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 재미와 돈맛] 장사에 눈뜬 평양 대학생들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20-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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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재미와 돈맛]  장사에 눈뜬 평양 대학생들 여자 대학생들이 평양 거리를 걷고 있다.
/AFP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앞세웠던 북한에서도 시장경제는 주민들의 일상생활 속에 뿌리내리기 시작한 지 오래입니다. 이제 북한에서도 ‘돈’은 사상이나 이념을 넘어 삶의 가장 중요한 수단이자 가치가 됐는데요. 특히 돈을 버는 경제활동의 주체로 여성의 역할이 커졌습니다. 
탈북 여성 경제인의 시각으로 북한 실물경제의 현재와 미래를 들여다보는 '돈 버는 재미와 돈맛', 북한 경공업 분야 무역일꾼 출신 탈북자 김혜영 씨와 함께합니다. 진행에 노정민 기자입니다. ]

   --네. 오늘도 김혜영 씨와 함께합니다. 김혜영 씨, 안녕하세요. 돈에 대해서는 북한의 젊은 층도 관심이 클 것 같은데요. 지난 시간에 돈을 벌고 싶은 북한 대학생들이 많다고 하신 것을 기억합니다. 실제로 북한 젊은이들이 결심만 하면 돈을 벌 수 있나요?

[김혜영 씨] 물론입니다. 북한에서는 오히려 젊은이들 사이에서 돈에 대한 야망이 더 큽니다. 특히 대학생들이 그런데요. 이들 가운데에는 유학을 다녀온 학생도 있고, 외국인들과 함께 공부하다 보니 외부세계에 대한 정보를 접하는 기회가 일반인들보다 많습니다. 또 이들 부모님들은 출신성분이 좋은데, 제가 북한에 있을 때 중앙급 대학생들, 그러니까 김일성 종합대학, 김책공대를 비롯해 이과대학, 정치대학, 예술대학 등 평양 소재 대학을 다니는 학생들은 돈을 잘 썼습니다. 나중에 자세히 말씀드리겠지만, 특히 간부집 자녀들은 부모에게 받은 물건들, 특히 사치품들을 팔아서 처음에는 돈을 많이 벌었죠.

  --그러니까 대학생들이 나름대로 장사를 해서 돈을 벌었다는 건데요. 아무래도 경험도 많지 않을 텐데, 어떤 방식으로 돈을 벌었나요?

[김혜영 씨] 제가 평양에서 무역할 당시에 젊은 대학생들을 많이 상대했습니다. 이들은 돈을 어떻게 벌어야 하는지 잘 모르거든요. 북한에서는 물건이 있다 해도 판로가 형성돼야 돈을 벌 수 있습니다. 돈주가 그들의 물건을 사주든지, 대신 팔아줘야 돈이 되는 겁니다. 당시 제 주변에는 돈을 어떻게 벌어야 하는지 몰랐던 젊은 대학생들이 제 심부름을 해주면서 물건과 돈의 흐름을 배웠고, 어떤 물건이 돈이 되는지도 알게 됐습니다.
반대로 저는 권력층의 자녀들을 소개받거나 알게 됐고, 그들을 통해 제가 필요한 물건을 싼 가격에 살 수도 있었는데요. 싸게 산 물건에 높은 이익을 붙여 되팔게 되면 젊은이들과 돈을 나눠 가지기도 했죠. 그렇게 그들도 나름대로 장사를 하게 됐는데요. 젊은이들은 학생이기도 해서 장사 품목이 다양했습니다. 제가 북한에 있을 때는 고가 담배나 골동품 등을 많이 거래했고요. 외국에서 들여오는 중고 옷을 넘겨받아 북한 내 개인 장사꾼들에게 푸는 장사도 했습니다.

  --젊은이들이 돈주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장사하는 법을 배웠다는 건데, 장사에는 출신 성분이 아무런 상관이 없나요? 

[김혜영 씨] 출신 성분은 상관없습니다. 젊은이들에게 돈을 벌기 위한 모험은 무섭기도 했지만, 재미나는 일 중 하나였고요. 돈 버는 것이 신기한 일이기도 했습니다. 젊은이들이 처음에 돈주를 잘 만나면 돈의 흐름에 대해 빨리 눈을 뜨게 되고, 이후에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기들끼리 서로 소통하면서 작은 장사부터 큰 장사까지 합니다.
하지만 학생들이 장사한다는 신고가 대학교에 들어가면 어떤 간부집 자녀라도 무조건 퇴학당하기도 합니다. 북한에서 대학은 나라의 당과 수령을 위해 군중을 이끌 핵심계층을 양성하는 첫 관문인데, ‘자본주의 날라리’의 상징인 돈을 벌기 위해 장사를 했다고 하면 비판 무대에 올라서게 되고, 퇴학 조치까지 당합니다. 집안이 추방되기도 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대학생들은 끼리끼리 비밀리에 장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조금 전 말씀하신 대로 북한에서 당에 대한 충성심이 높은 간부들의 자녀들도 돈에 눈을 뜨면서 비밀리에 장사하게 됐는데, 이들은 어떤 수단을 통해 돈을 버나요?

[김혜영 씨] 이들 가운데에는 아마도 집안에 외국에서 근무하는 사람들도 있고, 유학을 다녀온 자녀들도 많습니다. 외국 경험이 있으면 아무래도 돈을 알게 되고 돈을 벌게 됩니다. 또 이들은 큰돈을 벌 수 있는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예를 들어 가족 중에 누군가가 무역업을 하면 관련 정보를 많이 알게 되고, 수입 물건들을 빼돌려 시장에 풀기도 합니다. 그러면 개인이 큰돈을 벌 수 있는 겁니다. 그 품목은 다양합니다. 때로는 선물 받은 사치품, 즉 시계나 외국에서 들여온 다이아몬드 등 보석과 귀중품을 팔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간부 자녀들이 아닌 일반 젊은이들은 어떤 장사로 돈을 벌 수 있습니까? 군대에 가거나 기업소 등에 배치받은 젊은이들도 나름대로 장사를 할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김혜영 씨] 물론입니다. 일반 젊은이들도 돈이 되는 것은 다 했습니다. 장사가 되는 것은 가리지 않았죠. 주로 밀수업이나 불법적인 장사를 많이 했는데, 아편을 중국에 많이 팔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중국 당국에 적발되면 총살형까지 받았죠. 밀수로 금속 장사를 했던 젊은이들은 정말 돈을 많이 벌었는데, 그 장사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매일 북중 국경연선에서는 군인들을 끼고 하룻밤 새 자동차로 몇 대씩 중국과 물품을 주고받았습니다. 중국으로는 동이나 니켈, 약초 등이 들어가고, 북한에는 쌀이나 북한 주민이 요구하는 경공업품 등을 들여왔는데, 중국에서 들여온 물건을 북한 내 시장에 풀면 하루도 안 돼 다 팔리니까 돈을 엄청나게 버는 겁니다. 그때 국경연선에 살던 젊은이들이 장사를 잘해서 개인 돈을 많이 벌었는데, 그래도 내가 얼마를 벌었다는 말을 절대 안 합니다. 하지만 젊은이들이 돈맛을 알게 되니까 무서워하는 것도 없고, 뒷일은 생각하지 않아 사고를 많이 치기도 했습니다.
군인들도 밀수를 하거나 장사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그들 나름대로 군수 물자들을 빼돌려 내다 팔기도 했는데, 군화나 군복, 군수 물자용 쌀 등을 팔아 개인 돈을 만들어 생활하기도 하죠. 또 공장 기업소나 직장에 종사하는 젊은이들도 공장 기계를 뜯어 팔거나 동선, 니켈 금속들을 내다 팔아서 개인 돈을 만들었는데, 배고프고 살기 힘들다 보니 범죄라는 생각보다는 내가 먹고살아야겠다는 마음에 이런 것들을 밀수로 중국에 내다 팔며 살아갔던 겁니다. 그렇게 하다가 검열에 걸리면 총살을 당하거나 교화소에 가거나 추방을 당하는 처벌을 받는데, 이렇듯 배고픈 젊은이들의 삶은 처절한 전쟁과 같지만, 한 번 돈에 맛을 들으면 또 하게 되는 겁니다.

  --혜영 씨는 북한에서 젊은 나이에 돈을 많이 번 북한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신 적이 있나요? 이들의 재력이나 생활 모습은 어땠습니까?

[김혜영 씨] 아무래도 돈을 많이 벌면 호화롭진 않아도 은밀하게 잘 살죠. 저는 모든 식료품을 중국 세관을 통해 들여와 먹었습니다. 심지어 채소나 쌀, 겨울 김장배추까지 중국에서 들여왔어요. 또 당시 밀수꾼들은 저녁때 중국으로 건너가 식당에서 밥 먹고 그날 밤에 다시 북한으로 돌아오곤 했고요. 또 어떤 집들은 고기 등을 중국에서 배달해 먹기도 했습니다. 또 결혼, 생일, 환갑잔치 등 집안 행사에 쓰는 것도 다 중국에서 들여와 경조사를 하곤 했는데, 지금은 쉽지 않은 일이 됐죠. 최근에도 북한 북부 지방에서 소식을 들었는데, 지금은 경계가 너무 심하고, 무역은커녕 밀수도 못 할뿐더러 저녁 6시가 되면 이동 통제로 길거리에 개미 한 마리 얼씬 못 하게 한다고 하니 돈을 벌 수가 없을 겁니다.

  --이미 북한 젊은이들도 돈맛을 알고 있고, 큰돈을 벌어 잘 먹고 잘살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북한에서 하고 싶고, 되고 싶은 개인적인 꿈도 있을 것 같은데요. 혜영 씨는 북한 젊은이들이 개인적인 꿈과 돈을 버는 것 중에서 어떤 것을 더 추구한다고 생각하시나요?

[김혜영 씨] 글쎄요. 북한 사람들 가운데 꿈이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요. 대부분 사람의 생각은 돈을 많이 벌어서 잘 먹고 잘사는 것일 겁니다. 이미 북한도 돈이 가장 큰 힘인 사회가 됐습니다. 북한 청년들도 역시 큰돈을 버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길 거라 생각합니다.

네. 오늘은 장사에 눈뜬 평양 대학생들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돈 버는 재미와 돈맛’. 오늘 대화는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전직 무역일꾼 출신 탈북 여성 김혜영 씨와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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