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특집] 전문가진단 ‘2019 북한’ (2) 겉돈 비핵화… ‘강대강’ 대치 심화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19-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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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운데)가 지난 10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비핵화 실무협상을 마친 후 북한대사관 앞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운데)가 지난 10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비핵화 실무협상을 마친 후 북한대사관 앞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REUTERS

앵커: 북한은 매년 최대 9기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핵물질을 계속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미북 간 비핵화 협상의 교착국면이 길어질수록 북한 핵 능력의 증강이 우려된다고 저명한 핵 과학자가 밝혔습니다.

그는 미북 간에 ‘강대강’ 대치 국면이 심화하는 가운데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로 북한이 영변 핵시설 외에 핵 신고서를 먼저 제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요, 신고서를 제출해도 검증 기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 상호 신뢰를 쌓고 대북제재의 완화를 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이 전혀 손해가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2019년 한해를 마감하며 각 분야 전문가를 통해 북한 문제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준비했는데요.

오늘은 두 번째 순서로 미북 비핵화 협상에 관해 노정민 기자가 강정민 전 한국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모스크바 비확산회의, 소극적 태도 일관

- 강정민 박사님. 오늘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우선 지난달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비확산회의 참석하셨는데요. 미국과 북한의 북핵 담당자들도 참석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당시 미북 또는 남북 간의 접촉은 있었는지, 어떤 분위기였는지 궁금합니다.

[강정민 전 위원장] 지난 11월 7~9일에 개최된 모스크바 ‘비확산회의’에 미국 측은 마크 램퍼트 국무부 대북특사, 토머스 컨트리맨 전 국무부 군축∙국제안보 차관 대행,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 차관보 등이 참석했고, 북한 측은 조철수 외무성 미국 국장, 외무성 미국연구소 소속의 문진혁 등이 참석했습니다.

북한 측은 회의 내내 참석한 사람들과 대화에 소극적이었고요. 미국 측 인사들과는 인사를 나누는 정도였습니다. 반면, 한국 측과는 대화 자체를 거부하는 태도를 보였는데요. 주최 측인 러시아 전문가들과 주로 대화를 나눴고, 그 외에는 대화를 거부하는 태도로 일관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중국 전문가에게 듣기로는 북한 측이 심지어 중국 측 전문가들과도 대화가 없었다고 합니다.

제가 2년 전에 참석한 본 회의에서는 북한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참석자들에게 알리는 느낌이었는데, 이번에는 발표 외에 매우 소극적인 태도였다는 것을 많이 느꼈습니다.

- 당시 회의에서 어떤 논의가 있었습니까?

[강정민 전 위원장] 한반도 관련 토의에서 조철수 북한 외무성 미국 국장은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예로 들면서 ‘미국이 북한과 관계를 악용하고 있다’고 비난했고, ‘약간의 군사적 충돌도 큰 재앙으로 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이 계속해서 경제제재를 가하는 것은 북한의 자주권에 대한 모욕’이라면서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으로 북한 인민이 크게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자립하면서 견디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또 ‘현재 미북 관계는 전적으로 수뇌 간 개인적 관계로 유지되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는 미국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는데, 질의응답 중에는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고 핵실험장 폐쇄까지 단행했는데, 미국은 상응 조치를 취하지 않았음을 지적하면서 미국이 신뢰 구축을 위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또,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 (CTBT) 토의에서 북한 외무성 미국 연구소 소속의 문진혁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과 북한에 대한 핵무기사용 위협에 대항하기 위해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게 됐다’면서 핵무기 보유의 정당성을 강변했는데요. 북한이 핵무기 보유국가로서 비보유국에 핵무기를 먼저 사용하거나 위협하지 않는다는 핵규범 정책을 표명하면서도 단, 자국을 위협하지 않는 국가라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이는 대단히 자의적인 해석으로, 북한을 위협하는 어떠한 국가에 대해서는 핵무기를 사용할 것임을 명백히 밝혔다고 해석됩니다.

- 당시 회의에서 북한 태도가 지금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한데요. 지난 하노이 회담에서 합의 불발 이후 미국과 북한이 좀처럼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 비핵화 협상의 교착 원인과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강정민 전 위원장] 북한은 자신들이 핵실험장을 폐쇄했고,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도 하지 않는 성의를 보였는데, 미국은 그렇지 않다는 거죠. 단지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축소하거나 중단한 정도이지, 북한이 바라는 경제제재의 완화가 없다는 겁니다. 그것이 핵심입니다.

지난해 9월 평양 공동선언문에 기술되어 있듯이 비핵화 조치와 관련해 북한 측은 미국이 6.12 싱가포르 북미 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 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음을 표명했는데요. 북한이 원하는 미국의 상응 조치 중 시급한 사안은 무엇보다 북한 경제의 목을 죄고 있는 경제제재에 대한 완화라고 보여집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이행해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완화될 수 있을 것이란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데요. 이러한 대치 상황이 미북 간 비핵화 협상의 교착 원인 또는 배경이라고 생각합니다.

, 매년 최대 핵무기 9 해당하는 핵물질 생산 추정

- 과학자의 관점에서 지금과 같은 미북 교착 국면이 계속되면 가장 우려되는 점은 무엇입니까?

[강정민 전 위원장] 미북 간 교착국면이 길어지면 북한으로서는 당연히 핵물질을 최대한 많이 생산하려 할 겁니다. 영변의 활동이 빈번하게 이뤄지는 이유가 그것인데요. 지금도 위성사진을 통해 영변에서 활동이 이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이는 당연한 겁니다. 북한은 비핵화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기 전까지 최대한 생산을 많이 할 겁니다. 우라늄 농축공장, 플루토늄 공장도 당연히 가동하겠죠.

북한의 핵물질 재고는 지금도 증가하는 중인데요. 북한이 2010년 11월, 미국의 핵 전문가인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에게 영변의 우라늄 공장을 공개했는데, 당시 해커 박사는 이 시설에 2천 개의 원심분리기가 가동 중이고, 이를 근거로 핵무기급 고농축우라늄 생산량이 연간 최대 40kg 정도라고 분석했습니다. 이후 북한이 영변의 농축시설을 2배 정도 확장했고요. 이와 비슷한 규모로 영변 외 지역에 제2 농축시설이 있다고 가정하면 핵무기급 고농축 우라늄을 연간 최대 160kg 정도 생산 가능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는 약 8기의 핵무기에 해당하는 양으로 보면 되겠고요.

북한이 지난 9년간 생산한 핵무기급 고농축우라늄은 720kg 정도로 이는 핵무기 약 36기에 해당합니다. 여기에 플루토늄은 40~50kg 정도의 재고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요. 이 또한 핵무기 8~10기에 해당하거든요.

따라서 북한은 현재 약 40~50개 이상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핵무기급 고농축우라늄과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다고 추정되고, 매년 최대 8기 제조에 해당하는 160kg 정도의 핵무기급 고농축우라늄과 핵무기 1기에 해당하는 5kg 정도의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다고 보여집니다.

결국,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시간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북한의 핵물질 생산 능력은 연간 핵무기 9기에 해당하기 때문에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론 생산된 핵물질이 100% 핵무기로 만들어진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기본적으로 북한의 핵 능력이 증가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 비핵화의 단계로 일단 동결과 영변 핵시설을 폐쇄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이 적지 않지만, 일부에서는 이것만으로 부족하다고 말합니다. 미국 정부도 영변 이상을 요구하고 있는데, 비핵화의 단계로서 영변 폐쇄가 중요한가요?

[강정민 전 위원장] 영변 핵시설은 북핵 프로그램의 심장이고, 이를 폐기하면 빅딜이 될 것이라고 말한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님의 말에 동의합니다. 영변에는 플루토늄 생산을 위한 흑연로, 사용후 핵연료에서 플루토늄 추출을 위한 재처리시설, 고농축우라늄 생산을 위한 우라늄 농축시설 등 핵물질 생산을 위한 핵심 시설들이 있습니다. 영변 시설에 대한 검증과 해체를 통해 북한 핵무기 능력을 더욱 정확히 파악함과 동시에 영변의 핵 능력을 제거할 수 있는 겁니다.

물론 영변 이외 우라늄 농축시설과 원심분리기 제조시설, 핵무기 제조시설 등이 존재하기 때문에 영변 핵시설의 폐기가 북핵 프로그램을 100% 제거한 것은 아니지만, 상당한 핵 능력의 폐기라는 점은 인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변 핵시설의 폐기가 북한 비핵화의 시작으로써 중요합니다.

- 영변 핵시설 이외 비밀 시설에 대한 우려가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일단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고 검증하는 것으로 다른 핵시설의 성능을 유추해볼 있을까요?

[강정민 전 위원장] 네.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영변 외에 있는 우라늄 농축시설이거든요. 우라늄 농축시설의 역량은 영변의 우라늄 농축시설과 정확히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변에 있는 우라늄 농축시설을 검증하고 폐기해 나감으로써 다른 비밀 핵시설에 있는 농축시설의 능력을 충분히 알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영변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그래픽-김태이

, 신고서 제출 선행 중요당장 손해 없어

- 미국이 북한에 요구하는 하나가 모든 핵시설, 핵무기에 대한 신고입니다. 북한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고요. 신고서 제출과 검증에 대한 박사님의 생각은 무엇입니까?

[강정민 전 위원장] 작년에 평양을 방문한 한국인 인사가 북한의 최고위 관리에게 북핵신고에 관해 물었답니다. 그랬더니 “만약 북한이 핵무기 몇 개, 고농축우라늄과 플루토늄 몇 kg을 가지고 있다고 신고했는데, 미국이 추정하고 있는 수치보다 적을 경우 자신들의 핵 능력을 우습게 볼 수 있다는 전략적 관점 때문에 초기에 핵 신고를 할 수 없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만약 이 답변의 북한의 공식 입장이라면 이는 잘못된 생각이고, 북핵 문제 해결의 진전이 사실상 어렵습니다.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중요한 것은 북한이 초반에 핵 신고를 해야 한다는 겁니다. 신고 이후 시점부터 고농축우라늄과 플루토늄, 핵무기 등을 증산하지 않는다는 것을 약속하는 것이고요. 이는 핵 포기에 대한 신뢰 구축 차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북한의 핵 신고는 고농축우라늄과 플루토늄 신고 시점의 재고 수치를 보여주는데요. 이 수치들이 정확한지 아닌지를 검증하는 작업이 뒤따릅니다. 플루토늄 생산량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영변의 5메가와트(MWe) 흑연로의 감속재 샘플을 수백 건 이상 채취해 분석하고, 재처리공장에서 고준위 폐기물의 샘플도 채취해 분석하는 일련의 작업이 필요하죠. 북한이 적극적으로 협조하더라도 최소한 2~3년 이상의 기간이 걸릴 것으로 추정됩니다.

뿐만 아니라 고농축우라늄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우라늄 광산, 우라늄 변환공장, 농축시설 등에 걸쳐 핵물질의 흐름을 철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는데요. 그럼에도 고농축우라늄의 생산량을 검증하기 위한 학문적 방법론이 없습니다. 즉, 북한의 고농축우라늄 생산량을 검증하는 데는 최소 4~5년, 또는 그 이상의 기간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북한이 핵 신고를 조기에 하더라도 이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도 부담이 적을 수 있고, 그 사이 미북 간에 비핵화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지 않을 경우 북한도 비핵화를 되돌릴 수 있기 때문에 핵 신고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 핵시설, 신고에 대한 검증에 있어서 어떤 절차로 검증이 이뤄지는지 간략히 설명해주실 있을까요?

[강정민 전 위원장] 북한이 핵무기를 몇 개나 가졌는지 알려면, 핵무기 물질인 플루토늄과 고농축우라늄을 얼마나 생산했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북한이 플루토늄을 얼마나 생산했는지 알려면 첫째로 원자로를 파악해야 합니다. 원자로에서 플루토늄을 얼마나 생산했는지 알려면 원자로 외부에 있는 흑연 감속재의 샘플을 수백 개 채취합니다. 수백 개를 떼서 검증하고 이 결과를 역으로 계산하면 플루토늄을 얼마나 생산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이 실질적으로 몇 년이 걸려요. 왜냐하면, 실제로 원자로 주변에 시설을 설치하고 샘플을 채취해 전 세계 있는 3곳의 (IAEA) 연구소에 보내서  검증을 받아야 하는 여러 가지 절차가 있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시간이 걸립니다.

또 플루토늄 생산량을 안다고 해서 실제로 추출한 것은 알 수 없기 때문에 재처리시설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하고 남은 고준위 폐기물에서 샘플을 채취한 뒤 역으로 계산해 얼마를 추출했는지 알 수 있죠. 이를 종합해서 북한이 얼마의 플루토늄을 가졌을 것으로 파악하는 거죠. 그럼 북한이 이전에 핵실험을 할 때 플루토늄을 몇 kg 썼다는 것을 추정해 보면 지금 가지고 있는 재고가 얼마라는 것도 파악할 수 있는 겁니다.

이와 비슷한 방법을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에도 적용해야 하는데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고농축우라늄은 플루토늄처럼 학문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방법론 자체가 없어요. 그래서 우라늄 광산에 가서 우라늄을 추출하고 남은 우라늄 쓰레기를 조사해 본다든지 추출된 우라늄을 가스로 만드는 전환공정에서 얼마의 손실이 있었는지도 밝혀야 하고, 농축 공장에서 고농축우라늄을 생산하고 남은 폐우라늄 찌꺼기를 조사해 봄으로써 전체적인 질량의 균형을 찾아보는 거죠.

그런데 이 과정이 오래 걸릴 뿐 아니라 정확하지도 않다는 겁니다. 그래서 수년이 걸린다고 말씀드린 것은 이런 기술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이고요. 이런 기술적인 한계를 극복하는 것은 북한이 적극적으로 100% 협조한다는 조건이 필요한데, 이마저도 알 수 없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북한이 비핵화를 하겠다고 당장 선언해도 이를 검증해 비핵화를 확인하기까지 적어도 10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릴 수 있는데, 그 사이 북한은 미국과 관계가 원만하지 못할 경우 다시 되돌리면 되니까 신고에 대해서는 북한이 지금 해도 손해 볼 것이 없고, 지금 북한이 핵 신고를 함으로써 신고한 시점 이후부터 고농축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생산하지 않는다는 것을 미국과 다른 우방국에 보여줌으로써 신뢰 형성에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출연한 강정민 전 한국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출연한 강정민 전 한국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 /RFA Photo

, 추가 핵실험 필요 없을 기술적 완성 단계

- 북한이 제시한 연말 시한이 다가오고, ‘새로운 가겠다고 말하면서 북한의 도발 수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위성 발사부터 대륙간탄도미사일, 추가 핵실험의 가능성 여러 관측이 나오고 있는데요. 박사님은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강정민 전 위원장] 내년에 북한의 도발 수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북한이 추가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은 작다고 봅니다. 기술적 관점에서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할 필요성이 당분간 없고요. 북한 경제의 열쇠를 쥐고 있는 중국이 추가 핵실험을 매우 싫어한다는 점도 북한이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미국이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하거나 북한을 자극한다면 올해 말 또는 내년 초에 도발할 수 있는데, 그것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오로지 미국을 자극하기 위해서입니다.

- 박사님께서 추가 핵실험을 가능성은 낮다고 말씀하셨는데, 북한이 핵실험장 갱도를 폭파한 이후 2 가까이 핵실험을 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이 더는 핵실험을 필요가 없는 단계에 있다고 보시는 건가요?

[강정민 전 위원장] 북한의 핵 역량은 실험이 불필요한 단계에 이르렀고, 상당한 핵탄두 소형화 기술도 확보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습니다.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의 평가처럼 북한과 비슷한 횟수의 핵실험을 했던 파키스탄과 인도는 이미 20년 전에 핵보유국이 됐고, 핵무기 100개 이상을 갖고 있지 않습니까? 지난 수십 년 동안 핵실험을 할 필요가 없었고, 북한도 마찬가지라고 보는 건데요. 저도 동의합니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직은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를 위해 미국과 북한이 과감히 서로 받아들이고 내놓아야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이것만큼은 서로 양보해야 하는 범위는 무엇일까요?

[강정민 전 위원장] 첫째, 북한의 입장에서  물론 영변이 매우 중요하지만, 영변 핵시설의 폐기에 들어감과 동시에 해야 할 것은 핵 신고를 먼저 하는 겁니다. 영변의 폐기 다음에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단을 복귀시키는 겁니다. 일단, 이 정도만 하면 북한이 초기 단계로서 할 수 있는 것은 충분히 한 것 같고요.

이에 대해서 미국은 경제제재에 대한 부분적인 완화라던지, 한국 정부는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등을 열어줄 수 있는 제안을 하는 등 서로 양보안을 제시한다면 좋은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이 경제제재의 완화하거나 금강산 관광∙개성공단 재개의 조짐이 보이면 북한도 더 나설 수 있는데, 미국의 입장에서도 북한이 내놓는 안이 그렇게 만족스럽지 못한 겁니다.

그래서 저의 주장은 북한이 영변을 포기하는 것에 더해 핵 신고서를 내놓으라는 거죠. 그렇게 한 시점부터는 핵물질을 더 생산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임으로써 상호 신뢰를 높일 수 있고, 다음 단계도 진행할 수 있는 건데요. 첫 단계를 넘지도 못하고 있으니까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한국, 비핵화 위해 장기적으로 예산인력 준비해야

- 박사님께서는 북한의 신고서 제출을 계속 강조하고 계십니다. 과정에서 한국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강정민 전 위원장] 비핵화 검증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역할은 매우 제한적입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도 북한 핵 프로그램을 검증할 수 있는 장비나 인력 등이 있기 때문에 부분 지원은 가능할 것이고요.

북한의 비핵화는 핵무기와 핵물질만 걷어내면 다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북한 영변에 있는 흑연로나 재처리시설, 핵연료 제조시설 등이 방사능에 오염돼 있거든요. 부수적으로 발생한 고준위∙중준위∙저준위 폐기물 등이 많이 쌓여있는 거죠. 이 같은 방사능 오염 물질을 제거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큰 비용과 인력이 필요합니다. 흑연로와 재처리시설을 해체하는 데만 20~30년 이상이 걸리고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는데, 그만큼 큰 비용과 인력, 기간에 대해 한국 정부 차원에서 준비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핵무기 보유국가가 이를 분담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음을 염두에 두고, 통일 한반도를 지향하는 차원에서 한국 정부가 반드시 해결한다는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과학자로서 오랫동안 북핵 문제를 다뤄오셨는데요. 그동안 미북 정상회담도 있었고, 정치외교적 환경도 이전보다 많이 달라졌지만, 문제 해결은 제자리걸음인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박사님의 생각하시는 북한 비핵화에 대한 정의와 로드맵(이행방안) 정리해 주신다면요?

[강정민 전 위원장] 비핵화를 이룬다는 것은 북한에서 핵무기가 없어야 하고, 핵물질도 없어야 합니다. 이 말은 핵물질에 대한 철저한 신고와 검증이 있어야 하고, 이에 대한 해체와 국외반출이 있어야 하는 거죠. 그다음 중요한 것이 인력입니다. 그 인력이 있으면 핵물질을 다시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인력에 대한 직업 전환이 필요하고요. 그리고 비밀 핵시설을 가동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이를 검증할 수 있는 감시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겁니다. 그렇게 해야 북한이 현재와 미래에 비핵화를 할 수 있는 것이죠.

로드맵을 따진다면 첫째는 신고입니다. 신고 이후 영변을 폐기하고,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단을 받아들이고, 영변 이외 시설에 대해 알리고, 미국과 한국은 이에 상응해 정권에 대한 안전보장이나 경제제재의 해제, 경제적 지원 등이 같이 맞물려야 하는 거죠. 이런 것이 차근차근 진행되면 맨 마지막 단계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내놓게 되는 건데 이것이 앞으로 5년이 될지, 10년이 될지 모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이루는 로드맵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가 생각하는 로드맵이 쉬울 것이라고는 보지 않습니다. 하지만 안 하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결국, 핵무장 국가인 북한과 이렇게 오랫동안 갈 것이냐? 그렇게 되면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에 대한 유혹의 손길은 계속될 것이고요. 지역의 핵무장이 가속화되면 이는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북한의 비핵화는 반드시 이뤄야 하는 것이죠. 여러 다양한 사람의 생각을 종합해서 북한의 비핵화는 이뤄야 한다는 중요성만큼은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 . 오늘 말씀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한국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과학자 강정민 박사의 견해 들어봤습니다. 고맙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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