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보도: 주춤하는 북 손전화 사용] ② 중국 전화기 이용 거의 사라져

워싱턴-노정민, 박수영 nohj@rfa.org
2021.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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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보도: 주춤하는 북 손전화 사용] ② 중국 전화기 이용 거의 사라져 중국 단둥시에 거주하는 화교가 중국 손전화기를 통해 북한에 있는 파트너와 속눈썹 제품 거래를 상의하는 모습.
/RFA Photo

앵커: 중국 손전화는 북한 주민의 경제 활동뿐 아니라 북한과 외부 세계를 연결해주는 주요 통로 역할을 해왔습니다. 또 송금과 외부정보 유입 확산의 매개체로서 비중이 작지 않았는데요.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비루스의 세계적 대유행과 북한 당국의 강력한 단속으로 중국 손전화 사용이 급감했습니다.

북∙중 국경 봉쇄의 장기화, 북한 내 이동 통제 강화, 경기 침체 등으로 중국 손전화의 필요성이 떨어진 것이 큰 이유가 되고 있는데요. 요즘은 이용자가 손에 꼽을 정도라고 합니다.

RFA 심층보도, ‘주춤하는 북 손전화 사용’. 오늘은 두 번째 시간으로 코로나비루스 대유행 이후 사라지고 있는 중국 손전화의 이용 실태를 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 대방들 손전화 요금 납부 중단에 연락 끊어져

RFA가 최근 (11월 12일) 접촉한 중국 단둥의 한 무역업자는 자신과 거래하던 북한 무역업자의 중국 손전화 요금 납부를 오래전 중단했습니다.

원활한 소통과 거래를 위해 요금을 대신 내줬는데, 북∙중 국경 봉쇄가 장기화하고 북한 무역업자로부터 연락도 끊어지면서 더는 전화 요금을 납부할 이유가 없어진 겁니다.

중국 손전화는 매달 중국 돈 20~30위안(미화 약 3~5달러)의 기본요금을 내면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지만, 3개월을 미납하면 자동 해지됩니다. 이처럼 기약 없는 국경 재개방에 경기 침체까지 겹치면서 북한 무역업자의 손전화 요금 대납을 관둔 중국 무역업자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에 거주하는 한 화교는 북∙중 국경이 봉쇄되기 직전인 2020년 1월 중순, 설 명절을 보내기 위해 중국 단둥에 나왔다가 아직도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화교는 최근 (11월 13일) RFA에 “집에 못 가는 것도 답답하지만, 전화 통화도 못 하고 있어 애만 태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신의주 집에 중국 전화기가 한 대 있지만, 무슨 영문인지 연락이 없다는 겁니다.

RFA의 요청에 따라 최근 (11월 9일) 일본 ‘아시아프레스’의 북한 내부 취재협조자가 전해 준 내용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 취재협조자는 “북∙중 국경 봉쇄 이후 중국 전화기 사용자는 거의 사라지고 있다”며, “뒤를 봐주는 사람 없이는 중국 전화기 이용이 불가능하다”고 전했습니다. 중국 전화기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 소유한 것만으로도 2년 이상 교화소행이라는 겁니다.

국제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 한국 지부도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 수십 명을 심층 면접한 결과 북한 내 가족과 연락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이 단체의 북한인권담당 최재훈 간사는 (11월 10일) RFA에 중국 전화 사용에 대한 북한 당국의 통제 강화로 북∙중 국경봉쇄 이전보다 통화 횟수와 시간 등이 감소했다고 말했습니다.

[최재훈 간사] 저희가 파악한 내용으로는 확실히 코로나19로 취해진 국경 봉쇄 전보다 탈북민들의 북한 내 가족과의 연락 빈도가 줄어든 것은 맞습니다. 아시다시피 일반적으로 북한 주민들이 외부와 통화하는 경우는 브로커를 통해 이뤄지는데요. 전화를 연결해 주는 브로커도 있고, 송금 브로커도 있지만, 국경 봉쇄 이후 중국 휴대전화 사용이 가능한 국경연선 지역에서 단속이 강화되면서 한국에서 북한으로 전화나 송금이 많이 어려워지다 보니까 통화 횟수나 시간도 자연스럽게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실제 RFA가 접촉한 한국 내 탈북민들도 북한 내 가족과 연락이나 송금이 매우 어려워진 가운데 브로커를 통해 먼저 소식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이들 중에는 수개월에서 일 년 넘게 연락하지 못한 탈북민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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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FA 그래픽


“ 이용자가 10명에서 1명으로 준 것 같아요”

북한에서 중국 손전화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지역은 북∙중 무역이 활발한 평안북도 신의주와 양강도 혜산, 함경북도 회령 등입니다. 또 중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라선 특구에도 중국 손전화 이용자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 손전화는 북∙중 간에 무역을 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중국에 친척을 둔 화교들과 탈북민 가족들, 탈북민의 송금을 도와주고 수수료를 받는 중간 브로커들이 주로 사용합니다.

하지만 코로나비루스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북∙중 국경이 봉쇄되고, 2020년 12월, 북한 당국이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발표한 이후 중국 손전화에 대한 단속과 처벌을 대폭 강화하면서 이용자는 급감했습니다.

북한 전문 매체인 ‘아시아프레스’의 이시마루 지로 오사카 사무소 대표는 (11월 11일) 북한 당국이 오랜 노력에도 근절하지 못한 중국 손전화 사용을 코로나비루스 대유행 이후 더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고 RFA에 밝혔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개인적 견해를 전제로 중국 손전화 이용자가 몇 년 전과 비교해 10명에서 1명으로 줄어든 것 같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대표] 최근에는 코로나를 구실로 두만강과 압록강 지역의 차단을 정말 심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중국에 대한 월경이나 밀수도 못 하고, 당연히 새로운 기계도 들어가지 않는 상황입니다. 전파 탐지도 많이 강화하고, 자수하면 죄를 묻지 않겠다면서 중국 전화 사용을 근절해야 한다는 것을 자꾸 당국에서 이야기하고, 전화기를 가진 것만으로도 지금은 2년간 교화소에 가야 한다는 보고도 있었습니다. 그만큼 통제가 심해졌기 때문에 사용자가 몇 년 전에 비해 급감했다..., 저도 이건 느낌일 뿐인데, 몇 년 전에 비해 10% 정도밖에 사용자가 없지 않겠나란 느낌을 갖고 있습니다.

북한 과학기술 전문가인 김흥광 한국 ‘NK 지식인연대’ 대표도 (11월 12일) RFA에 코로나비루스로 북한 내 이동이 자유롭지 못하고, 필요한 정보도 얻기 힘든 상황에서 중국 손전화의 필요성이 떨어진 것도 한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흥광 대표] 저희 입장에서도 옛날보다 통화가 많이 줄었는데요. 지금 완전히 발이 묶여서 자기가 사는 거주 지역 밖을 벗어날 수 없으니까, 그분에게 뭘 알려달라는 요구를 할 수가 없습니다. 중국 사람들도 마찬가지거든요. 장사 목적이라도 좀 움직여야 하는데, 심각한 이동 통제와 야간 통행 금지까지 시행된 상태에서 외부에서 들어간 중국 휴대폰을 활용한 북한 주민들의 활동이 극히 제한된 상황입니다. 북한 사람에게 돈을 내주고 손전화를 쓰도록 종용하는 쪽에서 그 필요성을 덜 느끼게 된 결과입니다.

미 스팀슨센터의 마틴 윌리엄스 연구원도 북∙중 간 무역과 인적 교류가 급감하면서 나타난 북한의 경기침체도 중국 손전화의 필요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됐을 거라고 분석했습니다.

[마틴 윌리엄스] 당연히 손전화 이용량이 줄어들 거라 생각합니다. 일단 북∙중 간에 무역이 감소하면서 전화로 주문을 넣는 등 전화를 사용할 이유가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죠. 북한 내에서 장사가 잘 안되고, 북∙중 간에 물건이나 돈도 오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전화기의 필요성이 떨어질 수 있는 겁니다. 당연히 통화량이나 이용률이 감소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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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FA 그래픽


중국 손전화 한 번 이용에 수백 달러 요구도

중국 손전화의 이용 감소에 불편함을 토로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우선 중국에 나와 있는 외화벌이 무역 주재원들과 갑작스러운 국경 봉쇄로 북한에 돌아가지 못하는 화교들이 대표적입니다. 중국 내 외화벌이 주재원들은 중국 손전화로 국경지역 상황을 파악해 평양으로 전송하곤 했는데, 지금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 됐습니다.

또 중국 무역업자와 연락 수단이 끊긴 북한 무역업자들은 언제 다시 소통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데, 먹고사는 문제가 달린 만큼 불안함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중국과 한국 등에 사는 탈북민과 북한 내 가족도 답답하긴 마찬가집니다. 연락과 송금이 어려운 상황에서 한 탈북민은 중국 손전화를 한 번 사용하기 위해 손전화 주인으로부터 수백 달러를 요구받는가 하면 사용 가능한 중국 손전화의 SIM 카드는 1천 달러 이상의 거액에 거래되는 것으로도 알려졌습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중국 손전화가 북한 주민의 경제적 영향뿐 아니라 정보 접근권을 향상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합니다. 특히 외부 정보의 유입뿐 아니라 북한 주민 간 정보 교류에서도 중국 손전화가 차지한 비중은 작지 않았다고 ‘국제앰네스티’는 지적했습니다.

[최재훈 간사] 북한으로 외부 정보를 유입하는 경로 중 하나가 중국 등 외국 휴대전화 서비스였는데요. 코로나19 이후로 취해진 국경 봉쇄라든지, 내부 이동의 통제, 사회 통제의 하나로 보이는 외국 문물의 단속 강화 정책 등으로 외부 정보의 접근이 큰 폭으로 축소됐다는 것이죠. 이는 결과적으로 북한 주민의 전반적인 인권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저희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당분간 중국 손전화 사용이 회복되기 쉽지 않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북∙중 국경 봉쇄 이전에도 중국 손전화를 북한에 들여보내기가 쉽지 않았는데, 단속이 훨씬 강화된 요즘은 더 어렵기 때문입니다.

또 중국 손전화를 반입하거나 이용하는 대가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치솟을 거란 관측과 함께 한국 내 탈북민과 북한 무역업자, 북한 주민에게 전가될 부담도 커질 전망입니다.

코로나비루스의 대유행과 북한 당국의 강력한 통제로 외부 사회와의 유일한 통로였던 중국 손전화의 사용마저 급감하면서 북한 주민의 고립은 점점 더 심화하고 있습니다.

기자 노정민, 에디터 박정우, 웹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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