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미 국무부 고위 관리 “북 대미 시위 중”

워싱턴-한덕인 hand@rfa.org
2018-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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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부부가 지난 5일 평양 5월1일경기장에서 방북한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부부와 함께 대집단체조 '빛나는 조국'을 관람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부부가 지난 5일 평양 5월1일경기장에서 방북한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부부와 함께 대집단체조 '빛나는 조국'을 관람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앵커: 북한이 최근 들어 부쩍 쿠바, 베네수엘라 등 사회주의 우방국은 물론 멕시코 등 미국과 인접한 라틴아메리카 국가들과 고위급 외교접촉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쿠바, 베네수엘라 등과 북한이 보란 듯 ‘의리외교’를 강화하고 나선 배경엔 미국과 핵 담판을 앞두고 미국이 아니라도 다른 대안이 있다는 점을 시위하려는 의도라고 전직 미 국무부 고위 관리가 지적했습니다. 한덕인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명목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중남미 순방에 나섰습니다.

김영남 위원장은 쿠바와 베네수엘라를 공식 방문하고 멕시코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할 예정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11월 초 쿠바의 최고지도자인 미겔 디아스카넬 국가평의회 의장을 초청해 국빈급 의전을 펼치는 등 성의를 보였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해당 국가들이 트럼프 행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거나 마찰이 예상된다는 점입니다.

쿠바는 전임 오바마 행정부 때 국교 정상화 직전까지 갔지만, 현재는 다시 미국의 제재를 받는 상황이고 베네수엘라의 경우 테러지원국 명단에 오를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멕시코의 경우도 민족주의 성향의 새 정부 출범으로 이민문제 등에서 미국과 의견 충돌이 더 커질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북한이 이처럼 한 달 새 최고위급 외교를 잇따라 펼치며 미국과 불편한 관계인 라틴아메리카 국가 끌어안기 행보를 보이는 배경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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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크 로즈(Frank A. Rose) 전 미국 국무부 군축·검증·이행 담당 차관보는 최근(20일) RFA 자유아시아방송에 비핵화 협상에서 미국과 북한 간 입장차가 뚜렷한 가운데 북한이 대미시위에 나선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로즈 전 차관보는 북한이 최근 들어 중국, 러시아 등 사회주의 형제국과 교류도 부쩍 강화해 왔다며 미국 외에도 다른 대안이 있다는 점을 시위하려는 의도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프랭크 로즈: 김정은이 실제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저로서는 알 수가 없어 단언할 수는 없지만, 아마 북한도 (미북 협상이 잘 진행되지 않을 경우) 다른 대안이 있다는 점을 시위하려는 의도라고 생각됩니다.

(You know I don’t know to be quite honest with you. Maybe he’s trying to show that North Korea has options as well. I don’t claim to be able to get into KJU’s mind.)

매튜 하(Mathew Ha)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연구원도 미국과의 핵협상을 앞두고 북한은 우방인 사회주의국가 형제국들과 오랜 유대관계를 지속하고 싶다는 점을 전 세계에 과시하길 원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매튜 하: 미북회담의 초기 시점으로 돌아가 보면, 2018년 (평창) 올림픽이 진행되었던 무렵, 모두가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먼저 만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 김정은은 중국의 시진핑 주석을 먼저 만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를 통해 북한에도 그들의 사상과 가치관을 함께 공유하는 ‘친구’ 혹은 ‘동맹’이라고 부를만한 국가들이 주변에 존재한다는 점을 세계에 각인시키려 했다고 생각합니다.

(I don’t know if it will directly impact US-NK negotiations, but in a way, if we think about the way beginning of this whole diplomatic summitry that we’ve seen in 2018, it was the Olympics, everyone thought KJU would be meeting with President Moon first, but he actually met XI Jinping first to show that North Korea does have limited amount of international states that it would call its friends or allies, those that they can potentially relate on based on shared norms and values, political ideology, and they do want to keep them clo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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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이런 의도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매튜 하 연구원은 북한의 시도가 직접 미북 협상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런 북한의 노력이 최근 러시아와 중국이 단합해 대북제재 완화를 주장하도록 이끈 부분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매튜 하: 그들과의 공개적인 외교 활동을 통해 자신의 지지세력을 확고히 하려 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특히 러시아와 중국은 대북제재를 완화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In a way this is just them doing public diplomacy to ensure that they have the support and backing, because Russia and China have been very vocal in talking about we should lift sanctions, saying this is sort of unfair. For them US is backed by international communities of coalitions of likeminded states like japan, South Korea, Australia, all these countries that are working together.)

미국이 한국, 일본 등 국제사회와 연합해 북한에 대응해왔듯이 북한도 러시아와 중국 등 사회주의적 가치관을 공유하는 국가들과 관계 증진을 통해 대북제재 완화라는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도록 이끌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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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오핸런(Michael E. O'Hanlon)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도 북한의 이 같은 노력이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마이클 오핸런: 당연히 쿠바의 정상을 초청하는 행위가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를 증진할 리는 없습니다. 어떤 측면에서도 쿠바 정상의 방북이 미북 협상에 영향을 끼칠 이유는 없습니다.

(Certainly it’s obvious that if KJU is trying to improve his standing with the Trump administration, inviting the leader of Cuba is not going to help. It doesn’t have to be affected in any way by visit from a Cuban president to North Korea.)

그는 북한이 대미관계 개선을 진정 원한다며 이러한 교류보다 실질적인 비핵화 진전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 수립에 나서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마이클 오핸런: 실질적인 문제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져있다는 점입니다. 현시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질적인 비핵화 진전을 목격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 수립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What’s the problem now is not so much those kind of atmospherics, the problem is that we are at an impasse in the negotiations. On the other hand, let’s keep focused on the fundamental question of how do we achieve some compromise on North Korea’s nuclear program.)

오핸런 선임 연구원은 이어 2차 미북 정상회담과 관련해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 이전까지는 회담 개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마이클 오핸런: 개인적으로 기본 협상의 윤곽이 뚜렷해지기 전까지는 2차 회담의 개최를 지지하지 않습니다. 다음 협상은 상징적인 의미보다 실질적인 조치들에 대해 타협하는 자리가 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하지만, 두 번째 회담마저 미북 간의 진전을 가졌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부각되는 자리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 걱정됩니다.

(But I would personally not advocate or favor for that until we start to see what the contours of a basic deal could be. I would rather see a next visit used to try to push along an actual compromise, rather than to just happen for symbolic reasons at a time where we should actually be worried that we are not making substantive headways. So the second meeting could be like symbolic substitute for meaningful concrete progress, and that’s why I’d be worried about it.)

반면 로즈 전 차관보는 2차 정상회담을 포함해 미국과 북한 간 대화가 지속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프랭크 로즈: 저는 잠재적인 적국과도 대화해야 한다고 믿지만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현시점에서 북한이 실제로 비핵화를 이행할 것이라고 믿기도 어렵습니다. 따라서 미국과 북한 간 대화가 지속해야 한다고 믿지만 미국이 현실적인 시각으로 협상을 바라보고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I generally believe that we should talk to our potential adversaries, but it’s very clear nothing much has happened since the Singapore summit, and I’m not convinced at least at this point that North Korea has any will to give up its nuclear weapon. So whereas I support continued engagement with North Korea, I think we need to be realistic about what can be achieved.)

그는 이어 한미군사연합훈련의 재개와 관련해, 북한이 싱가포르 합의 이행에 소극적인 점을 들어 훈련이 다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프랭크 로즈: 현시점에서는 한미군사연합훈련을 재개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이 항시 군사태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북한에 보여주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만약 비핵화의 성과가 증명되고 이를 통해 전체적인 보안 상황이 바뀌게 된다면, 미국 또한 충분히 이에 알맞은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이 핵무기를 포기할 준비가 되어 아무런 구체적인 진전을 목격하지 못했습니다.

(At this point, I would have continued to conduct US-ROK military exercises, I think it’s very very important to show North Korea that we continue to maintain our military readiness and capabilities. However if the security situation changes and we make progress towards denuclearization, should we adjust our posture? Possibly. But we have not seen any real commitment on a concrete level from North Korea that they are prepared to give up their nuclear weapons, and until we see that occur, I would be reluctant to end our military exercises or release sanctions. However, if we can in a step by step process, show progress, we should adjust posture, but we have not seen that progress at this point.)

북한이 핵담판을 앞두고 미국과 껄끄러운 관계인 나라들과 교류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대해 미국 내 전직 관료와 전문가들은 대체로 북한이 미국에 보내는 간접적인 메시지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이런 노력이 미국과의 협상에 끼칠 영향은 극히 미미하다며 오히려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한 구체적인 실행 의지를 보여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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