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진지한 북핵협상 생각 없어”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18-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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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월 1일 김영철 부위원장과 회담 후 백악관에서 함께 걷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월 1일 김영철 부위원장과 회담 후 백악관에서 함께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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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저명한 한반도 전문 기자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서울지국장과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 시간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 김영철 보낸 건 협상 아닌 트럼프 진의 파악용

<기자> 지난 8일 열릴 예정이었던 미국과 북한 간 고위급 회담이 하루 전 갑자기 연기됐습니다. 북한이 먼저 일정 연기를 요청해왔다고 강경화 한국 외교부 장관이 밝혔는 데요, 북한이 ‘서로 일정이 분주하니 연기하자’고 했다는 겁니다. 북한이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면담을 요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9일 유럽 방문 일정 탓에 면담이 이뤄지지 않게 되자 회담을 연기한 거라는 설명입니다. 미국 국무부도 단순한 일정 조율 차원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마키노 지국장님, 미북 고위급 회담이 연기된 배경, 뭐라고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서울지국장.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서울지국장. 사진 제공-마키노 요시히로

마키노 요시히로: 네, 방금 말씀하신 내용은 있을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원래 노동신문을 통해서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정책을 지지하면서 북미대화가 잘 진전되지 않는 배경으로 보수 정치인들이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해왔습니다. 김정은 위원장도 다섯 차례나 친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냈는 데요 아마 김영철 부위원장을 미국에 보내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친서를 실제 읽고 있는지, 트럼프 대통령이 왜 답신을 잘 전달하지 않는지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살펴보라는 그런 지시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유럽 방문과 관련해 갑자기 일정을 조정하지 못 했기 때문에 김영철 부위원장의 미국 방문이 성사되지 못했다는 건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습니다. 북한이 김영철 부위원장을 다시 미국에 보낸다는 건 미국과 협상하려는 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진의를 확인하려는 배경이었기 때문에 미국도 이번에는 ‘북한도 우리와 협상하려는 생각이 없구나’라고 느끼고 있었다고 저는 봅니다. 그래도 일단 뉴욕에서 11월에 북한 측과 만난다고 국무부가 발표한 배경에는 중간선거가 있기 때문에 미국 입장으로서도 자신들의 한반도 정책이 잘 진행되고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중간선가가 끝나자마자 국무부가 회담이 연기됐다고 발표했습니다. 그건 국무부는 김영철이 미국을 방문하는 진짜 이유가 트럼프 대통령의 진의를 확인하려고 오는 것이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리면 아마 오지 않을 거다, 그래도 중간선거에 이용할 수 있으니까 일단 트럼프 대통령도 만날 수도 있다는 뜻을 북한한테 전달했지 않았을까, 저는 의심스럽게 보고 있구요. 이번에 결과적으로 미국도, 북한도 진지하게 북핵 협상에 임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고위급 회담이 무산됐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한∙미, 조만간 내년 2월 키리졸브 재개 여부 결정해야

<기자> 북미 양쪽 다 진지하게 협상에 임할 준비가 없었다는 지적이신데요, 그렇다면 고위급 회담이 언제쯤 다시 개최될 걸로 예상하시는지요? 올 해 안에 열릴 수 있을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저는 매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일단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간 실무회담을 통해 합의에 대한 시나리오, 예를 들면 비핵화 목록을 제출한다거나 대신에 미국이 북한에 대해서 양보한다거나 그런 얘기를 해야 하는데 현재 미국은 북한이 언급한 풍계리 핵실험장에 대해서 참관단을 초청한다거나 하는 정도의 양보로는 북한에 대해서 뭔가 상응한 조치를 취한다거나 하는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고 그러면 북한도 일단 더 이상은 양보할 생각이 없는 것 같고, 이런 상황에서는 도저히 합의가 도출되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마 12월께 내년 2월 말부터 시작해야 하는 키리졸브 한미연합훈련도 어떻게 할 건지 결론을 내려야 합니다. 전혀 북핵 협상에서 진전이 없는 상황 아래서 훈련을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렇게 훈련이 이뤄지면 북한도 화가 나서 더 회담이 어렵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차 미∙북정상회담 개최 현재로선 불투명

<기자> 네 여건상 고위급 회담의 연내 개최가 불투명하다는 말씀이십니다. 그런가 하면 이번 고위급 회담의 주요 의제 중 하나는 2차 미북 정상회담 일정 논의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 다음날 기자회견을 통해 김 위원장과 2차 정상회담 시기를 ‘내년 초’라고만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내년 초에는 만날 수 있을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저는 너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내년 초라고 얘기하지만 그건 내년 초에 정상회담을 한다기보다는 내년 초에 하길 희망한다는 겁니다. 지난 번에도 얘기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은 실패했다고 보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는 시간이 걸려도 된다고 얘기하고 있구요. 일단 실질적인 합의가 이뤄지고 그 후에 시기와 장소를 결정해도 된다는 뜻이거든요. 트럼프 대통령도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듯해서 다시 북미2차 정상회담이 이뤄진다고는 현재로선 아예 기대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봅니다.

북∙미 교착상태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

<기자> 네 북핵 협상에서 어떤 진전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2차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되기는 어렵다, 이런 말씀인 듯합니다. 지적하신 대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협상을 서두를 필요없다는 얘기를 반복했습니다. 또 제재해제를 위해선 북한이 호응해야 한다고 말했는데요, 시간이 좀 걸리긴 하겠지만 북미 양 측이 적절한 선에서 합의에 이를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트럼프 대통령이 시간이 걸려도 된다고 말하는 배경 중에 하나가 일단 미국은 북한에 대한 제재가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펜스 부통령도 제재를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일단 제재를 유지하면서 북한이 양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고 싶고 그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최소한 풍계리나 영변에 대한 사찰 정도는 무조건 해야 한다, 그러면 북미협상도 진행될 수 있고 그 이후에 제재완화라도 조금 검토할 수 있지 않을까, 그 정도의 생각이 아닐까 그런 생각입니다. 물론 북한도 미국에 대해서 양보할 생각은 없는 듯합니다. 일단 앞으로 남북관계가 파탄난다거나 아니면 제재가 너무 심하게 이뤄져 북한이 견딜 수 없는 상황이 된다거나 그런 전략적인 상황이 바뀌지 않는 한 교착상태가 계속되지 않을까 저는 보고 있습니다.

<기자> 네, 교착상태가 계속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한편 이번 미국 중간선거에서 야당인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이 되면서 행정부의 주요 외교정책에 대한 철저한 감시와 감독을 공언하고 나섰습니다. 현재 진행중인 북미대화에 미칠 영향은 어떻게 예상하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민주당도 대북정책에 관한한 매우 강경한 입장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이 얘기하지 않고 있는 북한인권 문제도 중시하는 입장입니다. 그러니까 민주당이 다수당이 됐다고 하더라도 미국의 북한정책에서 큰 변화는 없을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평양서도 빈부격차 심화 소문…대북 인도지원 필요

<기자> 네, 중간선거가 미국의 대북정책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신 것 같습니다. 지난 주 에드워드 마키 미국 상원의원이 대북 인도지원 제한 조치를 완화해줄 것을 트럼프 행정부에 촉구했습니다. 마키 의원은 미국의 북한여행 금지 조치가 인도주의 활동가들의 방북을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는 데요, 미국 정부의 대북 인도적 목적을 위한 방북 불허 어떻게 봐야 할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저는 개인적으로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북한 주민들은 많이 있다고 봅니다. 요즘은 평양에서도 빈부격차가 심하게 확대되고 있다는 소문도 많습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 지도층은 지금 부족한 외화를 보충하기 위해서 주민들로부터 돈을 수탈하거나 필요한 행정 서비스를 안 한다거나 그렇게 하고 있기 때문에 주민들이 너무 불편하게 생활하고 있다는 소문을 저는 듣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도적인 지원을 한다고 하면 그런 지원을 통해서 북한 주민들에게 (국제사회의) 정보도 제공할 수 있는 기회도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무조건적 지원이나 북한 주민들을 악용한다거나 그런 상황이 되면 안 되니까 철저한 모니터링, 감시 체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제가 듣기로는 국제적인 단체는 감시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능력은 갖고 있기 때문에 그런 조건 아래서 인도적 지원은 지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 고위인사 방남, 남북대화 진행상황 점검 차원

<기자> 분배 감시가 이뤄진다면 대북 인도적 지원은 허용돼야 한다는 말씀이시군요. 마지막으로 리종혁 북한 아태위 부위원장과 김성혜 통일전선부 실장이 14일 한국에서 열리는 국제대회 참석을 위해 남한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현 시점에서 북한 고위급 인사들의 방남,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아시다시피 리종력 부위원장이나 김성혜 실장은 북한 안에서 별로 실세가 아닙니다. 김성혜 실장은 최근에 일본정부 관계자와 비밀회담을 했던 사람이어서 일본에서는 관심을 가질 수 있을 듯한데 김영철 부위원장의 아래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보다 아랫사람이어서 김정은 위원장의 뜻을 전달한다거나 실질적인 협상을 한다거나 하는 역할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일단 남북대화는 파탄의 위기에 있다고 저는 생각하지만 아직까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한국 쪽에 남북대화의 진행 상황 등을 확인하려는 차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기자> 현재 진행중인 남북대화의 상황을 확인하는 그런 실무차원이다는 지적이군요.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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