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경제, 어제와 오늘]더딘 국산화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21-08-31
Share
[북한경제, 어제와 오늘]더딘 국산화 평양의 대동강 맥주 공장.
/AP

앵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문성희 박사는 현재 일본 도쿄에서 시사 주간지, 슈칸 킨요비(주간 금요일) 기자로 한반도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고 2017년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돼야 할 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문성희 박사
문성희 박사


<기자> 북한이 최근 맥주의 주 원료로 특유의 쓴 맛과 향을 내는 홉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성희 박사님, 오늘은 맥주를 비롯해 북한 상품의 국산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볼까요?

문성희: 네, 그렇게 할까요.《조선신보》가 최근에 지난 시기 수입에 의존하던 호프엑스, 즉 홉 추출물의 생산공정을 국산화함으로써 원가를 4분의 1로 줄이면서도 맥주의 맛을 보장하고 있다는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평양지국발인데 현재는 일본에서 특파원을 파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니까 현지 북한 직원이 보내온 기사로 보입니다.

<기자> 북한에서 홉 추출물은 이제까지 국산화를 못하고 있었다는 말씀이신가요?

문성희: 네, 제가 지난 시기 들었던 바에 따르면 홉을 양강도에서 생산하고 있다고 했었거든요. 그런데 이 기사를 보니까 좀 전까지 홉 추출물을 국산화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니면 수요에 맞는 만큼의 생산량을 보장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겠지요.

<기자> 수입에 기대지 않아도 된다면 생산 원가를 줄일 수 있겠네요?

문성희: 네, 원가도 줄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것이 가격에 반영, 그러니까 원래보다 맥주 가격이 싸게 되었는지는 기사에서는 언급이 없지만, 혹 가격은 유지하면서 원가가 줄어든다면 맥주공장의 이익이 올라간다고 할 수 있지요.

<기자> 그런데 어떻게 해서 호프 엑스 국산화에 성공한 것인가요?

문성희: 기사에서 언급하고 있는 것인데, 매주 수요일에 과학기술발표회를 하고 있다는 것이에요. 대동강맥주공장에는 전문 대학교육을 받았거나 그렇지 않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로 이뤄진 “개발창조팀” 같은 것이 있는 것 같아요. 그 구성원들이 과학기술발표회에서 자신들이 고안한 기술들을 공개하고 논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식으로는 “기술혁신안”이라고 하는 것 같은데, 하여튼 한 달에 60-70건의 제안이 나온다고 하니 대단하네요. 그런 과정에서 호프 엑스 국산화에 성공한 것 같습니다.

<기자> 북한에서도 여러가지 상품을 국산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겠지요?

문성희: 네, 북한에서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상품을 늘리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자립적 민족경제노선을 견지해왔기 때문에 국산품을 늘린다는 것은 이전부터 강조되어온 것이지만 실제로는 구 소련이나 동유럽, 중국 등 사회주의 나라들과 물물교환을 하면서 자체적으로 생산하지 못하는 상품, 국내에 없는 원료 등을 수입해왔습니다. 그렇지만 사회주의 나라들이 붕괴된 뒤 북한은 대외무역을 자본주의 방식으로 할 수 밖에 없었지요. 그것은 이미 1984년에 합영법을 채택한 뒤로부터 일정하게 추진해 온 것인데, 지금은 제재 때문에 상품이 들어오지 않는 상태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으로서는 국산화라는 것은 더 절실한 과제인 것입니다.

<기자> 문 박사님은 북한에 계시는 동안을 포함해 북한 공산품을 지속적으로 접해오셨는데요 전반적으로 봐서 상품의 질 등은 괜찮은가요?

문성희: 물론 상품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그래도 최근에 생산되는 상품들은 질이 좋다고 봅니다. 우선 “탈피”라고 불리는 마른 명태인데, 이것은 북한 상품의 질이 좋아요. 아마도 수출도 하고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지금은 모르지만 제가 북한을 자주 다닐 때 시장에서 북한산 탈피를 파는 것은 금지되고 있었어요. 남획을 막는 것이 목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실지로는 시장에서 팔고 있었어요. 중국산 탈피를 진열해놓으면서도 제가 “국산품은 없어요?”라고 하면 아래 숨겨놓은 것을 내주는 것이에요. 중국산보다 가격은 비싸지만 맛이 있기 때문에 국산품을 구입한 기억이 있습니다.

skin_theraphy.jpg
북한의 금강산합작회사에서 만든 금강산 미안막(마스크팩.) 각각 레몬과 알로에 추출물을 함유하고 있다고 포장지에 표시돼 있다. (2019년 9월) /문성희 제공


<기자> 다른 제품은 어떤가요?

문성희: 맥주 병이나 깡통은 옛날에 비해 매우 질이 좋아졌습니다. 1980-1990년대 중반에는 맥주 병과 뚜껑의 크기가 안 맞아서 맥주라고 하면서 거의 거품이 사라진 상태로 마시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알루미늄 깡통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많은 전기가 필요한데도 북한에서 알루미늄 깡통을 생산하고 캔맥주도 팔더라고요. 그 깡통을 제가 간수하고 있는데 일본에서 파는 캔맥주 깡통이나 질이 그렇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얼굴 팩 같은 것도 생산하고 있는데 그것을 하나 선물로 받은 적이 있어요. 사용해보니 괜찮았어요.

<기자> 북한이 주로 국산화하고 있는 것은 식료품이나 음료수, 화장품 같은 소비재들인가요?

문성희: 네, 식료품은 많이 국산화가 되고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특히 과자 같은 것은 북한에서 많이 생산하게 되었지요. 한국의 새우깡 닮은 과자도 팔고 있고 금컵체육인종합식료공장에서 생산되는 과자는 유명하지요, 새 상품이 나오면 북한 상점에 진열되고 “인기 폭발”이라고 북한 유튜버가 말할 경우도 있었을 정도입니다.

<기자> 직접 드셔보셨을 텐데 북한의 과자는 맛이 어떻던가요?

문성희: 저도 많이 먹지는 않았지만 한국의 새우깡 닮은 과자는, 이름을 잊어버렸는데, 맛이 있었습니다. 포장지 외관이 한국 것과 많이 닮았어요. 그렇지만 아직 기술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오래 상품을 신선하게 유지하는 것까지는 안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자> 아무래도 포장 기술이 좀 떨어진다는 말씀이시군요.

문성희: 네, 한 번 북한산 초코파이를 선물로 받았습니다. 너무 신기해서 먹지 않고 봉투도 열지 않고 보관을 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강연할 때 쓰고 있었어요. 그래서 맛은 잘 모르지만 한 1년 정도 지나니까 초코파이가 얇아진 것이에요. 이제 3-4년 지났을까요? 지금은 좀 겁이 나서 봉투를 열지 않고 있습니다.

<기자> 혹시 내용물이 상했을 수도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문성희: 네, 혹하면 안에 썩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 걱정이 들어서요. 그런데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역시 이제는 먹지 못하니까 앞으로도 그대로 봉투를 열지 않고 강연 때나 청중들에게 보여주자고 생각을 합니다.

<기자> 그렇군요. 북한 당국도 국산화에 애를 쓰고 있는 듯한데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문성희: 역시 질 제고이겠지요. 제가 북한을 자주 다닐 때보다 훨씬 많이 질이 좋아졌다고는 생각을 합니다. 그것은 북한 선전물 같은 것에서 소개가 되는 상점에 진열된 상품들을 보아서도 그렇고 제가 받은 선물도 그렇습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기술이 굉장히 좋아졌냐고 하면 아직 발전도상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기자> 아직 충분하지는 않다는 말씀이시군요.

문성희: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보존이 잘 돼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상품을 제조할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초코파이가 포장 속에서 얇아지면 그것은 이제 상품가치가 없어지지요. 물론 일본이나 한국도 질이 떨어지는 상품도 있습니다. 그러나 상품 외면 자체가 달라진다는 것은 좀 생각을 못합니다. 촌스러운 새우깡 봉투도 그렇고 그것은 북한 기술자들이 아무리 노력을 해도 해결이 어렵다고 할까,

<기자> 그런데 북한에서 외국산 못지 않는 질 좋은 상품을 만들려면 원료 문제도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요.

문성희: 네,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에 없는 원료는 수입할 수 밖에 없는데, 옛날처럼 북한에서 만들지 못하는 상품을 통째로 사오는 것보다 원료만을 사오는 것이 원가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역시 개방을 해서 외국 기술을 도입하는 것과 동시에 외국과 기술을 주고 받을 수 있도록 해야지요. 지금 어느 나라도 자기 나라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그런 경제 구조가 아닙니다. 물론 북한은 글로벌 경제를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어려운 측면도 있겠지만 역시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개방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문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정우, 에디터 박봉현, 웹팀 김상일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