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보도: 주춤하는 북 손전화 사용] ⑤ 가입유지 속 이용률 회복 더딜듯

워싱턴-노정민, 박수영 nohj@rfa.org
2021.11.24
[심층보도: 주춤하는 북 손전화 사용] ⑤ 가입유지 속 이용률 회복 더딜듯 평양의 한 가판대 안에서 판매원이 전화를 하고 있다.
/AP

앵커: 북한 주민들은 북∙중 국경 봉쇄가 풀리고, 무역과 인적 교류가 재개되면 손전화 사용량도 늘어날 걸로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장은 유지하기 어려워도 끝까지 손전화를 지키려는 이유이기도 한데요.

하지만 손전화 이용률이 당장은 이전 수준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거란 관측이 적지 않습니다.

RFA 심층보도, ‘주춤하는 북 손전화 사용.’ 오늘은 마지막 순서로 기능과 역할이 위축된 북한 손전화의 미래를 노정민 기자가 전망해봤습니다.

‘필수품’, ‘애착물’ 된 손전화… 어려워도 포기 못 해

“손전화는 필수품이다. 전화기를 가진 것만으로 똑똑한 남자 취급을 받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여성에게도 필수품인데 남자친구로부터 전화기를 선물 받으면 가장 큰 자랑으로 여길 정도다.” “전화기로 노래도 듣고, 여러모로 좋게 보는 물건이어서 항상 인기 있는 애착물이다”

RFA의 요청에 따라 (11월 9일) 북한 전문 매체인 일본 ‘아시아프레스’의 취재협조자 3명이 파악해준, 북한 내 손전화의 위상입니다.

이들 북한 내부 소식통들은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비루스의 대유행 이후 손전화에 대한 북한 주민의 인식’에 대해 “당장 경제적으로 어렵지만, 손전화를 포기하기는 쉽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정말 돈이 없어 못 쓰는 경우도 있지만, 가능한 많은 사람이 전화기를 유지하려 한다는 겁니다.

이시마루 지로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 대표도 (11월 11일) RFA에 여러 가지 이유로 북한 손전화 이용률이 떨어지고 있지만, 손전화가 없던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시대가 됐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대표] 만약 경제 상황이 계속 안 좋다면 요금 부담을 견디지 못하는 어려운 사람부터 필요 없는 전화기를 버릴 수 있다고 봅니다. 아무래도 먹고사는 게 우선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웬만한 사람들은 손전화를 갖고 있어야 사람 자격이 있고, 사람 대우를 해준다는 식으로까지 표현하지 않습니까. 다시 말해, 손전화를 갖지 않은 사람은 상대도 안 한다는 분위기가 있다는 거죠. 그만큼 약 10년 사이에 손전화가 급속도로 보급됐는데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구조라고 봅니다.

북한 과학 기술 전문가인 김흥광 한국 ‘NK 지식인연대’ 대표도 (11월 12일) RFA에 북한 주민이 당장 경제적으로 손전화를 유지하기 힘들어도 기본요금만 내면서 상황이 나아지는 때를 기다리는 분위기라고 설명했습니다. 싼값에 전화기를 팔았다가 일상이 회복된 뒤 다시 비싸게 사야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김흥광 대표]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진정되면 아마 북한 주민들도 이전처럼 손전화를 쓰지 않을까 생각하는 거죠. 지금 어려울 때 급하다고 해서 손전화를 팔거나, 전당포에 맡기고 큰돈을 빌린 사람들이 도로 되찾을 수 있을까란 우려도 있습니다만, 전체적으로 볼 때 손전화 요금이 그렇게 과도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좀 더 가지고 있으려 한다는 게 보통 사람들의 생각인 것 같습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북∙중 국경 봉쇄와 이동 통제가 완화되면 자연스럽게 손전화 사용이 급증할 수 있다고 전망합니다.

인적∙물적 이동이 더 활발해짐에 따라 이동통신을 기반으로 한 정보 교류가 증가할 수 있고, 이는 북한 주민의 전반적인 생활뿐 아니라 인권적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거란 기대감까지 엿보입니다.

북한 손전화 전문가인 김연호 미 조지워싱턴대 한국학연구소 부소장도 (11월 11일) RFA에 북∙중 국경 개방으로 북한 주민의 경제력이 회복되면 구매력 증가와 함께 손전화 사용량은 더 많아질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김연호 부소장] 코로나 사태가 풀리면 당연히 이동 통제가 완화되고, 장마당도 다시 활기를 띨 수밖에 없겠죠. 그러면 사람과 물건, 돈이 이전보다 더 많이 움직여야 하고, 당연히 정보도 더 많이 유통돼야 하는데, 그럴 때 휴대전화가 꼭 필요하겠죠. 당연히 사용량은 더 많아질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국경이 다시 열리면 중국에서 들여오는 (손전화) 단말기도 많이 늘어나겠죠. 또 단말기를 살 수 있는 사람들의 경제력도 지금보다는 나아질 테니까 구매력도 늘어날 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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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불법으로 들여간 중국 손전화를 통해 문자로 정보를 주고받는 모습. / RFA photo


국경 개방 수위 난망∙북 당국 통제로 손전화 미래 불투명

반면 소통과 정보 확산의 매개체로서 손전화는 북한 주민의 필수품이 됐지만, 코로나비루스 대유행의 완화, 북∙중 국경의 재개방에도 당분간 손전화 이용률이 회복되기는 어려울 거란 관측 역시 적지 않습니다.

북한 정보통신 전문가인 마틴 윌리엄스 미 스팀슨 센터 연구원은 (11월 11일) RFA에 당장 북∙중 국경이 전면적으로 개방될 가능성을 낮게 봤습니다. 북∙중 간 무역이 정상 수준을 회복하기 어렵기 때문에 손전화 사용량도 이른 시일 내에 급증하진 못할 것으로 윌리엄스 연구원은 내다봤습니다.

[마틴 윌리엄스] 북∙중 국경이 재개방된다면 여러 단계로 나뉠 텐데요. 당장은 북한 고위층을 위한 물건을 중심으로 일부 품목에 대한 무역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무역의 범위와 무역량에 따라 손전화 사용량도 달라질 텐데요. 이전 수준을 회복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릴 거라 생각합니다. 또 국경이 전면적으로 개방돼도 북한 당국의 손전화 단속과 통제는 계속될 겁니다.

손전화에 대한 감시와 단속 강화도 걸림돌입니다. 손전화의 보급으로 개인이 정보 수집과 확산의 주체가 되면서 체제 유지에 위기감을 느낀 북한 당국이 통제 수준을 훨씬 높였기 때문입니다.

[이시마루 지로 대표] 지금 상황은 코로나가 있어서 억압하는 시기가 아닌가. 앞으로 경제가 좀 정상화되면 새로운 움직임이 생길 수 있다고 봅니다만, 지금 상황에서 국내 손전화 사용은 무리이고요. 이를 억제하고, 감시하고, 통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시기에 있다고 봅니다.

국제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의 최재훈 북한인권담당 간사도 (11월 10일) RFA에 북한 당국의 손전화 사용 검열과 처벌을 우려했습니다.

[최재훈 간사] 어떤 형태로든 북한 당국의 검열과 단속, 처벌이 여전히 존재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 우려할 부분이고요. 특히 저희는 인권적 측면에서 개인의 정보 접근권은 반드시 보장돼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북한 당국이 자국민을 대상으로 자행하고 있는 통신에 대한 감시는 세계인권선언 제19조에서 규정한 내용을 심각하게 제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 주민이 다양한 수단과 방식을 통해서 외부 정보에 접근할 권리뿐 아니라 자의적이고 불법적인 간섭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는 점은 명백합니다.

한편, 이럴 때일수록 북한 당국이 손전화 이용을 통한 경제활동의 자유를 보장해줘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손전화 이용의 급감이 북한 주민의 현금 수입 감소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일부 통제만이라도 풀어줄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김흥광 대표] 북한 주민들이 어려운 시기에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경제활동의 폭을 어느 정도 보장해 줘야 합니다. 북한 당국이 모르는 바가 아니거든요. 야간 통행 금지를 해제하고, 사람들이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만 풀어줘도 장사가 활성화되고, 시장이 살아나면서 이에 따르는 필수적인 정보 수단이자 소통 수단인 손전화의 사용량은 예전 수준으로 회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결국, 답은 한 가지인데요. 북한이 코로나 관련 봉쇄 정책을 얼마나 더 오래 하느냐에 따라 북한 주민들이 손전화를 포기하거나 또는 아예 꺼버리는 현상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비루스 대유행 이후 북한 당국의 단속과 함께 소통과 정보 확산의 역할이 위축된 북한 손전화.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된 지 오래지만, 이전 수준의 사용량을 회복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밝지만은 않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기자 노정민,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