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비핵화 대신 긴장완화 주력할 때”

워싱턴-박수영 parkg@rfa.org
2021-08-13
Share
“한국, 비핵화 대신 긴장완화 주력할 때” 지난 9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남한 대성동 태극기와 북한 기정동 인공기가 펄럭이고 있다. 한미 군 당국은 지난 10일부터 한미연합훈련의 사전연습에 들어갔다.
/연합뉴스

앵커: 남북 통신 연락선 복원으로 청신호가 들어오는 듯했던 남북관계가 한미연합훈련 재개를 빌미로 한 북한의 반발로 다시 경색국면에 들어섰습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남북관계 나아가 한반도 정세의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요. 특히 임기 말로 접어든 문재인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을 놓고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다양한 우려와 기대감을 표했습니다.

대북정책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에게 거는 기대김과 우려가 무엇인지 박수영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한국, 4차 남북정상회담 서둘렀던 듯

최근 남북 간 통신 연락선 복원 이후 한 때 4차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내년 초 열리는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남북정상이 함께 하기 위해 올 해 화상으로라도 정상회담이 진행될 수 있다는 관측이었습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수미 테리 선임 연구원은 (8월9일) 연구소 자체 운영 라디오 (팟캐스트) 방송에서 한국이 4차 남북정상회담을 진행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는 듯하다고 분석했습니다.

[수미 테리] 제가 놀란 부분은 (남북정상회담의) 시기 선택입니다. 4차 남북정상회담은 대선 직전 베이징 동계올림픽 때일 줄 알았습니다.

테리 선임연구원은 이어 성급한 남북 정상회담 추진이 위험하다고 경고했습니다.

[수미 테리] 북한의 요구를 들어준다 해도 대북 경제제재 결의 위반이죠. 말하자면 북한이 요구하는 개성(공단)이나 다른 곳들을 여는 것 말이에요. 북한의 요구에 응하지 않는다 해도, 북한을 자극하는 위험이 따르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기대와 우려도 잠시. 북한이 한미연합군사훈련 재개에 강하게 반발하고 복원됐던 통신선까지 단절하면서 남북관계는 당분간 냉각기에 접어들 전망입니다.

비핵화보다 상호신뢰 관계 구축, 평화적 교류에 초점 맞춰야

이처럼 냉온탕을 왔다갔다 하는 혼란스런 한반도 정세 속에서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은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할까?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한국이 남북정상회담을 통한 비핵화 대신 현실적인 한반도 긴장완화에 애써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존 메릴 전 미국 국무부 정보조사국(INR) 동북아분석실장은 현 문재인 한국 정부의 임기 내 한반도 비핵화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존 메릴] 저는 비핵화를 이뤄낼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봅니다. 비핵화는 현재로서는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따라서 남북정상회담보다 오히려 인도적 지원과 평화적 교류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남북 대화 가능성을 재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국 국가이익센터 한반도 담당 국장도 우선 상호 신뢰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해리 카지아니스] 북한도 상호 신뢰를 쌓으려는 것 같아요. 미국이 한국을 신뢰하는 것처럼 북한을 신뢰하게 하지 않고서는 비핵화, 군비 통제, 그리고 정말로 어떤 것도 성취할 수 없을 것입니다.

교류를 통해 대화 재개의 문을 여는 데 집중해야

카지아니스 국장은 이를 위해 백신과 식량 지원을 적극 활용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해리 카지아니스] 북한에 아무런 조건없이 인도적 지원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게 북한의 흥미를 끌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단순히 북한에 독이 되는 걸 얻어 내려는 게 아니라 양쪽이 함께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그런 상황을 원한다는 점을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북한이 남북 그리고 미북 간 대화에 응하기만 하면 그들에게 돌아갈 이득이 무엇인지 충분히 공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메릴 전 실장은 한 발 더 나아가 경제제재를 지속해도 북한 체제가 무너지는 게 아니라 북한 주민들이 더 고통스럽다는 현실적 한계를 꼬집었습니다.

[존 메릴] 일반 상업활동까지 경제제재를 가해서는 안 됩니다. 북한을 압박할 수록 그들은 가상화폐 해킹 등 다른 수단을 찾아낼 것입니다. 결국 경제제재는 북한 주민들에게 가장 큰 피해를 줍니다. 북한 내 고위층들은 제재가 아무리 심하더라도 그들이 원하는 건 얻을 수 있거든요.

미국의 정책변화 기대 어렵지만, 좋은 출발점

꽉 막힌 남북관계 못지 않게 미북관계도 풀릴 기미가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메릴 전 실장은 조만간 미국의 대북정책에 획기적인 변화가 있긴 어렵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존 메릴] 지금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정책 중에 북한이 우선순위는 아닌 것 같습니다. 안타깝죠. …, (중략) 변화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바이든 행정부 내에 (외교 부문의) 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런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반면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대사는 (8월12일) RFA 자유아시아방송에 현시점이 기회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해리 해리스] (현시점은) 완벽하진 않기만 좋은 출발점이에요. 합의를 통해 미국과 북한의 관계를 변화시키고, 미국의 근본적인 목표인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위해 전진할 수 있습니다.

꽉 막힌 남북, 미북 관계를 뚫고 한반도 긴장을 완화할 기회를 남북미 모두 잘 살릴 수 있을 지 주목됩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