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경제, 어제와 오늘] 누적된 불만들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21/10/29 14:43:00 GMT-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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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경제, 어제와 오늘] 누적된 불만들 북한 양강도 혜산시의 장마당에 마스크를 쓴 이들이 분주하게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앵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문성희 박사는 현재 일본 도쿄에서 시사 주간지, 슈칸 킨요비(주간 금요일) 기자로 한반도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고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돼야 할 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문성희 박사
문성희 박사


<기자> 북한 당국이 경제 문제 해결의 중요성을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습니다. 문성희 박사님, 북한이 최근들어 경제 문제를 중시하고 있는 징후가 뚜렷한데요.

문성희: 네, 가장 최근(9월 말)에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도 ‘인민경제법’이 수정 보충됐습니다. 그리고 이틀째 회의에서는 김정은 총비서가 직접 시정연설을 했는데 경제문제에 대한 언급이 많았습니다.

<기자> 어째서 유독 경제문제에 대한 언급이 많았다고 보시는지요?

문성희: 원래 한국의 국회와 같은 최고인민회의는 국가 예산 등 경제 문제를 주로 다룹니다. 그렇지만 올해는 더 특별한 뜻이 있지요. 연초에 열린 노동당 제8차대회에서 제시된 5개년경제계획을 수행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입니다.

<기자> 김 총비서의 5개년경제계획에 관한 언급은 어땠나요?

문성희: 네, 김정은 총비서는 가장 중대한 임무가 5개년계획수행의 첫해부터 실제적인 성과,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적인 성과, 실질적인 변화를 북한 주민들이 실제 느끼고 있는지가 문제라고 봅니다.

<기자> 실제 북한 주민들은 이런 변화를 느끼고 있을까요?

문성희: 실지로 그런 보도가 있었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제 추측일 뿐이지만, 역으로 말하면 눈에 보이는 성과나 변화가 없기 때문에 이런 말이 나오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도 듭니다. 그렇지만 하나 말할 수 있는 것은 북한 지도부가 어떻게든 인민생활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점입니다. 그건 시정연설에 나온 구절을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기자> 어떤 구절인가요?

문성희: 북한 건설에 있어서 사활적인 과업이 인민생활을 안정, 향상시키는 것이라고 한 구절입니다. ‘인민생활 향상’이라는 것은 과거에도 계속 지적되어 온 것인데, 이번에 다시 강조한다는 것은 생활이 향상되지 않기 때문에 주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라고 봅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북한 주민들의 여론을 중요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북한이 독재국가이기 때문에 여론같은 것이 있을까 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북한도 사람 사는 사회이기때문에 생활상 어려움이 지속되면 (주민들이) 당연히 지도부에 대해 불만을 가지게 됩니다. 전형적인 것이 2009년 11월 30일에 갑자기 실시된 화폐교환이었지요. 처음은 괜찮았던데 나중에 심한 인플레이션, 즉 물가 상승으로 살아가기 힘든 사람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당시 국가계획위원장이었던 박남기 씨가 숙청당하고 당시 총리가 북한 주민들 앞에서 사과했던 것은 유명한 일이지 않습니까? 2010년에 제가 북한에 갔을 때 이 문제가 큰 화제거리여서 만나는 사람마다 불만을 토로하고 있었던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길거리 시장을 단속하려고 하는 사회 안전원한테 집단적으로 항의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고 하지요. 생활이 걸린 문제에 대해서는 북한 사람들도 결코 가만히 있지는 않습니다.

<기자> 좀처럼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하지 않는 북한 주민들이 그렇게 격한 반응을 보였다니 놀랍군요.

문성희: 네, 박남기사건 때도 ‘박남기는 나쁜 놈’이라고 만나는 사람마다 공개적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건 역시 살아가기 힘드니까, 이제는 참지 못한다는 그런 감정의 표현이라고 봅니다. 그러니까 길거리 시장의 단속에 대해서도 항의를 한 것이라고 봅니다. 제가 직접 본 것은 아니지만 길거리 시장을 단속하는 사회 안전원한테 거기서 물건을 사던 사람이 ‘이 사람들도 먹고 살기 위해 장사를 하는데 좀 못 본 채 못하겠소?’ 뭐, 그런 항의를 했다고 합니다. 안전원들은 아무 말도 못 한 것 같아요. 그거야 그렇지요. 이 사람들도 자기 임무이니까 하지 생활이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니까요.

<기자> 그런데 인민생활 향상과 관련해서 북한 지도부가 가장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여기고 있는 문제는 무엇일까요?

문성희: 그거야 먹는 문제입니다. 식량문제를 완전히 해소하려는 확고부동한 의지와 결심을 피력했다고 하니까요.

<기자> 식량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 같은 것은 나왔나요?

문성희: 네, 농업발전에 선차적인 힘을 넣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좀 흥미로운 지적이 있었습니다. 농작물 배치를 바꾸라는 것이에요. 구체적으로는 벼 농사와 밀, 보리 농사로 방향 전환을 하라는 것입니다. 아마도 지금까지는 옥수수 농사, 북한에서는 옥수수를 강냉이라고 하는데 기본은 옥수수를 심고 육성하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에 가면 정말 여러 지역에서 옥수수 밭을 많이 봅니다. 지방에 가면 밀, 보리나 벼보다 옥수수를 많이 보았습니다. 경제가 가장 곤란한 시기였던 1990년대 후반에도 사람들은 옥수수 죽을 먹고 생명을 유지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앞으로는 벼와 밀, 보리를 중심으로 하라는 것입니다. 북한 주민들에게 흰쌀과 밀가루를 보장해서 식생활을 ‘문명하게 개선하라’는 것입니다.

<기자> ‘문명하게 개선하라’는 건 무슨 의미인가요?

문성희: 북한 사람들에게 직접 문의하지 못 하기 때문에 추측으로밖에 말씀드릴 수 없지만, 아마도 흰 쌀밥을 먹고 때로는 서양식으로 빵도 먹고 그런 식으로 식생활을 개선하라는 뜻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북한에서는 평양은 몰라도 지방에 가면 아직도 흰 쌀밥을 매일 먹을 수 있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비싼 돈을 내면 시장에서 쌀을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빵을 먹는 식습관도 그리 널리 확산됐다고는 보기 어렵습니다. 물론 제가 2010년대 전반에 만난 한 당 간부는 ‘요즘은 아침에 빵과 커피로 끝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데 정말로 그런 생활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어느 정도 있을 지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지방에서 만난 한 가정주부는 제가 갖고 간 샌드위치를 보고 ‘난생 처음 보았다’고 신기해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김정은 정권 들어 특히 평양에서는 서양식 음식들이 많이 선보이고 있기 때문에 지금은 어떤지 잘 모르겠습니다.

<기자> 북한 당국이 내놓은 다른 식량상황 개선 방안은 뭔가요?

문성희: 축산부문에서 염소와 소의 마릿수를 늘리라는 지시가 있었어요. 그리고 토끼 기르기를 ‘전군중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도 하고 있습니다. 염소와 소, 그리고 토끼는 모두 풀을 먹는 짐승들입니다. 북한에서는 1990년대부터 ‘풀과 고기를 바꾸자’는 표어가 있었습니다. 뭐냐면 사료를 절약하기 위해 풀을 먹는 집징승을 많이 길러서 그 고기를 식용으로 한다는 것입니다. 거기서 염소나 토끼 등이 중심이었습니다. 토끼를 자기 아파트 베란다에서 기르고 있다는 사람도 만나본 적이 있습니다.

<기자> 그런데 소의 마릿수를 갑자기 늘리는 것이 가능한가요?

문성희: 네, 저도 그 측면이 궁금합니다. 북한에서 소를 보는 일이 드물었기 때문입니다. 짐을 운반하는 황소는 가끔 보았는데 북한 사람들이 소고기를 자주 먹을 수 있을 만한 마릿수가 확보되었는지는 잘 모릅니다. 물론 북한 사람들도 소고기를 좋아합니다. 소불고기를 내는 요리가게는 인기입니다. 그러나 불고기 집에서도 소고기보다 오히려 오리고기 같은 것이 주류였다고 기억합니다.

<기자> 그러니까 소 마릿수를 늘린다는 것은 앞으로 주민들도 소고기를 자주 먹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인가요?

문성희: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북한 시장에서 소고기를 얼마만큼 팔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고 보는데. 소불고기도 그렇게 일반 사람들이 먹을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마릿수가 늘어나면 수요를 충분히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북한 사람들도 소고기를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닌가요.

<기자> 한편 김정은 정권에 들어서 북한의 새 육아정책이 눈길을 끈다면서요?

문성희: 네, ‘당의 새로운 육아정책을 집행하기 위한 사업을 실속있게 전개’하라고 지적하고 있어요. 김정은 총비서 자신이 어린 아이가 있어서인지 굉장히 육아정책에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아요. 북한에서는 예로부터 ‘어린이는 나라의 보배’라며 어린이 만큼은 굶게 하지 말라는 그런 정책이 펼쳐지고 있었다고 봅니다. 이런 이야기도 현지에서 들었어요. 고난의 행군, 그러니까 1990년대 후반에 경제적으로 매우 힘들 때 공급이 모두 끊겼지만 콩우유만은 아이들에게 공급되고 있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제가 1996년에 북한에 체류할 때 다른 자동차가 전혀 안 보일 때도 ‘콩우유’라고 쓰인 트럭을 평양 시내에서 자주 보았습니다.

<기자>그렇지만 여전히 꽃제비가 있었지요?

문성희: 네, 저도 특히 지방에서 꽃제비들을 자주 보았지요. 그러니까 아마도 평양 어린이들에게 콩우유를 공급하는 게다였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방 어린이들에게까지 가기에는 아직 멀었던 것이지요. 지방에서 꽃제비 모습을 보니 가슴이 아팠습니다.

<기자>식량문제를 풀려면 농업 전반의 문제를 바로잡아야 할 텐데 국가 차원의 지원이 이뤄질까요?

문성희: 일단 김정은 총비서는 농업부문에 대한 국가적지원을 강화할데 대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그러니까 국가적지원은 강화하겠지요.

<기자>농민들의 생산의욕을 높이는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습니까? 생산에 직접 관여하는 농민들의 생산의욕이 높아야 알곡 생산량도 높아질텐데요.

문성희: 네, 그 측면에서는 국가적수요를 충분히 보장하면서도 농업근로자들의 생산의욕을 높일수 있게 농산물 수매방법을 바로 정하라고 하고 있어요. 농산물 수매방법을 바로 정하라는 것은 포전담당제의 올바른 실시를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옛날로 돌아가서 국가에서 농민들한테서 알곡을 비싸게 사주는 것인지 아직 좀 더 두고 보아야 하는데, 어째든 농민들의 노동의욕을 높이기 위한 방도를 생각하고 있는 듯합니다.

<기자> 문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정우, 에디터 박봉현,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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