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체제 최대 위협 미국 아닌 MZ세대”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21-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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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체제 최대 위협 미국 아닌 MZ세대” 북한의 어린이들이 평양의 한 놀이공원에서 놀이기구를 타고 있는 부모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AP

앵커: 저명한 한반도 전문가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 시간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편집위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영변 재가동 대미압박과 북한 내부 반발 무마용

<기자>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재가동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마키노 기자님, 북한이 2018년 이후 처음으로 영변 핵시설을 가동한 배경, 뭐라고 봐야 할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외적인 전략과 대내적인 전략인데요, 먼저 대외적으로 미국에 대해서 양보하지 않겠다는 의사표시입니다. 미북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포기해야 한다, 즉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고 북한이 주장하고 있는데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포기하지 않으면 북한으로선 계속해서 핵개발에 나선다는 의미입니다. 두 번째는 대내적인 불만을 완화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봅니다. 북한은 2017년 9월 마지막으로 핵실험을 한 뒤 2017년 11월 마지막 ICBM, 즉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을 했습니다. 그 이후 핵실험이나 ICBM 발사 시험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핵실험은 이미 6차례나 했고 더 이상 할 필요가 없지만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은 미사일 성능 유지나 군사적 신뢰도 유지, 그리고 신기술 개발을 위해서는 필요합니다. 따라서 북한군 내부나 군수산업부문 과학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쌓이고 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영변 핵시설 재가동은 이런 내부 불만을 북한 당국이 무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불만을 좀 누그러뜨리려는 그런 노림수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바이든, 대북정책 작동 증명위해 미북대화 재개 입장

<기자> 반면 미국 백악관은 북한과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며 대화가 시급하다는 공식 입장을 재차 밝혔습니다. 미국이 이처럼 대북 외교와 대화의 시급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는 배경은 뭘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미국의 국내뿐 아니라 외교적 배려도 담긴 발언이라고 생각합니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 4월 말 새로운 대북정책을 마련했는데 아직 4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상태입니다. 실효적 접근, 단계적 비핵화 등 여러 새로운 접근을 강조해왔는데 미북 간 대화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대북정책이 실패했다거나 정책을 변경한다거나 할 수 없는 상황인 듯합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서도 하루라도 빨리 북한과 대화는 시작돼야 한다는 입장인 듯합니다. 또 대외적으로는 북한과 대화를 강조하고 있는 한국 정부에 대한 배려의 의미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군사적인 측면에서 영변 원자로만 생각하면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물론 영변 핵시설 재가동은 중대한 도발이지만 북한은 이미 강선 등 북한 내에 10개 정도가 있다고 하는 지하 농축 우라늄 시설을 가동해 왔습니다. 한국과 미국의 군사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1년에 300킬로그램의 고농축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핵탄두 12개 정도를 만들 수 있는 양인데요, 반면 영변 5메가와트 원자로의 경우 연간 핵무기용 플루토늄 6킬로그램을 생산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핵탄두 1개 반 정도를 만들 수 있는 양입니다. 이미 북한의 핵위협은 매우 심각한 상태로 영변 원자로의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을 가동하지 않더라도 그 심각한 상황은 변함이 없습니다.

북 강경파, 대미∙대남 대화노선 반발중인 듯

<기자> 미국이 대화재개를 거듭 촉구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북한이 대화 재개에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는 제재완화에는 응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데요, 이번 영변 핵시설 재가동이 앞으로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은 어떠리라 전망하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일단 영변 원자로는 그 역할이 끝났다고 봐야 합니다. 가동을 시작한지 40년 가까이 지나면서 시설 노후화도 매우 심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반면 지하에 설치된 우라늄 농축시설에서는 영변 원자로보다 10배 가까이 많은 핵무기 제조용 핵물질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북한이 군사적으로 별로 의미가 없어진 영변 원자로 재가동을 고집한다는 건 군사적 의도라기 보다는 외교나 내부 문제를 고려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왜 남북통신선 복구에 응했는지를 다시 살펴봐야 합니다. 한국 청와대 설명에 따르면 북한의 통신선 복구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총비서가 친서를 교환한 다음에 김 총비서가 복구를 요구했습니다. 그러면 왜 북한이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반발하고 영변 핵시설을 재가동했는가, 왜 이런 모순된 행동을 보이는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저는 이런 상황이 북한 내부의 강경파들이 주도하는, 대화노선에 대한 반발이나 견제심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이런 상황을 계속 주시해야 하는데 북한이 이런 모순되는 행동을 되풀이 할 경우 북한 내부에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특히 북한은 현재 매우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에 빠져 있기 때문에 이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아야 한다고 봅니다.

북, 청년층 애국심 없다고 여기는 듯

<기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청년절 행사에 축하문을 보내고 험지를 자원한 청년들을 직접 만나 격려했는데요, 김 총비서의 청년 챙기기, 어떤 의도가 있을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 당국이 청년층이 체제유지에 위협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는 듯합니다. 최근 청년층에 대한 북한 당국의 움직임이 눈에 띕니다. 노동신문은 8월31일자에 김정은 총비서가 어렵고 힘든 부문에 진출한 청년들을 만났다는 기사를 사진과 함께 실었습니다. 역으로 보면 어렵고 힘든 부문에서 일하지 않으려고 하는 청년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말입니다. 또 조선중앙TV는 8월20일 ‘있어야 하는 청년의 모습’이라는 뉴스를 보도하면서 평양의 청년운동사적관 강사가 공화국 영웅 칭호를 받은 한 청년을 소개했습니다. 화재 때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상화를 지키면서 사망한 대학생인데요, 역시 역으로 보면 최고 지도자에 대한 충성심이 많이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인 듯합니다. 북한은 지난 4월 청년동맹 명칭도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으로 변경했습니다. 이것도 청년층이 애국심이 없다는 그런 걱정이 반영된 결과인 듯합니다. 북한 체제에 대한 최대 위협이 미국이 아니라 북한 내부의 MZ세대, 즉 젊은 청년층이 아닌가 저는 생각합니다.

<기자>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정우, 에디터 박봉현,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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