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경제, 어제와 오늘] 수해복구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20-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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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경제, 어제와 오늘] 수해복구 사진은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 수해지역에 투입된 인민군대가 피해현장 복구 작업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앵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문성희 박사는 현재 일본 도쿄에서 시사 주간지, 슈칸 킨요비(주간 금요일) 기자로 한반도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고 2017년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돼야 할 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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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희 박사


<기자> 문 박사님, 오늘은 올 해 북한의 수해 피해를 짚어 볼까요?

문성희: 네, 그렇게 하지요. 2020년 여름 북한은 태풍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대형 태풍이 3개나 북한을 습격했기 때문이에요.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자신이 운전하고 재해지에 간 이야기도 전해졌습니다. 그 만큼 피해가 심각했다고 말할 수 있지요.

<기자>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로 인한 국경봉쇄로 대외무역이 사실상 중단됐는데 태풍 피해가 북한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들었지요.

문성희: 네, 그렇게 말할 수 있지요. 여름부터는 코로나 대책에 수해 복구가 더해진 것이지요. 예를 들어 함경남도 검덕지구도 태풍피해로 광산들이 침수되고 2천여 세대의 살림집과 수십 동의 공공건물이 파괴, 침수되고 철도, 도로, 다리가 유실, 차단되는 등 큰 피해를 당했습니다. 그러니까 한 때는 코로나 방지보다 수해복구사업에 나라의 힘이 집중되었습니다.

<기자> 그러고 보니 평양의 당원들이 재해지에 파견되기도 했는데요.

문성희: 네, 그렇습니다. 함경남도 재해지를 시찰한 김정은 위원장이 거기서 직접 평양시 당원들에게 서한을 보내고 “재해지를 도와달라”고 호소했습니다. 김 위원장 호소에 호응한 평양시 당원 대표들이 각 재해지에 간 모습은 북한 매체들에서도 크게 보도되었습니다. 그 분들이 재해지 지원을 끝내고 돌아온 모습도 보도되었습니다. 이런 보도를 하는 것은 하나의 북한식 교양방법이라 할까요. “국가는 피해자들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과시한 측면이 있고, “평양 당원들처럼 하라”는 압박이기도 하지요.

<기자> 그런데 복구사업은 잘 진행됐나요?

문성희: 네, 최근 북한 매체는 연달아 살림집과 공공건물이 복구됐다는 사실을 사진과 함께 보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까 이야기가 나온 검덕지구인데, 9월 8일에 진행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7기 6차 확대회의에서 김 위원장은 검덕지구의 복구건설을 인민군대에 위임했습니다. 검덕지구는 검덕광업연합기업소, 대흥청년영웅광산, 룡양광산 등이 자리잡은 광산도시로 북한의 대표적인 연과 아연, 마그네사이트 산지로 경제적으로 봐도 매우 중요한 지구이기 때문에 당국으로서도 복구를 다그쳐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2천300여 세대의 아파트, 단층살림집, 그리고 공공건물들이 꾸려졌다고 합니다. 사진을 보니까 5층자리 새로운 아파트 등이 건설되고 있어요. 겉을 보면 괜찮게 꾸려졌는데요. 다만 반년도 안 걸리고 이런 집이 생기니 나중에 집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 지 걱정이네요.

<기자> 어떤 측면이 걱정인가요?

문성희: 5층 아파트이니까 아마도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도중에서 멈출 걱정은 없지만, 이게 고층아파트이면 우선 엘리베이터 걱정부터 해야지요. 일본 등에서는 높은 층에 갈수록 아파트 가격이 비싸게 되는데 북한에서는 모두 높은 층에 가기 싫어해요. 혹시 엘리베이터가 멈추면 계단으로 올라가야 되니까요. 그리고 상하수도 문제가 있지요. 물이 잘 나올지 그런 걱정도 생기지요.

<기자> 그러니까 너무 급하게 복구하면서 부실공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말씀이신데 실제 북한에 계실 때 직접 겪으셨던 날림공사 피해는 어땠나요?

문성희: 그거야 직접 보지는 못했지요. 다만 모든 것을 서두르기 때문에 전문가가 하는 것이 아니라 군대나 심지어는 학생들이 동원되지 않습니까? 그래서 괜찮겠냐? 하는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지요. 그리고 김정은 시대에 와서 아파트가 부실공사로 무너진 사고가 공개되었는데 저도 아파트 붕괴 사고가 있었다고 소문으로 들어본 적은 있어요. 장소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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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9월 10일 평양의 만수대 언덕 가까이에 세워지고 있던 고층아파트 건설에 동원된 북한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진행된 재일동포 학생들의 위문공연을 보면서 박수치고 있다. /문성희 박사 제공


<기자> 검덕지구는 완전히 복구되었는가요?

문성희: 그것이 보도를 보니까 80일전투기간에 1단계를 끝내고, 2단계로 당 8차당대회에서 제시될 5개년경제계획기간에 2만 5천 세대의 살림집을 새로 건설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 같아요.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벌써부터 5개년계획 목표가 설정되고 있는 것이지요. 수해 복구를 한 김에 검덕지구의 재개발도 하자는 그런 의도가 있다고 봅니다.

<기자> 5개년계획 목표가 이미 정해져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문성희:네, 검덕지구의 살림집 건설목표가 이미 정해져 있다는 것이지요. 검덕만이 아니라 다른 지역, 그리고 기관, 공장 등에서도 5개년계획 목표가 정해져가고 있다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기자> 다른 재해지의 복구공사는 어떻게 돼가고 있는가요?

문성희: 네, 보도를 보니까 복구가 이뤄지고 있는 것 같아요, 함경북도 북부의 재해지에서도 새로운 집들이 마련된 것 같습니다. 여기에는 인민군 216사단과 사회안전성 여단 군인 건설자들이 돌격대원으로 동원되었다고 하네요.

<기자> 216사단은 북한에서 유명하다면서요?

문성희: 네 북한에서는 꽤 유명한 사단인 것 같애요. 삼지연시 건설에 동원됐는 데, 삼지연시라고 하면 백두산이 가까운 곳이지 않아요. 그러니까 북중 국경지역이고 옛날 집이 그대로 있었던 장소인데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로 최근 삼지연시를 ‘산간의 이상도시’로 변모시키는 프로젝트가 진행되었지요. 거기서 선구자적 역할을 한 것이 216사단인 것 같습니다.

<기자> 그런 부대가 동원됐다는 것은 함경북도 북부 지역도 피해가 심했다고 봐야겠네요.

문성희: 글쎄요. 구체적인 피해 상황은 알 수는 없지만 그럴 수도 있다고 봐야지요. 그런데 보도들을 보니까 216사단이라는 것은 굉장한 속도로 건설사업을 하는 것으로 유명해요. 예를 들어 삼지연시를 건설할 때 영하 40도의 강추위 속에서 3일 동안 수백 그루의 나무를 옮기고 수림을 통채로 이동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삼지연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는 것이에요. 그러니까 하여튼 빨리빨리 복구를 해야 하니까 그런 신기를 쓸 수 있는 사단이 동원된 것 아닌가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기자> 그렇게 빨리 복구를 하는 배경에는 주민들의 불만이 있어보이는데요..

문성희: 그건 당연히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재해지를 돌아보았고 거기서 참사를 목격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공언한 대로 ‘인민들을 위한 정치’를 펼치자면 결국은 생활측면부터 개선할 수 밖에 없지 않습니까? 그런데 지금 아마도 식량 공급 등이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인민들을 위해 뭔가 해야 하는데, 그런 측면에서는 수해 복구라는 것은 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오니까 사람들이 좋아하겠지요. 그래야 당국에 대한 지지도 일정하게 올라간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북한 당국이 인기를 끌기 위한 측면도 있겠네요.

문성희:네, 제가 1996년에 수해지역을 취재했을 당시에는 북한 주민들이 복구에 많이 동원되고 있었지요. 평양에서 지원부대가 왔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어요. 모두 현지에 사는 사람들이 자체의 힘으로 해결해야 했습니다. 왜냐면 1996년이라는 것은 “고난의 행군”시기이기 때문에 당국에서도 뭔가 해주고 싶어도 해주지 못한다는 그런 측면도 있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대신 제가 재해지를 취재하고 있었을 때 평양에서 당시 김기남 비서를 비롯한 간부들이 시찰은 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닌데, 그래도 재해지에서 땀 흘리고 있는 분들은 당국에 대한 불만이 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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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일본에서 첫 발간된 문성희 박사의 북한 경제에 관한 저서 ‘맥주와 대포동’ 한국어판이 최근 한국에서 출간됐다.

<기자> 그런데 수해 복구를 우선시하니까 다른 경제건설이 추진되지 못하는 건 아닌가요?

문성희: 당연히 그렇겠지요. 재해지에 자재나 인원이 동원되었기 때문에 평양종합병원 건설이 지연됐다는 소문까지 있어요. 코로나로 해외에서 자재나 원료가 들어오지 않아서 힘들었는데 재해지 복구에 자재나 인원이 동원된다면 다른 프로젝트 추진은 뒤로 미룰 수 밖에 없지요. 다만 평양종합병원 건설은 코로나 문제를 의식한 것으로도 볼 수 있기 때문에 건설을 다그칠 것이라고 봅니다. 당대회를 전후해서 움직임이 보도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들거요.

<기자> 그렇지만 대형 종합병원을 1년 정도의 짧은 기간에 완공해 운영까지 시작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성급하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결국 부실공사와 부실운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데요.

문성희:가능성은 있겠지요. 그러나 그만큼 병원이 절실하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평양에는 일반 시민들이 다닐 수 있는 병원이 그리 많은 것은 아니니까 하나라도 많아지면 시민들이 기뻐하겠지요. 다만 지난번에 평양의학대학 부정문제가 제기된 것 처럼 의학부문에서 부정부패가 생기고 있다는 것이 하나 걱정이네요. 그렇게 되면 의사가 잘 자라지 않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부실운영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은 막아야 된다고 지도부에서도 생각하고 있을 것입니다.

<기자> 문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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