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특별기획 - 조총련 대해부] 2편 - 어두운 역사와 단절 ‘안간힘’

일본-노정민 nohj@rfa.org
2019-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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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와 오사카의 조총련 건물.
도쿄와 오사카의 조총련 건물.
RFA PHOTO/ 노정민

앵커: 과거 재일 동포 열 명 중 여덟 명이 가입할 만큼 탄탄한 조직을 자랑했던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조총련은 오늘날 비현실적 사상과 조직운영, 일본인 납치 문제 등으로 존폐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오늘날 조총련 스스로 일본 사회에 순응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조직이 다시 살아나기 위해서는 납치 문제 해결에 따른 북일 관계의 개선과 함께 미북 간 국교 정상화가 필수적이라는 데 많은 사람이 입을 모읍니다.

조총련에는 어두웠던 과거와 단절하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야 할 과제가 남아 있는데요. 이들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요?

RFA 자유아시아방송, 신년 특별기획, ‘조총련 대해부’. 오늘은 두 번째 시간으로 ‘어두운 역사와 단절 ‘안간힘’ 편입니다.

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 자유아시아방송과 만난 조총련 고위 관계자

- ‘만나줄까?’ 우려와 달리 대화에 열린 마음

- 요즘 조총련, 일본 사회에 순응하는 자세 보여


2018년 12월 13일, 일본 도쿄. 자유아시아방송은 조총련 중앙본부 인근 다리 위에서 조총련 고위 관계자 한 명을 만났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 기자와 만나 곧 식당으로 자리를 옮긴 이 고위 관계자는 식사를 하고 차도 마시며 대화를 이어 갔습니다.

일본에 대한 일상적인 이야기부터 대북제재, 일본인 납치 문제, 조선학교 등과 관련해 조총련의 생각과 주장을 털어놨습니다. 초반의 다소 긴장했던 분위기는 시간이 갈수록 편안해졌습니다.

앞서 지난 12월 초, 본격적인 취재에 들어가기에 앞서 조총련 고위 관계자와 만남을 위해 조총련 중앙본부에 전화를 걸어 보니 담당 직원이 친절하게 전화를 받았습니다.

기자: 네. 반갑습니다. 혹시 000 연결 가능할까요?

[조총련 직원] 네. 죄송합니다만, 어디에서 전화를 거십니까?

기자: 네. 여기는 미국 워싱턴입니다.

[조총련 직원] 네. 잠깐 기다리십시오.

곧 연결된 조총련 고위 관계자에게 자유아시아방송임을 밝히고, 일본 취재 중 만날 수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언제 일본에 오느냐?’고 되물은 이 관계자는 ‘일본에서 다시 연락을 달라’며 만남을 약속했습니다.

‘과연 만나줄까?’ 하는 우려와 달리 조총련 고위 관계자가 자유아시아방송에 대화의 문을 열어준 겁니다.

일본 오사카에 있는 조총련 본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초인종을 누르고 관계자와 대화를 요청하니 ‘미국에서 동포가 찾아왔는데 반갑게 맞이하고 담소를 나누는 정도는 괜찮다’며 열린 자세를 보여줬습니다.

한반도 전문가인 일본 도쿄신문의 고미 요지 논설위원은 북한의 지시에 따라 조총련이 요즘은 일본 사회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평가합니다.

과거처럼 일본 언론이나 사회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는 것은 물론 조선학교 수업을 공개하고, 취재 기자들과 조총련 관계자가 함께 식사를 하는 등 유화적인 모습을 보이려 많이 노력하고 있다는 겁니다.

[고미 요지] 제가 느낀 것은 이전의 조총련은 신문이나 잡지에서 조총련을 비판하는 기사가 나오면 꼭 항의했습니다. 어떤 때는 신문사 앞에서 시위도 했는데요. 요즘은 많이 하지 않아요. 제가 듣기에는 본국에서 지시가 내려졌다고 합니다. 조총련도 일본 사회에서 같이 생활할 수 있도록 노력하라고. 가능하면 조선학교나 조총련 활동을 공개하고 일본 사람에게 이해시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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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김일성 우상화, 일본인 납치 문제 등으로 재일 동포의 이탈이 급증하면서 조직이 급격히 약화했고, 일본 내에서 부정적인 시선이 팽배한 때에 조총련은 나름대로 생존 전략을 내놓고 있습니다.

일반 조총련계 재일 동포들도 일본 사회에 적응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일본 회사에서 근무하고 일본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살고 있지만, 그래도 조총련의 과거를 완전히 떨쳐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오사카 조선 고급학교 출신인 ‘일본 데일리 NK’의 고영기 기자는 일본 사회에서 겪는 갈등과 어려움을 어린 시절의 친구들과 해소하는 조총련계 사람들이 많다고 말합니다.

[고영기 기자] 유치원부터 조선학교에 다녔기 때문에 일본 사회에 익숙하지 않거든요. 그리고 일본 사회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잖아요. 일을 끝내고 조총련 사회로 가면 학교 다닐 때의 친구들이 많이 있지 않습니까. 기본적으로 역시나 조선 사람이라는 거죠. 그리고 다음 날 아침이 되면 ‘아, 다시 일본 사회에서 일해야 하는구나’라는 스트레스의 반복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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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총련 재평가에는 납치 문제 해결∙북일 관계 개선 필수

- ‘북일 관계 개선도 결국 미북 관계에 달렸다’고 인식

- 조총련 관계자, 남북∙미북 관계 개선 환영

- 2020년 도쿄 올림픽, 조총련 인식 바꿀 유일한 기회


일본에서 조총련계가 위축된 가장 큰 이유는 일본인 납치 문제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많은 재일 동포가 조총련을 떠났고, 일본 정부가 조총련의 움직임을 계속 주시하는 배경이기도 합니다.

또 조총련을 ‘북한의 지시에 따라 북한을 지원하는 목적으로 설립한 단체’로 규정하기 때문에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고 주민의 인권을 유린하는 3대 세습 독재국가 북한’은 조총련과 뗄 수 없는 꼬리표이기도 합니다.

결국, 일본 사회에서 조총련이 재평가받기 위해서는 납치 문제 해결을 통한 북일 관계의 개선이 필수적이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더는 생존한 납치 피해자가 없다’는 북한과 ‘살아있는 납치 피해자를 돌려보내라’는 일본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기 때문입니다.

일본 조선대학교 조총련 최고학부의 교원을 지낸 코리아국제연구소의 박두진 교수도 납치 문제는 북한의 체제와 직결돼 있기 때문에 해결이 쉽지 않다고 내다봤습니다.

[박두진 교수] 납치 문제는 일본에서 인권문제지만, 북한에서 보면 체제 문제거든요. 김정일이 납치 문제를 사과하는 바람이 조총련이 날아갔잖아요. 체제에 관한 문제란 말이에요. 체제가 안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납치 피해자를 일본에 돌아오게 하고, 온 세상에 북한의 행위가 알려지면 흔들리게 된다는 겁니다.

오히려 납치 문제가 해결되면 북한의 과거 행적이 낱낱이 밝혀지고, 이것이 조총련에 악영향을 끼칠까 우려하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고미 요지] 북일 관계 개선은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습니다. 납치 피해자를 돌려보내기가 쉽지 않아요. 한편, 조총련 사람을 가끔 만나면 북일 관계가 계속 이대로 가는 것을 원하고 있습니다. 협상을 통해 납치 문제 해결의 기미가 보이면 조총련 사람들이 무서워해요. 또다시 일본 언론이나 여론이 조총련을 없애라고 할지 모르니까요.

2018년 한 해 동안 일어난 남북관계의 개선과 미북 정상회담은 조총련계 재일 동포의 관심과 기대를 불러 모았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이 만난 조총련 관계자들은 “남북관계, 미북 관계의 개선은 좋은 것”이라며 최근 남북관계의 변화와 국제정세의 동향에 따라 조총련계 재일 동포들도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조총련 관계자] 반응은 좋죠. 기쁜 일이고. 사이좋게 하는 거야 나쁜 것이 하나도 없지 않습니까?

(기자: 미북 간 협상에 속도가 잘 안 나는 것 같은데요.)속도야 빨리질 수도 늦어질 수도 있는데, 그래도 방향은 정해졌으니까 우리는 낙관적으로 보는 거죠.

하지만 일본 사회의 차별이 뿌리 깊은 데다 남북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기 때문에 관심, 기대와 달리 현실감은 희박하다는 것도 조총련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평가와 비핵화 의지에 대한 견해를 묻는 말에도 조총련 관계자는 ‘과도한 기대와 환상을 갖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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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일본에서 만난 여러 전문가에게 조총련의 미래를 물어보면 결국, 미국에 달렸다고 입을 모읍니다.

북일 관계의 개선도 미국이 움직이지 않으면 진전이 없기 때문에 조총련이 올해 초로 예정된 2차 미북 정상회담에 관심과 기대를 두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박두진 교수] 요즘 아베 총리도 북한 문제에 대해 아무 말을 안 하잖아요. 북일 정상회담을 개최하자든지, 문은 언제든 열려 있다든지 이런 말을 안 합니다. 미국이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돼요.

기자: 그렇다면 조총련의 미래에 대해서는 어떻게 내다보십니까?

[박두진 교수] 미래가 캄캄하죠. 그래서 김정은 위원장이 핵을 포기하고 세계에서 인정을 받으면 투자가 들어오고, 한국도 지원할 수 있잖아요. 그럴 때 조총련도 살아납니다. 그렇게 되면 일본, 미국과 국교 정상화도 하고. 미북 국교 정상화가 안 되면 살아남을 길이 없을 겁니다.

[이시마루 지로] 저는 개인적으로 대화국면에서 납치 문제를 비롯한 일본과 북한 간 여러 현안을 진전시키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보거든요. 납치 문제 해결에 나선 뒤 여러 현안을 같이 논의할 수 있고, 국제사회와 비핵화도 같이 실현하면서 국교 정상화로 가자고 일본 정부가 주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오는 2020년에 있을 도쿄 올림픽의 개최가 북한과 조총련에 대한 인식을 바꿀 유일한 기회로 꼽히는 가운데 물밑에서 긴밀히 조율하는 움직임도 엿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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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총련과 민단 사이에 보이지 않는 38선 존재

- 일 년에 한두 번, 조총련∙민단 측 공동 행사 개최하기도

- 세대 바뀌고 조총련 탈바꿈하면 밝은 미래 희망

- 어두운 과거 단절하고 미북∙남북∙북일 관계 개선 과제로

재일 동포 사회에도 조총련과 한국계 민단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38선이 존재합니다.

그래도 일 년에 한두 번, 조총련과 민단계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명절, 기념일 등을 보내거나 행사를 함께 개최하자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또 공동행사에 기꺼이 후원금을 내는 조총련계 재일 동포도 적지 않습니다.

매년 오사카에서 조총련과 민단의 교류 협력 사업을 진행하는 ‘원코리아 페스티벌’의 정갑수 대표는 세월이 흘러 세대가 바뀌어 조총련이 탈바꿈하고 남북∙미북 관계가 개선되면 조총련에게도 밝은 미래가 있을 것이란 희망이 있다고 말합니다.

기자: 앞으로 조총련이 살아나려면 변해야 하지 않을까요?

[정갑수 대표] 물론이죠. 그것은 조총련 사람들이 생각하고 결정해야 하는 일이죠. (기자: 그분들이 변할 여지가 있느냐는 거죠.) 있죠. 세대가 바뀌면.

기자: 남북관계∙미북 관계의 변화에 대해 조총련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정갑수 대표] 환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제일 문제는 미북 관계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미국과 북한이 잘 되면 다른 문제는 다 해결된다고 생각하죠. 그렇게 되면 일본도 따라갈 수밖에 없으니까요. 언젠가 조총련에 대한 정책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조총련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다는 것이 일본 내 대체적인 인식입니다.

북한 정책만을 추종하는 투명성 없는 조직 운영에 많은 사람이 떠난 뒤 닥친 경제적 어려움, 뚜렷한 변화의 목표를 제시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세월이 흘러 세대가 바뀌고 시대가 급격히 변하는 오늘날. 북한과 조총련을 대변했던 어두운 과거와 단절하고 미북∙남북∙북일 관계의 개선과 함께 일본 사회에서 새롭게 만들어가야 할 미래가 조총련 간부는 물론 일반 조총련계 동포들에게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일본에서 RFA 자유아시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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