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비핵화 외면 ‘버티기’ 들어간 북한 (1) 대체 수입 통해 제재 우회 노림수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20-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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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2018년 6월 2일 동중국해에서 파나마 선적의 샹유안바오호와 북한 선박 명류 1호 간에 호스를 통해 환적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은 2018년 6월 2일 동중국해에서 파나마 선적의 샹유안바오호와 북한 선박 명류 1호 간에 호스를 통해 환적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미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국 제공

앵커: 미북 비핵화 협상 재개의 조건으로 ‘대북제재의 완화’를 내세웠던 북한이 올해부터 ‘자력갱생’을 선언했죠.

이른 시일 내에 제재 완화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 김정은 정권이 제재에 대한 ‘정면돌파’를 선택했는데요. 이 같은 결정의 배경에는 북한의 또 다른 노림수가 있습니다.

‘북한 무역의 수출입 통제’와 ‘해외 노동자의 송환’ 까지 최고 수위의 대북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북한이 눈을 돌리는 곳은 어디일까요?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자력갱생’을 외친 북한 지도부의 의도를 분석하고, 국제사회의 대응과 전망 등을 조명하는 집중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첫 번째 시간으로 제재국면에서 북한이 자력갱생을 통해 노리는 대체 수입원을 노정민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노림수 1> 가장 의존하는 중국…국가 밀수에 식량∙석유 지원까지

[북한 주민 음성 통화] 고읍 쪽으로 대부분 하는데 중국 대방이랑 해가지고 농토산물이랑 약초, 동정광 있지 않습니까. 동정광 이런 것들이 돈이 나가니까. 일반 광석들은 돈이 안 되기 때문에 희(귀)금속만 하고 있습니다. 임가공 하는 것들도 밀수로 넘기는데, 나진하고 새별 쪽에서 만든 것도 장백으로 많이 나간다고 합니다.

북한 양강도 김형직군 고읍. 양강도 혜산시와 맞닿아 있는 중국 장백. 대북제재를 피해 대규모 국가 밀수가 이뤄지는 주요 지역입니다.

과거에는 개인 회사들이 밀수를 주도했지만, 지금은 도 무역국이 직접 물품을 조사하고 관리합니다. 세관이나 통행검사소 인원이 직접 현장에 나가 밀수 품목을 챙기는 겁니다.

일본 ‘아시아프레스’가 최근(지난 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제공한 북한 북부 지방 주민과 통화 내용에 따르면 이처럼 국가 밀수를 통해 벌어들인 돈은 대부분 김정은 정권으로 흘러 들어갑니다.

[북한 주민 음성 통화] 국가 밀수를 한다 해도 물동 차에 대한 검사는 철저히 합니다. 물건이 넘는(넘어가는) 것도 차량 부속 등은 무조건 꼰데나(컨테이너)로 봉인하고 세관원들이 다 조사해서 출하시킵니다. 회사가 국가계획을 하니까 다 국가에 바치지. 요즘 차 부속 같은 것은 부르는 것이 값입니다.

지난 1월, 중국 세관 당국이 공개한 북한의 대중 무역 수치에 따르면 2019년 북한의 수출액은 약 2억 1천520만 달러로 전년도 보다 약 1%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반면, 대중 수입 규모는 16%나 증가해 북한의 무역수지 적자는 약 23억 6천만 달러로 1998년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제재대상이 아닌 새로운 품목을 개척하거나 국가 밀수를 통해 부족한 외화벌이에 나서고 있다고 이시마루 지로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 대표는 지적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품목별로 보면 눈에 띄는 것은 시계와 시계 부품입니다. 이를 주문받아 북한에서 조립해 중국으로 보내는 양이 조금 늘었더라고요. 또 북한 내부 사람의 조사에 따르면 제재 대상이 아닌 약초가 북한에서 중국으로 많이 수출되고 있고요. 주로 몰리브덴이나 동과 같은 광물, 그리고 양강도에서는 마른 오징어도 많이 나갑니다. 또 서해상에서는 북한 배와 중국 배가 직접 해산물 거래도 많이 하고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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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통계에 집계되지 않는 국가 밀수는 대북제재 국면에서 꽉 막힌 북한 돈줄의 숨통을 트이게 하는 주요 외화벌이 수단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중국은 북한에 식량과 석유 등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북∙중 국경 무역이 전면 중단되기 전만 해도 북한 시장에서 쌀 가격과 디젤유∙휘발유 등 연료값은 꾸준히 안정세를 유지했습니다. (쌀 1kg: 4~5천 원 대, 디젤유 1kg: 9천 원 대, 디젤유 1kg: 6~7천 원 대 – 자료: 아시아프레스 (1월 말 현재))

중국이 대북제재를 위반하면서까지 북한을 지원하기 때문이란 게 많은 전문가의 지적입니다.

안드레이 란코프 한국 국민대학교 교수는 중국이 식량, 석유, 관광 등 세 가지로 북한을 돕고 있다고 꼬집습니다.

[안드레이 란코프] 첫째는 식량 지원입니다. 식량 지원은 100% 합법적인 활동이고 유엔 안보리의 제재를 전혀 위반하지 않지만, 중국이 대북 지원에 대한 자료는 많이 공개하지 않습니다. 둘째는 석유와 중유입니다. 기름을 북한에 보내는 것은 분명 유엔 안보리 제재를 위반하는 것입니다. 북한 국내 시장의 연료값을 보면 중국에서 지원받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것은 확실합니다. 그다음에는 관광입니다.

현행 유엔 대북제재 아래서 북한이 연간 수입할 수 있는 석유의 한도는 50만 배럴로 그 이상은 대북제재의 위반입니다.

북한이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370만 톤의 석탄을 불법으로 수출했고, 이 중 280만 톤 가량이 중국 바지선과 ‘환적 대 환적’으로 거래했다는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의 보고서 초안도 이 같은 정황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노림수 2> 국내외 외화 겨냥한 관광… 북 주민 개인 돈도 노려

김정은 정권이 ‘자력갱생’을 외치는 주요 배경 중 하나는 관광입니다.

관광은 유엔 대북제재의 대상이 아닌 데다 해외 관광객은 물론 북한 주민이 가진 외화를 흡수하기에 이만큼 좋은 사업도 없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삼지연과 원산, 양덕 등 3개 관광지구를 중심으로 관광지 조성 사업에 주력하는 정황도 관측되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 음성 통화] 지난번에는 중국에서 (1) 억 명이 온다고 합디다. (중국에서) 보내준다는 소문도 있다고 했는데.

실제로 지난해 6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을 방문한 이후 중국인의 북한 관광이 활발해진 것으로 나타났는데, 시진핑 주석이 제재 대상이 아닌 관광을 장려했다는 분석이 잇따랐습니다.

중국 현지 여행사에 따르면 최근까지만 해도 중국 단둥에서 출발해 북한 평양까지 가는 국제열차는 매일 거의 만석이었습니다. 트로이 스탠가론 워싱턴 한미경제연구소(KEI) 선임 국장은 북한이 관광으로 연간 1억 5천~2억 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일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트로이 스탠가론] 중국도 유엔제재를 위반하지 않는 방식으로 북한을 도울 기회를 찾고 있는데요. 최근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국경을 폐쇄하기 전까지 중국인의 북한 관광이 증가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북한이 연간 최소 1억 5천만 달러에서 2억 달러에 해당하는 금액을 벌어들일 것으로 추정하는데요. 어떤 사람들은 이보다 더 많다고 생각하지만, 최소한 이 정도일 것으로 봅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김정은 정권이 관광을 통해 북한 주민의 외화도 노리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북한에서 시장 경제의 발달로 외화를 축적한 신흥 부유층이 많아지면서 이들을 위한 관광 상품을 개발해 외화 부족을 메우려 한다는 겁니다. 특히 최근 문을 연 양덕 온천휴양지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북한 사정에 밝은 50대 탈북 여성은 북한 내륙에 위치한 양덕 온천휴양지가 평양, 신의주에 있는 신흥부유층을 중심으로 북한 주민의 외화를 거둬들이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풀이했습니다.

[탈북 여성] 북한이 크게 3개의 관광지구를 만들었는데, 가장 합리적인 곳이 양덕이거든요. 내륙지방의 중심에 있어요. 삼지연과 원산 등은 전기도 필요하고 해외 관광객이 있어야 하지만, 양덕은 내부 외화를 얼마든지 빨아들이거든요. 해외 관광객이 양덕까지 가기에는 교통이 불편하기 때문에 북한 주민이 많이 갑니다. 북한 주민의 개인 돈을 거둬들이기에는 양덕이 가장 적격입니다.

북한 당국이 국내 외화를 겨냥하는 수단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수백만 명의 가입자가 매달 지불하는 손전화 사용료, 전국 500여 개에 달하는 시장에서 거둬들이는 자릿세 등도 대북제재로 돈줄이 말라 버린 북한 당국에 단비와 같은 수입원입니다.

또 ‘자력갱생’에 따라 각 공장∙기업소가 스스로 생존해야 하다 보니 한국∙일본 등에 탈북 가족이 있는 주민을 압박해 돈을 융통하는 사례도 최근 늘어나고 있습니다.

[대북 송금 중개인] 지금 보위부 성원들은 어느 집에 탈북자가 있다는 것을 다 알고 있습니다. 정보가 이미 다 넘어갔고, 뒤에서 스파이를 시켜 “전화해서 돈을 보내라”고 시켜놓고 여러 가지 수단과 방법으로 돈을 다 받은 다음 신고해서 다 뺏는 방법을 쓰거나, 구류장에 가두어 놓고 그 금액을 다 빼앗아 내고…

[탈북 여성] 자력갱생이니까 공장 기업소 자체적으로 살아가라고 했잖아요. 공장기업소 지배인은 돈도 없고 의지할 곳이 없으니까, 누가 돈주인가를 파악하거든요. 의지해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한국의 탈북자 가족이 가장 돈이 많거든요. 이런 사람들을 포섭하는 거죠. 이런 경우에 보위부가 대놓고 말은 못 하고, 우회적으로 어떤 기업소에 그 사람을 아예 끌어들이는 거죠. 그러면 자금이 자연적으로 들어오거든요. 이런 사례는 많아요.

이처럼 대북제재에 따른 외화 부족 현상이 심해지고, ‘자력갱생’이 계속 강조될수록 일반 주민의 외화를 노리는 북한 당국의 노림수는 더 다양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노림수 3> 사이버 해킹 통한 외화 탈취에 집중 예상

북한의 외화획득 노림수는 해외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한 해킹, 즉 불법 사이버 공격으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국의 암호화폐 전문분석회사(체이널리시스: Chianalysis)가 최근(지난 1월) 공개한 ‘2020 가상화폐 범죄보고서’ (2020 Crypto Crime Report)에 따르면 북한의 사이버 해킹 조직인 ‘라자루스’가 지난해 3월, 싱가포르의 가상화폐 거래소인 ‘드레곤엑스’ (DragonEx)를 해킹해 약 700만 달러를 탈취했습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이행보고서(지난해 9월)에도 북한은 2005년 12월부터 2019년 5월까지 17개국의 은행과 가상화폐 거래소를 공격해 최대 20억 달러를 빼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 정부 관리를 비롯해 많은 제재 전문가들이 북한이 주력할 다음 행보로 사이버 해킹을 주목하는 이유입니다.

대북제재를 연구하고 정책을 제안하는 ‘미 민주주의 수호재단’(FDD)의 매튜 하 연구원도 이른 시일 내에 제재가 완화될 가능성이 낮은 가운데 북한이 우회 전략으로서 집중할 첫 번째 수단으로 ‘사이버 해킹’을 꼽았습니다.

[매튜 하] 사이버 해킹에 최우선으로 집중할 것 같습니다. 미국의 CIA나 DIA, NSC 등에서도 북한이 은행이나 암호화폐 거래소 해킹을 통해서 돈을 모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고요. 저희도 동의합니다. 최우선이 아니더라도 중요한 수단 중 하나가 될 수 있죠.

해킹 능력을 점점 강화하는 북한이 사이버 공격의 목표를 경제에 집중하면서 대북제재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더 파괴적인 방법으로 가상화폐 거래소나 은행 등을 계속 공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밖에도 유엔 대북제재 결의를 적극적으로 이행하지 않는 중국과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의 외화벌이, 이렇게 번 돈을 관리하거나 송금해 주는 중국 내 은행 등은 여전히 남아있는 대북제재의 구멍으로 지적받고 있습니다.

또 규모가 작아 적발은커녕 정보수집조차 어려운 중국 내 기업들은 앞으로 제재의 눈을 피해 불법으로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북한의 숨은 통로가 될 것이라고 정 박 미 브루킹스연구소 한국 석좌는 내다봤습니다.

[정 박] 중국의 거대 기업들은 위기를 감수하면서까지 북한과 거래할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따라서 북한은 작은 기업 수준으로 불법 자금을 조달하거나 불법 거래, 밀매 등을 할 수 있는 중개인이나 새로운 연락망을 구축하는 등 최소한 북한 경제를 지탱하는 데 도움이 될 우회 전술을 찾아낼 겁니다.

당분간은 버티겠지만… 제재 영향 메우기에는 한계

김정은 위원장이 ‘대북제재의 완화’ 대신 ‘자력갱생’을 선택했지만, ‘살기 힘들다’는 북한 주민의 불만은 여전합니다.

[북한 주민 음성 통화] 여기 사람들 현재 다 살기 어렵습니다. 장마당에서 웬간에서 먹고 살던 사람들이 거의 망해서 하루 벌이나 음식 장사를 많이 합니다.

- 음식 장사를 왜 해요?

[북한 주민 음성 통화] 공업품이 안 되고 그러니까. 인조고기 장사랑, 떡 이런 거 해서 팔다가 안 팔리면 나머지는 먹고 이렇게 하지요.

대북제재가 북한 경제에 미친 영향이 크고, 이에 따른 북한 주민의 불만도 확산하고 있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여전히 ‘자력갱생’을 내세우는 이유는 아직 ‘버틸 만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중국의 지원을 비롯해 대북제재를 우회하려는 북한의 은밀한 전략에 따라 당분간은 견딜 수 있다는 겁니다.

[안드레이 란코프] 충분히 살 수 있습니다. 북한은 현 단계에서 중국의 지원 덕분에 무너질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2~3년은 견딜 수 있습니다.

[정 박] 대북제재가 북한 경제를 위축시키는 효과를 낳기도 했지만, 여전히 돈이 북한에 유입되고 있다는 점에서 볼 때 북한 내부의 사정은 괜찮은 것 같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북한 내 건설 사업이 계속 진행 중이기도 하죠. 결국, 김정은 위원장이 거시적인 차원에서 대북제재의 고통을 아직 느끼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처럼 북한이 대북제재를 위반하지 않는 상품에 눈을 돌리거나 내각, 농업 등에서 새판짜기에 나서며 자력갱생을 내세우지만, 장기적으로 대북제재의 완화 없이는 곧 한계에 직면할 것이란 부정적인 전망이 우세합니다.

[이시마루 지로] 북한이 대북제재에 걸리지 않는 외화 수입을 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면에서 제재의 영향을 많이 피할 수 있는 만큼의 금액은 아닐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석탄과 철광석, 수산물 수출 등으로 많은 금액을 확보해왔는데, 이를 대신할 만큼의 외화벌이는 어렵다는 것이 제 견해입니다.

[안드레이 란코프] 이는 장기적인 문제입니다. 장기적으로는 북한이 이렇게 살 수는 없습니다. 바꿔야 합니다. 북한이 얼마 동안은 견딜 수 있겠지만, 결국 ‘대북제재의 완화’를 생각할 여지가 충분히 있습니다.

아직은 ‘자력갱생’으로 버틸 수 있다며 미북 비핵화 협상과 남북관계 개선 등에 전혀 반응하지 않는 북한.

김정은 정권을 당분간 버티게 해 줄 ‘그 믿을만한 무언가’가 언제까지 제재 완화를 대신할 수 있을지에 대한 외부의 시각이 회의적인 가운데 김 위원장의 ‘결단의 시간’이 점차 다가오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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