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훈풍 속 북 “중국 비방 말라” 주민 입단속

워싱턴-노정민, 서재덕 인턴기자 seoj@rfa.org
2018.06.26
kim_xi_toast-620.jpg 중국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건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앵커: 최근 세 차례의 북∙중 정상회담에 이어 중국의 대북 제재 완화 조짐 속에서 양국 기업이 교역 재개 준비에 분주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북한 내부에서는 주민을 대상으로 북∙중 관계의 개선을 강조하는 강연이 진행되는가 하면 중국인 투자자나 중국인에게 결례를 범하지 말 것도 주문하고 있습니다.

서재덕 인턴기자가 보도합니다.

- 북∙중 정상회담 이후 기업들 기대감 상승

- 북한 무역회사 국경 지역에 몰리고, 중국 기업도 무역합작 준비

- 대북 투자 상담 문의하는 중국 기업 크게 늘어나

- 북 권력 기관 산하 무역회사 주도로 밀수 증가, 기대 심리 부추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잇따른 방중과 습근평, 즉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 이후로 북한 내부에서는 북∙중 관계 개선 움직임이 활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에 따르면 지난 5월 두 번째 북∙중 정상회담 이후 중국의 대북제재 완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북한과 중국 기업 간 무역 합작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북한의 국가 기관 산하 무역 회사들이 북∙중 국경 지역으로 모여들고, 중국 기업들도 제재해제에 대한 기대와 함께 북한 기업과 무역 합작을 준비하고 있는 겁니다.

‘아시아프레스'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25일, RFA, 자유아시아방송과 한 전화 통화에서 중국의 세관 검사가 완화되면서 북∙중 기업들 사이에 제재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하고 있으며 일부 중국 기업은 이에 대비해 북한 무역회사 종업원들에게 부식까지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중국 기업 중에는 무역뿐 아니라 북한 내 광산 개발이나 건설 투자에 대해서도 높은 관심을 보이면서 사업 중개인에게 투자 상담을 의뢰하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이시마루 대표는 덧붙였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삼지연회사, 천지회사, 연승회사, 능라회사, 묘향회사, 백설회사 이런 회사들은 주로 신의주부터 혜산, 나진 등에 지사를 두면서 북∙중무역을 중심으로 활동해왔던 회사들입니다. 이것은 평양의 지시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공식무역이 막혔기 때문에 국가기관이 직접 나서서 평양에 부유층, 고위층, 권력층 사람들이 로비를 하고 있다고 분석할 수 있을 겁니다.

특히 이전에 북∙중 무역을 담당했던 북한 권력기관 산하 무역 회사가 요즘 국경 지역에서 주도적으로 밀수를 진행하는 것도 대북제재의 완화에 대한 기대감을 더 부추기고 있다고 이시마루 대표는 분석했습니다.

- 북 주민 대상 강연 “중국에 대한 비방 중상하지 말라”

- 중국인 투자자에게 신사적으로 대하고, 외교적 결례 범치 말라

- 앞으로 중국의 대북투자 염두에 둔 북 당국의 사전 조치인 듯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북한 내부에서도 주민을 대상으로 북∙중 관계의 개선을 강조하는 강연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함경북도에 거주하는 아시아프레스의 한 취재협력자에 따르면 공장에서 아침 조회 시간이나 독보 시간에 당비서가 직접 “김정은 위원장의 탁월한 외교력으로 북∙중 관계가 발전하고 있다”면서 “이전처럼 중국에 대한 비방 중상을 하지 말고, 중국인들에게 불손한 행동을 하지 말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 투자자에게 저질렀던 외교적 결례나 중국인에 대한 불손한 태도 등을 예로 들며 비판한 점도 눈길을 끌었다고 이시마루 대표는 설명했습니다.

과거에 북한에서 합영 기업을 설립한 중국 투자자에 대한 사기가 빈번하고 법률 위반을 구실로 투자자의 기계설비를 몰수하거나 투자자를 체포∙추방 또는 거액의 벌금을 물린 사건들이 속출하면서 중국 당국이 계속 항의한 데 대한 조치로 풀이됩니다.

[이시마루 지로] 북한 국내에 들어온 중국 사람들에게 잘 좀 대해야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이 정말 재밌는 것 같아요. 투자를 해준 중국 사람에 대해 ‘신사적으로 대해야 된다’는 지시까지 내렸다고 하니까, 이것은 제 추측인데요. 중국 측에서 앞으로의 관계 개선을 대비해 많은 투자를 할 텐데, 경제적인 규칙과 합의는 이전처럼 하면 안 된다. 그런 요구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그렇게 추측합니다.

- 잇따른 북∙중 정상회담으로 김정은 위원장 자신감 상승

- 아직은 중국의 대북제재 강도 조절이라는 신중론도

- 미 전문가 “북 행동에 맞춰 제재 강도 조절하는 전술일 수도”

- 북 주민, 북∙중 관계 개선에 살림살이 나아질까…기대감 확산


이런 가운데 김 위원장이 지난 19일, 중국을 다시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세 번째 정상회담을 가지면서 양국 간 관계 개선과 대북제재의 완화 움직임도 확대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일본 아사히 신문의 마키노 요시히로 서울 지국장도 지난 25일 자유아시아방송과 한 회견에서 김 위원장이 중국의 경제지원에 대한 자신감과 여유까지 생긴 것 같다고 관측했습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김정은 위원장이 체제보장을 위해서는 경제발전, 권력을 유지할 수 있는 근거가 필요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역시 제재완화나 제재해제를 희망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19일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으로부터 어느 정도 경제적 지원을 얻어낼 수 있다는 자신이 생긴 것 같습니다. 저는 북한이 좀 여유있게 상황을 봐 가면서 천천히 비핵화에 나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반면, 북∙중 정상회담 이후 중국의 대북제재가 느슨해졌다는 우려와 달리 아직은 중국의 대북제재 강도 조절에 대해 합리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의 지적도 있습니다.

미 국가정보국(NSA) 동아시아 국가정보조정관 선임보좌관을 지낸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학 교수는 2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중국은 최소한 지난 4월까지 북한으로부터 모든 수입을 중단하고, 수출도 절반 이상 줄이는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요구한 것 이상의 제재를 가했고, 북중 간 밀수에 대한 보도가 많이 있지만, 어느 정도인지 확실치 않은 점을 들어 북한의 행동에 맞춰 제재의 강도를 조절하는 전술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But we also need to be reasonable and appreciate Chinese tactics which appear to be to adjust the strength of sanctions to North Korea's current behavior.)

여전히 대북제재를 통한 중국의 압박이 크기 때문에 밀수와 세관 검사의 완화 등 일부 현상만으로 대북제재의 완화를 판단하기를 섣부르다는 설명입니다. (Actually, I think the pressure remains very high and thus we see some aspects of its leaking, but not to any great advantage to the North Korean government.)

이런 가운데 북한 주민은 북∙중 관계의 개선에 큰 기대를 갖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오늘날 경제적 어려움의 큰 원인이 중국의 대북제재이기 때문에 중국과 관계가 좋아지면 중국이 통 큰 투자를 하게 되고 주민들의 생활도 크게 개선될 수 있다는 민심이 점점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강연을 통해 ‘중국이 우리의 운명을 책임져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중국과의 관계가 좋아졌다고 해서 지나친 환상을 갖지 말고 자력갱생만이 살길’이라는 선전도 빼놓지 않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을 사이에 둔 미국과 중국 간 경쟁이 본격화하고 북한 당국도 중국의 관계 개선에 많은 신경을 쓰는 가운데 북한 주민의 가장 큰 관심은 생활 여건의 향상이며 중국과 관계 개선으로 경제 개선을 가장 먼저 이뤄야 한다는 바람과 기대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서재덕 인턴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