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력갱생 앞세운 무리한 시장 개입 역효과”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21-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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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력갱생 앞세운 무리한 시장 개입 역효과” 평양 중심가의 일반소매시장인 중구시장.
/연합뉴스

앵커: 최근 뚜렷해지고 있는 북한 시장의 물가 폭등, 환율 하락 현상은 당국이 이전보다 깊숙이 시장에 개입하면서 나타난 부작용이라고 북한 경제 전문가들은 진단합니다. 특히 국가적 자력갱생을 내세운 북한이 대중무역에 의존하기보다 자체적인 생산과 수급에 주력하면서 언제 다시 북∙중 무역이 재개될지도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처럼 국가 경제 복원을 밀어붙이는 김정은 총비서의 지시에 시장 주체들은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시장의 혼란도 당분간 계속될 전망입니다.

노정민 기자가 북한 시장의 혼란 상황에 관해 임을출 한국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와 이시마루 지로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 대표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 인터뷰는 각각 따로 진행됐습니다.)

“북한 당국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 외화 관리도 강화”

⦁ 이시마루 지로 대표님, 임을출 교수님. 두 분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요즘 북한 시장이 식량을 비롯한 물가 폭등과 환율 급락으로 혼란 상황입니다. 우선 이같은 현상의 원인은 뭐라고 보십니까?

[임을출 교수] 어떤 식으로든 북한 당국이 이전보다 (시장에) 더 개입한 가운데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고요.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일단 코로나19와도 관련돼 있지만, 북한이 중국과 교역을 더 할 수 있음에도, 꼭 필요한 필수품 위주로만 중국과 교역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점을 매우 주목하고 있는데, 물론 코로나19 예방에 중점을 둔 측면이 있지만, 가능하면 북한 내부적으로 물자를 수급, 조달해서 가격과 주민 생활을 안정시키려는 의도가 있는데, 북한 당국의 의도대로 안 되는 겁니다.

식량 가격의 변동 원인은 수급 불안정이라고 보는데, 북한 당국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식량 가격은 다시 안정시킬 수 있는데, 북한 당국도 수급 불안정과 관련해 조금 더 지켜보는 것이 아닌가. 또 환율 하락은 당장 외화를 쓸 일이 없는 겁니다. 외화를 계속 가지고 있으면 자산가치가 하락하잖아요. 자산 가치의 하락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외화를 보유한 사람이 시장에 내다 파는 현상도 있는 것 같고, 북∙중 교역 중단이나 코로나19의 장기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다 보니까 당장 외화가 필요 없는 것이고, 그래서 외화를 매도하고 공급이 늘어나면서 환율이 하락하는 것도 있고요.

[이시마루 지로 대표] 요즘 북한 시장에서 외화 사용에 대한 단속이 심합니다. 시작은 2019년 후반부터인데, 이번에는 단순히 시장에서 외화 사용 단속이 심해졌기 때문에 외화 가치가 떨어지는 수준이 아니라고 봅니다. 지금 두만강, 압록강 연선에는 북∙중 무역이 재개될 징후가 안 보입니다. 국가가 대중 무역을 관리하려 하고 있습니다. 무역 회사들의 재량권이 거의 없어졌어요. 자금 관리, 특히 외화를 어느 무역회사가 얼마나, 어떻게 만들어 유통하느냐를 국가에서 일원화해 관리하려는 것 같습니다.

무역회사가 앞으로 실무를 담당해야 하는데, 그때 사용할 외화나 보유외화를 다 국가에 등기하고, 외화가 필요할 때는 갖고 있는 내화를 가지고 국가를 통해서 교환하라. 그리고 지금 무역회사가 가진 외화를 국가가 지정하는 시세에 따라 내화로 바꾸라는 지시가 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국가가 엄격하게 외화 관리를 하고 있기 때문에 무역회사나 돈주들이 갖고 있는 외화를 방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다시 정리하면 국가가 무역과 외화 관리를 강력히 하고 있기 때문에 외화 거래를 많이 해왔던 무역회사들이 지금 외화를 방출할 수밖에 없게 됐고, 그래서 값이 많이 떨어진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 이시마루 대표님. 북한이 중국과 교역을 최소화하고, 자체적 수급을 통한 자력갱생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 대해 동의하십니까?

[이시마루 지로 대표] 동의합니다. 이는 2019년 말부터 시작된 일이라고 봅니다.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2019년 말부터 자력갱생을 강하게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자력갱생은 한 마디로 외국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인 힘으로 하자는 건데, 경제적으로 보면 중국에 대한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그런 위기감이 상당히 커졌다고 보고 있습니다. 자력갱생 정책을 생각하면서 무역에서도 국가 통제를 강화하려 했는데, 때마침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했어요. 코로나 사태에서 무역 거래와 사람 왕래도 강하게 제한할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이를 계기로 당국에서는 더 쉽게 국가 통제를 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고 봅니다.

“물가∙환율 불안정에 거래 뚝 끊겨... 시장 활동 침체”

⦁ 최근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직접 식량 위기를 언급했는데요. 현재 북한 시장에서 식량 가격의 폭등 원인과도 관련이 있을까요?

[이시마루 지로 대표] 지금 시장에서 나타나는 가장 큰 영향은 식량 가격이 급등한 것이죠. 시장에서 왜 이렇게 물가가 올랐는지, 왜 외화 가치가 떨어졌는지 잘 이해가 안 돼서, 매매할 때 값을 얼마나 매겨야 할지, 내일 시세는 어떻게 될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하니까 장사꾼들은 팔려고 하지 않고, 일반 주민들도 내일 값이 떨어질 수 있으니까 최소 필요한 양만 사려 합니다.

저희가 직접 시장 조사를 하는 곳은 양강도, 함경북도, 평안북도 세 군데입니다. 그렇지만 큰 도시의 시장에서 쌀이 부족하다는 정황은 없습니다. 계속 공급도 있고요. 하지만 일부 내륙지방에서는 쌀이 부족하다는 정보가 있습니다. 그래서 식량이 시장에 어떻게 공급되는지를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어느 지역에 공급 자체가 안 되는 부족 상황이 나타나면 공급이 모자라는 시장은 쌀값이 올라갈 수밖에 없죠. 그런 균형에 변화와 변동이 커지면서 ‘식량값이 앞으로 올라갈 거다’, ‘수급 문제가 생길 것이다’라는 분위기, 식량 공급에 대한 불안이 생긴 것이 원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임을출 교수] 얼마 전 당 중앙위 제8기 3차 전원회의에서도 식량이 부족하다고 이야기했기 때문에 식량 가격 폭등은 기본적으로 수급 불안정 때문이라고 볼 수 있고요. 또 당장 단기적인 미래도 불확실하고, 자산 가치가 이렇게 변동성이 심하면 당연히 불안하니까 북한 상인들은 거래를 안 하죠.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그래서 말씀드리는 것이 북한 당국이 무언가 의도를 갖고 시장에 개입하고 있지만, 시장이 이렇게 활성화되지 않고 침체돼 버리면 북한 당국으로서도 매우 부담이 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을 용인하기가 매우 어려울 겁니다.

⦁ 혹시 지금 상황이 국가가 통제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난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임을출 교수] 그렇죠. 바로 그 맥락이 제가 이야기하고 한 것과 일치하죠. 갑자기 국가가 시장에 개입해서 자기(국가) 주도의 시장 질서를 만들겠다고 하면서 환율과 물가에 개입하다 보니까 시장 주체들이 더 지켜보겠다며 관망할 수밖에 없고, 그러니까 시장이 안 돌아가는 것이고, 그러면서 물가와 환율이 널뛰기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죠. 그러면 국가가 다시 정책을 조정할 수밖에 없고, 그런 것이 악순환되는 것이죠.

[이시마루 지로 대표] 코로나19 사태가 지난 1년 동안 지속되면서 경제를 어느 정도 희생하더라도 방역 제일주의를 하겠다는 방침을 해오지 않았습니까. 타격도 많이 받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통제에 성공했어요. 시장도 어느 정도 안정세였고, 코로나19 대유행도 막을 수 있었다고 봅니다. 하지만 (지금은) 북한 경제나 김정은 정권이 힘과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무리한 통제를 계속해 왔기 때문에 통제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북∙중 국경을 봉쇄한 지) 1년 6개월이나 됐는데, 버틸 수 없는 한도가 왔다고 분석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입니다.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요.

⦁ 북한 내부에서는 ‘혹시 또 한 번 화폐개혁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소문도 있다고 하는데요. 가능성이 있을까요?

[이시마루 지로 대표] 저희 내부협조자들도 들었다고 하는데, 경제적으로 불안 심리가 커졌기 때문에 2009년에 있었던 화폐개혁의 공포가 다시 떠오르기 시작한 거죠. 악몽이 다시 떠올랐다고 봅니다. 실제로 그런 일은 없을 것이고, 과거 교훈도 있지 않습니까. 그럴 여유도 없고. 그런 일은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임을출 교수] 김정은 총비서가 2009년에 잠재적인 후계자로서 화폐개혁에 어느 정도 개입했다고 보는데, 화폐개혁의 뜨거운 맛을 봤기 때문에 지금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화폐개혁을 잘못했다가는 정말 위기에 직면할 수가 있습니다. 물론 화폐개혁을 어떤 방향으로 할지 모르지만, 일단 하면 주민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어요. 역사적으로 화폐개혁을 해서 국민들이나 주민들이 이득을 보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화폐개혁은 국가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물론,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면 예상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너무 민감하고, 김정은 총비서가 내세우고 있는 여러 가지 목표라는 것이 국민들을 일사불란하게 집중시켜야 하는데, 화폐개혁으로 혼란이 일어나면 5개년 경제발전 계획을 수행하는 데 오히려 역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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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FA 그래픽

“김 총비서, 국가 경제 복원에 총력... 자력갱생 밀고 나갈 듯”

⦁ 국가가 시장에 개입하면서 물가 폭등과 환율 하락 등 혼란이 발생했다면, 앞으로 어떤 상황을 전망해볼 수 있을까요?

[임을출 교수] 지금 어차피 5개년 계획 중에서 올해가 정말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김정은 총비서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혼란이 있더라도 일단 국가 주도의 자력갱생 정책을 밀고 나갈 겁니다. 그럼에도 북한이 어느 정도 관리 능력은 갖추고 있기 때문에 북한 특유의 총화를 하면서 시장을 이렇게 관리하면 안 되겠다고 평가할 겁니다. 그러면서 시장 정책이 조정될 가능성도 있고요. 지금 워낙 국가가 법, 질서, 기강 잡기를 주장하고 있어서 시장 주체들이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봐야죠.

⦁ 마지막으로 임 교수님께 여쭙고 싶은 것은, 북한이 미국의 대화 제의를 계속 거절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같은 북한 내부 문제에 더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봐야 할까요?

[임을출 교수] 우리가 북한 내부를 들여다보면 김정은 총비서는 국가 경제, 민생 경제 복원에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미국의 정책이 이전보다 우호적으로 바뀌었다고 하더라도, 미국과 대화에 나선다면 국내문제에 집중하는 흐름이 흐트러질 수 있으니까 김 총비서는 대미 관계를 적정 수준에서 관리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그런 맥락에서 기싸움이긴 하지만, 계속 미국을 압박하는 모양새로 대화에 복귀하기 위한 환경을 만들어달라는 요구를 하는 겁니다. 이런 것 자체가 진전이라고 봅니다. 대화에 나오라는 제안에 이 정도 조건과 환경으로는 나갈 수 없다며 티격태격하지만, 이것 자체가 최악의 미북 관계는 아니라고 보고요. 북한은 국내문제에 우선순위를 둘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미국과 대화에 흔쾌히 나갈 만한 조건과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면 나가겠지만, 아직은 그 정도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이 김여정, 리선권의 담화에 녹아 있는 의도라고 봐야죠.

⦁ 네. 임을출 교수님. 이시마루 지로 대표님. 두 분 말씀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임을출 한국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이시마루 지로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 대표와 함께 북한 시장의 물가 폭등, 환율 급락의 혼란 상황을 진단해봤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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