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혼자 힘으론 이상기후 대비 불가능”

워싱턴-박수영 parkg@rfa.org
2021.09.16
“북한 혼자 힘으론 이상기후 대비 불가능” 지난 2012년 가물 피해에 이어 홍수 피해를 입은 북한 농부들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밭에 서 있다.
/AP

앵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노동당 확대 회의에서 세계적인 이상기후의 위험을 수차례 강조하며방대한 자연개조 사업에 나서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습니다. 김 총비서는 녹색 시범지대와 녹색 경제발전 추진 구상까지 밝혔는데요, 환경 전문가들은 북한 혼자 힘으론 점점 더 심각해지는 기후변화 문제를 극복하기엔 한계가 있다며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기술 협력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이 주목하는 북한 내 이상기후 상황과 개선 전망에 대해 박수영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조선중앙TV: 기상 현상이 우심해지고 있고, 우리나라에도 그 위험이 닥쳐들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자연재해와 이상기후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대적인 노력을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그러면서 기후변화를 대비한 국토재정비 사업으로 강·하천 정리, 제방 보수, 해안 방조제 공사 등을 내세웠습니다.

북한 전문가인 문성희 일본 슈칸킨요비(주간 금요일) 한반도 담당 편집위원은 북한이 이상기후에 대해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문성희: (제가 북한을 오가던) 그 당시에는 그렇게 북한에서  지금 일본처럼 (기온이) 35~37도까지 된다거나, 그런 무더위가 계속된다거나 그런 게 없었어요. 그러니까 지구 온난화 영향을 받게 된 것도 최근 이야기죠.

한국환경연구원 명수정 선임연구위원은 16일 자유아시아방송(RFA)북한은 2010년대 이후 들어 기후변화 대응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특히 높아진 듯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북한은 실제 지난 2012년 유엔환경계획(UNEP)과 함께 북한 내 환경과 기후변화 전망(DPRK Environment and Climate Change Outlook) 관련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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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통계포털 북한 연평균 기온 (1985~2020)

북한 내 이상기후 현상은 얼마나 심각할까?

한국 경희대학교 지리학과 공우석 교수는 북한의 평균 기온이 세계 평균을 웃도는 가파른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지난 100년 동안 0.7-1℃ 정도 기온 상승이 있었던 데 비해 북한의 경우는 같은 기간 1.5℃ 정도 기온이 상승했다는 겁니다.

공우석: 북한에서 발표되는 자료에 따르면 북한 내에서 지난 100년 동안 가장 기온이 가파르게 상승한 곳이 압록강 유역의 원시림이 있었던 중강진이라고 하는 중강 지역인데, 이 지역은 인구가 밀집된 것도 아니고 100년 사이에 산업화나 도시화가 된 지역도 아닌데 이렇게 다른 지역에 비해서 1.5배 내지, 거의 3배 가깝게 기온이 상승한 것은 그 지역에 원래 울창한 산림이 사라지고 했던 황폐화된 것 이외에는 설명할 수 있는 것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는 거죠.

공 교수는 지난 7월 발표한 북한의 산림생태계 현황과 대응 (Forest Ecosystem of DPRK and Countermeasure) 관련 보고서에서 북한 산림 황폐화에 따른 기온상승으로 수목의 건조 현상이 일어나고 홍수 등 자연재해가 증가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실제 북한의 기후 위험지수는 독일의 민간연구소인 저먼워치의 세계 기후 위험지수 보고서에서 7위를 차지했습니다. 또 기후변화정부간위원회(IPCC)에서 발표한 기후변화 신시나리오에서도 현재 추세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경우 21세기 말 북한의 연평균 기온상승률(6.0℃)이 남한(5.3℃)보다 약 1도 가까이(0.7℃) 높을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식량난과 붕괴된 에너지원 공급 체계로 기후변화 악순환

북한에서 이상기후 현상이 더 심각한 원인은 뭘까?

공 교수는 1990년대 중반 경제난과 식량난이 겹치면서 생존을 위해 대규모 벌목에 나서 산림이 황폐해진 점을 꼽았습니다.

산림이 황폐화하면서 북한에서 산사태 및 병해충과 자연재해 피해가 급속히 증가했다는 겁니다.

공우석: 특히 1990년대 중반에 북한에 100만 명 이상의 사망자가 생겼다고 얘기를 하는 고난의 행군 때부터 시작해서 이미 사람이 산에 가서 먹거리를 구하고 땔감을 조달하고 산에 다락밭을 만들고 외화벌이를 위해서 목재를 해외로 수출한다든지 하면서 숲이 크게 파괴되었고, 산림이 파괴되다 보니까 기상 현상, 즉 강수량이 많아져 홍수가 나거나 건조에 따라 산불피해가 난다든지하는 피해가 재해로까지 확산되어 큰 피해를 일으켰습니다.

그는 이처럼 ‘고난의 행군시기를 거치면서 2010년 북한의 산림 면적(6 9120)1979(8 4,350)에 비해 20% 가까이 감소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석유, 전기, 천연가스 등 다양한 에너지원을 갖춘 한국에 비해, 에너지 공급원이 마땅치 않은 북한 주민들은 난방과 취사를 위해 벌목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공 교수는 덧붙였습니다.

공우석: 북한은 계획경제 하에서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과거 국가가 이런 것들을 배급을 줬는데, 배급이 제대로 되지 않다 보니까 부족한 연료를 찾기 위해서 사람들이 산에 올라가서 산림을 훼손하고 그걸 가지고 땔감으로 난방이라든지 취사를 하게 되는 거죠.

문성희 편집위원은 실제로 북한에서 나무가 없는 민둥산을 자주 목격했다고 말했습니다.  

문성희: 결국은 숯이 없어서 땔감을 연료로 쓰기 위해서 나무를 다 빼가지 않습니까. 나라의 나무인데도 다 그걸 가져가 버리는 그런 현상에 많이 있었죠. 그러니까 북한 가면 나무가 없는 산들이 많아요.

명수정 선임연구위원은 벌목에 이은 산비탈 개간 역시 문제였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북한이 1970-80년대 식량부족을 극복하기 위해 산비탈에 다락밭을 조성하여 식량생산 증진에 나섰다며 식량확보를 위해 산림과 토양이 심각히 훼손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대기 질도 심각하게 훼손됐습니다.

명 선임연구원은 “대기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저품질 연료의 경우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북한의 대기오염은 질 낮은 에너지 공급원이 주원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국제사회의 기술 협력 필요

심각한 환경 훼손과 이에 따른 이상기후 현상으로 반복되는 자연재해를 겪고 있는 북한이 뒤늦게 자연개조를 들고나왔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습니다.

환경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북한 당국의 노력만으로 전 세계적 기후 변화에 따른 자연재해에 대응하기엔 역부족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명수정 선임연구원은 “북한 당국은 방조제 건설 같은 구조적인 접근으로 재난재해·이상기후에 대비하지만, 기후변화가 심화하면서 재난 피해 규모가 커지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명 선임연구원은 따라서 토지이용 규제, 홍수터관리, 기상 관측, 조기경보체계와 자연기반해법(NbS, Nature Based Solution) , 자연환경을 잘 보존하여 자연이 제공하는 재해 완충 기능과 같은 생태계 서비스를 활용해 재해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를 완화할 것을 조언했습니다.

또 기상 감독을 강화하고 조기 경보체계를 구축하여 큰 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큰 경우 인명피해가 나지 않도록 사전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공 교수도 한반도가 하나의 생태계라며 북한이 한국의 기술협력과 국제사회의 도움을 빨리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공우석: 지금 우리가 사전에 조치하면은 적은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상황이 악화한 이후에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이 들어가야 하고 시간도 오래 걸리고. 때에 따라서는 지금 손 쓰지 않으면 영원히 복구되지 못하는, 특히 이제 산림 생태계, 자연 생태계는 일단 소실되고 사라지게 되면 복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비정치적이고 비군사적인 부분부터 남북이 서로 교류 협력을 하고 국제사회가 이런 쪽이 행보를 같이해야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최근 유엔기후변화협약에 국가보고서를 제출하고 당사국 총회에 참석하는가 하면 파리협정을 비준하는 등 국제사회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동참할 의지를 나타낸 북한이 한국과 국제사회가 내민 손을 잡을 수 있을 지 주목됩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