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경제, 어제와 오늘]고달픈 노력동원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20-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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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days.jpg 사진은 북한 평양시와 각 도에서 '80일 전투'를 독려하기 위한 근로단체일꾼과 동맹원들의 연합궐기모임 모습.
/연합뉴스

앵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문성희 박사는 현재 일본 도쿄에서 시사 주간지, 슈칸 킨요비(주간 금요일) 기자로 한반도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고 2017년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돼야 할 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기자> 문성희 박사 모시고 북한의 노력동원에 관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문 박사님, 지난 시간에 80일전투에 관해서 말씀해 주셨는 데요, 이제 좀 있으면 겨울철입니다. 겨울이 오면 북한에서는 동계어획전투가 시작된다면서요? 이것도 전투의 한 종류겠지요?

문성희 박사
문성희 박사
(사진 제공:문성희)

문성희: 네,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매해 동해어장에서 동계어획전투가 벌어집니다. 북한 배가 멀리 일본의 야마토타이라고 불리는 물고기가 많이 잡히는 곳까지 진출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최근 연간에는 북한 어선이 아오모리 현이나 아키타 현, 홋카이도 앞바다 등에서 표류하고 있는 것이 자주 발견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거의 발견되지 않고 있지만 북한의 어선이라고 여겨지는 목조선이 표류, 표착했던 예는 2011년이 57건, 2012년이 47건, 2013년이 80건, 2014년이 65건, 2015년이 45건, 2016년이 66건, 그리고 2017년에는 104건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기자> 2017년에 갑자기 많아졌네요?

문성희: 네, 그 당시 ‘동해어장에서 본격적인 동계어획전투가 시작되었다’는 문구로 시작되는 사설이 《노동신문》11월 7일자에 실렸어요. 사설에서는 동계어획이 연간 수산물생산에서 필수적인 중요한 전투라는 주장까지 있었습니다. 2017년에 수산물을 많이 잡으라는 지시가 내려졌을 수 있다고 봅니다. 북한에서 동계어획이 매우 중요시 여겨지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겠지요.

<기자> 그러니까 어획량을 많이 늘리라고 독려하면서 동계어획전투가 시작됐고 먼 바다로 나가 조업하다 표류하는 어선도 늘었다는 거네요?

문성희: 일본에서 발견되는 목조선을 보면 “정말 이런 배를 타고 이런 먼 바다까지 왔는가?”라고 의문시되는 그런 초라한 배들이 많습니다. 원래는 인근 해안가에서 고기잡이를 하던 사람들이 동원됐을 수 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원래 원양에 나가려면 큰 배로 오는 것이라고 보통은 생각하지만 그렇지 못하지요. 어떤 의미에서는 표류하는 쪽이 당연하다고 생각을 해요. 가끔은 그런 배로 일본 해양까지 오는 사람들도 있으니 그것이 오히려 놀란 일이라고 생각해요,

<기자> 일본에서 발견된 어선에는 ‘조선인민군’이라는 글씨도 적혀 있었다고 하는데 군대가 직접 나가서 고기잡이를 하고 있는가요?

문성희: 이건 어디까지나 저의 추측인데 물론 인민군대가 직접 나가서 고기잡이를 하고 있을 수가 있지요. 앞서 말씀드린《노동신문》사설에서도 ‘인민군의 어로전사들의 전투 기개로 결사전을’이라는 문구로 호소하고 있었기 때문에 인민군 병사가 직접 어획하러 타고나간 것도 생각할 수 있어요. 북한에서는 병사들이 경제건설 현장에 동원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지요. 한편으로 보통 어민들이 군대가 소유하는 배를 빌려서 어획을 하고 있을 경우도 있지요. 군대의 배 같으면 원양으로도 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기자> 보통 이렇게 잡은 수산물은 어떻게 처리되는가요?

문성희: 어획한 수산물은 냉동으로 해서 평양까지 수송하는 경우가 많다고 봅니다. 평양에서 냉동된 수산물이 국영 백화점이나 슈퍼같은 데서 많이 볼 수 있어요. 그리고 수조에서 헤엄치는 물고기를 잡아서 거기서 요리를 해주는 그런 가게도 생기고 있어요. 이제 가게 명칭은 잊어버렸지만 한 번 물고기 상점 겸 음식점에 갔는데 거기서는 신선한 생선이나 냉동한 수산물 등이 풍부하게 있었습니다.

<기자> 맛이 어떻던가요?

문성희: 이제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저는 걱정이 되어서 북한에서는 회를 먹지 않는 편이에요. 그런데 거기서는 매우 신선한 회가 나왔기 때문에 전혀 걱정을 안 하고 회를 먹은 기억이 있어요.

<기자> 그러니까 북한 주민들, 특히 평양에 사는 사람들에 보급하기 위해 어획을 하는 것이네요?

문성희: 그런 측면이 크다고 생각을 해요. 평양에 있을 때 김책에 생선가공공장이 생겼다는 뉴스를 TV에서 본 적이 있어요. 거기서 강조된 것은 생선을 재빨리 냉동할 수 있고 그것을 평양 등에 수송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에요. 한편 서해에서는 꽃게가 많이 잡히지 않습니까? 해서 서해에서 좋은 꽃게가 잡힐 때마다 그것을 평양에 있는 음식점에 실어오는 것이에요. 아마도 거기서 비싸게 사주는 것이 아닌가 싶은데. 어떤 음식점에서는 신선한 꽃게를 입수하면 고객들에게 알려주고 있었어요. 고객 중에 제가 잘 아는 친구가 있었거든요. 그의 덕분에 신선한 꽃게를 먹을 수 가 있었어요.

<기자> 그런데 북한산 수산물은 중국에서도 인기가 높다고 하던데요, 외화벌이용 어획도 꽤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나요?

문성희: 네, 그렇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명태를 말린 것을 북한에서는 탈피라고 하는데 중국산도 있어요. 그런데 질이 좋은 것은 북한산이었어요. 그래서인지 북한산 탈피는 시장에 잘 안 나와요. 그렇게 생각하면 그건 수출용으로 되고 있을지 모릅니다. 꽃게 등도 정말 질이 좋아서 중국에서도 인기가 많았던 것 같아요. 전반적으로 북한산 수산물은 인기가 있으니 북한 당국이 수출을 목적으로 어획 전투를 벌이고 있다고도 말할 수 있지요.

<기자> 그런데 일본에 표류, 표착했던 목선에는 사람의 모습이 안 보였다는 뉴스도 있지 않습니까? 결국 표류하는 동안에 선원들이 사망한 듯한데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 먼 바다에 어획하러 가는 이유가 뭔가요?

문성희: 하나는 역시 나라의 어획량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이지요. ‘전투’라는 말이 붙어있는 것 만큼 떨어진 과업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2012년 무렵부터 북한에서는 경영권이 각 기업에 맡겨졌다는 이야기가 있지 않습니까.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인데, 이 시스템이 농장에도 보급되고 있고 고기잡이 현장에도 보급되고 있을 수 있다고 봐요. 그렇게 되면 어민들은 수산물을 많이 잡으면 잡을수록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할까요. 그러니까 위험을 무릅쓰더라도 먼 바다에 가는 가치가 있다는 것이겠지요.

<기자> 그렇지만 말씀하신 대로 먼 바다에 나갈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조업하다보니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일본 내에서도 북한 당국의 무대응을 성토하는 여론도 꽤 있었지요?

문성희: 당연히 있지요. 처음 일본 언론은 조선인민군이라고 배에 씌여지고 있으니까 공작원이 아닌가라고 보도하는 측면도 있었지만, 그것은 아니다고 인식한 것 같아요. 그 다음에는 북한 어민들이 열악한 환경속에서 어획을 해야한다는 측면에 대해서 부각하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어요. 목조선같은 것을 보면 금방 알 수 있으니까요. 배만이 표류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여기까지 오기 전에 죽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관점에서 보는 보도들도 적지 않았어요.

<기자> 그런데 지난번 방송에서 코로나 19 감염 대책도 80일전투의 중요한 과업 중 하나라고 말씀하셨지요?

문성희: 네, 10월 10일 당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연설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코로나19 피해자가 한 명도 없이 모두가 건강한 것에 대해 온 국민들에게 감사했지요. 김 위원장은 코로나가 아니라 ‘악성비루스’라고 했던데. 이렇게 김 위원장이 이야기한 이상 앞으로도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노력을 하는 것이 우선 과업으로 나선다고 봅니다.

<기자> 그렇다고 한들 코로나19 방역사업이 80일 전투의 중요한 과업 중 하나가 된다는 게 좀 이해가 가지 않는 측면이 있어요. 공장이나 기업소에서 성과를 내는 것이 우선시돼야 하는 것이 아닌가요?

문성희: 그건 그렇다고 보는데, 최근에 열린 내각전원회의에서는 코로나19 방역 진행은 8차당대회를 보위하기 위한 중요한 담보라고 하고 있어요. 그거야 그렇겠지요. 혹시 북한에서 코로나19가 만연된다면 8차당대회도 순조로히 개최할 수 있을 지 모르게 되겠지요. 그러니까 내각전원회의에서는 ‘비상방역전’이라고 방역도 전투라는 것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기자> 코로나19 방역과 함께 수해복구도 중요한 과업으로 제기됐는데요?

문성희: 네, 당연하다고 봅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당창건기념행사가 끝난 즉시 수해복구현장에 갔는데 그만큼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이지요. 저는 어떤 측면에서는 이번 80일전투기간에 코로나19 대책과 수해복구를 중요한 과업으로 내세운 것은 매우 현실적인 대응이라고 보고 있어요.

<기자> 어째서입니까?

문성희: 보통 ○일 전투같은 경우 공장, 기업소 등에 수행과업이 떨어지고 그것을 달성하는 것에 열중하게 되지요. 그것은 그것대로 좋지만 그렇게 해서 결국 무엇을 얻으려 하는지, 일반주민들에게는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할까, 안겨오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코로나19 방역에 힘을 놓는다든지, 수해복구사업을 다그친다는 것은 주민들에게도 눈에 보이는 성과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러니까 80일전투의 과업이 매우 현실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주민들도 그나마 할 마음이 생긴다고 할까요.

<기자> 그렇다면 이제까지는 할 수 없이 전투에 참가하고 있었던가요?

문성희: 어떨까요? 혹시 북한 사람들에게 그런 질문을 하더라도 솔직한 대답이 돌아오지는 않겠지요. 다만 저의 느낌으로는 이것이 정말 자기들의 생활에도 절실한 과업 같으면 적극적으로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기자> 당창건 75주년까지 완성되기로 예정되던 평양종합병원이나 갈마관광지구에 관한 완공 소식은 아직 안 들려오는데 혹시나 80일전투기간의 성과로 과시될 가능성이 있는가요?

2018년 일본에서 첫 발간된 문성희 박사의 북한 경제에 관한 저서 ‘맥주와 대포동’ 한국어판이 최근 한국에서 출간됐다.
2018년 일본에서 첫 발간된 문성희 박사의 북한 경제에 관한 저서 ‘맥주와 대포동’ 한국어판이 최근 한국에서 출간됐다.

문성희: 그건 어려운 것이 아닌가 싶어요. 제재와 코로나19, 게다가 수해가 겹쳐서 북한은 이른바 ‘3중고’에 시달리고 있지요. 수해 피해가 크지 않았다면 종합병원은 완공되었을 수 있는데 수해가 난 이후에는 수해 복구가 우선되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자재도 수해재해지에 집중되었다고 생각을 하구요.

<기자> 그렇다면 북한 당국이80일전투가 끝날 때 무엇을 성과로 과시할 지 궁금합니다.

문성희: 국가경제발전5개년전략 수행을 연말까지 최대한 촉구한다는 것이 과업 중 하나이기때문에 그것을 가지고 성과로 과시할 지 몰라요. 그렇다고 구체적으로 발표가 있을지는 몰라요. 하여튼 8차당대회를 개최하는 것은 결정되어있고 대회에서는 새로운 경제계획이 발표될 것이 예견되니, 그에 앞서서 성과가 있었다는 것을 노동신문 등에서 보도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기자> 문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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