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보건∙의료 대해부] 시장화(?)한 약 판매
2020.11.24

앵커: ‘무엇보다 건강이 우선이다.’ 청취자 여러분들도 누구나 한번씩은 들어보셨지 않을까 싶은데요.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으로 주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보건∙의료체계의 중요성에 더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이 북한 의료 전문가인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dprkhealth.org) 센터장과 함께 기획한 ‘북한 보건∙의료 대해부.’
북한 보건과 의료 체계의 정확한 실상을 파악해보고 주민들의 건강한 삶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도 함께 모색해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기자: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 보건∙의료 대해부’의 진행을 맡은 한덕인입니다. 북한 의료 전문가인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의 안경수 센터장과 함께 북한의 보건의료 체제에 대한 얘기를 나눠보는 네번째 시간이 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안 센터장님.
안경수 센터장: 네 안녕하세요.
기자: 지난 시간에는 비공식적으로 번성 중인 사적 약품 판매소의 종류에 ‘개인집약국’, ‘의약품관리소 소속 약국’에 심지어는 대리점식으로 운영되는 약국도 있다는 점을 짚어 주셨는데요. 오늘은 앞서 설명하신 ‘개인집약국’에 관해서 조금 더 자세한 얘기를 나눠 봤으면 합니다. 안 센터장님, 북한의 ‘개인집약국’은 언제부터 늘어나기 시작한 건가요?
안경수 센터장: 일단 장마당은 90년대 중후반부터 자생적으로 굉장히 활성화되기 시작했고, 2000년대를 거치면서 소위 말해서 합법의 바운더리(경계) 안에 들어가면서 약도 팔고 했는데, 개인집에서도 또 물건을 팔았어요. 보통 장마당에 가서 매대를 차리면 한사람 당 매대 크기가 그리 크지 않거든요. 그 매대에서 모든 물건을 다 팔 수 없는 거죠. 예를 들어서 컴퓨터를 판다고 치면, 크기 때문에 매대 위에 많이 진열해 두고 팔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일단은 사람들이 장마당에 가서 어떤 물건이 있는지 알아본 다음에 그 물건을 직접 보고 사겠다고 판매자에게 얘기하면, 그러면 그 장마당집 매대 사람이 창고 겸으로 있는 자신 개인집으로 데려와서 물건을 보거나, 집은 더 넓으니깐 물건을 쌓아두고 재고를 둘 수 있잖아요. 이건 사실 많이 알려진 내용인데, 약도 마찬가지입니다.
약도 꼭 외부에 진열해 두고 팔 필요가 없다는 거죠. 집에다가 재고를 쌓아두고 그렇게 파는 건데. 이렇게 하기도 해요, 예를 들어 일과시간인 낮에는 장마당 매대에 앉아 있다가 저녁이나 밤에는 자기 집에서 물건도 팔고, 그러다가 장사를 더 본격적으로 하는 경우는 개인집에서 아예 대놓고 전문적으로 약을 팔기도 하고요. 또 심지어 도매 같은 것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도매 같은 경우는 이층집에서해요. 집 크기가 일층으로는 (물건 재고가) 안 되는거죠. 아예 이층짜리로 건물을 짖고 도매 유통을 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렇게 흐르면서 2000년대와 2010년대까지 (비공식적인 사적 약국들의 번성이) 이어진 것이죠. 그리고 앞서 말씀드린 의약품관리소 소속 약국 같은 경우는 2010년대부터 활성화됐고, 최근에는 소위 ‘대리점 약국’같은 것들이 생기기 시작했고요. 그러니깐 사람들이 계속 장사를 하다 보니 새로운 방식들이 응용되는 거죠.
기자: 그러니깐 ‘개인집약국’이라 하면 꼭 그곳에 약만 진열해 둔 것이 아니라 약도 파는 여러 물건 중 하나인 것이다 라는 말씀이신가요?
안경수 센터장: 물론 그런 것도 있고요. 그러다가 거의 전문적으로 약만 파는 경우가 많죠. 왜냐하면 의사나 간호원들 같은 사람들이 속칭 부업도 해요. 이것도 사실 많이 알려진 건데, 부업도 하고 또는 소위 약간 직장을 이탈해서 집에서 치료활동을 하거나 약을 팔거나 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그러니깐 전문적으로 (장사)하는 경우도 있어요. 근데 물론 개인집약국에서 약을 파는 사람들이 다 북한의 (공식적인) 약제사는 아니에요. 일반인도 파는 경우가 당연히 있어요. 그래서 의료인력에 관해 많이 연관된 부분인데 나중에 조금 더 자세히 짚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기자: 약을 사는 일반 북한 주민의 입장에서 개인집약국을 이용하는 것이 더 싼가요? 무엇이 더 편리한 것이죠?
안경수 센터장: 북한에 살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가격은 모르지만 통상 북한은 물품의 가격이 원산지에 따라서 달라요. 그래서 예를 들어 개인집약국에 가면 북한에서 만든 속칭 조선약도 있고, 일본약도 있고, 당연히 중국약도 있습니다. 근데 (통상) 중국으로부터 물건이 들어오다 보니 동남아쪽에서도 들어오고요, 특히 동남아가 약을 생산하는 기지가 많거든요, 유럽에서 들어오는 약도 있어요. 약의 원산지가 다양해요, 북한에서 생산되는 약만 파는게 당연히 아니거든요. 그러다 보니 가격대가 다양하게 형성이 돼 있어요. 같은 약이라도 조금씩 다르죠, 특히 품질에 따라서. 그러니까 주민들 입장에서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고 하면 똑같이 아파도 조금 비싼약을 사고 하는 것이죠.
기자: 장마당에서 대북제재로 들어올 수 없어야 할 품목들이 판매되고 있다고 알려진 것처럼, 대체로 약국도 돈만 있다면 원하는 약을 구할 수 있는 건가요?
안경수 센터장: 일단 개인집약국 자체가 (당국 공식적으로는) 하면 안 되는 것이고, 그러니깐 거기에 들어오는 약품들은 다 시장체계를 통해서 들어오는 것이죠. 많은 사람들은 ‘북한은 사회주의국가지만 시장이 번성해 있다’라고 얘기하는데 사실 정말 그렇게 밖에 얘기할 수 없어요. 체제가 양립돼 있고, 섞여져 있고, 굉장히 융합돼 있어요. 다 들어오면 안 되는 물건이 있는 경우가 많죠. 기자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대북제재 때문에 수입할 수 없는 품목들이 많은데, 실제로는 다 (유통)해요. 그게 북한이거든요. 이게 의약품 뿐만이 아니에요. 아시다시피 북한에서는 유통을 하면 안되는 것도 다 물건을 구할 수 있단 말이에요. 옛날부터 CD-R이나 USB같은 것들도 다 유통돼 왔잖아요.
기자: 보통 개인집약국에서 판매하는 약값은 어떻게 책정되나요?
안경수 센터장: 가격은 주인장이 마음대로 정하는 건 아니에요. 왜냐하면 주인장이 마음대로 정하게 되면 어떤 약국은 더 비싸게 팔고 있고 다른 동네에서는 오히려 더 싸게 팔고 있다거나 하면, 손님들은 다 더 싼 동네로 몰리거든요. 그러니까 자본주의식(시장)을 닮은거죠. (주인장이라고) 함부로 자기 마음대로 비싸게 못 파는 거예요. 즉, 약 가격이나 소매 금액이 일정 부분 그 지역에서는 균등해요. 왜냐하면 도매에서 오는 가격이 있으니까. 우리도 도매에서 오는 가격에서 몇 퍼센트를 남기고 팔잖아요. 그러다 보니 가격을 마음대로 정하지 않아요, 그런 (시장적)체제들이 잘 형성돼 있어요.
기자: 내년초 북한이 발표할 것으로 전망되는 새로운 국가경제 발전 개발 5개년 계획에서 당국이 공식적으로 시장경제 체제를 주민들에게 허용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주장도 있습니다. 이미 시장화가 다분한 약품 판매와 관련해서도 당국이 공식적인 시장화 방침을 제안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안경수 센터장: 그런 주장들이 틀리진 않은 것 같아요. 다만 저는 내년에 발표되는 경제개발계획에는 (본격적인 시장화 방침들이) 포함이 안 될 거라 보는데. 이게 그런게 있어요, 북한이 자생적으로 활성화가 되다 보니 하면 안 되는 것들이 거의 합법적으로 되고, 그러다 보니 북한도 지도부가 (시장화의 필요성을) 다 안단 말이에요. 이것을 허용해서 양성화시키고, 또 여기서 세금을 걷거나 하는 그런 생각을 하긴 할 것이란 말이죠. 다 알긴 알지만, 북한은 어쨌든 간에 폐쇄적인 국가이고 사회주의적인 또 그런 부분에서 (사상적인 부분을) 계산해야 하게 되는 거죠. 저도 그런 주장을 하는 전문가들의 주장처럼 북한도 언젠가는 시장화가 될 수 있다고 보지만, 다만 실제로 그렇게 되는 과정이 쉽진 않을 거란 말이죠. 그러니깐 지금까지 얘기한 개인집약국들도 소위 말해서 정말로 양성화가 된다면 간판만 걸면 되는 것이거든요. 소위 정말 간판만 달리지 않은 상태에서 장사를 하는것 이니까요. 근데 그 간판을 다는 것이 쉽지가 않아요. (대표적으로) 체제적인 문제가 있고요. 그래서 북한은 지금까지 20년 정도를 공과사가 뒤섞인, 즉 사회주의와 시장이 뒤섞여서 계속 이어져 온 그런 면이 좀 있어요.
기자: 네, ‘북한 보건∙의료 대해부,’ 오늘 대화는 여기까지입니다. 북한 의료 전문가인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 센터장과 함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