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경제, 어제와 오늘] 여름휴가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21-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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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경제, 어제와 오늘] 여름휴가 평양 릉라인민유원지 물놀이장에서 북한 주민들이 휴가를 즐기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앵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문성희 박사는 현재 일본 도쿄에서 시사 주간지, 슈칸 킨요비(주간 금요일) 기자로 한반도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고 2017년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돼야 할 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대담에 박정우 에디터입니다.

문성희 박사
문성희 박사

<기자> 문성희 박사님, 일본에서는 보통 8월 15일을 전후로 여름 휴가를 가는 사람들이 많다면서요? 지금 일본에선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고 하는데요, 올 여름에는 휴가를 취소하는 사람들이 많겠군요.

문성희: 네, 그렇습니다. 도쿄올림픽이 이제 폐막되었는데 올림픽 기간 동안에 긴장감이 풀려서인지 일본에서는 전국적으로 확진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어요. 특히 도쿄는 상황이 매우 심각합니다. 그래서인지 지금 여행을 가거나 고향집에 돌아간다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기자> 문 박사님은 예전에 여름 휴가를 이용해서 북한을 자주 방문하신 줄 아는데요. 오늘은 북한 주민들은 여름 휴가를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볼까요?

문성희: 네, 그렇게 할까요. 지금은 불가능하지만 언젠가 해외 여행도 다닐 수 있는 날이 기대되네요. 저는 조선신보사 특파원을 두 번 했는데 우연히 모두 초봄부터 여름을 거쳐 초가을 사이에 체류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대학원에 다닐 때는 아무래도 대학교 여름방학을 이용해서 북한에 현지조사를 갔기 때문에 여름에 1-2개월 정도 체류했습니다.

<기자> 그러니까 여름에 북한에 체류하신 경험이 많았다는 말씀이신데, 북한 주민들도 여름휴가를 가나요?

문성희: 물론 북한에서도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학생들은 여름방학이 있었습니다. 북한에서는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소년단이라는 조직에 들어가서 조직생활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소년단원들은 야영을 가요. 야영소라는게 있어서 거기서 부모 곁을 떠나 며칠 동안 친구들과 함께 숙박하면서 운동을 하거나 하지요. 조직생활에 익숙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에요. 저도 한 번 야영소에 가서 학생들의 야영생활을 취재한 적이 있어요. 뭐 특별한 것은 없고 함께 운동을 하거나 음식을 만들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일상시에 학교에서는 안 하는 것을 하지요. 학생들도 즐거운 것 같습니다. 여름에 지방에 가면 야영을 하러 온 학생들을 많이 목격하기도 했습니다.

<기자> 학생들은 그렇게 해서 여름 휴가를 지내는데 어른들은 어떻습니까? 북한에서 여름 휴가를 이용해서 여행을 간다, 뭐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는데요?

문성희: 네, 저도 현장에서 여름휴가를 받았다는 사람을 만나본 적은 없어요. 물론 제도적으로 있을지는 모릅니다. 다만 여름휴가를 받고 어디 놀러갔다는 그런 사람을 만나본 일이 없습니다. 일상시에도 휴일이라고 하면 일요일 정도라고 생각을 합니다.

<기자> 주말인 토, 일요일은 휴일인 나라가 대부분인데 북한은 어떤가요?

문성희: 북한 사람들이 노는 날이라면 일요일입니다. 금요일은 ‘금요노동’의 날입니다. 금요일에는 어떤 간부라도 모두 현장에 나가서 노동을 하는 날이지요. 예를 들어 주택건설이나 그런 것이 있으면 도우러 가는 것이지요. 북한에서는 농촌도 그렇지만 전문가만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이 동원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토요일에는 토요학습과 생활총화가 있습니다. 일요일만은 아무것도 없어요.

<기자> 토요학습, 생활총화라는 것은 또 무엇인가요?

문성희: 구체적인 내용까지는 잘 모르지만 토요학습이라는 것은 정세 학습이나 당정책 학습 등을 하는 것이지요. 생활총화라는 것은 그 주의 자기 생활에 대해 돌이켜보면서 자기가 잘 못한 점 등을 총화하는 것입니다. 자기 비판만이 아니라 남의 결함에 대해서도 지적을 해 주어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상호 비판을 하면서 부족한 점을 없애 나가자는 목적으로 진행이 됩니다. 그러니까 제가 특파원을 할 때도 대학원 연구를 할 때도 토요일 오전 중에는 안내원이 생활총화가 있기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토요일 오후가 되면 만날 수 있었어요.

<기자> 그렇지만 매주 끊임없이 자기 삶을 의무적으로 비판하고 거기다 남의 잘 못까지 들추어 낸다는 게 사실 과연 가능할까, 잘 이해가 가지 않거든요. 북한 주민들은 생활총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던가요?

문성희: 일종의 의식같은 것이지요. 그러니까 아무래도 형식적으로 총화를 하게 된다고 할까요. 물론 열심히 자체 총화를 하는 사람들도 있고 심각한 문제가 제기 되었을 경우에는 상호비판도 심각해지기 마련인데, 보통은 그렇게 열심히 총화를 하자는 사람은 없고 무난하게 넘어가자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생각을 합니다.

<기자> 좀 전에 일요일만 휴일이라고 하셨는데 그 땐 안내원이 출근을 하지 않는가요?

문성희: 네, 기본적으로는 출근하지 않습니다. 물론 지방 출장이 있거나 그 때 반드시 해야할 취재거리가 생기면 얘기는 다르지만 기본적으로는 안내원들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일요일에는 저도 하루종일 심심한 것이에요. 일요일에는 낮부터 TV를 보거나 숙소인 평양여관에서 걸어갈 수 있는 대동강에서 달리기 등 운동을 하거나 했지요. 그리고 일요일엔 승용차를 운전하면 안 되는 날이기때문에 어디 가고 싶어도 교통수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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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이 많이 늘어난 게 확연했던 평양 시내 모습. (2008년 8월) /문성희 제공

<기자> 어째서 승용차를 운전하면 안 되는 것인가요?

문성희: 그건 휘발유가 부족하기때문이에요. 차가 없는 날인 것이지요. 그러니까 간부 등 뭐든 할 것없이 일요일에는 승용차를 운전하면 안 되었습니다. 과거에는 해외동포들이 타는 차는 예외였지만 2010년대가 되면 그것도 기본적으로 안 되게 되었지요. 그리고 어디 찾아가고 싶어도 대상도 일요일이니까 휴일인 거에요. 물론 지하철이나 노면전차 등 공공교통수단은 움직이고 있기때문에 일반 사람들에게는 이동하는 데 지장이 없었습니다.

<기자> 한국이나 미국은 휴일에 자가용을 몰고 교외로 나가곤 하는 게 흔한 일인데 북한에서는 거의 불가능하겠군요.

문성희: 그렇지요. 교외에 나가자면 공공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밖에 없는데 그것도 연착되거나 할 경우가 많아요. 그리고 평양시에서 다른 지방에 나가자면 허가가 필요하기 때문에 놀러간다는 이유로 간단히 허가를 받지는 못합니다.

<기자> 북한 주민들은 다른 나라 사람들이 긴 여름휴가를 가듯 장기간에 걸쳐 휴가를 받을 수 없는가요?

문성희: 네, 여름휴가, 겨울휴가 식으로 장기간 연속으로 휴일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장기간 여름방학을 즐길 수 있는 것은 어린 학생들 정도이지요. 대학생이 되면 답사나 동원 등으로 휴가같은 건 기대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기자> 대학생들의 답사는 주로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가요?

문성희: 제가 알기로는 백두산 등에 집단으로 갑니다. 북한에서 백두산은 김일성 주석이 항일빨치산투쟁을 했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태어났다고 하는 “혁명의 성지”입니다. 거기를 답사하면서 혁명전통을 배우는 것입니다. 우리같은 해외에서 온 사람들은 백두산도 거의 정상 가까이까지 승용차로 가지만 북한 대학생들은 기슭에서 도보로 올라갑니다. 백두산에 가서 그런 답사대원들 하고 여러 번 만났어요.

<기자> 북한에서도 추석 등 명절은 휴일이지요?

문성희: 추석 때는 일가친족들이 산소에 모여서 제사를 지냅니다. 사회주의 국가인데도 그런 민족적인 명절은 엄격히 지냅니다. 한 번 북한에 있는 친척들과 함께 추석을 지낸 적이 있는데 산소 인근에 넓은 광장이 있어요. 거기 사람들이 꽉 메워지고 있었거든요. 좋은 자리를 얻기 위해서는 일찍부터 가서 자리를 확보해야 할 정도였지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기자>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몰리기 때문이었겠군요.

문성희: 네, 그런 기회가 아니면 그렇게 모여서 공개적으로 놀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 주민들의 일상생활을 보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일을 하고 토요일에는 학습과 총화, 유일하게 휴일은 일요일인데 그 때도 별로 하는 일도 없지요. 쉽게 갈 수 있는 백화점이나 가게가 있는 것도 아니고 유희장도 쿠폰 등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자기가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것도 아니지요. 명절때에 친척들이 모여서 산소에 가서 제사를 올리거나 5.1절 같은 국가적인 휴일에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야외에서 음식을 먹는 것이 유일하게 휴일을 즐기는 방법입니다. 그러니까 그럴 땐 모두가 필사적으로 즐기려고 하게 되는 것이지요.

<기자> 5.1절 모습도 궁금합니다.

문성희: 네, 5.1절엔 모란봉이나 대동강변에는 정말 입추의 여지도 없을 정도로 여러가지 집단들이 식사모임을 하고 있어요. 낮부터 모여서 술을 즐길 수 있으니까 참 좋지요. 고령자들 속에는 치마 저고리를 입고 노래나 춤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1980년대 말에 북한에 갔을 땐 어떤 할머니들이 판소리를 즐기는 것을 목격한 적이 있어요.

<기자> 그게 그렇게 진귀한 일인가요?

문성희: 북한에서는 봉건적인 것은 안 된다는 비판이 있었기에 판소리같은 것은 공개적으로는 즐기면 안 되었지요. 물론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1980년대에는 그러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고령자들은 그런 것이 그리운 것이지요. 그래서 몰래 모여서 즐기고 있었지요. 그렇다고 그렇게 엄격하게 처벌을 하는 것도 아니었다고 봅니다. 안 그러면 평양의 모란봉에서 그렇게 당당히 판소리를 즐길수 있겠습니까?

<기자> 듣고 보니 북한 주민들은 여름휴가를 장기간 받아봤자 놀러갈 장소도 특별히 없는 것 같네요.

문성희: 네, 그렇다고 봅니다. 그러나 동해안 쪽으로 가면 해수욕을 즐길 수 있습니다. 거기에 송도원이라고 유명한 야영소도 있는데, 거기 가면 많은 사람들이 해수욕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평양에서 원거리로 오고 있는 지는 잘 모르지만 평양에서 원산까지 고속도로를 타면 3시간 정도로 도착을 하기 때문에 공장이나 기업소가 집단적으로 휴일을 이용해서 해수욕을 하러 오고 있었을수도 있다고 봅니다.

<기자> 그런 정도로는 즐길수 있다는 것이네요?

문성희: 네, 아무리 북한 사람들이라도 휴일도 없이 일만 하다가는 스트레스가 생기기 마련이지요. 사람은 일정하게 휴가를 받아야 일을 하기 위한 활기도 생긴다고 봅니다. 앞으로 북한 사람들도 장기간 여름 휴가를 즐길수 있게 되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네 그런 날이 빨리 오길 저도 기원하겠습니다. 문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정우, 에디터 박봉현,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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