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특별기획 - 조총련 대해부]3편 - 조선학교의 미래찾기 ‘딜레마’

일본-노정민 nohj@rfa.org
2019-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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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조선고급학교.
오사카 조선고급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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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과거 재일 동포 열 명 중 여덟 명이 가입할 만큼 탄탄한 조직을 자랑했던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조총련은 오늘날 비현실적 사상과 조직운영, 일본인 납치 문제 등으로 존폐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크게 약화된 조총련 조직이 명맥을 유지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희망은 조선학교입니다. 하지만 오늘날 조선학교에 진학하는 학생 수가 많이 줄었고, 조선학교의 위상도 예전 같지 않아 조총련의 미래는 밝지 않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신년 특별기획, ‘조총련 대해부’. 오늘은 세 번째 시간으로 ‘조선학교의 미래찾기, ‘딜레마’ 편입니다.

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 조총련 사회의 기반을 형성했던 조선학교

- 조총련 관계자, 조선학교 유지에 남다른 의지 보여

- RFA가 만난 조선 고급학교 학생 “통일된 하나 된 조국” 강조

- “남북, 미북이 평화롭고 사이좋은 나라 됐으면…”


[현장 Act: 오사카 조선 고급학교]

2018년 12월 11일, 자유아시아방송이 찾아간 일본 오사카부 히가시오사카시에 있는 ‘오사카 조선 고급학교’.

5층 높이에 제법 큰 규모의 건물을 갖춘 이 학교의 운동장에는 투구부(럭비부)가 한창 훈련 중이었습니다. 전통의 강호로 꼽히는 오사카 조선 고급학교의 투구부가 지역 예선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4년 만에 전국대회 출전권을 획득했기 때문입니다.

지도 선생님의 구령에 맞춰 몸을 풀고 훈련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니 오사카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즉 조총련 본부 앞 게시판에 전국대회 출전을 크게 소개한 조선신보의 1면 기사가 떠올랐습니다. 오사카 조선 고급학교의 투구부가 조총련의 자랑이 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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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가 넘은 시간,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하교길에 나섭니다. 수업을 마치고 홀가분한 기분으로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서 집으로 향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일본 내 여느 학생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마침 정문 앞에 모여 있는 남학생들에게 말을 걸어봤습니다.

고급학교 3학년으로 곧 대학 진학을 앞두고 있다는 이 학생들은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이 재미있을 뿐 아니라 조선학교에 다니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고 말합니다.

[고급학교 학생] 조선학교에서 배우면서 자신이 조선 사람이라는 것을 배울 수 있고, 조선어로 하니까 정말 제 자신이 떳떳한 조선 사람으로 자라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남한, 북한으로 말하기도 하잖아요. 조국으로서 북한에 더 자부심을 느끼시나요?

[고급학교 학생] 이제 북과 남이 통일되어서 하나 된 조국을 우리는 조국이라고 부르게 될 것입니다.

학생들에게 남북관계, 미북 관계 등에 대한 견해도 물어봤습니다.

기자: 요즘 남북과 미북이 대화하는 것에 대해서도 교육을 받으시나요?

[고급학교 학생] 학교에서 통일정세에 대한 학습을 진행해서 우리 재일 동포가 그것에 기여하자는 학습을 하고 있습니다.

기자: 앞으로 남북관계, 미북 관계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습니까?

[고급학교 학생] 이제 남과 북이 통일될 것이고, 정말 통일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또 조선과 미국도 대화해서 정말 북과 남, 미국이 평화롭고 국교도 정상화되고, 사이좋은 나라가 되면 좋겠습니다.

조선학교는 재일 동포가 일본인으로 동화되지 않고 한국어와 민족의 문화, 사상 등을 가르치고 배워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지켜가자는 목적으로 설립됐습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이 조총련을 떠나고 갈수록 조직이 약화하는 가운데 조총련의 명맥을 지켜 줄 유일한 희망이 바로 조선학교입니다.

실제로 조총련은 조선학교를 중심으로 전국에 끈끈한 연결고리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조선학교를 졸업한 조총련계 재일 동포가 자녀를 조선학교에 보내고 부모들과 졸업생들이 모이고 교제하면서 조총련계를 묶어주는 사회적 기능이 가능했던 겁니다.

자유아시아방송이 만난 조총련 관계자도 조선학교를 유지하고 지켜가겠다는 의지가 남달랐습니다. 훗날 남북통일과 북일 관계의 개선이 이뤄지면 조선학교 출신의 재일 동포가 큰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했습니다.

[조총련 관계자] 우리 학교에 다니는 애들도 ‘너희의 조국이 어디냐?’라고 물으면 ‘통일된 조국입니다’라고 대답합니다. 그런 학교, 그런 아이들을 키우고 싶어요. 일본에서 생활하면서 일본말도 하고, 우리 말도 알고..., 앞으로 남북통일이 되고 일본과 관계가 좋아질 때 우리가 키운 아이들이 징검다리 역할을 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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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4만 명, 현재 6~7천 명에 불과

- 조총련 위축되면서 조선학교도 규모 축소

- 자녀 적게 낳으면서 학생 수도 급감

- 비싼 학비 탓에 조선학교 진학 포기도


조총련이 전성기를 누리던 1960~70년대에는 일본 전국에 150여 개 학교, 4만 명이 넘는 학생 수를 자랑했지만, 지금은 6~7천 명에 불과할 만큼 조선학교 규모가 크게 위축됐습니다.

요즘은 조선학교를 졸업한 부모가 자녀를 안 보내는 경우가 많아졌고,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학교의 규모도 덩달아 축소됐습니다. 지방에 있는 조선학교 중 선생님이 학생보다 많은 곳도 있습니다.

일본 조선대학교 조총련 최고학부의 교원을 지낸 코리아국제연구소의 박두진 교수는 조선학교가 약화된 이유를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합니다.

첫째, 조총련에 실망해 많은 사람이 조직을 떠난 데다 둘째,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로 조선학교에 입학하는 학생이 줄었으며, 셋째, 비싼 학비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조선학교는 학생당 한 달에 일본 돈으로 1만 5천 엔, 미화로 약 140달러 정도의 학비가 들지만, 두세 명의 자녀를 모두 조선학교에 보낼 만큼 조총련계 재일 동포들의 수입이 많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또 일본 지방자치단체에서 조선학교에 대한 지원금을 삭감하면서 북한과 조총련계 동포 사회가 학교 운영을 지원하고 있지만, 이것으로는 교원들의 월급을 주기도 빠듯합니다.

[박두진 교수] 학비가 비싸단 말이죠. 조선학교에 보내면 한 달에 1만 5천엔 들거든요. 세 명이면 (한국 돈으로) 50만 원 정도입니다. 동포들에게 그런 돈이 어디 있어요. 조선대학교 나온 사람들이 결혼해도 그렇게 수입이 많지 않아요. 그래서 다 일본학교에 보내는 겁니다. 돈이 없으니까.

조선학교 출신으로는 일본 사회에서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 어려운 현실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조선대학교를 졸업해도 일본 사회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기 때문에 비싼 학원비를 들여가며 일본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도 적지 않습니다.

[박두진 교수] 조선대학교를 졸업해도 일본 사회에서 밥 먹고 살 수 있어요? 없죠. 조선대학교에 가면 일꾼이 될 수 있습니까? 결국 일본 사회로 취직해야 하잖아요. 조총련에서 떨어져 나가지 못한 사람이 조선대학교에 가거든요. 하지만 조선대학교를 졸업한 젊은 사람이 교원이 돼 아이들을 육성하겠다고 해도, 일 년 동안 제대로 월급이 제대로 안 나오면 어떻게 되겠어요? 안 되겠다 싶어 다 그만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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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조선 고급학교에 다녔던 일본 ‘데일리NK’의 고영기 기자도 비싼 학비에 졸업 후에도 먹고살기 어려운 현실 탓에 많은 재일 동포가 조선학교를 회피하면서 조총련의 미래에도 희망이 없다고 진단합니다.

[고영기 기자] 조선학교도 줄어들면서 한마디로 말하면 희망이 없습니다. 혹 북한이 발전한다 해도 조선학교에 가고 싶다는 사람이 많아질 리 없습니다. 조선학교에 보내는 이유 중 하나는, 자기 아들과 딸을 학교에 보내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 비판을 받고, 인간관계에서 소외를 당하니까 눈치를 보면서 그렇게 하는 거죠.

- 일본 사회의 부정적인 시선에 학생들 상처

- 시대 변하면서 신세대 학생의 생각도 바뀌어

- 조선학교 학생들, 일본 문화∙한류 좋아하고 합리적인 사고 방식

- 조선학교 통해 조총련 미래 찾기 쉽지 않을 듯

그렇다면 조선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일본 사회가 조선학교를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어린 학생들도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해 9월, 일본 정부가 고등학교 무상화 대상에서 조선학교를 제외한 것이 위법이 아니라는 오사카 지방법원의 판결도 학생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줬습니다.

재일본 한글학교 관서지역협의회의 이은숙 회장은 본인의 의사와 달리 부모의 강요에 의해 조선학교에 다니면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학생도 적지 않다고 말합니다.

[이은숙 회장] 지금 일본 사회가 조선학교에 대한 지원도 다 끊었어요. 일본 사회가 부정적으로 바라보는데, 지금 학생들은 성장기잖아요. 학교에 다닐 때부터 그런 사회적 시선을 받는다는 것이 하나의 상처로 남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어요.

기자: 나는 일본에 살고 있는데, 왜 나는 조선학교에 다녀야 하나라는 정체성의 혼란도 있을 것 같은데요.

[이은숙 회장] 학교 안에서는 애들이 서로 위로하지 않을까요? 숨 쉴 수 있는 제3의 공간. 집에서는 부모님과 같이 나누지만, 사회에 나가면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는 애들도 있다고 생각해요. 또 때와 장소에 따라 내가 일본인도 될 수 있고, 조선인, 한국인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변하면서 신세대 조선학교 학생의 생각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한반도 전문가인 일본 도쿄신문의 고미 요지 논설위원은 부모 세대와 달리 조총련계 3세∙4세 학생들이 일본 문화와 한류를 좋아하고 합리적인 사고를 가졌다고 말합니다.

[고미요지] 조선학교에 다니는 3세∙4세 학생은 완전히 일본화되고, 한류에 빠지고, 일본 문학을 좋아합니다. 겉으로는 조총련 사람처럼 행동하지만, 속으로는 완전히 바뀌고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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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조총련계 부모 중 자녀를 조선학교에 안 보내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조총련도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조총련에서도 조선학교 학생 수가 줄어드는 것에 강한 위기감이 있습니다. 그래서 조선 고급학교 학생들을 무리하게 조선대학에 진학시키는 경향이 강해졌습니다. 조선대학교는 총련 간부 육성기관이거든요.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것이죠. 아직 이런 구조가 남아있기 때문에 당장 세력이 많이 약해지지 않겠지만, 쇠퇴하는 현상을 멈추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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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총련의 미래를 위해서는 조선학교가 매우 중요합니다.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이어지는 친구와 인간관계가 조총련 사회를 형성하고 유지하기 때문입니다.

또 조선학교를 통해 확립된 관계와 정체성이 일본 사회에 진출한 이후 조총련을 계속 지원하는 원동력이 된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조선학교도 조총련의 쇠퇴와 함께 존폐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대다수 전문가가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일본과 관계개선에 나서지 않는 한 조총련이 되살아날 가능성이 없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하는 가운데 이미 재일 동포의 마음에서 멀어져 버린 조선학교를 통해 과연 조총련의 명맥을 이어갈 수 있을까요?

조선학교에서 찾고 싶은 조총련의 미래. 그 해답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일본에서 RFA 자유아시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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