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근해∙먼바다 조업 ‘우왕좌왕’ 지시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18-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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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24일 일본 아키타(秋田)현 유리혼조시(由利本莊市) 해안의 방파제에 표류해 있는 목조 어선. 배에 탄 북한 주민은 한 달 전쯤 낙지(오징어) 잡이를 위해 북한을 출항했으나 선박이 고장 나 표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11월 24일 일본 아키타(秋田)현 유리혼조시(由利本莊市) 해안의 방파제에 표류해 있는 목조 어선. 배에 탄 북한 주민은 한 달 전쯤 낙지(오징어) 잡이를 위해 북한을 출항했으나 선박이 고장 나 표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앵커: 올해도 오징어(북한명: 낙지)잡이 철을 맞아 일본 해안까지 표류한 북한 어선이 100척에 가까운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북∙중 밀수가 활발해지고, 오징어가 밀수품목으로 인기를 끌면서 10월 이후 오징어잡이를 위해 일본 배타적경제수역을 침범하거나 표류한 북한 어선이 크게 늘었는데요.

일본 해상보안청의 단속이 강화되고, 국제사회의 관련 보도로 관심이 높아지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일본 배타적경제수역을 침범하지 말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 일본 해상보안청 “11월 9일 현재 89척 표류 확인”

- 10월∙11월, 본격적인 오징어잡이철 맞아 표류 어선 증가

- 올해도 5천 척 이상 북한어선, 일본 EEZ 침범

- 북∙중 밀수 재개로 표류 어선 증가 예견


일본 해상보안청에 따르면 지난 11월 9일 현재 일본 해안에서 발견된 표류 어선은 89척. 대부분 오징어잡이(북한명: 낙지잡이)를 위해 일본 근해까지 항해했다가 표류된 선박들입니다.

특히 10월과 11월, 본격적인 오징어잡이 철을 맞아 최근 표류 어선이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올해 북한의 표류 어선 수가 최고기록을 세울 것이란 해상보안청의 전망도 나와 있습니다.

일본 ‘아시아프레스’도 지난 10월 이후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침범하거나 표류한 북한 어선이 급격이 늘어났다며 목조선 형태와 시기 등을 고려하면 오징어잡이로 추정된다고 2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올해 5천 척이 넘는 북한 어선이 배타적경제수역을 침범했다는 일본 수산청의 발표가 있었지만, 대부분 10월 이후에 이뤄졌다는 것이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설명입니다.

[이시마루 지로] 올해도 갑자기 표류 어선이 많아졌습니다. 올해 초에 10월 이후에는 100척 가까운 표류 어선이 왔는데, 아직 시신은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사람이 없는 배들이 표류해 온 것이죠. 목조선 형태를 보면 작년과 똑같고 모두 오징어잡이 배로 추정됩니다. 일본 수산청이 위성사진도 공개하면서 올해 들어 5천 척이 넘는 북한 어선이 배타적경제수역을 침범했다고 발표한 바 있는데 대부분이 10월 이후입니다. 지금이 11월 말인데, 오징어잡이 철이 끝나가면서 배의 수는 줄어들고 있지만, 표류 어선은 일본 해안에 표류해옵니다.

오징어잡이에 나섰다가 표류하는 북한 어선에 대해서는 이미 예견된 바 있습니다.

북∙중 사이에 밀수가 성행하고 중국으로 오징어가 많이 거래되면서 오징어잡이 철을 맞아 돈벌이를 위해 다시 배를 타고 바다로 나서는 북한 주민이 늘었기 때문입니다.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두 번째로 중국을 방문한 지난 5월 8일 이후 밀수와 함께 오징어잡이가 부활하면서 대북제재 이후 폭락했던 오징어값이 밀수 재개와 함께 가격이 회복세를 보인 것도 이 같은 상황을 뒷받침했습니다.

오징어잡이에 나선 어부들도 한 번 항해할 때마다 한국 돈으로 약 20~30만 원, 미화로 200달러 안팎의 고수입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표류 위험을 무릅쓰고도 바다에 뛰어든다는 것이 이시마루 대표의 설명입니다.

- 지난해 표류 어선∙사망자 뉴스에 큰 관심

- 김정은 정권 권위 훼손 우려에 두 가지 지시

- ‘작은 배가 먼바다까지 나가지 말 것’, ‘일본 EEZ 침범하지 말 것’

- 지난 10월에는 수자원 보호 위해 근해 조업 금지

- 상반된 지시에 북한 주민 갈팡질팡, 돈벌이에 마지막 오징어잡이 박차

이런 가운데 김정은 위원장이 ‘소형 어선은 멀리까지 나가 고기잡이를 하지 말 것’과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에 들어가지 말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평양의 무역 관계자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올해 초부터 표류 어선에 대한 일본 정부의 단속과 국제사회의 보도 등으로 김정은 정권의 권위를 훼손할 것을 우려해 이 같은 지시를 내렸다는 겁니다.

[이시마루 지로] 지난해 말부터 정말 많은 북한 목선이 일본에 표류했고, 30구가 넘는 시체가 발견되지 않았습니까? 많은 보도가 있었고, 이것이 김 위원장의 권위를 훼손하는 일이 됐단 말입니다. 그래서 일본 근해까지 가지 말라, 일본 배타적경제수역을 침범하지 말라는 이런 지시도 있었다고 합니다.

반면, 김정은 위원장이 수산 자원의 보존을 위해 지난 10월 초, ‘수산자원을 적극 보호∙증식할 데 대하여’란 제목으로 북한 근해가 아닌 먼바다에서 조업을 할 것을 지시하는 등 상반된 방침을 내렸다고 이시마루 대표는 지적했습니다.

이는 김 위원장이 직접 발표한 내용으로 수산기지와 관련 간부들이 곧바로 이행해야 하는 사안입니다.

결국, ‘북한 근해에서 조업하지 말라’는 방침과 ‘작은 배가 먼바다까지 나가지 말라’는 상반된 지시가 내려지면서 관련 기관과 북한 주민이 혼란스러워하는 가운데 당장 돈벌이가 급한 북한 주민은 오징어잡이 철이 끝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일본 해안으로 오징어잡이에 나서는 실정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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