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지 밀러 씨에게 듣는 북한 이야기] ①“평범한 북 주민 생활 전하고파”

워싱턴-천소람 cheons@rfa.org
2021-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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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지 밀러 씨에게 듣는 북한 이야기] ①“평범한 북 주민 생활 전하고파” 학교가 끝난 뒤 고속도로에 앉아있는 어린 소녀들.
/린지 밀러 (Lindsey Miller)

앵커: 영국 외교관이었던 남편과 함께 평양에서 살았던 린지 밀러 씨가 북한에서 보낸 2년 간의 생활을 사진으로 담아 책을 펴냈습니다. 북한 주민들의 평범한 일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은 사진과 글은 잔잔한 울림을 주는데요.

알면 알수록, 지내면 지낼수록 더 혼란스러움을 주는 곳, ‘북한, 어느 곳과도 같지 않은 곳’의 저자 린지 밀러 씨의 북한 이야기, 오늘은 첫 시간으로 그녀가 책을 출간하게 된 계기를 천소람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어느 곳과도 같지 않은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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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어느 곳과도 같지 않은 곳' 표지                                                       / 린지 밀러 (Lindsey Miller)


[린지 밀러] 연극과 음악은 관중들과 공유와 연결고리가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저는 독자들이 관중이 되길 원치 않았어요. 무대와 관객석이 분리되기 보다는 같은 공간에 있길 바랐습니다. 몰입형 극장 (Immersive theater)같이 말이죠. 관객석에서 연극을 바라보기보다는, 주체가 되는 겁니다. 이 책의 목적도 이와 같습니다. 제가 독자들을 대신해 북한이 어떤 장소인지, 제가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요약해 주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제가 완벽히 묘사, 표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200페이지가 넘는 책을 펴냄으로써 답을 내려고 노력했고, 인간적인 모습을 표현하려 했습니다.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이 북한의 사람들 이야기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정치적인 부분 외적인 요소들 말이죠.

‘북한, 어느 곳과도 같지 않은 곳’의 저자 린지 밀러 씨는 관객이 주체가 돼 연극을 함께 이끌어 나가듯, 책을 읽는 독자들이 선입견을 버리고 북한 주민들의 삶을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가 보기를 원했다고 말합니다.

그녀는 이 책이 ‘북한에서 사는 삶은 어떨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북한에서 2년을 지냈고, 그곳을 떠난 지 2년이 되어 가지만, 아직도 이 질문에 답하는 것은 여전히 어렵기만 합니다.

[린지 밀러] 북한에서 오래 지낸 외국인들은 이 표현에 동의할 겁니다. 북한에서 더 오래 지낼수록 북한에 대해서 더 잘 알지 못하는 것 같고 혼란스럽습니다. 그래서 이 간단한 질문에 답하는 것은 굉장히 복잡합니다.

북한에 처음 도착했을 때 밀러 씨는 책을 출판할 계획이 전혀 없었습니다. 하지만 영국으로 돌아와 그녀가 겪은 경험, 감정, 사진들을 정리하면서 북한에서의 추억, 북한 주민들과 공유했던 감정들을 떠올렸고 이를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지 북한이 어떤 곳인지, 그곳에서의 삶은 어떤지를 단지 이방인의 시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 외부인들이 볼 수 없는 그곳의 분위기, 그녀가 북한에서 지내며 느꼈던 감정을 공유하려 애썼습니다. 당연히 책은 북한의 체제나 정치 상황보다는 사람 개개인에게 초점을 맞췄습니다.

[린지 밀러] 독자들이 조금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입체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왜냐하면 북한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편견으로만 바라보기 쉬운 곳이잖아요? 그래서 이 책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편견과 가정을 뒤로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북한을 바라볼 수 있게끔 독자들을 배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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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평양의 거리에서 삼삼오오 모여 있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 /린지 밀러 (Lindsey Miller)


[기자] ‘북한, 어느 곳과도 같지 않은 곳’. 이 제목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린지 밀러] 북한이 어떤 곳이냐는 질문에 답하긴 정말 어려웠습니다. 제가 아는 곳, 제가 경험해 본 장소 중, 전 세계에서 북한과 같은 곳은 없거든요. 외교관의 특권을 가진 외국인들에게도 제한이 있고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들이 구분돼 있습니다. 우리는 자유 국가에서 사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죠. 굉장히 특권 계층에 속하는 사람들입니다. (민주주의를) 북한 주민들에게 설명하긴 굉장히 힘듭니다. 북한에서 저와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이 그것을 (민주주의를) 경험하지 못했을 경우에는 말이죠. 이것이 제가 이 책의 제목을 ‘북한, 어느 곳과도 같지 않은 곳’이라고 부르고 싶었던 이유입니다. 말 그대로 비교할 수 없는 장소거든요. 뿐만 아니라 그곳에서 지내며 경험했던 것들은 굉장히 특별했고 여러 가지로 저에게 영향을 줬죠. 저의 행동, 생각까지도요.

진실과 거짓, 체제와 개개인

북한을 직접 경험하기 전까지 그녀 역시 북한에 대한 매우 강한 선입견이 있었습니다.

북한에 대한 정보는 제한적이었고, 그 제한된 정보조차도 북한 정권이 전 세계에 보여주고자 했던 정제된 모습이었기 때문입니다.

[린지 밀러] 북한에 둘러싼 흔한 오해가 있죠. 저와 같은 이방인들은 북한에 사는 사람들에게 아주 강력한 오해와 착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도 북한 주민들과 대화를 나눌 때, 혹은 건물을 쳐다볼 때 겉모습이나 외부 모습만 보곤 하죠. 누구와 대화를 할 때 그들의 속마음을 의심하곤 합니다. ‘왜 나에게 질문을 하는 거지?’, ‘가족에 대해 왜 묻는 거지?’라는 생각을 할 수 있잖아요. 이러한 생각은 제가 지금까지 가졌던 편견 때문이겠죠. 동시에 ‘그들이 단지 저라는 사람을 알고 싶어서 질문하는 건가?’ 라는 생각도 들죠. 이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주제입니다. 북한에 대한 진실과 거짓의 선을 어디에 그려야 할지 말이죠.

이 책의 다른 주제는 북한 주민들의 매우 평범하고도 인간적인 모습입니다.

북한의 체제와 핵 문제 등에 가려져 북한 주민들도 단지 평범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종종 잊곤 합니다.

[린지 밀러] 사람들이 미사일, 퍼레이드 등에 가려져 북한의 인간적인 모습에 무감각해지는 것 같아 걱정됩니다. 모든 정치적 문제 이면에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것이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이고, 주제입니다. 한발 더 나아가 생각하면 북한도 사람들이 사는 곳이고, 우리가 말하고 있는 이 순간에도 그들의 삶을 살아가고 있죠. 아주 기본적인 것들이지만, 이 부분에 집중하고 싶었습니다. 진실과 거짓 사이의 경계, 그리고 외부인으로서 쉽게 간과할 수 있는 북한 주민들의 소소한 일상생활이 이 책의 주제입니다.

북한의 평범한 사람들 이야기 나누고파

음악가이자 음악감독인 린지 밀러 씨는 직업 특성상 평소에도 창의력, 다양한 사람들과 협력을 기를 수 있었습니다.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북한에서 그녀의 이런 경험은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였습니다.

[린지 밀러] 창의력은 저 자신을 표현할 수 있게 해줬습니다. 제가 찍은 수천 장의 사진에서 초반에는 건물들이 많았습니다. 외부 건축 모양, 디자인 등 말이죠. 우리가 단순히 표면적으로 볼 수 있는 것들이요. 하지만 빠르게 사람들로 초점이 바뀌었습니다. 영국에서는 길거리의 사람들과 자유롭게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죠. 하지만 북한에서는 이것들이 간단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사생활을 존중해야 하고 거리를 둬야 합니다. 제가 북한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그들의 일상생활을 제가 어떤 시각으로 보는지 창의적으로 담고 싶었습니다.

밀러 씨는 북한에서 주민들과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지만, 모든 것을 터놓고 대화를 할 수는 없었습니다.

한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그들이 감시를 받고 있는지, 외국 영화를 보는지 안 보는지 등 궁금한 것은 많았지만, 쉽게 질문할 수 없습니다.

[린지 밀러] 그들의 가족이 어떤 상황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단서조차 없고, 이러한 질문을 할 수조차 없잖아요? 사진의 힘 중 하나는 사람들을 한 찰나에 오랫동안 머무르게 한다는 겁니다. 그 순간을 더 깊게 들여다볼 수 있죠. 그 순간을 찍은 사진의 순간에 더 오래 머무를 수 있고 생각할 수 있고, 관찰할 수 있습니다.

북한에서 2년 동안의 기억과 추억을 더듬어 책을 발간한 밀러 씨는 정치적인 모습 이면에 우리와 똑같이 평범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북한에 있고, 지금 이 순간에도 그들만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점에 외부세계가 집중해 주길 희망합니다.

그녀가 영국에 돌아온 뒤 가장 힘들었던 것 중 하나는 북한에 있는 친구들을 다시는 볼 수 없는 점이었다고 말합니다. 그들이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하지만, 연락을 할 수 없는 이 상황이 야속하기만 합니다.

[린지 밀러] (북한에 있는 제 친구들을) 생각하면 정말 많은 감정이 듭니다. 왜냐하면 (북한을) 떠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앞으로 살면서 다시는 그들과 이야기하고 만날 수 없다는 점이었어요. 그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도 없죠. 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그들을 잊지 않았고, 앞으로도 잊지 않을 거란 겁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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