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 특집, 북한 통치체제의 실상] ② 엘리트 강경파에 포위된 김정은

워싱턴-천소람 cheons@rfa.org
2021-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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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FA 특집, 북한 통치체제의 실상] ② 엘리트 강경파에 포위된 김정은 남북 공동연락사무소가 파괴되는 모습.
/AP

앵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서 아들인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로 권력이 세습된 뒤 북한 내부에선 정치적 지형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고 토마스 쉐퍼 전 북한 주재 독일 대사가 지적했습니다. 그는 권력 세습 뒤 몇 년 동안 김 총비서가 권력다툼에서 두드러진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직전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집권 직후 등 두 차례에 걸쳐 10년 가까이 평양에서 북한의 권력지형 변화를 직접 목격했던 쉐퍼 전 대사로부터 듣는 [RFA 특집, 북한 통치체제의 실상]. 오늘은 두 번째 시간으로 천소람 기자가 소수 엘리트 강경파의 권력유지 시도에 관해 전해드립니다.

김정일의 사망 그리고 김정은의 고투

쉐퍼 전 대사는 201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갑작스레 사망한 후 북한 내에서 또 급격한 정치적 지형 변화가 있었다고 말합니다.

[토마스 쉐퍼] 우리는 또 다른 정치적 지형 변화를 목격했습니다. 정책이 다시 강경해졌어요. 국내 정책, 한국, 경제, 핵 정책 모두 강화됐습니다. 그 때 저에게는 꽤 명확했죠. 이러한 변화가 김정은(총비서)에게서 나오는 게 아니라 다른 결정권자들에게서 온다는 것을 김정은 집권 초기의 몇몇 중요한 사건을 통해 알아차렸습니다.

그는 이런 권력다툼 과정에서, 김정은 총비서의 역할은 미미했다고 회상합니다.

[토마스 쉐퍼] 그 때 우리는 모든 사건과 상황을 꼼꼼히 분석했고 그 시절 김정은(총비서)이 권력다툼에서 두드러진 역할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예를 들어 한 기관은 다른 기관과 정반대로 행동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김정은은 어떠한 (조정) 역할도 하지 못했어요. 이것은 꽤 명확했습니다. 모든 것이 결정되고, 그는 강경파들의 결정에 동의하곤 했죠.

쉐퍼 전 대사는 이러한 권력다툼(power struggle)이 김정은 총비서 집권 뒤 2015년 말까지 관찰됐다고 지적합니다. 이후 북한의 주요 정책은 일관적으로 됐고, 그는 강경파들이 권력싸움에서 이긴 탓으로 해석합니다.

[토마스 쉐퍼] 저는 강경파들이 권력의 우위를 잡았고, 온건파는 옆으로 밀려났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습니다. 그(김정은)가 자신의 입지를 강화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이어진 상황을 미루어 보면 그가 절대적인 결정권자가 아니고, 권력을 나눴을 가능성이 있으며 혹은 북한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김정일은 온건파에 속해

한편 쉐퍼 전 대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온건파에 속한다고 말합니다.

[토마스 쉐퍼] 확실하진 않지만, 그(김정일)는 확고한 의견이 없었고 망설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북한내 강경파들보다는 확실히 온건파에 속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특별경제지구인 개성과 금강산 관련 정책을 통해 엿볼 수 있듯이 남한과 경제협력을 중시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북한 내 강경파로선 이런 김 위원장의 온건 행보가 달가울리 없었다고 쉐퍼 전 대사는 지적합니다.

[토마스 쉐퍼] 2008년께 한국 여행자가 금강산에서 북한 군인의 총을 맞고 사망했습니다. 이날은 한국 대통령이 의회에서 북한에게 조금 더 부드러운 접근 방법에 관해 이야기하려고 계획한 날이었습니다. 그날 아침 북한 군인이 한국 여성에게 총을 쏜 거죠. 저는 이 사건이 남북 간 관계개선을 방해하려는 북한 내 강경파의 시도라고 생각해왔습니다.

북한에서 금강산 관광지구와 개성공업지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종종 그의 ‘아기’로 간주되곤 합니다. 그 만큼 그의 노력과 업적이 잘 투영된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금강산지구와 개성지구를 비판하는 건 김정일 위원장을 비판하는 것으로 간주되곤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들인 김정은 총비서가 (여동생인 김여정 부부장을 내세워) 지난해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건 아버지의 업적을 공격한 것이란 점에서 과연 자의였을까 의심스럽다고 쉐퍼 전 대사는 지적합니다.

[토마스 쉐퍼] 2018년, 김정은(총비서)은 금강산을 방문했고, 그중 한국에 의해 지어진 호텔을 보고 “못생겼다 파괴해 버리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동생(김여정 부부장)은2020년 개성공단을 파괴하겠다고 협박을 했죠. 2주 뒤, 그들은 개성공단 내 남북연락사무소를 결국 폭파시켰습니다. 김정일(위원장)의 자식들은 그들의 아버지의 업적을 지속하고 싶어하지 않겠어요? 그들이 가진 유일한 (정치적) 자산이잖아요. 김일성-김정일로 이어온 가족 정통성 말이죠. 개인적으로 아버지의 업적을 공격하는 것은 그들 자신의 권력을 약화시키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김정은(총비서)과 김여정(부부장)의 이같은 행보가 그들이 원해서 한 것이 아닌 지도부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쉐퍼 전 대사는 2013년 김 총비서가 들고 나온 경제∙핵 병진노선 역시 강경파의 입김이 작용한 결과라는 얘기를 북한 관료들에게 직접 들었다고 털어놓습니다.

[토마스 쉐퍼] 많은 사람들이 초반에는 이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왜냐하면 군사적인 부분보다 경제 발전을 우선시하는 정책으로 보였거든요. 하지만 나중에 북한 관료들과 병진정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그들은 이 정책은 군사력을 오히려 더 강화시키는 정책이라고 저에게 말해줬습니다. 더 많은 돈이 군사력 강화에 들어가는 거였죠. 병진정책은 강경파에서 나온 정책이라는 거죠.

그는 최근 급격한 몸무게 감량으로 불거진 김정은 총비서의 건강 이상설과 관련해서도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소수 엘리트층의 권력 유지 시도가 엿보인다고 말합니다.

[토마스 쉐퍼] 김정은(총비서)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건 명확해 보입니다. 그가 심각한 병에 걸렸는지 알 수는 없지만 북한 노동당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북한의 집단지도체제는 정통성을 이어가고 싶어합니다. 정통성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김씨 일가를 앞에 내세워야 하죠. 그래서 최근 몇 년이 정말 흥미로웠어요. 유럽에서 수십 년 동안 대사로 활동하고 있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이복형제를 평양으로 다시 불렀어요. 제 생각엔 그들은 만약의 상황을 대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김정은(총비서)이 심각한 건강이상을 보이고 있는지 아닌지 말이죠.

남겨진 과제, 대북 정책의 방향성

쉐퍼 전 대사는 나아가 남북관계 그리고 핵 문제 관련 협상에서 가장 큰 진전을 이뤘을 때를 되짚어 본다면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이라고 회상합니다.

[토마스 쉐퍼] 우리가 남북관계를 이야기 하거나 핵문제 협상 진전을 이루는 것을 이야기한다면, 가장 좋은 진전을 보인 것은 김정일 정권 때입니다. 평양의 온건파들은 항상 국제사회와 협력하기를 원해왔습니다, 강경파보다 말이죠.

그는 현재 강경파가 북한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국제 사회가 그들의 정치적 목적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토마스 쉐퍼] 강경파들의 정치적 목적은 아주 강력합니다. 그들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북한정권의 안정과 한반도 통일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서울과 워싱턴의 동맹을 약화 시켜야 하죠.

보통 북한이 정권의 안정을 위해 핵무기를 원한다고 간주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라고 그는 말합니다.

북한은 핵무기를 정치적 도구로 보고 있으며, 한미동맹을 약화시키는데 사용하고 싶어한다는 겁니다.

[토마스 쉐퍼] 북한은 핵무기를 정치적 도구(political instrument)로 봅니다. 미군을 한국에서 내쫓기 위한 수단으로 말이죠. 그들은 핵무기를 미국과 한국의 동맹을 약화시키는데 사용하고 싶어해요. 아주 공격적인 목적이죠.

그는 이 때문에, 북한과 협상을 위해서는 평양의 권력 변화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토마스 쉐퍼] 더 많은 온건파가 권력을 쥐고 있어야 (핵 협상에) 조금 더 열린 입장을 가지고 있겠죠. 이러한 것이 전제로 이뤄져야 북한과 핵 협상, 그리고 정책 완화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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