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보도: 주춤하는 북 손전화 사용] ③ 경기침체→이용감소 악순환

워싱턴-노정민, 박수영 nohj@rfa.org
2021.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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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보도: 주춤하는 북 손전화 사용] ③ 경기침체→이용감소 악순환 신의주에 거주한 여성이 RFA 기자와 한 영상통화에서 북한 손전화의 실상을 전하고 있다.
/ RFA Photo

앵커: 북한의 이동통신 서비스와 중국 손전화는 그동안 북한 주민의 시장 활동과 지역 간 소통을 원활케 하는 데 중요한 윤활제 역할을 해 왔습니다. 하지만, 손전화 사용이 위축되면서 민생 경제도 타격받고 있습니다.

‘물가 동향 파악’, ‘탈북민 송금’ 등이 어려워지고, 정보와 자금의 유동성이 막히면서 경기 침체가 가속화하고 이는 다시 손전화 이용률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RFA 심층보도, ‘주춤하는 북 손전화 사용’. 오늘은 세 번째 시간으로 북한∙중국 손전화 사용의 급감이 북한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노정민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중국 전화기 단속, 탈북민 송금에 직격탄

중국 단둥에서 북한을 상대로 거래해온 한 무역업자는 종종 연락하던 북한 무역업자와 몇 개월 전 연락이 끊겼습니다.

이 무역업자는 최근 (11월 12일) RFA에 중국 무역업자들이 북한에 몰래 들여보낸 중국 손전화로 북한 내부 소식을 듣고, 물가 동향 파악과 상품 주문 등을 해왔는데, 북한 측과 갑자기 연락이 끊기면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는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손전화 이용의 급감으로 큰 타격을 받은 영역 중 대표적인 건 탈북민들의 대북송금입니다. 2년 가까운 북∙중 국경 봉쇄로 상품 거래가 불가능해지자 일부 중국과 북한 내 브로커, 즉 중개인들이 송금을 통해 돈벌이에 나섰지만, 이마저 힘들게 된 겁니다.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이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 송금할 때 가장 많이 이용하는 방법은 북∙중 간 비공식 외환거래인 일명 ‘환치기’입니다. 탈북민이 중국에 있는 송금 브로커에게 돈을 보내면 이 브로커는 다시 북한 측 동업자에게 연락하는데, 이때 중국 손전화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겁니다.

북한에 부모님과 여동생이 있는 탈북민 이선영 씨(신변안전을 위해 가명 요청)도 최근 (11월 9일) RFA와 한 전화 통화에서 중국 전화기 사용과 송금 브로커에 대한 북한 당국의 단속이 강화되면서 제때 가족을 도울 수 없게 됐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이선영 씨(가명)] 이전에 브로커 역할을 하던 사람들이 많이 잡혀서 선이 끊긴 사람들이 있어요. 저와 연락하던 분도 잡혔습니다. 저는 집이 국경 지역이라 괜찮지만, 내륙에 있는 분들은 연락을 정말 힘들게 하거든요. 또 돈을 보낸다 해도 수수료가 정말 높아졌단 말이에요. 이전 30%에서 지금은 40~50%까지 오르니까 아무리 많이 보내도 적은 돈이고, 북한에서도 (중국 돈) 가치가 많이 떨어져서 이전만 못 합니다.

김연호 미 조지워싱턴대 한국학연구소 부소장도 중국 손전화에 대한 단속으로 송금 수단이 막히면서 북한 가족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김연호 부소장] 코로나 사태 이후 북한 당국이 국경 통제를 강화하고, 국경 지역에서 중국 전화 사용에 대한 단속도 더 강화됐습니다. 그동안 탈북민들이 북한에 남겨둔 가족들과 통화도 하고, 브로커를 통해 돈도 많이 보냈는데 그 길이 많이 차단되면서 굉장히 답답해하고, 북한 가족들 입장에서는 당장 바깥에서 들어오던 돈이 못 들어오니까 경제적으로도 많이 어려워지겠죠.

탈북민 가족의 송금은 당장 식량과 생필품을 살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들이 소비하는 현금을 통해 시장 경제를 활성화하는 순기능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손전화에 대한 강력한 단속으로 송금이 어려워지면서 북한 가족들이 생활고를 겪는 것은 물론 북한 시장에 현금의 유동성이 막히는 상황까지 불러오게 됐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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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단둥 세관에서 손전화로 업무에 관해 통화하는 북한 무역업자. / RFA photo


경기 침체에 따른 소득 감소가 손전화 사용 급감으로

북한 손전화 사용의 급감도 내부 실물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그동안 북한 상인들이 한 대 이상의 손전화를 사용하면서 다른 지역의 물가와 시세, 수요와 공급을 파악하고, 필요한 상품도 주문했는데 손전화 사용의 위축으로 상거래에 타격을 받게 된 겁니다.

RFA가 ‘아시아프레스’에 요청해 북한 내부 취재협조자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북한 당국의 손전화 단속 탓에 소상인들이 다른 지역의 물가와 시장 상황을 수시로 확인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문적으로 쌀장사를 하거나 고정 거래가 아니면 의심을 사기 때문에 요즘은 전화로 물가를 물어보기 어렵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코로나비루스의 세계적 대유행 이전보다 물가 정보가 빠르게 확산하지 못하는 한계도 나타나고 있다고 ‘아시아프레스’의 이시마루 지로 오사카 사무소 대표는 설명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대표] 맞아요. 국경에 있는 사람이 ‘왜 평양 물가가 필요하냐’, ‘왜 평안남도 사정을 알아보려고 하냐’며 의심을 살 수가 있습니다. 의심을 산다는 것은 감시 대상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국경에 사는 사람들은 이를 당연히 피해야 하니까 우리 협조자들에게 부탁을 해도 두려워하면서 잘 안 하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손전화 이용의 급감이 경제 활동을 위축시키고, 이를 통한 경기침체가 다시 손전화 이용률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을 불러온다고 지적합니다.

김흥광 한국 ‘NK 지식인연대’ 대표는 (11월 12일) RFA에 손전화 이용 감소는 북한 주민의 소득 감소와 연관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흥광 대표] 손전화는 사람들이 소통을 높여주고 먼 지역에서 장사하기 위한 충분한 정보를 얻는 데 필수적입니다. 그런 역할은 지금도 역시 손전화가 많이 하고 있죠. 다만 제일 안타까운 것은 통화요금을 낼 수 없는 경제적 여건이 없다는 건데요. 휴대전화의 역할이 크게 축소됐다고 보기에는 좀 다소 무리지만은, 그 사용량이 현저히 줄어드는 건 전적으로 그들이 소득과 관련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장사가 안돼 전화 사용도 줄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대표] 경제적인 영향도 있을 수 있지만, 코로나 때문에 생긴 경제적 어려움이 정말 크지 않습니까. 그래서 장사에 손전화를 사용했던 사람들도 장사 자체가 잘 안 되니까 장사에 이용할 용도도 많이 줄었다고 봅니다. 전화 사용이 위축되면서 어려움을 겪는다기보다 경제가 위축됐기 때문에 장사에 이용하는 용도가 줄어들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편, 김 대표는 경기 침체에 따라 북한 당국이 손전화 요금을 내려주려는 의도도 엿보인다고 전했습니다. 이동통신 사업이 북한 당국에도 큰 수입원이기 때문에 가입자들의 부담을 낮춰주며 서비스를 유지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김흥광 대표] 북한 당국도 코로나19의 어려운 상황에서 주민들이 휴대전화 요금조차 내기 어렵다는 걸 알기 때문에 올해 1월부터 200분당 5천 원 하던 비용을 4천 원으로 줄였다는 이야기도 들었거든요. 북한 당국도 사람들이 손전화를 다 포기하면 어떻게 돈을 벌겠습니까. 자기들에게는 엄청난 돈인데요. 애초에 손전화 요금으로 출발했던 게 1천 원이거든요. 200분당 1천 원까지 내려갈 수 있지 않을까라고 사람들이 기대하고 있답니다.

북한 상인에게 손전화는 필수품이지만, 코로나비루스의 대유행과 북∙중 국경 봉쇄에 따른 경기 침체, 북한 당국의 단속 등으로 북한과 중국 손전화의 사용이 크게 위축되면서 시장 활동은 물론 일상적인 경제활동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손전화 이용이 다시 늘어나기 위해서는 코로나 국면이 완화되고 북∙중 국경이 재개돼 시장 활동과 자금, 정보의 유통 등이 되살아나야 하지만,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손전화 이용의 급감과 북한 주민의 현금 수입 감소의 악순환은 계속될 전망입니다.

기자 노정민, 에디터 박정우, 웹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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