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특별기획 - 조총련 대해부]4편 - 쉬쉬하는 김정은 생모의 진실

일본-노정민 nohj@rfa.org
2019-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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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기타츠루하시 소학교.
오사카 기타츠루하시 소학교.
RFA PHOTO/ 노정민

앵커: 일본 오사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생모인 고용희가 태어나 자란 곳입니다.

일본 당국의 공식 자료에 기록된 고용희의 옛 이름과 생년월일, 가족관계 등에 따르면 고용희는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나 귀국선을 타고 북한에 가기 전까지 이곳에서 생활했습니다.

제주도 출신 아버지와 일본 태생이라는 신분의 한계를 넘어 북한 최고지도자의 아내이자 어머니가 된 고용희는 지금까지 북한은 물론 조총련 사회에서도 쉽게 언급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신년 특별기획, ‘조총련 대해부’. 오늘은 네 번째 시간으로 ‘쉬쉬하는 김정은 생모의 진실’ 편입니다.

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 김정은 생모 고용희,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나 성장

- 북한 귀국선 타기 전까지 기타츠루하시 소학교 재학

- 출생 이름은 고희훈∙일본 공식자료에 이름과 생년월일 일치


일본 오사카시 이쿠노구 츠루하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생모인 고용희가 태어나 자란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즉 조총련 취재를 위해 일본 오사카를 찾은 자유아시아방송(RFA)은 고용희의 흔적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코리아타운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기타츠루하시 소학교. 고용희가 귀국선을 탄 11살 때까지 다녔던 학교입니다. 조용한 주택가에 자리 잡은 학교 정문에는 설립 100주년이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고, 학교에서 멀지 않은 곳에 고용희의 생가가 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학교 인근 주택가를 둘러봤습니다. 새로 지은 아파트와 주차장의 모습도 보이지만, 작고 오래된 옛 주택도 눈에 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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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김정은 위원장의 생모인 고용희의 과거는 학교를 중심으로 오사카 츠루하시 지역에서 엿볼 수 있었고, 이곳에는 고용희를 기억하는 사람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등장과 함께 오랫동안 고용희의 출생을 취재해 온 일본 데일리NK의 고영기 기자는 고용희가 일본에서 태어났고 북한으로 갔다고 확신했습니다. 고용희가 일본에서 태어나 자란 것으로 볼 수 있는 이유는 일본에 남아있는 공식자료 때문입니다.

고용희의 출생 당시 이름은 고희훈. 일본 당국이 보관하고 있는 이름과 생년월일을 비교해보니 고용희가 맞다는 것이 고 기자의 주장입니다.

또 일본에서 북한에 간 귀국자 명단에도 고용희의 아버지인 고경택과 고희훈의 이름, 생년월일이 일치하기 때문에 공식자료상으로 고용희는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나 자란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겁니다.

[고영기 기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공식자료입니다. 고용희 씨를 아는 사람은 많지만, 그 사람들의 이야기가 정확하지 않으니까 저희가 내세우는 근거는 공식자료입니다. 생년월일로 주민등록을 찾아보니까 고영희, 고영자라는 이름은 없었어요. 그런데 그 이름이 아니었습니다. 고희훈이었어요. 또 고용희가 일본에서 북한에 갈 때 귀국자 명단에 있습니다. 북한 귀국선에 고경택과 고희훈, 생년월일이 똑같은 사람이 있었어요. 확실히 공식자료가 다 맞기 때문에 고용희가 이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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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에서 태어난 고용희 아버지 고경택

- 경제적 이유로 일본 오사카 정착, 밀항선 운영하다 적발된 이후 북한 선택

- 아버지 따라 북한에 간 고용희, 만수대예술단 무용수로 활동

- 평범한 재일 동포가 북한 최고지도자의 아내가 된 한 여성의 삶


고용희의 아버지인 고경택은 1913년 8월 14일, 한국 제주도에서 태어났습니다. 당시 제주시 조천읍에서 살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고경택은 1929년에 일본 오사카에 건너가 정착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고경택과 자신의 아버지가 먼 친척이었다는 고 기자는 당시 경제적인 이유로 일본에 건너간 재일 동포가 많았다고 설명했습니다. 해방 직후 경제적으로 더 나은 기회를 얻기 위해 바다를 건넌 60만 명의 재일 동포 가운데 한 명이 고경택이었던 겁니다.

[고영기 기자] 저도 제주도 출신이고, 족보를 통해 알았는데, 고경택과 저희 아버님이 먼 친척이었어요. 당시 일본에 있던 대부분 한국인은 경제적인 이유입니다. 제주도에 아무것도 없었어요. 가깝고 발전된 일본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많았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저희 어머니가 일본에서 태어나 제주도에 한 번 건너갔대요. 그런데 정말 빨리 일본으로 돌아가고 싶었답니다.

그리고 1952년 6월 26일. 일본 오사카 츠루하시에서 고용희가 태어났고, 북한 귀국선을 타기 전까지 이곳에서 생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렇다면 고용희의 가족이 북한으로 가게 된 동기는 무엇일까? 고영기 기자는 당시 고경택이 밀항선을 운영했고, 일본 경찰에 적발돼 추방되는 상황에서 북한을 선택했다고 말합니다.

기자: 그렇다면 일본에서 북한에 간 계기가 뭐죠?

[고영기 기자] 당시에는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밀항선이 많이 있었거든요. 고경택 씨가 그것을 경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일본 경찰에 적발돼 한국이나 북한으로 가라고 했습니다. 당시 한국은 아직 혼란한 시기였잖아요. 일본에서는 북한이 많이 발전했다고 선전했기 때문에 고경택 씨가 북한을 선택한 것으로... 북한도 혼란스러웠지만, 발전을 위해 활력이 넘치는 나라라는 희망이 있었습니다.

1962년, 아버지를 따라 귀국선에 몸을 실은 고용희는 북한에서 만수대예술단의 무용수로 활동하게 됩니다.

1972년에는 공훈 배우로서 훈장까지 받았는데, 이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눈에 띄어 2004년 사망하기 전까지 김 위원장과 동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둘 사이에 태어난 아들 중 한 명인 김정은이 현재 북한의 최고지도자에 오른 겁니다.

[고영기 기자] 재일 동포로서 일본에서 차별을 당하고, 북한에서도 차별을 당했는데, 한 나라의 국모가 됐다는 거죠. 물론 북한 체제의 백두혈통에는 좋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한 여성의 삶에서 볼 때 흥미로운 자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한 여성으로 볼 때 굉장한 여걸입니다.

- 일본 조총련 사회에서도 고용희 존재 쉬쉬

- 재일 동포 출신 고용희, 백두혈통 우상화에 걸림돌

- 북한 평양에 고용희 묘지 조성, 북 매체는 공식 소개 안 해

- 김정은 체제 공고화되면 고용희 배경 밝힐 수 있을까?


고용희가 북한 최고지도자의 아내와 어머니가 됐지만, 한국 제주도와 일본 오사카 출신이라는 신분의 한계 때문에 여전히 그녀는 밝히기 어려운 존재입니다.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도 재일 동포 출신의 고용희를 우상화하기가 쉽지 않다고 평가했습니다.

[고영환 연구위원] 북한은 강반석을 ‘조선의 어머니’라고 불렀고, 김정숙을 ‘혁명의 어머니’라고 불렀습니다. 그런데 고용희는 재일 동포 출신이거든요. 정확히 말하면 오사카에서 출생했으니까 ‘오사카 어머니’라고 불러야겠지만, 그렇게는 안 하겠죠. 백두혈통을 이어왔다는 것을 이야기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겠죠. 왜냐하면 근거가 없기 때문입니다.

일본 내 조총련 사회에서도 고용희가 오사카 출신임을 알고 있지만, 표면적으로는 절대 언급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사실 조총련도 고용희의 출생 배경을 최근에 알았다는 것이 고영기 기자의 설명입니다.

기자: 조총련 관계자들이나 회원들도 고용희가 일본 출신임을 알고 있나요?

[고영기 기자] 알고 있는데, 표면적으로 절대 이야기 못 합니다. 술자리나 개인적인 자리에서는 아마도 그런 이야기를 하겠죠. 그런데 조총련도 정확한 내용을 몰랐어요. 이에 대한 조사를 못 하기 때문이죠. 2012년에 제가 고용희에 대해서 정확한 근거를 기초로 기사를 썼는데, 그때까지 조총련도 사실상 몰랐습니다.

미국의 상업 위성이 촬영한 북한 평양시 대성산 구역. 이곳에 고용희의 무덤이 있습니다.

고용희의 무덤은 울창한 숲과 호수로 둘러싸여 있고, 넓은 주차장과 참배 공간 등이 잘 정돈돼 있지만, 북한의 공식 매체를 통해 소개되거나 김정은 위원장의 공식 방문 기록도 없습니다.

비공식적으로 당 간부와 북한 주민이 참배하는 것으로만 알려져 있는데, 아직 고용희에 대한 우상화 작업이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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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나 평범하게 살았던 재일 동포 고용희. 아버지의 선택에 따라 북한에 건너간 평범한 소녀가 신분의 한계를 뛰어넘어 북한 최고지도자의 아내와 어머니가 된 사연이 한 여성의 삶으로서 매우 흥미로운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체제의 정통성과 정치적 목적에 따라 어머니의 존재를 완전히 드러내지 못하는 김정은 위원장은 어머니의 과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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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기 기자] 김정은도 아들이니까 어머니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겠죠. 자신의 어머니를 숨기는 것에 대해서 슬픈 마음도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혹 어머니에 대한 여러 사실을 알고 싶다면 저는 이 자료를 제공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당신의 어머니는 이렇게 살았습니다’라고...

기자: 김정은 체제가 더 공고해지면 어머니를 밝히고 싶은 마음도 있지 않을까요?

[고영기 기자] 아마 그럴 겁니다. 사실 김정은이 백두혈통을 강조한다고 해서 북한에 얼마나 효과가 있겠습니까? 그 효과는 점점 줄어들 겁니다. 사실 (고용희는) 정말 재미있고 좋은 이야기잖아요. 하지만 그것을 밝히지 못하고 숨겨야 한다는 것이 개인적으로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일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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