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특집: 전문가가 본 2020] ⑨ “중 북한카드 바이든엔 안 통해”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20-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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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특집: 전문가가 본 2020] ⑨ “중 북한카드 바이든엔 안 통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 금수산영빈관에서 산책하는 모습.
/연합뉴스

앵커: 코로나19를 계기로 올해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신냉전에 가까울 정도로 악화한 가운데 북중 관계는 양국 정상의 친서 교류 등 정상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저명한 중국 전문가가 밝혔습니다.

미중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중국이 사회주의 국가끼리 결속을 통해 북한을 이용하려 하겠지만, 차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서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 전문가는 내다봤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2020년 한 해를 마감하며 미국과 한국, 일본의 북한 전문가의 분석을 통해 올 한해 북한을 둘러싼 주변 상황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동북아 정세를 전망해 보는 시간을 준비했는데요.

‘연말특집, 전문가가 본 2020’, 오늘은 마지막 아홉 번 째 순서로 이성현 한국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의 견해를 노정민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코로나19가 미중 사이 관계의 사다리 걷어차”

     ⦁ 이성현 센터장님. 오늘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2020년 올해는 코로나19 대유행 속에 미중 관계가 크게 악화했습니다. 이전에도 코로나19를 계기로 미중 관계 악화가 가속화했다고 평가하셨는데요. 먼저 올해 미중 관계를 간략히 정리해주신다면요?

[이성현 센터장] 미중 관계를 보자면, 역시 코로나19로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코로나 19는 민감한 안보 사안이 아니라 국제적으로 협력해야 하는 공중보건 사안이고, 심지어 사이가 안 좋은 국가들 사이에서도 코로나19 방역 협력의 공감대가 있기 때문에 협력할 수 있는 좋은 이유가 있었음에도 오히려 미중 관계는 코로나19를 통해 확실하게 멀어지게 됐다고 봅니다. 또 서로에 대한 감정의 앙금이 깊어지고, 정치 체제의 문제, 중국의 투명성 문제 등으로 불거지면서 저는 전반적으로 올해는 코로나19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 관계의 사다리를 걷어찬 그런 중요한 한 해로 보고 있습니다. 적어도 미중 간 갈등이 신냉전에 버금갈 정도로 악화했다는 공감대가 있는 것 같고요. 그만큼 심각성을 이해하고 미국과 한국이 같이 대응책을 내놓는 정책적인 고민이 필요하겠습니다.

“기대한 만큼 북중 교류 없었지만, 관계 악화는 아냐”

     ⦁ 이런 가운데 올해 북중 관계는 어땠다고 평가하십니까?

[이성현 센터장] 올해 북중 관계는 조용했죠. 올해 북한은 ‘삼중고’라고 해서 대북제재에 코로나19, 그리고 자연재해가 많았죠. 이런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난 1월 말에 북중 국경을 닫았기 때문에 북중 교류가 전반적으로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4월까지만 해도 북한의 경제 특사팀이 중국을 방문한 것이 언론에 보도됐고요.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2019년 6월 20일과 21일에 북한을 국빈 방문한 이후로 우리가 크게 기대했던 북중 교류가 이뤄지지 않았을 뿐, 그래도 간간이 맥락은 유지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 시진핑 주석이 작년 6월에 북한을 방문한 이후 큰 북중 교류가 없었던 이유는 미중 관계가 매우 악화했기 때문이죠. 미중 무역전쟁뿐 아니라 이념, 체제 경쟁, 신장 위구르 소수 민족, 인권, 홍콩 국가보안법, 남중국해, 대만 문제까지 미중 간 갈등 영역이 확대하고 중국이 미중 문제에 전념하면서 그만큼 북중 관계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북중 관계가 ‘조용’하다는 인상을 사람들이 받았던 것 같습니다.

     ⦁ 그런 가운데 북중 양국이 서로 친서 외교를 통해 코로나19 방역 대책을 높게 평가했고요. 중국이 지난해 정상 간 약속에 따라 대북 식량과 비료 지원을 마쳤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센터장님께서는 미중 갈등 상황에서 북한이 중국 편을 들어줬다고 평가하신 적도 있는데요. 미중 갈등 속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면서 북중 관계는 더 끈끈해졌다고 볼 수 있을까요?

[이성현 센터장] 북한을 보면 미중 갈등 상황에서 북한이 중국 편을 들어주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18년에 미중 무역 전쟁이 있었을 때 북한의 관영 언론은 중국 편을 들었죠. 또 홍콩 국가보안법 문제가 터졌을 때나 남중국해 문제와 신장 위구르 인권 문제에서도 북한은 중국 편을 들었는데, 사람들은 보통 중국이 북한을 자기 쪽으로 견인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사실 북한도 매우 영리하게 중국을 기분 좋게 만들면서 자기편으로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죠. 북중 간 식량 지원과 관련해 시진핑 주석이 작년 6월에 북한을 방문하면서 60만 톤의 쌀을 지원해줬다는 것이 언론에서 보도됐는데, 기본적으로 중국이 북한에 제공하는 식량 규모는 국가기밀에 속하는 영역입니다. 그래서 확실한 통계 수치를 제공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지만, 과거 관례에 따라 평년마다 중국이 북한에 제공하는 50만 톤의 원유나 일정량의 식량을 암암리에 제공하고 있다고 개인적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또 시진핑 주석이 지난 10월,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북한에 축전을 보냈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시진핑 주석에게 ‘북중 친선을 계승해 발전시키자’라고 답장을 했죠. 그래서 북중 관계를 관찰할 때는 뭔가 떠들썩한 큰 행사를 해야만 양국 관계가 정상인 것이 아니라 최고위층에서 양국의 국가 중요 기념일에 관례적으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이 지속되고 있을 때 북중 관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항간에는 최근 북중 관계가 악화한 것이 아니냐는 말도 있었지만, 제가 볼 때 코로나19 때문에 시진핑 주석 방북 이후 외부세계가 기대했던 것만큼 북중 간의 교류가 없었기 때문에 그런 억측이 나온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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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FA 그래픽


“중국, 6개월 전 대선 이후 미중 갈등 장기화 예상”

     ⦁ 바이든 새 행정부가 내년 출범을 준비 중이고, 중국과 북한 모두 바이든 새 행정부를 상대해야 하는데요,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어떻다고 보십니까?

[이성현 센터장] 대선 기간에 ‘중국이 바이든 행정부를 선호할 것이냐, 트럼프 행정부를 선호할 것이냐’라는 논란과 흥미로운 논쟁이 있었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이것은 의미 없는 토론이었다고 보는데, 왜냐하면 중국은 6개월 전에 미국 정책에 대한 평가를 진행했고, 이미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중국에 대한 전반적인 강경정책의 큰 틀이 변하지 않을 것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지난 5월 말쯤에는 중국이 쌍순환 정책을 내놓았고, 시진핑 주석이 10월에 공식화했는데, 이것도 미중 경쟁이 장기화할 것을 염두에 두고 중국 내수 경제의 순환과 대외 무역 순환을 통해 중국 경제를 발전시키자는 전략입니다. 중국도 궁극적으로는 미중 갈등 상황을 장기적으로 보고 있고, 내부적으로는 코로나19를 빨리 극복하면서 중국의 경제회복 속도가 빨라졌기 때문에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 있는 것 같습니다.

     ⦁ 차기 조 바이든 새 행정부에서도 큰 틀에서 미중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말씀이신데,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정책은 트럼프 행정부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이성현 센터장] 많은 사람이 중국과 경쟁 관계를 표방한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정책 철학을 바이든 새 행정부도 큰 틀에서 공감하고 추진할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다만, 중국을 다루는 스타일에서 차이가 나겠죠. 그래서 트럼프 행정부처럼 경쟁적 수사 사용은 지양할 것이고요. 미국 스스로 ‘중국보다 경쟁력과 재력이 앞선 국가고, 중국이 아예 따라오지 못하도록 경쟁력을 몇 단계 더 향상시키겠다’라는 미국판 ‘초격차 전략’을 바이든 행정부 쪽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다는 신호를 받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처럼 바이든 행정부 때에도 미중 간에 근본적인 경쟁 구도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바이든 행정부 첫 일 년 임기 중간에 중국 유학생, 중국 방문학자에 대한 비자 문제는 정상화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부분에서는 트럼프 행정부 때의 대부분 조치들을 그대로 가져갈 것이다. 심지어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부과했던 관세나 행정 명령들이 중국을 다루는데 나름대로 유용했다고 보고, 대부분 유지할 생각인 것 같습니다. 따라서 궁극적으로는 미국에서도 앞으로 미중 갈등이 장기전이 될 것이라 보고, 나름대로 준비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 그렇다면 차기 바이든 새 행정부 시대에 북중 관계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북한으로서도 당분간 중국과 가까워지는 것이 실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할런지요? 또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북핵 협상에서 중국의 역할이 더 커질 것으로 보십니까?

[이성현 센터장] 맞습니다. 중국 측은 바이든 당선인이 대선 기간에 ‘기후 문제, 북한 문제는 중국과 협력할 공간이 있다’라고 한 발언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바이든 행정부에서 예상되는 대중국 공세의 날카로운 예봉을 협력의 필요성을 방패로 내세워 무디게 만들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북한 문제를 해결하고 싶으면 북한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우리 중국과 좋은 관계를 가지고 가야 한다’는 압력의 메시지를 미국에 줄 수 있는 것이죠.

 또 시진핑 주석이 지난 다섯 차례의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날 때마다 ‘사회주의 제도를 견지하는 것이 북중 관계 유지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는데요. 미중 관계의 갈등에서 같은 사회주의 국가끼리의 결속을 통해 북한을 이용하려는 생각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중국의 대북정책은 주동적이기보다 반응적인 측면이 강합니다. 이것은 중국이 북한 카드, 대북제재 카드를 가지고 미국을 상대하겠다는 측면이 있는데, 제가 생각하는 것은 과연 이것이 차기 바이든 행정부에서 통할 것이냐는 거죠. 바이든 행정부는 원칙적으로 접근할 것이기 때문에 ‘대북제재는 중국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책임지고 해야 하는 것이지, 미중 관계 안에서 정치적인 협상 수단으로 이용하면 안 된다’라고 할 것 같고요. 북한 인권 문제도 원칙적으로 접근할 것이기 때문에 중국이 이것을 협상카드로 이용한다면 공조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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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FA 그래픽


“바이든 행정부, 싱가포르 회담 정신 계승 메시지 고려해볼 만”

     ⦁ 이런 가운데 올해 시진핑 주석의 방한 대신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달 한국과 일본을 방문했습니다. 왕이 외교부장의 순방 의미는 무엇일까요?

[이성현 센터장] 왕이 외교부장의 외교적 행보를 평가할 때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한국과 일본을 방문했다는 점에서 중국의 전반적인 전략을 파악할 수 있겠고요. 또 한국과 일본이 미국의 동맹국이죠. 이런 큰 틀에서 봐야 왕이 외교부장의 한국 방문의 의미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중국의 가장 중요한 성과는 미국의 개입 없이 중국 주도로 동북아시아 지역의 협력을 진전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를 확보했다는 겁니다. 한국과 일본은 중국에 코로나19 공동대응에 협력하겠다고 약속했고요. 한·중 FTA 2단계를 조속히 추진하고 한··일 3국 FTA 진전, 그리고 중국 주도의 ‘역내 포괄적경제동반자협력’을 통한 3국의 협력을 강화하자는 중국의 제안에 한국과 일본이 동의했습니다. 즉, 중국의 전략적 측면에서 보면 중국은 ‘코로나19 방역’과 ‘경제’라는 두 가지 슬로건을 가지고 아직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의 두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을 중국 쪽으로 견인하려 했고, 미국이 부재한 상황에서 중국 주도의 동북아협력 틀을 구상하고 돌아간, 매우 성공적인 외교를 펼쳤다는 것이 저의 총평입니다.

     ⦁ 마지막으로 내년에 북한이 취할 대외전략은 어떨 것으로 전망하시는지요? 북한이 도발을 통한 긴장 고조를 택할지, 주변국과 전면적 관계개선에 나설지, 또는 현재와 같이 버티기 전략에 나설는지, 어떤 입장을 취할 것으로 보시는지요?

[이성현 센터장] 미국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됐고 관건은 북핵 협상인데, 가장 중요한 것은 미 국무부의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임명되는 것이죠. 만약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빨리 임명해서 적어도 북한 문제에는 관심을 두고 신경 쓰고 있다는 선제적인 신호를 준다면 ‘혹시 미사일을 쏴 볼까’라는 북한의 욕망을 잠재우는 효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

또 미국이 아무런 비용을 치르지 않고 내놓을 수 있는 정책적 신호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우리가 걱정하는 것이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지 않습니까. 만약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 공개적으로 ‘싱가포르 회담의 정신은 살아있다’라고 밝힌다면 큰 틀에서 협상의 여지, 대화의 문이 열려있다는 신호인데 이는 어떤 대가를 치르지 않고도 북한의 도발 의지를 잠재울 수 있는 선제적이고 효과적인 정책 신호라고 봅니다. 그리고 북한에도 ‘미 행정부의 임명 절차 등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하니 기다려 달라’라는 신호를 보낼 수 있을 것 같고요. 김정은 위원장도 아직 바이든 당선인에 대해 축하를 안 했는데, 김 위원장 역시 축하 인사를 하는 것도 미북 신뢰 구축 증진에 있어 도움이 될 수 있을 겁니다.

     ⦁ 네. 센터장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이성현 한국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과 함께 2020년의 미중, 북중 관계를 돌아보고, 미국의 새 행정부 출범에 따른 한반도 정세를 전망해봤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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