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올 해도 수해 못 피한 북한] ① 최대 누적피해…자력 복구 힘들듯
2021.08.11
앵커: 북한이 지난해에 이어 올 해도 심각한 수해를 입으면서 스스로 유례없이 힘든 상황에 놓였다고 털어놨습니다. 대북제재와 코로나19에 이어 수해까지 또 겹치면서 과연 스스로 이번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거주지 침수로 방역 차질 등 2차 피해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보도에 천소람 기자입니다.
[북한 관영매체] 폭우로 강 하천 물이 불어나 제방이 터지면서 1천170여 세대의 살림집(주택)이 파괴 및 침수되고 5천여 명의 주민들이 긴급 소개됐습니다.
북한이 (8월5일) 관영매체를 통해 폭우로 인한 수해 피해를 공식 인정했습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8월9일) 한 발 나아가 ‘사상 초유’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북한이 현재 ‘전쟁상황에 못지 않은 시련의 고비’에 처했다고 털어놨습니다.
북한, 대북제재, 코로나19, 수해 등 ‘삼중고’
조한범 한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현재 대북제재, 코로나19, 자연재해까지 겹치며 ‘삼중고’를 겪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조한범] 지금 상황은 북한 쪽에 위기입니다. 지금 대북제재라는 근본적인 요인이 있고 그 다음에 코로나로 인해 2020년 1월말 이후로 국경봉쇄가 완전히 실행되고 있기에 지금 모든 국가 기간산업이나 이런 부분들이 지금 마비돼 있는 상황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거든요...(중략), 그런데 지난해 2020년 4개 태풍이 회복이 안된 상황에서 피해가 가중됐기 때문에 지금 대북제재 국경봉쇄 이 상황에서 거의 회복이 불가능한…(중략).
조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수해가 발생한 시점에 주목합니다. 코로나19에 따른 국경봉쇄 등 강력한 방역을 2년 가까이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해 역시 지난해에 이어 연속 발생해 역대급 피해를 불러왔을 거라는 겁니다.
[조한범] 문제는 함경북도 피해가 완전히 복구가 안된 상황에 (이번 수해가 발생했다는 점입니다). 지난해 피해도 컸거든요. 그것도 지금 추정으로 회복이 안됐어요. 함경남도 검덕의 피해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현장을 가고 매년 5천 세대의 주택을 지으라고 말했는데, 그 현황이 거의 보도가 안 되고 있거든요. 이 얘기는 복구가 안 된 상태에서 다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인프라, (기초적인 기반시설)이 붕괴된 상황에서 다시 피해가 속출했기 때문에 아마 역대 최고의 누적 피해가 아닐까 추정이 됩니다.
이처럼 북한에서 매년 대규모 홍수 피해가 발생하는 원인은 뭘까?
일본의 한반도 전문가인 마키노 요시히로 아사히 신문 외교전문기자는 오랜기간 계속된 부분별한 벌채를 한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일단 첫 번째는 김일성 주석 시절에 대규모 농업증산운동을 전개했던 게 이유라고 봅니다. 김일성 주석은 산간지역에서도 토지를 개척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두 번째 1990년대에 들어 심각한 연료 부족으로 시민들은 산에서 나무를 무차별적으로 벌채하는 상황이 계속됐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산에서 나무가 없어지고 홍수를 조절할 능력도 떨어지면서 적은 강수량에도 산사태가 생기는 상황이 되고 있다고 듣고 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산에 나무를 심는 운동을 계속 전개해왔는데 ‘잘 되고 있지 않다’는 탈북자 증언을 들은 바 있습니다.
여기다 보여주기식 대형 건설사업에 집중한 나머지 수해예방을 위한 토목공사는 제 때 이뤄지지 않았다고 마키노 기자는 지적했습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은 건설 자재를 갈마관광단지 같은 김정은 총비서가 좋아하는 지역에 집중시켰기 때문에 재해로부터 시민들을 지키는 공사는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말도 들은 바 있습니다.
코로나 방역 위기 부를 가능성
이번 수해로 가뜩이나 열악한 북한의 보건의료체계가 뒤흔릴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 센터장은 이번 수해가 코로나19 방역 문제를 불러 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안경수] 수해가 나면 집이 무너지고 잠기고,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 파괴되잖아요. 코로나는 사실 사회적 거리두기, 즉 모이면 안되잖아요. 근데 수해가 나면 집이 다 무너지고 이런 경우에는 사람들이 (지낼 수 있는) 체육관 식으로 (임시 환경을 마련하죠). 그렇게 되면 밀집 환경이 되기 때문에….
안 센터장은 북한도 이런 보건의료 위기를 알고 있을 거라고 덧붙였습니다.
[안경수] 북한은 이를 막기위해 최대한 빨리 살림집을 재건 할 겁니다. 작년에 사실 그랬거든요. 작년에 굉장히 빨리 이례적으로 살림집을 복원했어요. 지금 코로나 상황이기 때문에 수해가 나서 사람들이 단체 생활로 모이는 것을 최대한 방지하기 위해서는 아마 최대한 빨리 집을 재건 할 것이고요.
북한, 자력으로 회복 불가능
북한 전문가인 문성희 일본 슈칸킨요비(주간 금요일) 한반도 담당 편집위원은 일단 인원과 장비가 동원돼 복구작업이 이뤄질 걸로 내다봤습니다.
[문성희] 북한에서 피해복구중앙지휘부가 설치되고 중앙에서도 함경남도에 사람들이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해에도 그러했던데 아마도 평양을 비롯한 다른 시, 군에서 복구 사업에 사람들이 동원될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국가적으로 물자도 우선적으로 공급이 될 것입니다. 이제 시멘트 같은 것은 함경남도에 수송된 것 같기도 하구요.
문 편집위원은 북한이 어려운 상황을 이례적으로 연이어 공식 인정하고 있는 데 주목했습니다.
[문성희] 이번 수해 이전에도 북한에서는 최근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숨기지 않고 있다고 봅니다. 북한은 코로나에 따른 국경봉쇄, 경제제재, 큰물피해의 '3중고'로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있습니다. 그런데다가 다시 큰물피해가 있었기에 어려운 상황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서 국제적인 도움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고,….
그는 북한 당국이 앞으로 경제침체가 더 이어질 불가피한 현실을 주민들에게 이해시키려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문성희] 또 하나는 북한이 5개년계획 침체의 원인 중 하나가 큰물피해라는 것을 말함으로써 국민들을 납득시킬 측면도 있다고 봅니다. 경제건설에 돌려야 할 자재나 자금을 지금은 수해 피해지에 돌릴 수 밖에 없다고 함으로써 경제계획침체가 큰물피해에 있다고 사람들을 납득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정권 수립 이후 최대 위기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하지만 현 상황에서 북한이 자력으로 이번 위기를 극복하기는 힘들 걸로 내다봤습니다.
[조한범] 네, 지금 상황은 자력으로는 회복을 할 수가 없어요. 지금까지 북한이 식량난과 내부 위기를 공식적으로 유엔에 보고한 것이 두 번 있습니다. 첫 번째는 90년대 고난의 행군 때이고,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고난의 행군 때에는 대북제재나 코로나가 없었잖아요. 김 위원장 본인이 4월 세포 회의에서 ‘더욱 간고한 고난의 행군’을 결정했고요, 모든 대회에서 사상 초유의 위기상황을 말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대북제재나 국경봉쇄 상황에서 (수해를) 해결할 방법은 없는 것이죠.
조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 체제가 위기에 처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습니다.
[조한범] 짧게 보면 김정은 위원장 10년의 최대 위기, 길게 보면 북한정권 수립 이후의 최대 위기에 김위원장이 봉착했다고 볼 수 있죠, …(중략). 지난해 함경남도 수해만 해도 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는 설이 북한 내에 돌고 있거든요. 물론 내부 경제 위기가 체제위기로 전이되는 가능성은 높진 않지만, 지금 누적된 대북제재 국경봉쇄를 감안했을 때, 김위원장 체제로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별로 없을 겁니다. 김위원장 체제에서는 상당히 정권안보 체제위기까지 걱정할 정도의 상황으로 전이될 개연성은 충분히 있습니다.
유례없는 ‘삼중고’를 겪으며 체제 위기 진단까지 나오고 있는 북한이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 입니다.
기자 천소람,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