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8년 만에 공민증 교체 시작”

워싱턴-한덕인 hand@rfa.org
2019.01.08
nk_ID_card_b 북한 공민증.
사진-아시아프레스 제공

앵커: 북한 당국이 8년 만에 개인 신분증인 ‘공민증’ 교체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동안 자금난 등의 이유로 미뤄져 온 새 공민증 교부가 지난해 말부터 시작됐고 빠르면 내달 중순까지 완료될 전망입니다.  새 공민증의 교부를 명목으로, 북한 당국의 내부 통제 강화 조치가 도입될 거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덕인 기자가 보도합니다.

그동안 뚜렷한 이유 없이 계속 지연돼 온 북한의 공민증 교체 작업이 일부 지역에서 지난해 12월께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새 공민증 발급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집권 마지막 시기였던 2011년 8월 이후 8년 만에 이뤄지는 겁니다.

일본의 ‘아시아프레스’는 7일 RFA, 자유아시아방송에 이 달 초 북한 북부 지역의 취재협력자가 보안서(경찰서) 관계자로부터 직접 들은 내용이라며 이같이 전했습니다.

이 보안서 관계자는 “자금난으로 계속 지연되던 새 공민증 교부가 드디어 시작된다”며 “김정일의 생일인 2월 16일까지 마칠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작년 12월부터 일부 지역에서 교부가 시작된 것 같다”며 “교부가 완료되면 3월에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실시하기로 작년 말 당내부의 방침이 전달됐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자금난 탓 계속 지연돼”

아시아프레스 오사카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주민 정보 갱신이 ‘국민 통제의 근간(바탕)’ 이라며 공민증 교부가 계속해서 연기돼 온 배경으로 자금난을 꼽았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북한에서는 신분증을 공민증이라고 부릅니다. 김정은 정권은 2017년 말부터 공민증 갱신을 준비해왔어요. 신분증의 교체, 즉 새 신분증의 교부가 금방 될 것 같다 이런  소식이 2018년도 들어서 계속 있었거든요, 처음에는 5월 중에 될 거다라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근데 그게 잘 안 돼가지고 8.15 광복절에 맞춰서 공민증을 갱신한다, 그다음에 9월 9일, 10월 10일, 그다음 연내에 한다 이런식으로 계속 연기가 됐었습니다. 그런데 그 이유에 대해서 아시아프레스에서 계속 조사했었는데 결국은 자금부족 때문이었습니다.

북한의 핵문제가 낳은 대북제재로 인해 주민 통제를 위한 자금 확보의 수단이 사라졌으며, 통치자금 조달도 타격을 받아 연기가 불가피했다는 겁니다.

이시마루 지로: 북한 당국에서 주민 파악이 잘 안 되는 사람들이 엄청 많아졌어요. 그것 때문에 자꾸 김정은 정권에 들어서도 인민 관리 차원에서 통제하고, 검문을 강화하고, 주민등록을 좀 빨리 하라 그런 식으로 힘을 많이 써 왔지만,….

북한 당국이 극심한 자금난에도 공민증 교체에 집착하는 의도는 뭘까?

영국의 북한인권단체 ‘징검다리’의 박지현 대표는 7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할 의도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새 공민증 교부 통해 주민 동태 파악

[박지현] 지금 현재로 봐서도 아마 인구 조사하고 주민통제 때문에 다시 새롭게 공민증을 발급하지 않나 생각되는데요,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 가지고 아직까지 북한에 대해서 우리가 정확한 인구를 지금 감잡지 못하잖아요. 어떤 사람들은 아직도 2천5백만 명, 또 어떤 뉴스는 2천3백만 명, 아직까지 정확한 인구수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유엔에 인구조사를 보고할 때도 아직 정확한 수치가 안 나와서 그것 때문에 쉬쉬하면서 한편으로는 북한 주민들 통제 강화를 위해서 다시 이렇게 실시하지를 않나 생각이 들어요.

박지현 대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올해 발표한 신년사에서 구사한 언어에 함축된 의미를 풀이해보면, 북한 당국이 내부 통제를 앞으로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점을 간접적으로 시인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지현] 올해 김정은 신년사를 보니 김정은이 올해 가제를 사회주의 건설의 돌파구를 열어야 하는 한해가 돼야 한다고 발표했잖아요, 그리고 이제 각 분야별로 해야 할 과제들에 대해서 이야기했는데, 올해 사회주의 경제, 사회주의식, 우리식, 우리 집을 지어야 한다, 이런 말들이 많이 나오더라고요. 그것을 통해 봤을 때 주민들에 대한 통제를 더 강화할 것이고요. 그리고 북한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북한 정부에 반하는 예를 들면 해외 미디어나 미신행위라던가 부패, 이런 것에 대해서도 올해는 단호하게 조치를 취하겠다는 그런 내용들도 있어가지고요, 아마 이 공민증이 나오게 되면 주민 통제 강화가 더 심하게 이뤄질 것 같아요.

박 대표는 이어 북한은 인민반 체재가 있기 때문에 보안서를 비롯한 인민반장이 먼저 일차적 조사를 시작하고, 매집마다 한 가정에 몇 명이 살고 있고, 17세 이상인 사람이 몇 명이 있는지, 직업이 무엇인지 등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파악하고 1차 조사를 다 진행한 뒤 사진을 찍게 된다며, 이후 국가에서 단체로 공민증을 발급하면 본인이 수령하게 되어 있다고 절차를 설명했습니다. 또 북한에서 17세 미만의 주민은 공민증이 아닌 출생증을 받는다고도 덧붙였습니다.

북한 내부에서는 주민들이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여행, 혹은 이주할 때 여행증명서가 필요한데, 공민증이 있어야만 이 여행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으며, 여행증명서를 보일 때도 공민증을 항상 같이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주민들에게는 아주 중요한 증명문서입니다.

그는 또 주민들이 가족의 신변 보호를 위해 인구조사 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을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습니다.

[박지현]사실은 그런 일은 없을 거예요. 왜냐면 북한 자체가 감시체제의 나라이기 때문에, 또 인민반이 있고, 인민반장이 자기가 맡고 있는 부분의 인민반 가정 내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다 미리 알고 있기 때문에 거짓말을 못하고, 그래서 이번에 주민조사에 의해서 집안에서 행방불명된 사람들이 많이 나올 수도 있고요, 그 사람들이 몇 년도에 없어졌고 이런 조사도 다 이뤄졌다고 봐요. 만약의 경우에 누군가 사망했다고 한다면 내부의 주변 사람들이 다 알잖아요, 어떻게 그 사람이 돌아갔게 됐고, 이런 거를 아는데, 만약의 경우 이런 것을 못 봤을 경우 행방불명으로 처리가 되거든요. 거짓말을 못하죠. 거짓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용납이 안 되는 것이라.

“거주지 이탈자 등 발생… 주민통제용 등록사업 주력”

한편 이시마루 대표는 탈북자, 행방불명자, 거주지를 이탈한 자 등 ‘동태 파악이 곤란한 주민’이 대량으로 발생해, 김정은 정권이 주민 통제를 위한 등록 사업에 주력해왔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어 평안북도에 사는 다른 취재 협조자가 “2018년은 보안서가 인민반을 통해 인구 조사를 계속해왔으며, 탈북자 등 주민 개개인의 동태를 조사하기 위함”이라고 전해왔다고 전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기본적으로 온 주민이 어디에 살고 어디로 이동하고 무슨 직업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사망하거나 행방불명된 사람이 언제 어떻게해서 그렇게 됐는지, 그런 걸 전체를, 북한 주민의 일거수일투족을 전체를 파악하고 싶다는 거죠.

그걸 위해서는 역시 주민등록을 완벽하게 해야 된다라는 것이 기본일 것이고, 그걸 구실로 해서 주민등록을 하자 이런 의도였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결국은 이런 공민증 갱신 작업이라는 것은 김정은 시대가 7년이 지났는데 한 번도 못했던 주민통제 작업을 철저히 하자, 일단 완료해보자, 이런 의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새 공민증의 발급은 북한 당국이 주민통제 수단으로써 다시 한번 주민들의 동향을 파악하고 전체적인 통제와 관리를 위한 하나의 사전작업이라는 겁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