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경제, 어제와 오늘] 사회주의 경쟁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21.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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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경제, 어제와 오늘] 사회주의 경쟁 평양의 한 공장 내부 벽에 각종 구호들이 걸려있다.
/AP

앵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일본 시사 주간지, 슈칸 킨요비(주간 금요일) 편집장인 문 박사는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돼야 할 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문성희 박사 <기자> 북한이 지역별 자력갱생 순위를 매기겠다고 밝혔습니다. 도, 시, 군 간 경쟁을 통해 지방발전을 유도하겠다는 건데요, 문성희 박사님,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에서 경쟁, 그것도 지역 간 경쟁을 유도하고 순위를 매기겠다는 발상이 약간 낯설기도 한데요, 어떻게 봐야 할까요?

문성희: 네, 낯설다는 느낌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과거에도 경쟁을 유도하고 순위를 매기는 경우는 있었습니다. 북한에 ‘5대협동농장’이라는게 있어요. 지금은 어느 농장이 선정됐는지 모르는데 주로 평안남북도, 황해남북도 등의 곡창지대에 있는 농장들이 뽑힙니다. 동해안에서는 유일하게 함경남도 함주에 있는 도봉농장이 5대협동농장에 뽑힌 적이 있어요. 이것 역시 생산량을 포함해 여러 항목을 세워서 거기에 점수를 매기고 가장 우위에 있는 협동농장이 뽑힌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고 볼 수 있지요. 북한에서는 ‘사회주의 경쟁’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전혀 경쟁을 하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경쟁에서 지면 처벌을 한다거나 그런 일은 없습니다.
제가 북한 경제를 배웠던 한 학자분이 소속된 사회과학원에서 제가 숙박하던 평양여관까지 걸어서 돌아갈 때 거리에 도표가 세워져 있었어요. 보니까 개인 이름이 있고 어느 정도 생산을 했는지 막대그래프로 표시를 하고 있는 거에요. 이것도 경쟁이지요. 북한 공장에서도 이런 도표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2002년 7월 1일 조치 이후 북한에서는 번 것 만큼 인센티브, 즉 보상이 제공되기 때문에 사람들이 남보다 열심히 일해서 생산량을 높이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과거에는 경쟁에 참여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2000년대 이후에는 열심히 경쟁을 하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아는 평양여관 여성 접대원들 사이에서도 손님을 끌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었어요. 지금은 어떤 지 모르지만 2010년대 초반에는 2층, 4층, 5층에 각각 술도 마실 수 있는 커피점이 있었는데 손님들을 자신들이 맡은 가게에 모시기 위해 정말 아득바득 애쓰고 있었습니다. 술 가격을 낮추거나 공짜로 음식을 내주거나 칵테일 같은 것을 새로 고안하거나 하면서 말이죠. 덕분에 저는 평양소주를 10병 정도 공짜로 받은 적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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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시내 학교 운동장에 '수령복', '장군복', '대장복'이라는 글발이 새겨진 게시판이 걸려있었다. (2011년 9월) /문성희 박사 제공


<기자> 그런데 북한 관영매체는 도, 시, 군들 사이의 경쟁이 철두철미 자력갱생 경쟁이라고 못박았습니다. 애초 처해있는 상황이 다른 각 지방을 자력갱생을 통해 경쟁하라고 하는 듯한데 시작부터 불공평하다는 생각까지 드는 데요 어떻습니까?

문성희: 네,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자력갱생 경쟁이라는 것은 지방에서 어느 정도는 원료나 자재, 에너지 같은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앙 정부에 기대를 걸지 않고 자체적으로 지방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라는 것이지요. 그 측면에서 앞장서는 지방을 평가하는 것이지만 결국 모든 것을 지방에 맡기고 있다고 할까요. 그러나 북한 사람들은 계속 자력갱생으로 문제를 해결해왔기 때문에 불공평하다든지 그런 생각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자기 지방이 그 측면에서 앞장서자는 발상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리고 사실 자력갱생으로 문제를 해결하면서 경제문제 등을 풀어나가는 지방은 모델지구, 즉 본보기 사례가 되지요. 그렇게 되면 중앙에서도 거기에 눈을 돌리게 되니까 지방에서도 좋은 것이지요. 한 번 모델지구가 되면 중앙에서 계속 주목을 하면서 여기에 신경을 써주니까요. 신경을 써준다는 것은 해당 지방이 잘 되게끔 국가적 예산을 거기에 배정한다거나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결국 기업∙공장 자율성 보장 쪽으로 되돌아 갈 것

<기자> 한편 북한은 경제분야에서 국가 차원의 중앙통제를 강화하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요, 경제난이 심화하면서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긴 하겠지만 그 동안 보여온 경제 자율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문성희: 과거에도 북한에서 경제는 기본적으로 내각책임제라는 이름하에 정부가 통제를 해왔다고 할 수 있지요. 다만 1990년대 후반의 고난의 행군시기에 공급제 등이 무너져서 국가가 주민들의 생활을 책임지지 못하게 되었다고 할까, 그런 시기를 거쳐서 주민들은 자기 생활은 자기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해서 시장화가 촉진된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그런 속에서 장사꾼들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공장이나 기업소에도 권한을 많이 준 것이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의 기본정신이었지요. 공장이나 기업에 자율권이 많이 주어졌는데요, 통제가 강화되면 기업들이 위축되어서 생산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측면이 우려됩니다. 따라서 저는 중앙통제를 강화한다고 하면서도 결국은 기업이나 공장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쪽으로 가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그리고 북한이 지금 이 시점에 중앙통제를 강화하고 나선 것은 일리가 있다고 봅니다. 아시다시피 북한은 군대나 각 성 등 단위마다 각자 무역을 하거나 해서 그것을 국가가 통제를 못하고 있는 측면이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외화벌이를 각 단위마다 해서 이권 다툼이 생길 때도 있었습니다. 그것을 국가가 모두 장악하게 된다면 한편으론 이권 다툼으로 인한 불합리성이 덜 생길 수도 있다고 봅니다.

<기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삼지연 건설사업을 현지지도했습니다. 한 달 여만에 공개활동을 재개한 장소가 삼지연시라는 점에서 눈길을 끄는 데요, 자신의 집권 10년를 맞아 업적을 과시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인데요, 어떻게 봐야 할까요?

문성희: 삼지연은 아시다시피 백두산 기슭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북한 정부로서는 매우 중요한 장소라고 할 수 있지요. 혁명의 성지이니까요. 12월이면 김정은 정권이 출범한 지 10년이 됩니다. 저는 우선적으로는 자기 업적을 과시한다기보다 선대 수령들의 의사를 받들고 앞으로도 사회주의 건설을 밀고 나간다는 것을 과시하는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한편 김정은 정권 들어 삼지연군 개발이 중요하게 제기되고 김정은 총비서 자신도 현지지도를 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지난 시기에도 백두산지구 개발은 중점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혁명성지로서의 백두산지구 개발이지 주민들의 생활하는 장소로서 개발은 아니었어요. 제가 두 번째 평양특파원으로 있었을 때인 2003년은 마침 백두산지구 개발이 한창 벌어지고 있었던 시기였습니다. 제가 부임하자마자 신문사 안내원으로 있던 분이 ‘백두산지구 개발에 동원되었다’고 하시는 것이에요. 안내원의 소속은 해외동포영접국이었던데 거기서도 많은 분들이 벌써 동원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국가적으로 많은 힘이 돌려진 개발이었습니다. 그 덕분에 백두산지구는 매우 훌륭하게 꾸려졌습니다.

그러나 김정은 총비서는 삼지연 주민들이 잘 살 수 있는 그런 지구로 꾸리고 싶은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아파트를 건설하고 있는 것도 그런 배경이라고 봅니다. 삼지연이라고 하면 북중 국경지역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겨울은 영하 몇 십 도가 될 정도로 생활하기가 매우 힘든 장소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거기를 잘 꾸릴 수만 있다면 북한의 여러 다른 지역의 개발이 성공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삼지연을 하나의 모델로 꾸리려고 하고 있는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합니다.

삼지연시, 10년 전 전기도 제대로 공급 안 돼

<기자> 문 박사님은 삼지연시를 직접 방문해보셨을 텐데요, 북한이 혁명의 성지로 꼽는 삼지연시지만 실제로는 꽤 낙후돼 있다면서요?

문성희: 저도 이제 10년 가까이 안 가고 있기 때문에 지금은 좀 더 발전했을 지 모릅니다. 그러나 제가 본 삼지연시는 솔직히 낙후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배게봉 여관이었던가, 관광객들이 숙박하는 여관은 있지만 거기도 많이 낡아 이제는 새로 단장해야할 시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에 갔는데 낙후했어요. 그러나 식사는 정말 맛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집들도 낙후했지요. 보통 북한에서는 지방이나 농촌 집들은 단층집인데, 굴뚝이 있었기 때문에 연탄 등으로 연료를 해결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추측됩니다. 거기 사람들에게 ‘TV 프로그램 뭐를 좋아하냐’는 질문을 했을 때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니까 TV는 볼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러니까 전기 공급 등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도로 같은 것이 낙후했다는 기억이 있습니다. 물론 백두산 지구는 괜찮은데 주민들이 사는 곳은 그렇지도 않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삼지연시에 있는 호텔이나 가게 등을 잘 꾸려서 관광객들이 쇼핑도 하고 음식도 먹고 백두산에 온천에 있으니까 온천도 들어갈 수 있게 하고, 그렇게 한다면 좋은 관광지로 꾸려진다고 생각을 합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그런 전략하에 삼지연시 개발에 힘을 쏟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기자> 문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정우, 에디터 박봉현,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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