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경제노선 놓고 전문가들 ‘설왕설래’

워싱턴-한덕인 hand@rfa.org
2021-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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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경제노선 놓고 전문가들 ‘설왕설래’ 북한이 지난 2013년 선보인 선전화.
/연합뉴스

앵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중인 노동당 8차 당대회를 통해 제시될 향후 북한의 경제노선이 어떤 성격을 띠게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한국과 미국, 일본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시장경제 요소를 더 확대해 나갈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과 반대로 경제활동에 대한 국가 통제 강화를 예상하기도 하는 등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보도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지난 5일 개막한 북한 노동당 제8차 당대회에서 가장 눈길을 끈 점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경제 발전 노력이 완전히 실패했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대목입니다.

김 위원장의 이례적 반성과 함께 많은 한반도 전문가들이 주목한 사실은 ‘정세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새로운 노선을 정하기로 했다는 점입니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 이시마루 지로대표는 최근(6일) RFA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 당국이 경제 문제에 ‘과학적인 분석’을 내세운 점이 흥미롭다고 말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제가 놀랐던 것은 잘 안 되었던 경제의 원인을 코로나에 두지 않고, 그 원인을 과학적으로 해부해서 새로운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한 점입니다. 아직 구체적인 새로운 경제계획이 발표되지 않았지만, 어떤 계획이 나올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제가 주목하는 이유는 (북한의 발표대로 라면) 주관적 판단이 아닌 객관적인, 실현 가능한 계획을 세우지 못해서 5개년 계획이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잖아요. 왜 무엇 때문에 실패했는지, 잘 성찰하자는 말을 반복하는데, 그런 것이 조금 새로운 느낌이 들었어요.

이시마루 대표는 다만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더욱 자율적인 시장활동을 보장하는 본격적인 시장화를 추진할 가능성은 작다고 내다봤습니다.

반대로 그는 “앞으로 당의 기강을 바로잡는 차원에서 통제를 더 강화할 것 같다”고 예상했습니다.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의 데이비드 맥스웰 선임연구원과 매튜 하 연구원도 북한의 향후 경제 노선이 이전과 마찬가지로 주체사상에 기반한 사회주의적 통제를 추진할 가능성이 엿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맥스웰 선임연구원 등은 최근(7일) 재단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분석문에서 김 위원장이 이번 북한 당대회에서 자력갱생을 여전히 강조했다며 “뿌리에 충실한 모습을 보였다”고 밝혔습니다.

김 위원장이 ‘자력갱생’을 거듭 강조함으로써 북한이 향후 ‘사회주의 기업책임관리제’와 같은 시장화 요소를 접목한 경제정책을 철회할 수 있다는 점을 암시했다는 겁니다.

그는 나아가 “새로운 5개년 계획은 현 북한 정권이 모든 경제 거래의 혜택을 완전히 누리기 위해 사업체와 기업에 대한 통제를 재천명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반대로 북한 당국이 사용한 ‘과학적 분석’이라는 용어가 향후 북한 당국이 경제에 시장적인 요소를 더 접목하게 될 가능성을 암시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북한 경제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는 (6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 당국이 시장화 확대를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윌리엄 브라운: 최근 태영호 한국 국회의원과 얘기를 나눴는데 그는 북한 당국이 쓰는 ‘과학적 분석’이란 용어는 시장화에 대한 일종의 유행어(Buzzword)라고 했습니다.

브라운 교수는 북한이 과연 통제를 기반으로한 사회주의식 경제체제로 뒤돌아갈지 또는 시장화를 더욱 확대할지 전망하기엔 현재로선 어렵다면도, 북한 당국이 경제에서는 사상을 배제한 현실적인 대안을 도입하려 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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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차 북한 당대회에서 대사업총화보고를 하는 김정은 위원장과 주석단에 앉은 당 지도부. /Reuters

한편 일본 아사히신문의 마키노 요시히로 한반도 담당 편집위원은 (8일) 북한이 내놓은 ‘과학적 분석’이란 용어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물론 북한도 어느 정도는 경제를 시장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결국 어디까지가 김정은 체제가 유지할 수 있는 범위인지를 면밀히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은 그런 통치 체제를 고치지 않는 한 더이상은 경제 발전은 너무 어려워요. 중국이 있으니 붕괴가 되진 않겠지만 너무 어려운 상황입니다.

특히 시장화의 본격적인 도입은 김정은 정권의 독재체제를 유지하는 데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에 북한이 섣불리 중국 또는 베트남의 경제 개혁 모델을 따라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의 안경수 센터장도 (8일) 자유아시아방송에, ‘과학적’이라는 용어는 통상 북한 등 사회주의체제 국가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구호로 사회주의 지도자들의 ‘입에 익은말’로, 시장화 가능성과 연관 짓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안경수: 흔한 표현인데, 과학적으로 사업을 해서 발전을 이루자 이런 주장은 일단 북한이 사회주의 국가잖아요. 자칭이 사회주의국가니까. 사회주의 국가는 마르크스 사상이잖아요. 굳이 따지면 마르크스가 과학적 사회주의를 주장했던 사람이에요. 원래 마르크스가 기존의 공상적인 사회주의를 비판하면서 과학적 사회주의를 소위 창시한 인물이라고 하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과학적이란 말을 사회주의 국가 지도부나 최고지도자들은 좋아해요. 그런 뉘앙스는 있어요.

북한 당국이 주장한 ‘과학적 분석’을 기반한 경제발전은 사회주의 체제의 지도부가 예전부터 사용해온 언술이라는 겁니다.

한편 안 센터장은 최근 북한이 당대회 3일째에, 대남문제와 대외관계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것과 관련해 한국과의 관여가 우선순위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안경수: 객관적으로 분석하자면 대남관계는 어려운 게, 문재인 (한국) 대통령 임기가 사실상 올해가 끝이에요. 내년에는 선거 때문에 사실 임기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북한은 내년에 대남관계를 다시 설정할 가능성은 있고 올해는 대미관계보다 대남관계는 좀 떨어진다고 봐요. 그러니까 우선순위가 대미관계보다 낮은 거죠.

현 북한 정권의 고민은 대남관계보다 새로운 바이든 미 행정부와 어떻게 해나갈지에 대한 고민이 훨씬 더 클 거라는 겁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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