠. 북한으로서는 더 이상 딱히 할 수 있는 것들이 없어서 이러한 안보 측면에 집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라 생각되고, 다시 말하자면 북한이 주장하는 새로운 길은 지난 2014-2017 사이에 걸었던 낡은 길과 동일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의도적으로 실무협상 직전에 공개했다는 점은 북한이 군비축소를 논의하러 협상테이블에 나온 게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시킵니다. 대화의 결과와 관계없이 향후에도 군사적인 측면을 다뤄 나갈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고 생각되는데요.

적어도 연말까지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시험을 포함한 북한의 추가 도발을 목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핵실험은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쉽게 재개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북한과 중국은 관계 회복을 위해 상당한 시간을 쏟았고, 현시점에 이러한 관계를 무너뜨릴 수는 없을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물론 북한의 변칙성을 고려할 때 그럴 가능성도 배제해선 안 되겠죠.

기자: 미국은 실무협상에서 북한과 창의적인 방안들을 논의했다고 밝혔지만 북한은 미국의 계산법을 비난하며 협상 재개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는데요. 무엇이 문제였다고 보시나요?

조슈아 폴락: 실무협상에서 정확히 양측 간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실무협상 이후 미북 양측이 내놓은 입장만 대조해 봐도 알 수 있듯이, 양측은 좋은 협상이었는지 아니었는지에 대해서조차도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습니다.
김명길 대사는 북한이 앞서 요구한 어떤 계산법도 미국이 들고나오지 않았다고 비난하며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고 발전을 저해하는 모든 장애물들이 깨끗하고 의심할 여지 없이 제거될 때에라야 가능하다”고 밝혔는데, 안전을 위협한다는 대목에서는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대한 불만을, 발전을 저해하는 모든 장애물이라는 대목에서는 대북제재를 언급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북한은 체제보장과 대북제재 완화에 대한 일종의 담보를 원했지만, 미국의 제안은 북한을 충족시킬 수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상대방이 조치를 취해야만 행동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고, 미국이 북한에 무엇을 제공할 계획인지도 잘 알려진 바 없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번 만남을 계기로 미국도 비핵화 초기에 제재완화를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명확해졌습니다. 별다른 새로운 사안에 대한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이며, 있었더라도 북한 입장에선 부족한 제안이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여전히 미북 간 이해관계가 형성되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며, 아직 그런 과정은 시작조차 되지 못한 것으로 보이지만 서로에 대한 이해관계를 늘리기 위한 시간을 확보해 그 시간을 잘 활용하는 것만이 유일한 돌파구라고 생각됩니다.

기자: 북한의 위성 발사를 언급하셨는데요, 북한이 현시점에 미사일 개발을 위성 개발로 위장해 추진하려 할 수 있는 건가요? 북한의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조슈아 폴락: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위성으로 위장해 시험을 추진 할 수 있다기보다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내재한 특정 기술을 위성에 사용한다는 게 더 적절한 표현일 듯합니다.

기술적인 측면을 보면 북한은 조금 특이한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그들은 과거 2번 시험 발사로 성공을 증명한 대포동2호를 지니고 있으며, 이것을 활용해 언제든지 비교적 작은 위성을 저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을 수준입니다. 대포동 2호와 같은 것은 앞서 증명된 기술이기도 하므로 화성 15에 비하면 큰 위협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위성을 3천 400km 고도인 정지 궤도(geostationary orbit)에 발사하려 한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추진력을 키운 증대한 로켓이 필요하기 때문에, 북한이 화성 15보다 더 큰 규모의 우주발사체를 공개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우주발사체는 대륙간탄도미사일과는 연관성이 떨어집니다. 오히려 이동식발사대에 더 어울린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이 만약 화성15의 엔진을 개조해 더 큰 발사체에 탑재하게 된다면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입니다. 물론 화성 15를 저궤도에 올리는 것도 가능하지만 만약 북한이 그렇게 한다면 미국은 일시에 반발하며 위성발사는 대륙간탄도미사일과 다를 게 없다고 주장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우주개발 프로그램은 장거리미사일 시험을 위한 변장술과 다를 게 없다고 말이죠. 그리고 대륙간탄도미사일과 위성발사는 다를 게 없다는 여론이 생길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북한은 위성발사를 위해 준비된 시설을 가지고 있습니다. 부분적으로 폐쇄됐던 서해 동창리 발사장을 올해 초에 재건하기도 했죠. 저희 연구소가 주기적으로 탐지한 데 따르면 서해의 위성발사대는 가동 가능 상태이며, 올해 초부터 계속 그래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 역시 북한이 우주개발을 미루지 않을 거란 점을 보여준다고 생각하며, 더불어 북한은 우주개발에 집중하겠다고 앞서 밝힌 계획을 철회한 적도 없습니다.

최소 지난 2년간은 이와 관련된 언급이 나오지 않았고, 북한은 우주프로그램과 관련해 침묵을 지켜왔습니다. 그리고 이처럼 침묵을 지킴으로써 그들이 얻은 이점이 크다고 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규제를 강요받지 않아 왔다는 겁니다. 북한은 이를 또 다른 하나의 카드로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또 그 지역의 많은 부분이 가려져 있기 때문에 내부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확인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게 사실입니다. 차들이 주변에 있는지 정도는 확인이 가능하지만, 기차로 수화물이 오가는지, 발사대가 준비되고 있는지 등은 지붕에 가려져 볼 수 없고 위성발사장이란 특성을 고려해 볼 때 조금 의문이 드는 부분도 있긴 합니다.

기자: 북한의 우주기술 개발에 대한 제재를 미국이 할 것으로 보시나요?

조슈아 폴락: 만약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에 북한이 위성발사를 한다면 트럼프는 김정은에 대한 예외를 만들 것인지 아니면 규정 위반이라고 못 박을지 결정을 내려야 할 것입니다.

트럼프는 국제사회가 구축한 대북제재에 대해서는 자신의 집권 전에 만들어졌다는 이유로 크게 신경 쓰지 않지만, 김정은이 트럼프에게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과 핵실험을 멈출 것이라 약속했기 때문에 그 두 가지 선만 넘지 않는다면 사실상 김정은이 마음대로 해도 상관없어하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점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우주 발사체냐는 본질적인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게 하는데, 미국은 북한과 관련해 그 두 가지를 따로 구분 지어 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현시점에 미국이 이와 관련해 별다른 조치를 취할 것으로 생각되진 않지만, 만약 언론에서 이러한 사안이 자극적으로 보도되기 시작한다면 자신을 비하하는 사안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그때에는 행동을 취할 수도 있습니다.

기자: 미북협상이 난항을 겪는 데 있어 걸림돌은 무엇이라고 보나요?

조슈아 폴락: 현재 미국의 내부적인 갈등이 북핵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진 않겠지만 딱히 큰 타격이 될 거라 생각되지도 않습니다.

지금은 난항을 겪고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앞서 남북한 간 진행된 협상은 꽤나 실질적인 합의를 이끌어 냈습니다. 특히 남북군사협정은 매우 상세히 논의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하지만 저는 미북 간 협상은 그렇지 못했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문서로 세부적인 합의를 명문화하지 못함은 물론, 실제로 공통된 목표의식이나 이해관계가 존재하는지도 의문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북한은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나FFVD(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와 같은 개념을 좋아하지 않았고, 이제는 CIWH(완전하고 되돌릴 수 없는 적대시 정책 철회)라는 개념을 들고 나오기도 했습니다. CVID를 얕잡아 보는 행위이죠.

본질적인 문제는 미국 내부에서 북핵 협상과 관련한 사실관계가 많이 왜곡돼 알려진 부분이 없지 않다고 생각하는데요.

많은 협상에서 북한측은 불만을 품고 나왔고, 미 국무부는 사실을 최대한 왜곡해 대중에 전하며 협상 분위기를 이어왔지만, 싱가포르 이후로 아직까지도 아무런 진전이 없고 실제로 양측 사이의 분위기는 더 심각하게 고조됐다고 생각됩니다.

최근 워싱턴에는 북한이 할 수 있는 양보의 한계를 수용하며 우선은 작은 것과 작은 것을 교환하는 데 대한 긍정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봅니다.

북한은 싱가포르에서 시간을 끌수록 트럼프가 원하는 것을 내줄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생각했지만 하노이에서는 그게 아니었다는 점을 깨우치는 벽에 부딪히고 말았습니다.

트럼프는 어떤 문을 열었지만 이 문을 통과하고 어떻게 해 나갈지에 대한 별다른 계획이 없어 보이며, 미국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들로 인해 어떤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진 않습니다.

기자: 오늘 말씀 감사드립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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