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주 영향력∙중국 의존도 낮추려다 멈칫한 북한

워싱턴-박수영 parkg@rfa.org
2021-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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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주 영향력∙중국 의존도 낮추려다 멈칫한 북한 단둥 세관원들이 신의주에서 온 트럭을 검사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2006년 사진)
/AP

앵커: 북한이 그 동안 일방적으로 단절했던 남북 간 통신선을 복원한 데 중국과 교역재개를 위한 물류센터 건설에 나서고 있습니다.

코로나19의 전세계적 확산 속에 한국뿐 아니라 중국과 관계에서도 방어적인 태도로 일관했던 북한의 최근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김정은 총비서의 의도와 그 내막, 박수영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박수현] 양 정상은 남북 간에 하루속히 상호 신뢰를 회복하고 관계를 다시 진전 시켜 나가자는 데 대해서도 뜻을 같이했습니다.

최근 (7월27일) 한국 청와대는 남북 간 통신선 복원을 전격 발표했습니다.

북한도 같은 시각 “온 겨레는 북남 관계가 하루빨리 회복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개성공단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 그 동안 한국을 향한 적개심을 숨기지 않던 북한이 사뭇 달라진 태도를 보인 겁니다.

북한의 이제까지와 사뭇 다른 행보는 대 중국 관계에서도 보입니다.

북한 당국이 7월 들어 의주 군용 비행장에서 방역 시설을 갖춘 물류센터와 수출입 철로를 재건설하고 있는 모습이 민간 위성사진에 포착된 겁니다.

북·중 국경 재개방을 의도한 듯한 북한의 이런 움직임은 코로나19 발생 직후 방역을 빌미로 중국에 문을 걸어 잠그던 모습과 대비됩니다.

북·중국경 폐쇄는 중국과 돈주들의 영향력 줄이려던 것

코로나19 전세계적 대유행 이후 북한이 중국과 무역 거래까지 전명 제한한 데 대해 전문가들은 방역 목적 외에도 다른 국내 정치적 의도가 한 몫했다고 지적합니다.

대북제재가 지속되면서 계속 커져온 중국의 영향력을 줄여 북한의 자립 토대를 강화하고 중국에서 유입되는 자금으로 성장하던 돈주들의 힘을 억제하기 위한 노림수도 있었다는 평가입니다.

미국 랜드(RAND)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북·중국경 전면 봉쇄는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경계한 북한 지도부의 ‘정치적 작전’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브루스 베넷] 중국에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싶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유는 (경제적 의존이) 중국에게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력을 주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대북) 영향력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어느 정도의 지배력을 얻기 위한 방법으로 경제적 상품과 투자를 사용하려 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북한에 자본과 물품이 유입되는 통로로써 긍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점차 과도해진 중국의 영향력에 북한 지도부가 신경이 쓰였다는 겁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중국에서 유입되는 자본이 김정은 총비서의 정치적 권력에 위협이 될 가능성을 경계했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브루스 베넷] 중국과 사업을 해 온 모든 기업가와 무역상들은 돈을 벌고 있고, 그 돈으로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줄 수 있습니다. 그들이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주면, 김정은 총비서가 하려는 것을 막아설 수도 있는 거죠.

한국의 임을출 경남대학교 교수도 최근 (6월 30일)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가 주최한 ‘북한 김정은 체제의 경제정책 평가와 전망’ 세미나에서 북한이 대중 의존도를 낮추려 한 점에 주목했습니다.

북한이 코로나19의 전세계적 확산 속에서 농사철 필수용품 및 건설 자재 등 최소한의 필수 물자 교역만 허용하면서 경제적 자립을 시도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임을출] 북한은 코로나 19 상황을 오히려 내부에 만연한 수입 병을 없애고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낮춰서 자립경제와 자력갱생 역량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계기로 삼겠다, 지금 당장은 어렵지만, 중장기적으로 자립경제 기반을 강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정책 방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임 교수는 북한이 과학 기술의 발전과 인민 경제의 현대화를 기반으로 한 자립경제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 주민들의 나빠진 여론과 경제 불안정

하지만 북한 당국의 이런 중국 의존도 낮추기 전략에 대한 저항도 만만치 않습니다.

당장 생필품 품귀사태가 이어지고 있고 식량부족 역시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2의 고난의 행군 가능성을 직접 언급한 김정은 총비서에 대한 불만 역시 커지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브루스 베넷] 북한 당국이 국경을 폐쇄하는 바람에 무역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로부터 지난 몇 달 동안 큰 반발을 샀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시장에서 뭘 사려 해도 물건이 없다고 합니다.

북한 경제를 사실상 지탱해온 돈주들의 파산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베넷 선임연구원은 덧붙였습니다.

[브루스 베넷] 돈주들은 채권자들에게 빚을 졌고 그들에게 돈을 갚아야만 합니다.결국 돈주들은 파산하게 됩니다. 이들은 봉쇄 정책에 대해 찬성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돈주들은 의심할 여지 없이 이는 김정은 총비서로부터 비롯된 문제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북한 농업 전문가인 권태진 GS&J 북한동북아연구원장은 시장에서 식량을 구해온 북한 주민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권태진] 이런 코로나 대유행 상황하고 맞물려서 국경이 봉쇄됨으로써, 시장 활동이 굉장히 줄어들었죠. 그래서 주민들은 시장 활동을 통해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식량을 구매하게 되는데, 시장 활동이 줄다 보니까 식량을 살 수 있는 돈이 없는 것이죠. 구매력이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북한 전체 주민은 아닐지 몰라도 배급이 나오지 않는 주민들은 식량 사정이 굉장히 어렵다.

미 농무부가 최근 (7월27일) 발표한 ‘‘2021/2022 북한의 계절별 수확량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 해 북한의 쌀 생산량은 지난 5년 평균 221만 톤보다 10% 줄어든 200만 톤에서 그쳤습니다. 국경봉쇄로 각종 종자와 비료 수입이 줄어든 탓에 수확량이 현저히 줄었다는 겁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이런 상황을 의식해서인지 최근 특별명령을 통해 군량미를 풀어 일반 주민들에게 식량 배급량을 늘리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부족한 양이 많아 결국 중국에 손을 벌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그 동안 한국이 내민 도움을 손길을 애써 무시해온 북한의 태도 역시 이번 통신선 복원을 계기로 바뀔 전망입니다. 코로나19 방역과 식량지원 등 한국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국경 전면봉쇄가 2년째에 접어들면서 코로나19 방역을 빌미로 대 중국 의존도 낮추기와 한국 배격을 시도했던 북한의 홀로서기가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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