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2020 동북아정세 어디로] ➀ 미북관계 – 국면전환 쉽지 않을 듯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20.01.06
trump_kju_bye_b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하노이 작별' 장면.
연합뉴스

앵커: 새해에도 미북 간 갈등과 대립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 고조, 미국 내 정치 상황 등으로 북한에 대한 관심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과 북한이 국면 전환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꽉 막힌 비핵화 협상을 풀어가기에는 시간과 여건 모두 좋지 않다는 건데요. 북한도 당분간 도발 수위를 조절하며 미국의 상황을 지켜볼 것으로 보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2020년 새해를 맞아 각 지역의 전문가와 함께 북한을 둘러싼 동북아정세를 전망해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첫 시간으로 미북 관계와 관련해 로버트 킹(Robert King) 전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의 견해를 노정민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위원장 태도, 이전과 달리 냉정강경해

- 로버트 특사님. 오늘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육성 신년사는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메시지가 나왔는데요. 특사님께서 특별한 주목한 내용은 무엇인가요?

[로버트 킹 전 특사] 우선 메시지가 매우 냉정하고, 강경했죠. 이전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비롯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한 회담이나 판문점 회동 당시 보여준 외적인 모습과도 다른 듯 보였습니다. 김 위원장의 발언에서 매우 다른 느낌을 받았습니다.

- 북한은 지난해부터 계속새로운 강조했습니다. 지난해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은새로운 전략무기 언급했고요. ‘새로운 새로운 전략무기 무엇이라고 분석하시나요?

[로버트 킹 전 특사] 아직 명확지 않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나 장거리미사일(ICBM) 발사 시험 등 미국과 국제사회를 위협할 수 있는 수단일 수 있겠지만, 지금 시점에서 무엇이 될지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은 잠수함 미사일 발사 시험이나 다른 도발, 또 한동안 중단했던 추가 핵실험의 재개도 시사한다고 보는데요. 어떤 것이 됐든 우려할 만한 사항이죠.

북의 강경 태도 국면 전환 가능성 작아

- 지난해 미북 비핵화 협상은 전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오히려 긴장만 고조됐습니다. 전원회의 내용을 비추어볼 올해 미북 관계에서 어떤 변화를 예상하시나요?

[로버트 킹 전 특사] 김정은 위원장은 더 강경한 태도를 취했다고 봅니다. 무언가 합의할 것으로 크게 기대했던 하노이 정상회담의 실패가 지금의 어려운 상황으로 이어졌죠. 하노이 회담은 이전 미북 회담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충분한 준비가 안 돼 있었죠.

북한은 비핵화와 관련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사전 준비가 부족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외교적으로 이 어려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 없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났습니다. 두 정상이 먼저 만난 뒤 협상을 이어가는 ‘탑다운’방식은 외교가 아닙니다. 아래에서부터 차이를 좁혀나가야 실패를 크게 줄일 수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충분한 사전준비 없이 김정은 위원장을 먼저 만난 겁니다.

저는 이 같은 (협상) 방식이 핵무기 보유를 원하는 북한과 핵무기 제거를 요구하는 미국 간 차이만큼 큰 문제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로버트 킹 전 특사] 지금은 대답하기 어려운 것이, 현재로서는 쉽게 풀릴 것 같은 신호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지금 북한의 문제 중 하나는 미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알고 있지만, 이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국면에 처해있습니다. 물론 가능성은 작지만, 잠재적으로 파면 위기에 놓이면서 불확실성이 생긴 겁니다. 또 올해는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데, 아직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를 확신할 수 없고, 민주당의 상황도 여전히 어수선하기 때문에 차기 대통령이 누가될지 확실치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도 차기 미국 대통령이 명확해질 때까지 쉽게 합의할 수 없을 만큼 조심스러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 ‘대북제재의 완화 국면 전환의 돌파구라는 지적도 있는데요. 가능할까요?

[로버트 킹 전 특사] 북한에는 대북제재의 완화가 매우 중요한 사안이죠. 북한은 조금씩 제재를 벗어던지길 원하지만, 미국으로서는 정치적으로 매우 복잡한 문제입니다.

대북제재는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들이 참여했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만약 대북제재가 완화되기 시작하면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과 경제교류를 더 확대하려 하겠죠. 이 때문에 미국은 북한이 원하는 것처럼 조금씩 제재를 완화할 수 없고, (비핵화 합의 이후 이행 조치와 함께) 동시에 하길 원하는 겁니다.

- 지난해 국제사회는 북한의크리스마스 선물 주목했습니다. 일단은 그냥 넘어갔는데요. 올해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내다보십니까?

[로버트 킹 전 특사] 당연히 북한은 도발을 재개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과 국제사회의) 관심이 필요하기 때문에 뒤늦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줄 것이란 데 의심치 않습니다.

/그래픽-김태이

, 이란 갈등탄핵대선 등에 집중할 관심 여력 없어

- 신년 들어 미국과 이란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북한 문제에 영향을 줄까요?

[로버트 킹 전 특사] 물론입니다. 당분간 미국에서는 주요 관심이 앞으로 이란과 벌어질 상황에 쏠릴 겁니다. 이란 군부가 개입했고요, 트럼프 대통령도 이라크에 군대를 파병했죠. 이 밖에도 추가 행동에 따른 중동의 불안정한 상황에 미국이 매우 우려할 테고요. 결국, 미국의 외교정책이 이란 문제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하나는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민주당의 경선이 이제 한 달도 남지 않았는데요. 이것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이 외교 현안에서 국내 현안으로 옮겨가겠죠. 그러면 트럼프 대통령이 잘하는 트위터에서 북한이 아닌 미국 정치를 더 언급할 겁니다.

- 북한의 의도와 달리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문제, 대선, 이란 문제 등으로 미국에서 북한 문제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 것이란 말씀이시죠?

[로버트 킹 전 특사] 북한은 미국과 협상을 바라면서도 그들의 조건대로 합의하길 원합니다. 또 그 조건이 북한에 유리하다 하더라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미국과 북한이 합의에 도달하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데, 그렇지 않다면 상황은 더 어려워지죠. 지금은 여러 가지로 시간이나 여건이 좋지 않습니다.

또 한 가지 제가 우려하는 것은 남북관계입니다.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아직 서로에 대해 조심스럽고 긍정적인 말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북 관계가 좋지 않아도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비판적이지 않아요. 하지만 남북관계는 좋지 않다는 겁니다. 불과 몇 달 전보다 더 나빠졌어요. 글쎄요. 김정은 위원장이 무슨 의도에서 이러는지, 남북협력에 대한 기대를 저버렸기 때문에 새로운 무기를 시험하고 군사력을 강조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동북아 정세에는 결코 좋은 일이 아닙니다.

로버트 킹 전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자택에서 이뤄진 인터뷰에서 킹 전 특사는 “새해에 미북 간 오랜 교착국면이 풀릴 만큼 미국의 정치·외교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분석했다.
로버트 킹 전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자택에서 이뤄진 인터뷰에서 킹 전 특사는 “새해에 미북 간 오랜 교착국면이 풀릴 만큼 미국의 정치·외교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분석했다.
/RFA Photo

북한 인권 개선 노력 부족 아쉬움

- 국무부에서 북한인권특사로 근무하셨는데, 최근 북한의 인권상황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로버트 킹 전 특사] 북한의 인권상황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북한 주민은 외부 정보를 접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여행의 제한이 있으며, 정치범 수용소도 과거와 동일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나아진 것이 없죠.

하지만 정말 큰 문제는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이 과거보다 줄어들었다는 겁니다. 유엔은 계속 인권과 관련해 북한을 압박하고 있고,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북한 인권 특별보고관도 계속 북한 인권에 주목하며 제 역할을 다하고 있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한 예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의제로 올리는 것을 고려했을 때 미국도 그 과정에 참여했습니다. 북한 인권이 의제로 상정되기 위해서는 안보리 회원국의 9표가 필요했는데, 이때 미국은 동참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고, 더는 할 말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그동안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노력을 주도해왔고, 유엔 안보리에서 이를 논의하려 할 때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는데, 최근에는 그렇지 않았던 겁니다.

북한의 인권 상황이 개선되지 않은 점, 또 미국이 북한 인권을 강조하지 않는 점 모두 심각한 문제입니다.

- 북한 측과 직접 협상을 해보셨던 경험자로서 미국과 북한에 하고 싶은 실질적인 조언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로버트 킹 전 특사] 우선 아래에서부터 합의가 가능한 영역을 찾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를 진전 시켜 나가는 거죠. 안타깝게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두 사람만의 대화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데, 어느 누구도 양보를 통해 체면을 구기고 싶어 하진 않죠. 정상회담은 보여주는 행사이지, 협상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협상은 많은 이목과 관심이 없는 곳에서 조용히 진행되는 것이죠.

한편, 대북제재 완화 없이도 다른 양보를 통해 북한에 좋은 신뢰를 보낼 수 있는 방법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민간단체가 북한에 들어가 인도주의 지원이나 의료∙교육 지원을 할 수 있죠. 북한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북한을 지원하고 도울 수 있는 겁니다. 지금은 이 같은 작은 시도조차 하지 않고 않는데, 그러고도 언젠가 큰 것을 이룰 것이란 희망만 품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 . 오늘 말씀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2020 미북 관계 전망과 관련해 로버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로버트 킹 전 특사] 네. 고맙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