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경제, 어제와 오늘] 공장∙기업소 시장화①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19-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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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안남도 안주시의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에서 종업원들이 화학비료를 담을 비닐 포대를 재봉틀을 이용해 생산하고 있다. (2010년 9월)
평안남도 안주시의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에서 종업원들이 화학비료를 담을 비닐 포대를 재봉틀을 이용해 생산하고 있다. (2010년 9월)
사진 제공-문성희 박사

앵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조선신보 평양 특파원을 역임한 문성희 박사는 현재 일본 도쿄에서 시사 주간지, 슈칸 킨요비(주간 금요일) 기자로 한반도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고 2017년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돼야 할 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오늘은 북한 내 공장과 기업소에서 일고 있는 시장화 움직임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기자> 미국과 한국 등 자본주의 사회에서 주로 기업이라고 부르죠. 상품을 직접 생산해 판매하는 곳인데요, 북한에서는 공장, 또는 기업소라고 합니다. 문성희 박사님, 북한의 공장과 기업소, 어떤 형태가 있고 어떤 특징이 있는지 간략히 설명해 주시지요.

문성희 박사
문성희 박사 (사진 제공:문성희)

문성희: 네. 공장, 기업소라는 것은 북한의 대규모 생산단위라고 할 수 있지요. 계획경제노선을 실시한다고 하는 북한에서는 공장이나 기업소는 국가의 통제하에 있습니다. 그러니 중앙기관인 국가계획위원회가 기업소나 공장에 생산계획을 하달하고, 지방기관인 도경제지도위원회가 일상적으로 기업의 계획 집행 상황을 파악하고 지도합니다. 기업의 제일 위에는 지배인과 기사장이 있고 그 아래 전문부서들이 배치됩니다.

<기자> 그런데 북한에는 ‘연합기업소’라는 좀 특이한 형태의 기업이 존재한다면서요?

문성희: 네. 연합기업소라고 불리는 기업연합이 처음 결성된 것은 1970년대인데 1980년대에는 거의 모든 경제부문에서 결성됐습니다. 북한에서는 연합기업소를 생산기술적 연계를 기본으로 해서 조직된 대규모연합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간단하게 말하면 연관이 있는 복수의 기업소들이 모인 대규모 기업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연합기업소로는 2.8비날론연합기업소, 황해제철연합기업소, 천리마제강연합기업소,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 등등이 있습니다.

<기자> 북한의 공장과 기업소를 직접 방문해 현지조사를 벌인 걸로 알고 있는데요,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를 참관하신 적이 있다면서요? 이 곳에서는 주로 화학비료를 생산하는 듯한 데요, 직접 보시니까 어떻던가요?

문성희: 네, 제가 평안남도 안주시에 있는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를 방문한 것은 2010년 9월이었습니다. 하여튼 기업소 면적이 엄청 넓은 것에 놀랐어요. 일본에서 별로 공장이나 기업소를 돌아보지 않아서 비교는 못하지만 기업소 내부를 모두 돌아보려면 한 3, 4일은 걸릴 것 같았습니다. 제가 안내 받은 곳은 비료를 생산하는 장소와 밀폐용기 등 기업소에서 판매하는 물건들을 전시하는 장소, 그리고 기숙사 등이었습니다.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 내 공장에서 생산된 요소비료를 직원들이 비닐 포대에 담아 포장하고 있다.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 내 공장에서 생산된 요소비료를 직원들이 비닐 포대에 담아 포장하고 있다. 사진 제공-문성희 박사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에서 중점적으로 생산하는 것이 화학비료입니다. 여기를 1968년에 현지지도한 김일성 주석은 북한에 무진장하게 있는 무연탄으로 비료를 생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합니다. 이 지시를 충실하게 구현해 요소비료를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고 공장 관계자는 말했습니다. 비료를 생산하는 부서 옆에는 큰 창고가 있어 거기에 생산된 비료를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안내해준 공장 지배인에 따르면 주로 북한의 5대 협동농장에 비료를 공급하기 위해 생산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5대 협동농장이란 정보당 쌀 생산량이 많은 농장인데, 2010년 당시에는 미곡(황북 사리원), 신암(평북 룡천), 삼지강(황남 재령)  은흥(평북 태천), 동봉(함남 함주) 이었습니다.

비료는 2010년 방문 당시에 하루 1천700톤의 생산량을 예견하고 있었고, 평균적으로는 1천450톤 생산한다는 얘기었습니다. 창고에는 3천 톤을 보관할수 있는데 제가 보기에는3분의 1정도 매워져 있었습니다.

기업소 직원들 기숙사 생활…부족한 식량 자체 생산

<기자> 북한의 비료 부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요, 식량증산에 필수인 비료를 생산하는 공장 직원들에 대한 대우는 어땠습니까?

문성희: 공장 노동자들에 대한 대우를 간접적으로나마 파악할 수 있는 직원용 체육관은 비교적 잘 꾸며져 있었습니다. 배구장이나 수영장도 있었거든요. 기업소 직원들이 여가시간에 이용하는 것이지요. 노동신문도 모두가 볼 수 있게 전시를 하고 있었습니다. 공장 설비는 프랑스에서 들여왔다고 했습니다. 비료 이외에도 많은 화학제품들을 생산하고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밀폐용기입니다. 여기서 생산된 밀폐용기는 평양제1백과점이나 서평양백과점 등을 통해서 인민들에게 공급된다는 설명이었습니다.

화학비료를 주로 생산하는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 기숙사 식당 벽에 걸려있는 ‘하루식사기준’ 표. (2010년 9월)
화학비료를 주로 생산하는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 기숙사 식당 벽에 걸려있는 ‘하루식사기준’ 표. (2010년 9월) 사진 제공-문성희 박사

기업소 기숙사 식당에서 재미있는 걸 목격했습니다. 여기에는 남녀 각각 300명씩 수용할수 있는 기숙사가 있는데 식당에는 “기숙사생의 하루 공급량”이 게재돼 있는 것입니다. 기숙사생 한 사람당 하루에 얼마만큼의 식량이 필요한가, 그 종류와 양이 적혀있는거에요. 예를 들어 곡식의 경우 쌀 400g, 잡곡 200g이 하루에 필요한 양이고, 그 이외에 콩 50g, 고기 100g, 생선 100g, 채소 1천500g 등의 수치가 적혀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래를 보면 국가의 식량공급기준량이 475g라고 적혀있는데 하루에 필요한 곡식 양이 600g이니까 125g이 모자란 셈이지요. 이것을 어디서 해결하는가 하는 것도 그 게재물에 “합숙 자체부업지 4천500평에서 수확한 알곡으로 합숙생 1인당 125g을 보충하여 하루 600g 공급”이라고 씌어져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정부가 다 해결 못하는 식량 공급을 기업소가 해결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기자> 네 당시 공장 노동자들이 여가시간에 체육관에서 배구를 하는 사진을 찍어오셨던데요, 실제 곁에서 직접 보시니까 공장 노동자들, 어떻던가요?

문성희: 제가 보기에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건강 상태도 나쁘지 않아 보였고 여가를 즐기고, 배구를 다 즐기고 있었구요. 지금도 사진을 보니까 그런 분위기가 생생하게 나타납니다.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 직원들이 여가시간을 이용해 직원용 체육관에서 배구를 즐기고 있다.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 직원들이 여가시간을 이용해 직원용 체육관에서 배구를 즐기고 있다. 사진 제공-문성희 박사

<기자> 기업소가 자체적으로 농사를 지어서 종업원들의 부족한 식량을 보충하고 있다는 점이 좀 흥미롭습니다. 국가의 배급 자체로는 식량공급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얘기네요.

문성희: 네 더군다나 그런 사실을 외부에 다 공개하고 있다는 사실에 좀 놀랐습니다. 그런 걸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준다는 것 자체가 재미있는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북한 당국에서 중시하는 비료를 생산하는 주요 공장이지만 국가의 식량배급은 완전히 이뤄지지는 않고 있었고 자체적으로 식량을 생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뭐 이렇게 볼 수 있겠네요.

문성희: 네 그렇죠.

<기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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