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한국에 잠수함 핵연료 제공 안 할 것”

워싱턴-한덕인,천소람 hand@rfa.org
2020.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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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clear_submarine_b 사진은 지난 2011년 한국을 찾은 미국 7함대 소속의 오하이오급 핵잠수함인 미시간호(SSGN 727)가 해군 부산기지에 정박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앵커: 최근 한국이 신형 핵추진 잠수함 개발을 위해 미국에 핵연료 공급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국 내 군사전문가들은 미국이 한국에 핵연료를 실제로 제공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내다봤습니다.

반면 미국이 북한의 잠수함 역량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의 핵 잠수함 개발에 더 유연한 입장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보도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최근 한국 정부가 차세대 핵추진 잠수함 개발을 목표로 핵연료로 쓰일 저농축우라늄(LEU)의 공급을 미국 측에 요청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의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 등에 대응해 한국도 핵추진 잠수함 보유가 시급하다는 입장을 피력했지만 미국은 핵 비확산 원칙을 앞세워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힌 겁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은 앞으로도 미국 정부가 핵연료를 한국에 공급하게 될 가능성은 작다고 관측했습니다.

미국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최근(20일) RFA 자유아시아방송에 “미국은 핵 무기 확산을 방지한다는 명목 아래 앞으로도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을 반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미 해군 산하 해상체계사령부의 제임스 캠벨 분석관도 지난해 말(2019년 10월) 자유아시아방송에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에 미국이 협조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캠벨 분석관: 미국의 (잠수함용) 원자로 기술은 저도 접근할 수 없는 매우 높은 수준의 기밀사안입니다. 미국은 한국이 동맹국이라 하더라도 이 기술을 절대 이전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핵 확산과 직접 연관된 사안인 만큼 동맹 관계에도 불구하고 매우 민감한 사안이라는 겁니다.

지금까지 전세계에서 공식적으로 핵잠수함을 보유한 나라는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인도 (P5+1) 등 총 여섯 곳에 불과합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한 듯 최근(10월 20일) 한국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개발이 잠정적으로 한미 동맹을 흔드는 사안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 북극성, 소위 SLBM은 굉장히 저희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게 만약 완성이되고 대형 잠수함하고 결합이 되면 이것은 한국에 위협이라기 보다 한미동맹을 흔드는 결정적인 위치가 될 것 같은데…

북한의 잠수함 역량이 강화될 수록 한국에서 자체적으로 핵추진 잠수함을 개발해야 한다는 입장 역시 뚜렷해질 테고, 이는 자칫 한미 간 마찰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겁니다.

주한미군 특전사령부 작전참모 출신인 민주주의수호재단의 데이비드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한발 더 나아가 현실적인 관점에서 볼 때 “한국은 핵추진 잠수함이 필요하지 않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그는 한국의 핵잠수함 개발은 득보다 실이 많은 사안이라며 핵잠수함을 건조하고 유지하는 데 드는 막대한 비용에 비해 특별한 군사적 이점이나 대북 억지력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무의미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맥스웰 연구원은 또 핵추진 잠수함의 이점은 디젤을 연료로 사용하는 재래식 잠수함보다 더 장기간 수면 아래 있을 수 있다는 점이지만, 통상 핵잠수함이 디젤잠수함보다 소음이 커 적에 발각될 가능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잠수함이 언제 수면 위로 떠오르는가는 잠수함 안에 타고 있는 군인들의 역량에 달려있는 부분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그는 한국이 국민의 안전을 보호하는 데 있어 핵추진 잠수함 보다는 미사일방어체계에 투자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베넷 연구원도 한국 정부가 핵추진 잠수함 개발의 필요성을 계속 주장해온 부분이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없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북한에 대응하는 지리학적인 관점에서 한국의 잠수함이 바다 먼 곳으로 나갈 경우는 많지 않아 보인다며, 한국의 해군이 핵추진 잠수함 도입을 계속 주장하는 이유는 실용적인 부분보다 기술력을 증명하는 상징성에 있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핵추진 잠수함이 실제 핵무기를 싫고 다니지 않는 이상 효율적인 ‘전략적 자산’이라고도 볼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군비통제 및 비확산 전문가인 조슈아 폴락 미들버리국제연구소 선임연구원도 한국 해군이 핵추진 잠수함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의외라고 말했습니다.

이미 한국은 원한다면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 전력은 물론 해상을 기반으로 한 미사일 역시 다수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이유로 한국이 핵잠수함을 추진하는 지 그 배경에 의문이 없지 않다고 폴락 선임연구원은 지적했습니다.

그는 핵추진 잠수함은 농축우라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한국이 자국을 방어하는 데 있어 더 다른 나라에 의존하게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예상된다고 덧붙였습니다.

반면 미국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개발에 더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미 국익센터의 해리 카지아니스 한반도 담당국장은 핵추진 잠수함을 개발하려는 한국에 미국이 협력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미국이 한국과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하고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미국이 한국에 핵잠수함을 판매하거나 임대하는 것 또한 나쁘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차기 미국 행정부가 이같은 한국의 바램을 현실화하는 데 협조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달 초(10월 1일) 미국 국방부 산하 안보협력국(DSCA)은 한국정부가 앞서 요청한 약 1800억원에 달하는 단거리 공대공 사이드 와인더 미사일 AIM-9X 블록 2형의 한국 판매를 승인했다고 의회 측에 통보했습니다.

미 의회 기록에 따르면 앞서 한국은 미국에 AIM-9X 블록2 115발, AIM-9X블록2 공중전 모의 훈련용 미사일(CATM) 50발, AIM-9X블록2 유도장치 20기 등의 판매를 미국 측에 요청했고, 국무부가 판매를 승인했습니다.

미국 기업연구소(AEI)의 무기전문가인 잭 쿠퍼 선임연구원은 이번에 한국에 판매될 미사일은 지상전과 공중전에 모두 사용할 수 있어 육군은 물론 공군의 전력 강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며, 북한의 섣부른 도발을 억제하는 데 기여할 것 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지금까지 한국에도 핵추진 잠수함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점을 계속 강조해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후보 시절(2017년 4월 27일): 핵추진 잠수함은 우리에게도 필요한 시대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대통령이 되면 미국과 한미원자력 협정의 개정을 논의하겠습니다. 핵을 무기로 사용하지 않고 원료로 사용하는 그런 잠수함은 원자력에 관한 국제협정에 위반되지 않습니다. 다만 문제는 연료가 되는 물질을 미국으로부터 구입을 해야 되는데 현재 한미 간의 원자력 협정 속에는 그것이 안 되게 되어 있습니다.

한국의 핵 잠수함 보유 노력이 결실을 볼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