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바이든 정부가 핵군축협상 제안시 응할 것”

워싱턴-한덕인 hand@rfa.org
2020.11.11
biden_sk_b 사진은 2013년 12월 7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전몰 미군장병에 헌화한 뒤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는 조 바이든 당시 부통령.
/연합뉴스

앵커: 저명한 한반도 전문 기자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한반도 담당 편집위원과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 시간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오늘 대담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북, 당장 바이든 당선 보도 필요성 못 느낀듯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편집위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편집위원.
사진 제공-마키노 요시히로

<기자> 이시간 진행을 맡은 한덕인입니다. 마키노 위원님, 북한 관영매체는 미 대선과 관련한 내용을 일절 보도하지 않고 있습니다. 향후 북한의 대미 노선은 어떤 모양새가 될 것으로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먼저 북한은 주체사상의 나라라서 미국이나 한국 등 다른 나라의 선거에는 관심을 보여준 바가 없습니다. 김 위원장의 외교적인 성과라 할 수 있는, 신뢰 관계 맺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됐다면 보도할 만한 이야기라고 생각되지만, 바이든의 당선을 보도할 필요성은 없다고 판단하는 듯 합니다. 물론 북한 정권 관계자는 미북관계에 관심이 있을 겁니다. 외화도 고갈되고 있고, 김정은 위원장의 업적을 과시할 수 있는 사업은 당장 못하고 있는 상황이니까요. 아마 먼저 내년 1월에 예정돼 있는 당대회에서 대미방침을 발표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거기서 만약 바이든 정권이 계속해서 북한을 무시한다면 내년 2월 8일 북한군 창건기념일이나 2월 16일 광명성절, 아니면 4월 15일 태양절 같은 계기에 군사 도발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북한도 경제적으로 지원해주는 중국의 생각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좀 신중하게 행동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기자> 북한이 무력시위를 통해 바이든 행정부의 긴장감을 고조시키며 관심을 끄는 과거 전례를 답습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북한이 내년 3월 예정인 한미연합훈련을 빌미로 활용할 여지가 많고 이 때가 향후 북미 관계와 한반도 정세에 최대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는듯 한데요. 어떻게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우리는 북한 입장에서 가장 좋은 상황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북한의 특권층이 그대로 권력을 유지할 수가 있고, 국제사회에서도 적당히 고립되는 상황이 가장 좋은 상황일 것이라 생각되고요. 바이든 당선인의 외교안보 고문들의 발언을 보면서 제가 느낀 것은, 일단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무리하게 핵폐기를 요구해도 협상이 잘 진행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핵군축협상을 현실적으로 전개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라는 의견이 많이 나와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런 것은 김정은 정권이 가장 원하고 있는 협상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으로서는 일단 핵무기가 하나라도 남아있으면 미국이나 중국, 러시아 등에서 무시 당하는 일이 없을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보고요. 일단 북한 노동당과 고위 간부들의 권력을 유지할만한 정도의 외화를 획득할 수 있고, 경제제재의 부분적인 완화를 실현시킬 수 있다면 북한은 기꺼이 바이든 정권과 협상을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만약 바이든 정권이 처음부터 핵군축협상을 하자고 제안하면 북한은 군사도발을 안하고 대응할 것 같은데, 하지만 그런 것은 북한이 과거 파키스탄 모델을 따라가는 일종의 위험한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시선도 없지 않은 것 같습니다.

바이든 정부, 북에 핵군축협상 제안 가능성

<기자> 최근 한국 외교부는 미국을 방문 중인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폼페이오 장관과 회담을 갖고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현재 상황 평가를 공유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통화 시점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위원님께서는 최근 미 대선 결과가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은 어떨 것으로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일단 강경화 장관이 폼페이오 장관과 만나기 위해 미국을 방문했던 것은, 할 수 있으면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당선되면 좋겠다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에 했던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세 번째 미북정상회담이 일어나면 미북합의도 도출되고 문재인 정권이 원했던 남북경제협력도 가능해졌을 것이라고 많이 기대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바이든 전 부통령이 미 대선에서 승리선언을 했기 때문에 아마 톱다운 방식이 아니고 보텀업(상향식)을 바탕으로 북한에 접근하려 할 것 같은데요. 아마 실제로 그렇게 되더라도 역시 문재인 정권이 추진하는 남북정책에 대해서는 득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저는 생각하고요. 또 바이든 정권이 실제로 핵군축협상을 실질적으로 제안하고 암묵적으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써 인정할 가능성도 남아있습니다. 그것은 한국이나 일본의 입장에선 말도 안 되는 결과가 돼버릴 수가 있어서 걱정하는 상황인데, 역으로 문재인 정권은 남북협력을 할 수 있게 됐다며 환영할 수도 있다고 저는 예상하고 있습니다.

<기자> 박지원 국정원장이 일본 정보당국자들과 스가 총리와 만나 회담했습니다. 회담은 어떤 분위기 속에 진행됐고 무슨 구체적인 얘기가 오갔나요? 

마키노 요시히로: 네. 박지원 원장은 스가 총리와 만난 다음 기자단에 한일관계 개선을 원하고 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을 전했습니다. 제가 듣기로는 한국 정부는 징용권 문제에 관해 일본 기업들에게 손해배상을 하라고 했던 판결을 집행하지 않는 대신에 일본 정부가 했던 반도체 수출규제를 철회시키는 정치적인 합의를 모색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로는 박지원 원장의 방문은 일본 정부가 징용권 문제의 정치적인 합의에 응할 생각이 있는지 없는지 탐색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제가 듣기로는 일단 청와대 소속 국가안보수장이 오는 17일부터 일본을 방문해 기타무라 (시게루) 국가안전보장국(NSS) 국장, 스가 총리와 회담하려고 조정하고 있다고 저는 듣고 있습니다. 일단 한국 언론 일부도 이러한 점을 보도했다가 청와대 측에서 사실이 아니라고 했지만, 제가 보기로는 그런 움직임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기자> 한일관계와 관련해서 바이든 부통령이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됨과 동시에 한일관계의 개선 가능성 역시 커졌다는 주장도 제기되는 듯한데요. 어떻게 보시나요?

마키노 요시히로: 일단 바이든이 부통령을 지냈던 오바마 정권 당시에는 항상 한미 외무 차관급 회담이 많이 열렸습니다. 일단 바이든 정권이 되면 백악관도 한미일안전보장협력이나 외교 협력에 대해서 관심이 많아질 것 같고, 항상 협력을 잘 유지해야 한다는 얘기가 많이 오가게 될 것이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 때 처럼 그런 특유의 돌파력은 없을 겁니다. 좋게 얘기하면 상식적인 사람들이라서 너무나 무리하게 압력을 가하려고는 하지 않을 겁니다. 백악관의 생각이 반영될 장면들이 많아질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제가 보기엔 바이든 정권이 됐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미국의 한국이나 일본에 대한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됩니다.

코로나19로 김 위원장 체중 증가한 듯

<기자> 한편 김정은 위원장의 체중이 최근 들어 더 늘었다는 얘기가 나오는데요.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 어떻다고 볼 수 있을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이달 3일에 국가정보원이 한국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작년까지 체중이 130kg 였는데 올해는 체중이 140kg가 됐다는 그런 얘기가 있습니다. 다만 제가 기억하기로는 국정원이 2016년 7월 2일에 열렸던 정보위원회 설명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체중은 130kg라고 설명했던 바가 있었습니다. 따라서 김정은 위원장은 2016-2019년까지 3년 정도는 130kg대를 유지했다가 올해 들어서 체중이 10kg 증가했다는 말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코로나19 때문에 현지지도도 못하고 스트레스도 많이 쌓여 있기 때문에 체중이 10kg 정도 불어난 것 같습니다. 그러니깐 코로나 문제가 일반 시민 사회의 건강 문제에 심각한 문제를 미치고 있다고 해서 화제가 되고 있는데, 역시 김정은 위원장도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다는 말입니다.

<기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