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일 총리, 김정은과 무조건 만남 재천명

워싱턴-노정민, 한덕인 nohj@rfa.org
2020-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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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o_Warmbier_b 사진은 2016년 3월 북한이 억류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재판받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앵커: 일본 정부는 스가 요시히데 정권이 출범한 이후 납치 문제에 관한 첫 포괄적 입장을 담은 동영상을 최근 공개하고, ‘코로나19’ 대유행 가운데에서도 국제사회와 연대해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계속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스가 총리는 특히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조건 없는 만남과 이를 통한 북일 관계 정상화 의지를 재확인했습니다.

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AP
스가 총리 “김 위원장 조건 없이 만날 준비 돼 있어” 재확인

[동영상 내용] 북한에 의해 자행된 납치 문제는 국제사회의 심각한 우려 사안입니다. (Abductions by North Korea are serious concerned for the international community.)

일본 정부(납치문제 대책본부)가 최근(10월 16일), ‘납치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란 제목으로 공개한 동영상입니다.

이 동영상은 올해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의 대유행 가운데에서도 북한에 의해 자행된 납치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일본 정부의 의지를 담은 것으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를 비롯해 납치 피해자 가족들, 국제인권단체 등이 북한 김정은 정권과 국제사회에 보내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1시간 분량의 이 동영상은 지난 9월 스가 정권이 새로 출범한 이후 납치 피해 문제에 관해 내놓은 첫 포괄적 입장입니다.

스가 총리는 동영상 메시지를 통해 납치피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조건 없는 만남도 준비돼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스가 요시히데 총리] 저는 (납치 피해) 문제 해결을 위해 김정은 위원장과 조건 없이 만날 준비가 돼 있습니다. 또 납치 문제뿐 아니라 핵과 미사일 문제 등에 관한 포괄적인 해결을 통해 지난 과거를 정리하고 북일 관계의 정상화를 모색하겠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도 변함이 없습니다. 저는 제75회 유엔 총회에서도 납치 문제의 해결이 시급하다고 재차 강조하며 북한과 국제사회에 이를 알렸습니다. 스가 정부에서도 납치 문제는 최우선 현안이며, 일본 정부는 앞으로도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 유럽연합 등 국제사회와 연대해 나갈 것입니다.

‘납치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에는 미국과 호주, 유럽연합도 동참했습니다.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리처드 코트 주일 호주대사, 패트리샤 플로 주일 유럽연합 대사 등도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한 북한 당국의 책임 있는 행동을 촉구했습니다.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은 동맹국인 일본은 물론 일본인 납치 피해자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또 국제사회와 함께 가장 이른 시일 내에 납치 피해자들의 송환을 포함해 이 문제가 해결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 미국은 여러 차례 고위급 회담을 통해 납치 문제에 대해 북한의 설명을 요구한 바 있습니다. 이 문제로 고통받는 가족들의 고통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앞으로 납치 피해자들의 송환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전 세계가 방역과 경기 침체 등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의료 환경이 열악하고, 식량 안보가 불안한 북한에서 납치 피해자들이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레그 스칼랴튜 미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도 ‘코로나19’ 국면에서 납치 피해자들이 기본적인 권리도 누리지 못하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그레그 스칼랴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힘든 상황이지만, 다행히 많은 가족들이 함께 격리 생활을 하며 시간을 보내거나, 온라인 또는 화상, 전화 등 여러 수단을 통해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고 있습니다. 요즘 같은 시국은 특히 가족의 존재가 부각되는 시기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12명에서 많게는 800명 이상의 일본인 납치 피해자들은 북한으로 인해 이같은 기본적인 인권조차 존중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7년 3월 28일 도쿄 납치문제대책본부 회의실에서 만난 요시다 나오야 씨. 요시다 씨가 친구 메구미 씨의 어린 시절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017년 3월 28일 도쿄 납치문제대책본부 회의실에서 만난 요시다 나오야 씨. 요시다 씨가 친구 메구미 씨의 어린 시절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RFA PHOTO/ 노재완


“북, 밝은 미래 원한다면 납치 피해자 송환해야”

일본 정부에 따르면 1970년~80년대 사이 많은 일본인들이 북한에 납치됐으며 공식 확인된 납치 피해자는 17명입니다. 이 밖에도 800명이 넘는 실종자 가운데 일부가 북한에 납치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또 일본뿐 아니라 중국, 대만, 싱가포르 등 아시아를 비롯해 유럽의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10개국 이상에서 납치 피해자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후 2002년에 열린 북일 정상회담에서 당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납치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했고, 5명의 일본인 납치 피해자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12명 중 8명은 사망했고, 4명은 납치한 적이 없다는 것이 북한 당국의 설명이었습니다.

하지만 가족에게 전달된 사망자의 유골은 유전자 검사 결과 다른 사람인 것으로 확인됐고, 사망확인서도 위조됐을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따라서 납치 피해자 가족들은 북한 당국의 설명을 신뢰할 수 없다며 하루빨리 이들을 가족의 품으로 되돌려줄 것을 김정은 위원장에게 호소했습니다.

일본인 납치 피해자의 상징인 요코타 메구미 씨의 남동생, 요코타 타쿠야 납치피해자 가족협회 사무국장도 동영상을 통해 직접 김 위원장에게 호소했습니다. 그는 딸을 그리워하던 자신의 아버지(요코타 시게루 씨)가 지난 6월 끝내 세상을 떠난 것처럼 이제 남아 있는 가족들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김 위원장이 과감한 결단을 내려 달라고 촉구했습니다.

[요코타 타쿠야] 납치 피해자를 가족에게 돌려보내고 이 문제가 해결된다면, 북한도 밝은 미래를 맞이할 것입니다. 또 북한 정권도 보장될 겁니다. 김 위원장이 이 문제 해결을 위해 과감한 결단을 하길 원합니다. 밝은 미래를 위한 강한 지도자가 되고 싶다면 공포 정치를 멈추십시오. 우리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모든 납치 피해자들을 구해낼 것입니다.

자신이 한 살 때 어머니가 북한에 납치된 이즈카 고이치로 씨도 김 위원장이 이미 납치 문제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납치 피해자들을 무사히 돌려보내 준다면 북일 관계의 정상화도 반대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즈카 고이치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북 정상회담에서 납치자 문제를 언급했기 때문에 김 위원장도 이 내용을 알고 있습니다. 또 일본 정부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준비돼 있음도 김 위원장은 여러 경로를 통해 알고 있을 겁니다. 피해자 가족들은 북한 당국에 매우 분노해 있지만, 납치 피해자들을 하루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 준다면 그 어떤 비밀 내용도 묻지 않을 것이며, 북일 관계 정상화에도 반대하지 않을 겁니다. 우리는 가족의 송환 외에 아무것도 바라지 않습니다. 김 위원장이 결단해 주기를 바랍니다.

2004년 중국 여행 도중 북한에 납치된 것으로 알려진 미국인 대학생 데이비드 스네든 씨의 형, 제임스 스네든 씨도 북한이 번영된 국가를 희망한다면 더는 지체하지 말고 납치피해자들을 돌려 보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스네든 씨의 가족과 한국의 납북자모임 단체는 데이비드 스네든 씨가 북한에 납치됐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북한 외무성은 지난 2016년, 납치 의혹을 거듭 부인한 바 있습니다.

북한인권주간을 맞아 일본 정부 주최로 일본인 납치 문제와 북한 인권 상황을 재조명한 국제 심포지엄. 납북자 가족을 비롯해 정부 관리, 전문가, 언론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사진은 일본인 납치 피해자의 상징인 요코타 메구미 씨의 남동생인 요코타 타쿠야 씨가 발표하는 모습.
북한인권주간을 맞아 일본 정부 주최로 일본인 납치 문제와 북한 인권 상황을 재조명한 국제 심포지엄. 납북자 가족을 비롯해 정부 관리, 전문가, 언론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사진은 일본인 납치 피해자의 상징인 요코타 메구미 씨의 남동생인 요코타 타쿠야 씨가 발표하는 모습.
RFA PHOTO/노정민


문제 해결 거부하는 북한... 일 정부 “계속 노력할 것”

납치 문제 해결에 대한 일본 정부의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입니다. 납치 피해자들의 가족이 대부분 고령인 점을 고려하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최대한 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미국과 유럽연합 등 국제사회와 연대해 강화해 나갈 방침이기 때문입니다.

스가 총리도 취임 직후인 지난 9월, 납치 피해자 가족과 면담을 시작으로 유엔 총회에서 한 연설에서도 “북한에 의한 납치 문제는 국제사회의 중요한 관심 사항”이라며 “피해자 가족이 고령이 된 상황에서 납치 문제 해결을 늦출 수 없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스가 총리의 연설 이후에도 ‘납치 문제는 이미 해결됐다’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앞으로 행보에 작지 않은 난관이 예상됩니다.

실제 지난 10월 5일에 열린 유엔 총회 제3위원회 일반 토의에서도 기무라 테츠야 유엔 주재 일본 대사가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자 북한 대표부 관계자가 “납치 문제는 이미 해결됐고, 일본이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일본인 납치 문제와 관련해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 신문 한반도 담당 편집위원도 최근(지난 9월 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김 위원장이 스가 총리의 만남 제안에 쉽게 응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한 바 있습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이전 아베 총리의) 정책을 편다고 하면 아마 조건 없이 정상회담을 하자고 해도 북한은 응하지 않을 겁니다. 납치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북한의 주장을 인정하려고 하는 자세가 없다면 (김 위원장과) 만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별 정책변화가 없을 것이기 때문에 당분간 북일 관계는 교착상태가 계속될 거라고 저는 봅니다.

일본 정부는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멈추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올해 들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열리지 못했던 납치 피해자 관련 국제회의 역시 오는 12월 12일, 도쿄에서 다시 열릴 예정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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