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제 어디로-1] “평양에 돈 말랐다”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18-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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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의 한 상점 앞에 음식을 사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평양의 한 상점 앞에 음식을 사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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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계속되면서 북한의 경제 상황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는 진단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수출길이 막히면서 지방은 물론 평양에서도 수입이 크게 줄었고, 현금 유통이 원활하지 않아 장사나 택시 영업을 그만둘 정도로 생활 경제가 어려워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불안함을 느낀 북한 당국이 경제 개선을 외치고 있지만, 자본주의∙시장경제의 확산이 오히려 체제 유지에 위협이 될 것을 우려해 단속과 통제의 고삐를 더 죄는 실정인데요.

RFA 자유아시아방송의 심층 보도 ‘북한 경제 어디로’, 오늘은 첫 번째 시간으로 ‘대북제재 국면에서 어려워진 북한의 생활 경제-요즘 평양에도 돈이 말랐다’편입니다. 보도에 노정민 기자입니다.

- OECD “북,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 보내고 있다”

-지난 6월에도 대중 수출 92%나 감소, 북한 경제 더 어려워질 듯

- 지방은 물론 평양에도 현금 수입 크게 줄어 장사도 잘 안돼

- 돈 부족한 북 당국은 매대마다 시장세 올려

- 외화 집중된 평양, 수출 감소로 생활경제 직격탄


[랜달 존스] 북한 경제는 대북제재로 인해 다시 위축되고 있습니다. 수출은 작년보다 50%나 줄었고, 개성공단을 통해 성장해 왔던 남한과 유대 관계도 정지되거나 깨져버렸습니다. 북한은 매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북한은 경제적으로 매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랜달 존스 일본∙한국 담당국장이 진단한 오늘날 북한의 경제 상황입니다.

존스 국장은 지난달 25일, 한미경제연구소에서 한 발표를 통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올해 첫 다섯 달 동안 북∙중 무역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5%나 줄었고, 올해 수출이 전년보다 80~90%까지 감소할 가능성이 큰 데다 개성공단 폐쇄를 포함한 한국과 교역도 끊겨 북한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존스 국장은 RFA 자유아시아방송에 대북제재가 미친 영향으로 북한 경제가 위축되고 있다면서 앞으로 이 같은 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실제로 중국 세관 당국이 지난 7월 23일 발표한 상반기 북∙중 무역 통계를 보면 북한의 대중 수출길은 여전히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지난 2월 북한의 수출액이 전년도보다 94% 이상 감소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 6월에도 92%나 줄어드는 등 외화벌이에 큰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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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석탄과 철광석, 수산물 등의 수출길이 막혔고 생산도 멈춘 상태여서 이 일에 종사했던 북한 주민의 현금 수입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북한 주민과 접촉해 온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말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중국, 한국, 미국 등과 정상회담을 했지만, 기본적으로 핵과 미사일 때문에 받은 경제제재가 잘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제재의 영향 때문에 주민들의 장사도 잘 안되고, 수출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현금 수입이 많이 줄었습니다. 지방 도시는 물론 평양 주민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수출로 벌어들인 외화가 주로 평양에 유입된 점을 고려하면 평양이 입은 경제적 타격은 매우 큽니다. 현금 수입이 줄고, 돈의 유통도 원활하지 않다 보니 시장에서는 물건이 팔리지 않고 각종 사업이나 택시 영업 등도 잘 안 되어 아예 그만두는 사람까지 나오는 실정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북한 당국은 부족한 현금을 메꾸기 위해 시장 매대마다 거둬들이는 시장세를 올렸습니다. 평양은 물론 지방에서도 장사는 잘 안 되는데 시장세만 오르다 보니 아예 장사를 그만두는 사람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7월 이후에 장사가 잘 안된다’라는 것이 공통적인 말이었습니다. 시장에서 물건이 잘 안 팔린다는 말은 함경북도, 양강도, 평안북도 그리고 평양에서도 거의 비슷하게 나옵니다. 그것은 역시 대북제재의 영향이 크다고 봅니다. 북∙중 무역 통계 수치를 보면 지난 6월, 대중 수출 금액이 전년도보다 92%나 감소했거든요. 그만큼 외화 부족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뜻이고요. 지금까지 중국에 수출해서 벌어온 돈은 평양에 집중적으로 유입되지 않습니까? 무역이 잘 안 된다는 것은 평양에 미친 타격이 제일 크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 미 전문가 “대북제재 국면에서 김정은 정권 오래 버티기 힘들 것”

- 수출 감소로 외화는 바닥, 수입 감소로 물건은 부족

- 평양 특권층의 경제적 어려움과 불만은 김정은 체제 유지에 위협

- 대대적인 경제 개혁이나 변화 없이 현 상황 버티기 어려워


북∙중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William Brown) 조지타운대학 교수도 RFA, 자유아시아방송에 김정은 정권이 지금의 경제적 어려움을 오래 버틸 수는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수출 감소로 북한의 외화가 바닥을 보이고 수입량도 줄어들면서 많은 상품의 부족 현상을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무역량이 크게 줄고 외화가 부족함에도 환율이 안정세를 보이는 것은 북한 당국이 자체적으로 보유한 외화를 소비했거나 국가 재산을 매각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앞으로 북한이 대대적인 경제적 개혁이나 변화 없이는 현 상황을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브라운 교수는 내다봤습니다.

이 같은 경제적 어려움은 북한의 핵심 권력층에 큰 타격을 줬고, 북한 간부들 사이에 불만이 확산하면서 김정은 정권이 체제를 유지하는 데 불안요소가 됐다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적지 않습니다.

- 방북 전문가 “북한도 자본주의∙시장경제 도입 노력해”

- 체제안정 우려로 개인 장사 포함, 주민 단속과 통제 강화

- 경제발전보다 체제안정을 우려하는 북한 태도가 여러 가능성 차단

- 체제 보장용 경제적 대안 제시하는 국제사회의 인내와 노력도 필요

체제 유지에 불안함을 느낄 만큼 북한의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북한 당국은 집중적으로 경제 개선과 생활 향상, 경제 발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국, 중국, 미국 등과 잇달아 정상회담을 개최하면서 북한 내부에서는 경제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실제 북한 내부에서 일어나는 모습은 크게 다릅니다. 시장경제, 자본주의 확산을 우려해 개인 장사를 통제하고, 전국적으로 이를 어긴 주민에 대해서는 군중 재판까지 진행하는 등 경제 발전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5월 북한을 방문했던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학교 교수는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 당국이 경제 부문에서 시장경제, 자본주의 경제를 도입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경제 발전보다는 체제 유지를 더 우선시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란코프 교수] 북한 당국은 경제 부문에서 시장 경제, 자본주의 경제를 도입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경제적 변화는 위험한 지식과 사상의 확산을 가져올 것입니다. 이를 차단하기 위해 북한 당국은 경제 부문에서 더 많은 자유를 제공함과 동시에 주민에 대한 단속과 통제를 매우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금 북한의 지도계층은 자본주의식 경제개혁을 통해 북한 경제를 살리는 것과 동시에 국내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서 더 나라를 고립시키고 주민을 엄격하게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의 전문가단으로 활동했던 윌리엄 뉴콤(William Newcomb) 전 재무부 선임 경제자문관도 자유아시아방송에 대북제재가 북한 경제에 미친 영향에 동의합니다. 그는 이른 시일 내에 대북제재가 해제될 가능성이 작다며 이런 상황에서 북한 당국이 주민에 대한 단속과 통제를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주민에 대한 단속과 통제가 해결책이 아니라는 겁니다.

[윌리엄 뉴콤] 이건 새로운 내용이 아닙니다. 북한은 늘 경제발전을 추구했어요. 하지만 체제 불안을 늘 걱정했고, 그래서 선군 정치를 앞세웠던 것 아닙니까? 시장경제 체제는 통신의 자유, 이동의 자유 등을 필요로 합니다. 당연히 북한 당국은 주민을 통제하는 것을 이제 그만둬야 합니다.

미국이 북한에 비핵화의 대가로 ‘번영한 나라’를 약속했지만, 경제발전보다 체제안정을 더 우려하는 북한의 태도 때문에 비핵화 협상이 진전을 보지 못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습니다.

또 비핵화 과정이 지지부진할수록 국제사회의 지원과 경제협력, 국제금융기구의 도움 등을 받을 가능성에서 점점 멀어진다는 것도 대다수 전문가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 경제 전문가인 조지워싱턴대학 한국학 연구소의 김중호 연구원은 국제사회가 핵 대신 북한 체제를 보장하는 경제적 대안을 제시할 것을 주장합니다.

핵이 체제를 보장하는 프로그램이었다면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안전한 프로그램이 바로 경제인데,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대신 얻을 새로운 기회와 변화, 즉 경제적 가치를 국제사회가 꾸준히 제시하고 이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김중호 연구원]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것도 큰일이지만, 동시에 북한이 얻을 새로운 기회를 통해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이냐? 도 생각해야죠. 경제적 변화에 대해 북한이 알아서 하라고 하면 북한이 바뀔 수 없죠. 체제전환과 경제개발의 경험을 가진 서방세계와 자본주의 체제의 기구가 북한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럴 때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고, 확실성도 높아질 수 있죠.

또 김 연구원은 국제사회가 비핵화, 종전선언 등 정치적 행위가 주는 것 이상으로 경제개발을 지원하고 협력하는 것이 체제의 안정을 보장해줄 수 있다는 설득과 함께 김 위원장이 거절할 수 없는 경제협력을 비핵화와 동시에 제안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이행하기 전까지 미국과 국제사회는 대북제재의 해제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북한의 경제 상황은 갈수록 악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경제발전보다 체제 유지에 더 집중하는 북한의 선택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자본주의∙시장경제를 받아들이지도, 이를 거부하지도 못하는 북한의 고민이 깊어질수록 북한의 경제 상황은 점점 악화하고, 주민의 불만과 실망을 유발하면서 오히려 체제의 새로운 위협이 될 가능성이 더 커지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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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평양이 비핵화를 스스로 실천하지 않는 한, 국제사회도 대북제재를 끝까지 지속해야 합니다. 그러면 그들은 결국 둘 중의 하나를 택하게 될 것입니다. 비핵화를 실천하느냐? 아니면 정권이 붕괴되느냐? 현재대로만 제재를 계속한다면. 결국은 국제사회가 승리할 것입니다.

Aug 02, 2018 04:39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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